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75
제 375화
진천희는 거기까지 계산하고 당아의 열혈에 함께 마주하기로 했다.
“좋습니다! 한. 수. 배. 우. 겠. 습. 니. 다.”
진천희 세대를 생각하면 끝에 ‘^^’ 표시를 해야 했다.
하지만 손가락을 하나씩 쥐며 제대로 우드득 소리를 내니 당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음. 이 정도면 정답인가.’
* * *
당가의 연무장.
두 사람은 가운데에서 자리를 잡았고.
사마현과 당가의 몇몇 고수분들도 참관을 왔다.
본격적으로 비무가 시작되면 구경꾼들은 더 생기겠지.
구경하는 이는 많을수록 좋다.
그럴수록 당가 가주께서는 진천희가 당아의 진단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했다는 것을 아실 테니까.
‘아니, 왜 그걸 검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나는…….’
약간 현타가 왔지만 강호 의원으로서의 업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당아는 허리에 찬 채찍을 풀었다.
차악!
“본좌는 생사결인 만큼 채찍과 독을 한 번에 쓰도록 하겠다. 괜찮나!”
“쓰. 십. 시. 오.”
이 감성이 맞나? 아리까리하다.
아무튼 한 자씩 힘을 주어서 말을 하니 당아는 아까보다 기뻐 보인다.
몇몇 장로님들이 팔을 끌어안고 새우처럼 웅크렸다.
기괴한 신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진천희는 애써 무시했다.
“흠……. 그러면 간다!”
먼저 움직인 것은 당아였다.
채찍.
본디 채찍이란 무기 자체가 검이나 창에 비해 무척이나 난이도가 높다.
원심력과 관성으로 움직이는 무기.
거기에 강호는 기(氣)라는 에너지를 가지고 뱀처럼 조종하기 시작하니 더욱 난해하다 할 수 있다.
여기에 사천당가의 비전무공인 도반삼양심독공(導反三陽心毒功)!
독을 먹어서 내공을 키우는 독공 중의 독공으로, 화경에 이르면 독력조차 내력으로 치환하여 일반적인 무인에 비해서 더 강맹한 힘을 보여 준다.
‘쉽게 말해 1의 독공을 가지고 있으면 3의 내공을 가진 것과 효과가 같지.’
즉.
독공으로 일 갑자를 쌓으면 삼 갑자에 준하는 위력을 낼 수 있다는 뜻!
내공 자체의 순수한 위력만 따진다면 강호에서 따라가기가 어려운 것이 당가의 무공이다.
다만 그만큼 치명적인 부작용(심성 변화)이 있고 경지를 올리기가 무척 어렵다는 단점(화경까지 가기가 어렵다)이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허나 당아는 당가 사상 최고의 천재!
이 모든 것을 어린 나이에 단번에 주파하고 만다.
‘물론…… 모든 무공에는 파훼법이 있지.’
진천희의 눈빛에 푸른빛이 서린다.
당아는 서늘하게 빛나는 저 눈이 무척이나 거슬린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공격을 이어 나갔다.
진천희는 그런 당아의 공격을 피하며 차분히 계산해 나갔다.
‘도반삼양심독공(導反三陽心毒功)은 그때그때 독력을 내공으로 폭발시키는 원리다 보니, 세 배의 위력을 장시간 내는 건 불가능해.’
지구식으로 이해해자.
당가의 무공은 자동차의 엔진과도 같다.
내부에서 독공이 폭발을 계속 일으켜 그렇게 생긴 엄청난 압력으로 실린더, 즉 내공을 계속해서 밀어 올리는 원리.
그렇기에 세 배를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독력을 폭발시키면 적어도 하루는 쓸 수 없다.
허나, 그 외에는 부작용이 없다.
그렇기에 당문이 정파의 무공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
만약 회복 불가능의 상흔을 남겼다면 그것은 마공이나 사공과 다를 바 없다.
‘그뿐이 아니지. 독공이기 때문이 독 그 자체도 강력하다고 할 수 있어. 도반삼양심독공으로 화경에 오른 자는 무형지독이 가능하거든.’
