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82
제 382화
현지인의 안내로 일행은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었다.
“외지인은 모르는 지름길이 있네. 이쪽으로 가세나.”
그들은 산 속에서도 나침반도 없이 방향을 잡아 쉽게 이동을 했다.
그렇게 일행은 애뇌산 아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턱에는 오독문이 존재하지. 여기서부터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네.”
“이번에는 지름길은 없습니까~?”
“없네.”
딱 잘라 말하는 거 보니 진짜 이게 유일한 길인 모양이다.
그렇게 길을 따라 올라가니 드디어 오독문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건축 양식이…… 확실히 중원식은 아니군.’
중원과는 다르나 꽤나 화려하다. 처마도 높게 휘듯 쳐들려 있는 데다가 전체적으로 크고 웅장하며 대리석을 많이 썼다.
거기다가 건물 벽을 따라 담쟁이넝쿨이 굵게 거미줄처럼 자라 있는데, 그 위로 수많은 뱀과 독충들이 돌아다녔다.
‘와……. 외인이 멋모르고 벽 잡았다가 물리면 황천행이겠네.’
외지인의 편의 같은 건 쥐뿔도 신경 쓰지 않은 것이 딱 오독문답다.
“와, 이거 멋진데~?”
사마현은 휘파람을 불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발밑으로 지나가는 독거미 같은 건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양이다.
흡사 관광이라도 온 것 같은 태연한 기색에 진천희는 기가 막혔다.
‘나도 긴장이 되는데 이 녀석은 그냥 즐기고 있네.’
지난번 오독문과 의술 교류회를 했던 의원에게 오독문에 대해 물으니 원래 오독문이 이렇게 독충을 방목하며 키운다고 답해 주었다.
제아무리 손님이 온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키우는 독충을 어딘가에 가두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말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오독문에 입장해 정문을 지나니.
미리 산 아래에서 전갈을 받은 오독문의 문도들이 질서정연하게 좌우로 도열하고 있었다.
“오독문 방문을 환영하네. 백린의각, 그리고 금혈방.”
흰옷을 입은 오독문주가 계단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흡사 색목인과 같은 이목구비를 가졌는데 머리카락과 눈동자만 검은빛이었다.
‘이번 오독문주는 혼혈이라고 했지.’
이 지역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들었다.
더운 지역이라 그런지 민소매를 입었는데 흰 뱀가죽의 옷이었다.
진천희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가볍게 예를 표했다.
“의술 교류회 정도에 이리 환대해 주시니 촌의,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하하하, 촌의라니 벽안광의께서 겸손이 지나치군.”
아무래도 오독문주는 ‘백의신룡’이라는 별호보다 ‘벽안광의’라는 별호를 더 높게 쳐 주는 모양이다.
하긴, 문주가 되려면 도전자를 다 죽여야 하는 지역이니 백의신룡은 오히려 위선적으로 보이겠지.
“다만, 우리 오독문은 손님을 대접하기 전에, 손님의 자격을 확인하는 문화가 있다만.”
‘음? 사부님께는 그런 소리 못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번 오독문에 왔던 의원분도 손사래를 치는 것이 처음 듣는 이야기 같았다.
오독문주가 말했다.
“한때 없어진 풍습이나, 내가 부활시켰네.”
“아하…….”
한마디로 핑계다.
진천희의 무명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던 모양이다.
“우리의 풍습에 따를 의향은 있는가?”
아무래도 이번 오독문주는 꽤나 호전적인 사람 같다.
“그러도록 하지요.”
진천희가 담담히 답을 하자 오독문주가 기쁜 기색으로 답했다.
“그렇다면 좋다.”
그가 뒤에 있는 오독문도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누가 손님의 자격을 확인하겠는가–!”
우렁찬 외침에 고양이 눈의 미청년이 재빨리 나왔다.
“제자가 나서겠습니다.”
이 사람도 소매가 민소매이나 정식 무복을 입고 있었다. 마르고 탄력 있는 근육이 흡사 체조 선수의 것과 비슷했다.
‘저 사람……. 아까 우리 안내해 준 그 사람인데?’
호족의 마야수리.
