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70
제 370화
다음 날 일행에 하오문 출신 여섯 명이 추가되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형, 지금 내 직책은 하오문 금혈방의 은당주야.”
금혈방은 금혈방주, 부방주, 사 대 당주 순서로 위계가 잡혀 있다.
사 대 당은 금혈당, 은혈당, 철혈당, 동혈당으로 각기 나뉘어져 있는데.
여기서 사마현이 맡고 있는 건 은혈당.
‘은당주면 서열 4위인가……. 예상보다 높은데?’
어린 나이에 서열 4위면 파격적인 조치였다.
진천희야 백린의각에 기존 후계자가 없어서 자동으로 소각주로 등극했지만 금혈방은 다르다.
어둠의 장사질로 중원의 반을 갈라 먹는 곳이었다.
‘살아 있는’ 후계자는 늘 넘친다.
몇 놈 죽어도 괜찮을 정도로.
칼 든 유교 사회에서 이 정도로 틀을 깨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돈 버는 재주.
사마현은 독특한 방식의 ‘대출업’을 창안했다.
현대에서는 그것을 ‘프랜차이즈’라고도 부르는데, 그 미래 지향적 대출업을 통해 금혈방의 매출이 최소 3할 이상 증가했다는 소문이 있다.
두 번째가 무공.
사마현이 ‘화경’이다.
금혈방에서는 방주, 부방주, 금당주, 그리고 별개의 조직인 의약당 당주가 화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약당은 권력적 위계가 없는 보조적인 당으로, 금혈방 내의 의무병 같은 존재들.
실력이야 정식 의각인 백린의각이나 화주의각, 흑전의각 같은 곳에 비할 바는 아니나.
그래도 의약당주 본인의 실력은 천하 십 대 명의 수준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도 화경이다.
여기에 사마현이 형의 괴이한 훈련과 형제들에 대한 질투와 짜증으로 화경의 벽을 넘었고.
무력적인 부분은 충족되게 되었다.
마지막이 정치.
금혈방은 돈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개개인이 각자 자기 한 몸을 지킬 정도의 무력은 가지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금융업 종사자들.
그 반대파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에 달렸다.
사마현은… 설득을 시키고, 돈을 주기도 하고…….
-형, 나도 아무한테나 막 제안하는 게 아니야. 함께 밝은 미래를 논할 만한 동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은퇴’시켰어.
그리 말하더니 두 손을 모으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은퇴해야지. 금혈방의 미래를 위해. 후…… 나도 이렇게 정든 직장 동료들과 이별해서 슬퍼.
분명 ‘은퇴’한 놈들 중에 살아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 몇의 얼굴 가죽은 사마현의 개인 포켓에 잘 저장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킹리적 갓심이 들었다.
‘뭐……. 그래도 일단 생존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히는 수준까지는 갔으니까.’
살기 위해서 싸우는 것은 이 강호에서 어쩔 수 없는 순리.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생각보다 빨라. 역시.”
“기뻐 보이네~”
“당연하지. 화경이 된 거잖아. 그나저나 옆에 계신 분은 누구셔?”
사마현 옆에 눈매가 처진 여인이 서 있었다.
등에 칼을 찬 것이 딱 보아도 강호인이다.
그녀가 말했다.
“은혈당의 부당주인 임운현(林雲峴)이라고 합니다. 백린의각의 소각주님을 이렇게 뵈어 영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내 사저지만……. 직급상으로는 내가 위라서.”
[사저? 황금왕, 그러니까 금혈방주님의 제자라는 거지?]진천희의 전음에 사마현은 그냥 편히 말하라고 하고는 입으로 말했다.
“스승님 제자 많아. 물론 밝혀진 제자보다 밝혀지지 않은 제자가 더 많고. 다 합치면 나까지 열두 명은 될걸?”
“후계는 어찌 되려고 그렇게 많이 만드셨대?”
직속 제자가 무려 열둘!
이건 피바람이 불 수밖에 없고, 불 것을 예상하고 하는 일이다.
마교의 천마가 그리하고 있지 않나.
금혈방도 결국 같은 방식이라는 거다.
형의 걱정을 눈치챘는지 사마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스승님은 최소 오십 년은 건재하실걸? 형이 생각할 수준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내가 천하 십 대 고수가 되었지만 강호에는 알려진 고수보다 알려지지 않은 고수가 더 많구나.’