무색, 무취, 무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로 상대를 중독시킬 수 있다.
다만 전설의 무형지독처럼 중독되면 반드시 사망하는 수준은 아니다.
백독불침의 수준만 되어도 무형지독의 절반까지는 저항이 가능할 터.
이 설정은 소설을 읽어서 알고 있고. 자세한 내용은 백린의각에서 스승님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콰과과광!
당아의 채찍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진천희는 피해 냈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무형지독의 기운을 느꼈지만 오행상극독이 움직이며 독을 정화해 낸다.
지금의 진천희는 도반삼양심독공의 무형지독에 저항할 수 있다.
단 체내의 독공이 아닌 당가에서 만든 극독들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이야기가 돌아가게 될까.
‘내가 당가의 비전절독들을 파훼할 수 있으려나?’
남의 일 이야기하듯 진천희는 차분히 당아의 첫수를 피해 냈다.
당아가 말했다.
“용의 비늘을 엮어 만들었다 전해지는 신병이기! 용린편(龍鱗鞭)을 피해 내다니 제법이다! 이 녀석 자체만으로도 검강을 견딜 만큼 단단한데 말이지!”
신병이기 설명을 알아서 해 주는 당아를 보며…… 아재는 고마웠다.
‘당아야. 다 불어 줘서 고맙다.’
이게 다 그때의 감성을 심장에서 끌어낸 덕분이다.
“과연 대단하군! 어둠의 신병이기인가!”
진천희의 호응에…… 뜬금없이 장로 하나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커억! 강호초출 때 했던 말이 떠올라 버리고 말았다!”
“당호 장로님이 각혈하셨다. 장로님!”
진천희는 애써 시선을 외면했다.
당아는 애초에 주변 관중 따위 안중에 없었고.
“하핫! 내기를 불어넣으면 강기를 아예 무시할 정도로 단단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네가 과연 이 신병이기를 이겨 낼 수 있을까!”
“어둠의 신병이기! 과연 무섭군!”
“울부짖어라! 흑룡이여어어어어–!!”
당아의 호령과 함께 이번에는 장로 셋이 쓰러졌다.
“크어어억! 첫 용봉지회 때가 생각나 버렸다!”
“애써 봉인했던 젊은 날의 기억이이이이!”
“누가 좀 그때의 나를 죽여 다오! 당장! 어서!”
쿠과과과과광!
장로님들의 비명을 가리며 채찍이 연무장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지존천마 용린편 설정 그대로군. 저거 검기로는 씨알도 안 먹히고 흠집도 못 내겠는데?’
정보 불어 줘서 고오맙다. 당아야.
진교수는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채찍을 구르듯 피해 냈다.
원래부터 신병이기 자체가 어지간한 검기는 다 막아 내긴 한다.
그중 상위권 무기들은 강기를 ‘일부’ 견뎌내는 수준이고. 최상급 무구들은 강기를 아예 ‘무시’할 정도의 내구력을 가지고 있다.
용린편은 감사하게도 최상위는 아니지만 상위 수준의 신병이기인데.
내기를 불어넣을 경우 고작 검기만으로 검강을 막는 게 가능하다.
그걸 검강을 쓰는 화경의 고수가 휘두르고 있는 상황.
‘가주님이 당아를 정말 아끼시는구먼. 내 빙정검도 신병이기 중 하나지만, 그래도 신병이기 안에서는 평균적인 수준이니까…….’
당아는 진천희에게 채찍을 마구 휘두르며 외쳤다.
“그리고 내가 사용할 무공은 도반삼양심독공과 당가독룡편(唐家毒龍鞭)! 그러나 당문의 독을 채찍에 쓰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구! 자, 한빙검을 꺼내라!”
‘그렇……다면 당아의 독공으로 만들어지는 무형지독만 상대하면 되겠군.’
고맙다. 당아야. 이 교수님은 네 호의에 눈물이 나요.
네가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뼈마디가 울린다. 아주.
열혈인 표정과 달리 진천희의 마음속은 닳고 닳은 어른의 그것이었다.
