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80
제 380화
사마현이 말했다.
“왜냐하면 오독문의 수호 영물이 뱀이거든. 육각영독사라고, 여섯 개의 뿔이 왕관처럼 나 있어. 몸길이는 15장(45미터), 몸통 굵기만 해도 1장(3미터)에~ 외지인은 그거 보고 용인 줄 안다더라.”
“그 외지인은 용케 살았네……?”
“살았지. 돈 빌려주러 온 사람인데 죽일 수야 있나. 딱히 실례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오독문도 돈은 필요해. 폐쇄적인 씨족 사회라도 요게 있어야 돌아간다고~”
사마현이 엄지와 검지를 붙여서 돈 모양을 만들었다.
‘육각영독사, 소설에 등장한 적은 없는 괴물이네.’
소설의 폐해다.
우리 천마 여하륜께서 중원 중앙에서 사람 썰러 다니는 것만으로도 공사가 다망하다 보니 오독문 본진까지 가서 영물을 토막 칠 시간은 없었다.
주인공에게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누락되는 게 소설 아닌가.
“금혈방의 정보에 따르면 화경의 고수를 잡아먹었다는 제보가 있어.”
“잡아먹혔다고?!”
“응. 하필 같이 간 무공의 고수가 실례를 저지른 모양이야. 한입에 꿀꺽했다더라.”
상당히 강한 호위 무사일 텐데 무시무시했다.
사마현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안타깝게도 성공 보수는 주지 못했어. 대신 유가족 위로금을 전달하려 했……으나 가족이 없는 분이시더라고. 사부님께서도 얼마나 안타까워하셨는지 몰라.”
이렇게 금혈방은 오늘도 돈을 절약했다.
“호위를 받으셨던 금혈방분은 용케도 돌아오셨다?”
“응. 미안하다고 그쪽 무사분이 대신 중원까지 호위해 주었어. 예의를 아는 분들이야. 돈도 잘 갚고…….”
사마현은 아련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신용 사회 이룩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비록, 호위 무사를 집어삼켰지만.
사마현은 3초간 묵념의 시간을 갖고 바로 표정을 바꿨다.
“아무튼.”
“으, 으응!”
“미친 소리 같지만 같이 간 상인이 그 뱀이 현경급이라고 말하긴 했어.”
“현경이면 삼존만큼 강하다는 거야?”
“우리도 곧이곧대로 믿진 않아. 솔직히 사람 마음이란 게 뱀한테 거꾸로 매달려 보면 어쨌든 강해 보일 수밖에 없잖아?”
“거꾸로 매달렸구나.”
“호위 무사가 무례를 저질러서 약간……의 감정적 마찰이 있었어. 하하하. 살아서 다행이지.”
뱀과 인간의 감정적 마찰은 대체 무엇인 것인가.
진천희는 서서히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아무튼 화경의 고수로는 상대하기 힘든 건 사실이니까, 나도 형도 어지간하면 그 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하자고. 거기다가 만약 요천군의 출신지가 정말 거기라면……. 진짜 강하긴 할 거야.”
요천군이 데리고 있던 뱀들을 떠올렸다.
두려울 정도로 강했다.
단순히 강한 걸 뛰어넘어 그 독은, 설령 살아남아도 후유증으로 단명할 독이었다.
‘그중에 육각영독사만큼 큰 개체는 없었지. 아니, 그 반의반 크기도 없었어.’
절대로 심기를 거스르지 말아야겠다.
진천희는 황구의 머리를 쓸었다.
컹!
‘황구가 사교성이 좋긴 한데 뱀한테도 통할까……?’
진천희는 황구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황구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는 헥헥거렸다.
“운남 애뇌산(哀牢山)까지는 멀었지?”
“성도인 곤명에서 마차를 탔으니 열흘은 족히 이동해야 할 거야.”
“진짜 멀다.”
“길이 험해서 어쩔 수가 없어. 무림맹 말대로 거기가 요천군의 고향이 맞는다면 그만큼 접촉하기 힘든 곳일 테니까.”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행은 계속해서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백린의각 무력 사 대의 절반인 백 명.