천외천까지 갈 것도 없다.
당장 스승님만 해도 천하 십 대 고수들과 싸우질 않으신다.
그러다 보니 호사가들에게 무명이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나이 든, 그러니까 스승님 연배의 무인들이나 진실을 알 뿐이지.
정확히 얼마나 강한지,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무엇인지.
뭐 하나 강호에 보여 주는 법이 거의 없었고.
혈선교의 십천군을 단신으로 물리쳤으니 강하다는 것을 짐작만 할 뿐.
그마저도 어떻게 물리쳤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것은 스승님께서 직접 유도하신 것이겠지.
스승님께서는 강호인들의 평판에는 하등 관심도 없으시고.
그저 이 행동이 향후의 판세에 유리한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니까.
‘황금왕도 스승님과 비슷한 모양이야.’
그녀가 원하는 것은 돈이다.
거기다 싸움으로 돈을 버는 것은 금혈방의 일이 아니었다.
싸우는 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
싸우는 자들에게 물건을 팔고 돈을 받는 일.
‘어찌 보면 백린의각만큼이나 희한한 포지션이네.’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부당주 임운현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돈 이야기였다.
그렇게 배에 올랐고 진천희는 이 근방에서 가장 먼저 땅값이 오를 장소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렇군. 새 포구가 생기는구나. 돈이 있으면 바로 객잔부터 지으라는 거지?”
“둘 중의 하나로 골라야 해. 인부들을 대상으로 한 저렴한 객잔으로 갈지, 아니면 그 배를 타고 올 무인이나 유생들을 대상으로 할 적당히 가격대 있는 객잔으로 할지.”
“고급 객잔은 안 해?”
“안 해.”
사마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포구 근처에 뱃놀이할 만한 곳도 없거니와 그만한 돈이 있는 자들은 자기 별장에서 쉬지 굳이 객잔을 이용할 이유가 없거든. 그리고 그렇게 명승지도 아니야. 오히려 과거 시험을 보러 상경할 유생들과 그들의 호위를 맡은 표사들 상대로 하는 장사 정도가 최대지.”
“그렇구나.”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부당주 임운현이 말했다.
“인부들이 대상이면 산초를 쓰는 요리가 좋습니다. 저렴한 고기를 사용할 거니 맛이 강한 향신료를 써서 맛을 가리는 게 좋지요. 매운맛이 노동의 피로를 풀기도 그만이고요.”
단가의 문제인가.
이건 꽤 현실적이군.
사마현이 말을 이었다.
“유생을 대상으로 하는 거면 백합탕이나 연근죽이 좋지. 소화력이 떨어지는 양반들이라 여행 중에 기름진 걸 피하거든.”
“표국 무인은?”
“술. 그리고 튀긴 고기.”
쌈박하군.
과연 무림계의 체인점 사장이다.
사마현은 진천희에게 객잔이 어떻게 식재료를 공급받는지, 단가는 어떻게 맞추는 게 좋은지 수다를 떨었다.
재미있게도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도 들고 있는 비파는 쉬는 법이 없이 현을 튕겼다.
강바람과 비파 소리.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희미하게 사마현의 손에서 혈향이 좀 나는 것을 제외한다면.
컹-
황구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뇌진은 그런 사마현의 머리 위에 올라서 잠까지 청했다.
“보존식을 구비하는 게 가장 중요해. 형.”
“육포류 같은 거지?”
“그냥 육포가 아니야. 쌀이랑 같이 물에 넣기만 해도 죽이 되는 형태의 육포지. 백린의각 보존식 방식을 조금 본떴어.”
“맛은?”
“짜고 기름져. 크크크. 솔직히 건강에는 안 좋아. 그래도 배는 채우니까 됐지.”
“현아.”
“형~ 나는 의각이 아니라 금혈방이라고? 장사가 되면 그만이야~ 그리고 재료가 나쁜 것도 아니라고? 다음 객잔까지 갈 만큼의 열량은 충분히 되니까~”
그래, 그래. 그게 장사지.
“그래도 같이 넣을 약재 정도는 조언해도 되지?”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이 눈을 빛냈다.
“당연하지! 얼마 떼 줄까?”
아무리 봐도 이 녀석, 형과 사업하는 데 맛 들린 모양이다.
‘사람 죽이는 것보다 돈 모으는 게 더 즐겁다면 그걸로 다행이지.’