허나, 표정을 풀면 안 된다.
스르릉.
진천희는 그제야 빙정검을 뽑아들었다.
그러고는 당아의 말에 응수했다.
“이것은 빙정검. 그리고 내가 사용할 무공은 현원전단신공과 태을단선검. 과연 어둠의 당문이 나를 막아낼 수 있, 을, 까!? 훗!”
“크아아악!”
진천희의 말에 갑자기 가주님이 피를 토했다.
아마 가주님 안의 애써 잊어버린 어둠이 용틀임을 하는 것이겠지.
물론 그건 진천희가 알 바가 아니었다.
흑역사로 벽과 바닥을 치고 계시는 폼을 봐서는 아주 건강하신 게 주화입마 걱정은 없어 보이니까.
그렇게 싸우는 당사자보다 구경꾼들이 더 내상을 입는 생사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 *
당아의 채찍은 강하고 위력적이다.
흡사 자아가 있는 생명체와도 같아 보일 지경.
용의 비늘로 만들었다는 구전이 진짜인 건지, 채찍이 아니라 용으로 보일 정도였다.
수직으로 찌르듯 채찍이 날아온다.
‘여기서 회피하면 휘면서 바로 내 목을 낚아채겠지.’
과거 당아의 첫수를 당해내는 후기지수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남궁운도 아마 당아에게는 한 수 접어 줘야 할 터.
‘하지만…… 피해야 한다. 그냥 맞으면 척추가 두 쪽 날 테니.’
진천희는 차분히 공격을 피해 냈다.
휘릭!
역시나 예상대로 진천희의 회피 경로를 따라 채찍이 돌변한다.
진천희식 변형.
삼재 천기미리보–!
얼핏 삼재보법 같은 초식이나 밟는 방위는 미리보에 가깝다.
돌변한 채찍을 상대로 유리한 방위를 점하자, 채찍은 다시 한번 투로를 틀어 진천희의 척추를 향해 날아왔고.
빠른 속도로 한 번 더 피해 냈다.
차자자작!
허공을 갈아내듯 채찍이 후려친다.
채찍의 파도!
‘이야, 당아야. 진짜 죽일 생각이구나. 이거!’
남궁가에서야 도발하다 죽을 뻔했지만, 여기서는 당아의 병증에 호응해 주다가 죽게 생겼다.
생사결이라는 말은 진심이다.
그 채찍의 파도 속에서 진천희가 몸을 틀었다.
빙정검이 진천희의 걸음을 따라 은빛으로 파문을 그려 낸다.
흡사 계곡을 타는 종이배처럼 가라앉는 법 없이 피하고, 피하고, 피해 낸다.
피할 수 없는 사각(死角)은 빙정검이 노가 되어 부딪친다.
차아아앙!
손목이 욱신거린다.
지금 진천희의 근력과 외공으로도 쉽지 않은 상대라는 뜻.
‘과연…… 당가의 천재라는 건가.’
허나 종이배는 멈추는 법 없이 계속해서 나아갔다.
멈춘다면 가라앉을 터, 그리고 그것은 죽음을 의미했으니까.
“제법인데! 현원전단신공이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는 건가!?”
바로 깨달은 점이 당아다웠고, 그걸 부득불 입으로 말하는 것도 당아다웠다.
“호오, 불규칙한 움직임을 이 정도로 파악해 낼 줄은 몰랐어.”
그녀는 채찍을 한번 거두더니 제2수를 준비했다.
“그렇다면 본좌의 다음 공격을 피해 낼 수 있겠느냐!”
당문 비전 절기.
당아식 응용.
독룡파무(毒龍波舞)–!
독룡이 물결치듯 춤을 춘다는 그 뜻답게 채찍이 수십 개의 잔상을 만들며 사방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광!
‘아니…… 채찍을 선이 아니라 면으로 쓴다고?’
흡사 산탄총처럼 채찍이 날아가 사방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하나라도 맞으면 최소 골절이고, 내장 파열이다. 으아아아악!’
당가의 별이 이렇게 빛났던가.
진천희는 죽을 각오로 피해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