거기에 의원들 십수 명에 하오문의 사람들과 짐을 운반하기 위한 쟁자수 같은 이들까지 함께하다 보니 거의 백오십여 명에 가까운 대규모의 무리가 좁은 길을 따라 이동하게 되었다.
지형이 험해 암습 위험이 있다 보니 만선은 마부로서 직접 말을 몰기 시작했다.
그나마 가끔 큰 마을이 있기도 했다.
덕분에 거기서 중간중간 쉬거나 물류를 보충할 수는 있었으나, 작은 마을은 진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피잉!
“외지인은 나가라!”
독화살이 마차를 향해 날아왔다.
강철을 덧대어 만든 마차이기에 독화살 정도로는 결코 뚫을 수 없으나, 만선의 낚싯줄은 이미 상대의 목을 틀어쥔 후였다.
“크아아악!”
낚싯바늘이 쇄골을 깊게 꿰어 버려 이대로 힘만 주면 목이 뼈째로 뜯어질 터.
진천희가 급히 말했다.
“만선! 멈추세요!”
“소각주님.”
“우리가 피하면 될 일입니다.”
“허나, 소각주님을 해하려 했습니다.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그녀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때 사마현이 나섰다.
“이렇게 하자고~”
피잉!
사마현이 은전을 튕겼다.
은전은 마을 주민의 이마에 탁 부딪쳐 떨어졌다.
“야, 너네 마을에 말이지~ 만옥이가 있을 거야. 걔한테 이거 가져다 줘~”
“그게 무슨…….”
은전에는 금혈방을 상징하는 표식이 깊게 찍혀 있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받아서 가. 다음번에는 이마가 아니라 목구멍으로 은전을 받아야 할 테니까.”
마을 주민은 급히 달려갔다.
사마현이 팔짱을 끼고는 마차에 기댔다.
“식수 정도는 보급할 수 있을 거야. 형.”
“만옥이가 누구야?”
“그런 애 있어. 불량 채권~”
아니나 다를까, 만옥이라는 자가 사마현의 말대로 깨끗한 식수와 식량들을 챙겨 왔다.
“현 공자님!”
“살아 있었네~ 하긴, 도박하려면 오래 살아야지.”
나이 지긋한 노인이 새파랗게 어린 청년을 상대로 몸을 덜덜 떨며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이 일견 섬뜩하긴 했으나.
사파에게는 사파의 법도가 있는 법.
“이건 빚에서 제할 테니까. 다음번에 또 보자고~ 아, 그리고 친구 손이 좀 험한데 따귀 좀 때릴게.”
빠악!
사마현이 독침 쏜 놈의 턱을 후려치자, 엄청난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 마을의 촌장이 돌팔이지만 추나 할 줄은 알아. 잘 맞추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독침 쏜 놈은 만옥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사마현의 악력을 생각하면 피 좀 흘리고 끝난 것은 고마워할 일이 맞았다.
“뭐 해? 우린 가야지.”
사마현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인들에게 말했다.
* * *
“생각 이상으로 경계가 심하네.”
“이 인원을 상대로 독침을 쏜 거면 제정신이 아니지. 하지만, 그만큼 중원인에 대한 증오가 큰 마을도 있어. 선황이 제국 영토 넓힌다고 억지로 징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
보통은 시체로 돌아왔겠군.
“형이 만선을 말린 건 잘한 거야. 여기서 사업하려면 어지간하면 사람 죽일 일 만들면 안 돼. 아, 무공 익힌 놈은 빼고~”
“그 아이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지.”
독침을 쏜 녀석에게서 무공을 익힌 흔적이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마현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거기다 어렸지. 형은 애한테 껌뻑 죽잖아.”
“하하하.”
“솔직히 따귀 때린 것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아무리 애라도 독을 썼다는 건 사람을 죽일 생각을 한 거야.”
“강철로 된 마차를 상대로 말이지.”
“그래. 멍청했지만 그렇다고 걔가 살인자가 아닐 이유는 못 돼, 형.”
“…….”