그의 말에 진천희에게 시비를 걸던 다른 오독문도들도 꼼짝없이 뒤로 물러나지 않았나.
‘먼저 올라와서 대기하고 있었군.’
이 길밖에 없다고 말했으나, 숨겨진 길이 또 있긴 한 모양이다.
하긴, 그건 외지인에게 가르쳐줄 순 없겠지.
그는 양손에 호조(虎爪)를 끼고 있었는데, 이름 그대로 호랑이 발톱 같은 형태의 너클이었다.
‘과거 남만 야수문이 오독문으로 변했다지.’
과거 남만 야수문이 세를 불리며 씨족을 흡수해 지금의 오독문이 되었다는 역사가 있다.
역시나 야수문의 특성 역시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오독문의 삼 대 제자이며, 문주님의 직전 제자인 마야수리. 중원 뜻으로 풀이하자면 ‘흘러가는 호랑이 구름’이라고 부르나, 외부 일을 할 때는 호운연(虎雲演)이라는 이름을 쓴다네.”
마야수리가 좀 더 익숙한 이름이려나.
“백린의각의 소각주, 진천희입니다.”
진천희는 포권을 하고는 비무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오독문도들이 들뜬 기색으로 물러났다.
진천희와 마야수리.
두 사람 사이로 긴장된 공기가 흘렀다.
마야수리가 초식 자세를 잡았다.
“비무 시작!”
오독문주의 말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마야수리였다.
그는 흡사 범을 본뜬 듯한 권을 썼는데, 네발로 뛰더니 곧바로 진천희를 향해 튀어 올랐다.
양손에 낀 호조가 흡사 범의 발톱 그 자체였고, 호조에 검기가 서려 있었다.
‘강맹하긴 한데……. 역시 당아가 대단하긴 하구나.’
진천희는 고작 일보 옆으로 걸을 뿐이었다.
저벅-
그 어떤 화려한 보법의 자세도 아니었건만, 그의 호조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그러나 진천희의 품새는 흐트러짐 없이 유유했다.
마야수리의 호조가 공기를 찢으며 수십 갈래로 잔상을 만든다.
그럼에도 진천희는 그의 공격을 피해 낼 뿐, 반격을 하지 않았다.
이쯤 되니 제아무리 마야수리라도 진천희가 자신을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밖에.
“이이익! 나에게 치욕을 주다니! 전력을 다해라!”
마야수리의 눈이 벌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흡사 마공의 폭주인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호조 위로 검은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똑똑-
검은 액체가 땅에 닿는 순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치이익-
바닥에 닿는 순간 돌을 녹이며 흘러 내려가는 게 아닌가.
‘이거, 해독의 문제가 아니라 닿으면 녹아 죽겠는데?’
단순 친선 비무가 아니라 생사결이라도 할 참인가.
‘이건…… 내가 바란 방식은 아닌데.’
거기까지 생각한 진천희는 곧바로 몸을 미끄러뜨렸다.
호조에 독, 길게 끌수록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될 터.
친선 비무의 선을 넘어 버렸으니 진천희도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다.
그 순간.
마야수리는 진천희의 몸이 미끄러지듯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마치 시야가 끊어지는 듯 점멸하고.
그다음 보인 것은 이 더위 속에서 시퍼렇게 한기를 내뱉고 있는 빙정검.
서컹-!
검기가 깃든 호조를 단번에 썰어 버리더니 진천희의 소매가 그의 눈을 덮었다.
“쉬시지요.”
퍽!
어깨뼈가 빠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뒷목에 충격이 밀려왔다.
탈골과 점혈을 동시에.
‘대체 무슨 수로 이리도 빠르게……!?’
그러나 그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진천희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마야수리를 붙잡았다.
“가벼운 점혈이니 조금 있으면 깨어날 겁니다.”
그러고는 다시 어깨뼈를 우드득 맞추는 게 아닌가.
꽤나 아플 텐데도 기절한 사람은 말이 없었고. 그걸 시행하는 진천희조차도 태연했다.
수십 번, 수백 번은 해 온 듯 익숙한 솜씨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
짝, 짝, 짝!