천살성인 여하륜은 천형으로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이 녀석은 소설에서 본 투 비 악인이었다.
다행히 본격적으로 미치기 전에 건졌지만, 그래도 손에 피를 묻힌다는 건 변함이 없긴 했다.
“보존식 챙긴 거 있어? 일단 시험 삼아 무슨 맛인지 요리해 보자.”
“좋아, 좋아! 사저!”
그 말에 임운현이 보존식을 꺼냈고.
셋은 사이좋게 일인분을 소분해서 맛봤다.
‘어…… 이거? 묽은 라면 맛인데? 무슨 수로 MSG를 재현한 거지?’
희미하게 미원의 맛이 났다.
물론 그 미원도 소고기 육수 맛을 본뜬 거긴 한데, 진짜 소고기 육수와는 다른 그런 맛이 있다. 그 맛이 여기서 난다.
진천희는 어이가 없어서 사마현을 돌아보았다.
“왜, 형, 왜?”
“이거 금혈방 요리사가 만든 거야?”
“아니야. 객잔 말아먹은 주인한테서 빚을 탕감해 주는 조건으로 기술을 산 거야.”
“이거 나 좀 알려주라.”
“나도 그러고 싶지만 일단 이건 내가 아니라 스승님께서 사신 거라 나도 몰라. 나는 그냥 이 육포를 공급받는 게 다야.”
이걸로는 라면, 라면을 끓여야 한다.
‘대체 무슨 수로 중원 땅에서 미원의 맛을 살린 거지?’
게다가 그러고도 객잔이 망했다고?
뭔 짓을 하면 그게 되는 거야?
“일단 이 육포를 가루로 만들 거야. 그리고 압축할 거야.”
“음?”
“그다음 매운 맛을 넣고, 튀겨서 건조시킨 면을 넣어 끓인다!”
단가는 지구처럼 싸진 않을 거다.
허나… 이건 진천희 자신이 먹기 위한 연구였다.
‘……라면… 라면이어야 한다.’
ㅈ라면도 좋고, ㅅ라면도 좋았다.
여기에 달걀 하나만 톡 까서 먹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재현이 안 돼서 사실상 포기하던 고향의 향수.
어찌 보면 진천희에게 있어 라면은 고향의 맛이었다.
한국인 진천희는 이상하게 김치만큼이나 라면이 그리웠다.
‘후욱, 후욱. 해 본다.’
성공하면 다음 연구는 ㅉ파게티다!
* * *
-아, 아깝다. 우리가 개입을 못 했네.
-잠적 중이잖아. 별수 없지.
-그래도 투괴 시체는 가지고 싶었는데.
혈선교 회의.
어둠 속에서도 대화는 계속 이어져 나갔다.
혈선교는 이번 투괴 사건에서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투괴의 손녀를 중독시키는 밑작업이야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했고, 드디어 그 결실을 보나 했다.
허나 직접적으로 나서지 말라는 교주의 엄명 때문에 사실상 방관 수준이 되어 버렸다.
-이게 다 ‘그 녀석’이 천기를 흐트러뜨려서 그래.
-아까워, 아까워. 분명 천기대로라면 시체도 피독주도 전부 우리 것이었는데.
-그래서 사천당가와 오독문은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해?
-내버려 둬. 그곳은 이미 마교에서 손을 대고 있으니까.
-피바람이 불겠군.
-그래. 마교 놈들도 피를 좋아하는 건 매한가지니까. 우리는 지켜보기나 하자고.
-지켜보면서 준비해야지. 어린 백룡을 잡아서 우리 색으로 물들여야 하니까~ 적어도 이번 피독주 사건으로 인간에 대한 균열은 생겼잖아~?
-정신의 작은 균열이지. 그조차도 오래 걸렸지만.
-그래. 허나, 한번 생긴 불신을 메꾸는 것은 어려워.
-그래서 마교가 좋다?
-음. 혈선교가 가서 깽판 치면 혈선교가 나쁘다는 쪽으로 갈 테니, 인간 그 자체의 면모를 보여 주자고. 강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기이한 놈이야. 그런 머리로 아직도 인간을 믿고 있다니.
-부디 어서 미쳐 버리길 기도하자고.
-선은 악과 함께하는 법.
-선은 언제나 불신과 함께하는 법.
-선의는 늘 지옥을 데려오는 법.
그게 인간이지.
어둠 속에서 웃음소리가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