“형은 언젠가 선택하긴 해야 할 거야. 자신의 목숨과 살의에 찬 어린아이의 목숨 사이에서 말이야.”
“내가 더 강해지면…….”
“그건 대답이 안 돼. 알잖아.”
사마현은 거기까지만 말하고는 마차 밖을 바라보았다.
진천희는 이마를 찌푸렸다.
이 생각만큼은 도피하고 싶었다.
진천희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쓸었다. 반군의 총에 맞았던 곳이었다.
다른 몸이기에 고통은 없으나 어쩐지 답답해지긴 했다.
‘역시 상대가 애면 힘들지.’
문득 이전 세계에 있었던 소년병들이 떠올랐다.
장난감 대신 총 쏘는 법을 배운 아이들.
살인에 무감해지기 위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마약을 빨게 하고, 그렇게 약에 취한 상태로 누가 더 많이 사람을 죽이는지 시합을 시키는 미친 현실.
‘금단증상 해소하는 게 가장 힘들지.’
어린아이도 마약 금단증상이 온다.
그건 어른이 겪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
‘여기도 살수를 그렇게 키우긴 하지.’
의원은 다시 선택을 뒤로 미룬다.
* * *
사마현 덕에 보급을 받은 게 참 다행이었다.
이틀째 사람 사는 마을이 아예 나오지 않았으니까.
이때부터는 사마현과 진천희, 둘 다 밖으로 나와서 말을 타기 시작했다.
“사람은 안 사는데 그나마 길은 뚫려 있네.”
“오독문이 자리한 애뇌산 인근 백 리 안에 인가(人家)는 아예 없고, 마을이나 도시도 없다고 하더라고~ 맹수나 독충이 워낙 많은 데다가 비가 내리면 강이 쉽게 넘치는 문제도 있고.”
“그럴 만도 하지. 중원도 산세가 깊으면 맹수들이 많이 사니까.”
실제로 그랬다. 호랑이가 어느 산에 가도 있고 가끔 민가를 습격하기도 했다.
늑대 같은 종류는 산적보다 무섭다고 할 정도다.
멧돼지조차도 전투력이 막강하다. 이놈들은 상대가 어린아이나 노인이면 그대로 들이받아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에게 업혀 의방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도로가 발달한 중원도 이런데 여기는 오죽하겠는가?
“용케도 길이 유지되네. 바닥을 보니 잡초를 뜯은 흔적도 보이고.”
“오독문이 계속 관리하고 있어. 그네들도 먹고 살아야지. 연결되는 길 다섯 개 정도는 늘 유지해! 뭐……. 그래 봐야 밀림에서는 이 정도가 한계지만.”
청석을 깔아 봐야 홍수로 물이 불어나서 다 쓸려 갈 터.
흙길이 전부다. 그나마 나무나 바위를 좀 치운 정도.
그래서 길이 얼마나 울퉁불퉁한지 마차 안에 있다가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역시 말이 좋아.’
두 사람이 말을 타고 가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건 그렇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도착……. 음?”
황구가 어딘가를 바라본다.
그와 동시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기묘한 냄새가 밀려 왔다.
현원전단신공으로 예민한 감각을 가지게 된 진천희는 이 냄새가 어떤 냄새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형, 무슨 일인데 그래?”
“안 좋은 냄새가 나서 그래. 만선 대주!”
“예, 소각주님.”
만선이 곧바로 답했다.
“잠깐 숲속에 다녀올 테니 여기서 대기해 주세요.”
“소각주님을 혼자 둘 수는 없습니다.”
“괜찮아요. 적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사마현과 함께 갈게요.”
만선의 시선이 옆의 사마현으로 향했다.
‘화경……이라고 소각주님이 말씀하셨지.’
진천희와 의형제들이 함께 요천군을 잡은 건 꽤 유명한 일이다.
거기다 진천희는 어지간하면 만선이 마음대로 하게 놔두나, 가끔 이렇게 단호하게 말을 할 때에는 어쩐지 거스르기가 어려웠다.
본인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묘한 위엄과 기품이 사람을 붙잡아 세운다.
결국 만선은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