얼어붙은 연무장 속에서 오독문주만이 박수를 치며 솔직하게 경탄했다.
“과연, 과연! 과연 강호의 명성이 거짓이 아니었군!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성취라니! 본문은 그대를 손님으로 기꺼이 대접하도록 하겠다. 허나……!”
그가 사마현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금혈방의 자네는 어떠한가?”
[아……. 저 양반, 기어코 나도 확인해 볼 요량이네~?] [적당히 해. 친선 비무이니 사람 죽이진 말고. 많이 치료하게도 하지 말고.] [형도 알다시피 사람을 안 죽이고 제압하는 건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일이야.]그것은 사마현이 익힌 무공 특성 때문이기도 했다.
그가 익힌 천변검만공(千變檢萬功)은 애초에 상대를 살려 두는 상황 자체를 전제하지 않았으니까.
죽이든가, 아니면 죽든가.
진천희가 혀를 차더니 눈이 푸른빛으로 변한다.
중상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 빠르게 계산하는 모양이다.
사마현의 무공 특성상, 비무가 끝나고 나면 환자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할 터이니.
[하지만~ 그냥 노는 정도라면 어떻게든 되겠다.] [뭐?]사마현은 대답 대신 장난스럽게 포권을 했다.
“금혈방 은당주 사마현! 저도 시험을 받아 보겠습니다.”
그러자 일전에 사마현에게 시비를 걸었던 그 적웅족이 앞으로 나섰다.
“너는 내가 상대하겠다! 내 이름은 데다밧타! 네 녀석을 뭉개 줄 사람이다!”
그는 일전의 복수를 하고 싶은 건지 사마현 앞에 서서 싸울 태세를 취했다. 자기소개도 지나치게 간단해서,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
그러나 다른 이들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오, 좋아~ 좋아~ 덤벼~ 덤벼~”
그런 적웅족의 사내에 맞서 사마현은 능글맞게 웃고는 가볍게 탁탁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토끼가 탁탁 뛰는 것 같은 모습.
권투 선수가 풋워크라도 하듯이 경쾌하게 발을 통통 구르는 것이 경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럴 때를 위해 준비했습지요. 가가~ 토형보(兎形步)이옵니다~]문자 그대로 토끼의 형태를 본뜬 보법이었다.
[이런 것도 미리 배워 둔 거야?] [가가께서 그리도 질색하시니 어쩔 수 없잖습니까~ 그리고 무대를 달구는 건 제 전문이기도 하고요~]아니나 다를까.
사마현의 폴짝폴짝 보법에 지켜보는 오독문조차 와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이놈이 사람을 놀려?!”
“오우~ 그런 거 아닙니다~ 토끼가 얼마나 무서운 동물인데 그러십니까~?”
적웅족의 사내는 손에 철권갑을 꼈다. 봐주지 않겠다는 의미.
그러더니 철권갑을 낀 상태로 망치처럼 사마현에게 위에서 아래로 공격을 찍어 내린다.
거대한 체구를 이용한 강력한 일격!
‘사마현이 토형보를 들고 오니, 저쪽은 웅형권인가.’
토끼를 상대하는 곰.
상성만 본다면 웅형권이 좀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
허나, 사마현도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통!
가볍게 뛴 것 같았지만, 사마현의 몸은 순식간에 데다밧타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그대로 위로 솟구친다.
순식간에 사마현의 몸이 적웅족 사내의 어깨 위까지 뛰어올랐고, 그와 함께 그의 몸이 물구나무를 서듯 핑그르르 돌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내가중수법을 담은 손바닥이 적웅족 사내의 어깨를 후려친다.
파앙!
“크허허헛! 간지럽다!”
그러고는 그대로 내리찍었던 손을 들어 올리며 크게 휘두르는 적웅족.
그러나 이미 그의 어깨를 때리는 반동을 이용해 사마현은 그의 옆으로 떨어져 내리고서는 뒤로 물러나는 중이었다.
“와, 이대로 기절했으면 덜 아프고 끝났을 텐데 아쉽네. 외공이 제법인걸?”
그리 말하더니 사마현의 두 손이 황금빛을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