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83
제 383화
‘음, 저건 소설에 없던 무공인데. 천변검만공과도 다르고.’
혹시 금혈방주 황금왕에게서 사사받은 무공인가?
궁금해져서 전음으로 물으니 사마현이 곧바로 답했다.
비무 와중이지만, 애초에 상대는 화경에 들어서지도 못한 이.
그래서 진천희도 사마현도 둘 다 별다른 위기감을 가지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정답. 이건 스승님께 배운 황금수라는 수공(手功)이야. 쉽게 말해 손 자체가 강해지지~]‘사마현의 미친 악력에 황금왕의 황금수까지 익혔다고?’
무척이나 좋은 조합이다.
얼마나 좋냐면, 진천희 자신도 이 이상 괜찮은 조합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상성이 찰떡이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적웅족이 덤벼들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주먹을 휘두른다.
그러나, 사마현은 일부러 토끼 같은 자세로 계속해서 적웅족의 공격을 족족 피해 냈다.
‘와……. 개빡치라고 하는 거다, 저건.’
보는 사람이야 웃기지만 적웅족 무인은 화가 나서 눈이 빨개질 지경이었다.
쾅, 콰앙!
아니나 다를까, 종이 한 장 차이로 계속해서 공격을 피해 내더니, 적당한 때.
[슬슬 끝내 볼까~]탁-
금색 손이 적웅족의 골반을 붙잡았다.
놀랍게도 골반을 뒤틀자 다리가 탈골이 되는 게 아닌가.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비명 좋고~]그렇게 거구가 바닥에 쿵, 쓰러졌다.
사마현은 과장된 자세로 포권을 했다.
진천희가 형언할 수 없는 속도로 적을 처치했다면, 사마현은 비무 자체가 하나의 춤이었다.
“승부는 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들 즐거우셨습니까?”
그의 포권에 방금 전까지 웃던 오독문의 사람들이 굳은 얼굴로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들도 이젠 아는 것이다.
사마현이 진심으로 상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둘 사이에 어마어마한 실력적 격차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도.
[형, 마음에 들어~?]사마현은 그리 전음을 보내며 오독문주에게도 과장되게 예를 표했다.
오독문주가 말했다.
“하하하하하하! 패기가 마음에 드는군그래.”
오독문주의 웃음만이 고요한 세계에서 울려 퍼진다.
“비무 종료! 두 사람 모두 본문의 손님이 되기에 합당하다. 그러니 손님들을 환영하도록 하지!”
오독문주의 말과 함께, 비무가 끝이 났다. 그리고 일행들은 귀빈이 머무는 숙소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독문도들의 시선은 따가워서, 등 뒤가 따끔따끔거릴 정도였다.
* * *
“교에서 벽안광의를 원할 줄은 몰랐는걸.”
“본교에 그를 싫어하는 분께서 계시기 때문이오.”
“큭큭큭. 하기사. 소문을 듣자 하니 제대로 미친놈이더군. 교에서 싫어할 만해.”
오독문의 어느 한 장소.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 석실에서 쇠를 긁는 듯한 변조된 목소리가 낮게 흉악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 상대 역시 변조되어 가느다랗고 건조한 목소리였는데, 건조한 목소리의 주인이 다시금 말했다.
“수호영수를 잠재울 독은 이미 준비되었소.”
“그렇다면 거사만이 남았군그래.”
“교에서는 귀하에게 거는 기대가 크오.”
“크크크큭. 거사가 잘 진행된다면, 본문은 교의 가장 든든한 동맹이 되어 줄 것일세.”
“물론 그렇겠지. 그렇다면 무운을 비오.”
건조한 목소리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홀로 중얼거렸다.
“흐……. 잡종 따위가 본문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둠 속의 흉계가 진행되고 있었다.
* * *
환영 연회는 몹시도 이국적이었다.
‘이야, 사천당가도 대단했는데 여기는 더하네.’
각 혈족마다 피부색과 골격이 다르다 보니 이국적인 분위기가 더욱 강했다.
‘완농보다 더 낯선 거 같아.’
그렇게 예인들의 춤사위를 지켜보고 있는데 음식을 나르던 하인이 그만 발을 헛디뎌 술을 엎었다.
쨍강!
은으로 만든 술병이며 술잔이 쏟아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아이고, 비싼 술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부문주가 몸을 일으켰다.
“손님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그 순간, 그의 손에 있던 채찍이 득달같이 날아가 하인을 후려쳤다.
짜악!
하인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양민인지 그 한 번에 피를 토하며 몸이 땅바닥을 굴렀다.
부문주는 바닥을 구르는 하인을 향해 재차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용서를……. 제발……!”
“버러지같이 천한 놈이 감히 연회를 망쳐?!”
‘와아, 사람 죽겠다.’
호탕한 면도 있다 싶었는데, 술 좀 쏟았다고 채찍질을 하다니.
괜히 사파가 아니다.
진천희는 몸을 일으켰다.
“그만, 그만하시죠.”
그러나 부문주는 대답 대신 다시 채찍을 날렸다.
진천희는 급하게 들고 있던 찻잔에 내력을 담아 던졌다.
놀랍게도 찻잔의 회전력이 채찍을 휘감았다.
쨍강!
하인 대신 찻잔을 깨트린 부문주는 놀라서 눈을 홉떴다.
깨지며 비산하는 찻잔 조각이 신기하게도 하인에게 흠집 하나 내지 않았기 때문.
그 뜻은 방금 던진 찻잔에 예상 이상으로 큰 무학이 담겨 있다는 뜻이었다.
사마현은 술잔을 삼키며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내공을 그리 담지 않았지.’
검기, 검강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럴듯한 내력을 담아서 던질 줄 알았는데, 도리어 진천희는 최소한의 내력만을 담아 던졌다.
그럼에도 채찍의 위력을 감소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파편 조각을 원하는 대로 조종해 내다니.
그 한 번에 얼마나 심후한 계산이 담겨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부문주가 노기를 삼키며 말했다.
“오독문에도 오독문의 법이 있소.”
진천희는 힐끗 오독문주를 보았다. 그러나 그는 말없이 이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으나, 이 일에 끼지 않으려는 것은 확실해 보였고.
“그 이상 채찍질을 하시면 이 사람은 죽습니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연회장에서 시체를 치울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도 이자가 약하기에 죽는 것이오.”
“무공을 모르는 양민이라고 하더라도요?”
“마찬가지. 자신이 저지른 죄를 감당할 힘이 되지 않는다면 죽는 것 또한 마땅한 법도겠지.”
‘흠, 역시 좋게 말해서는 해결이 안 되는 건가.’
그게 이곳의 법도라고 주장하며 진천희를 물러서게 할 생각인 모양이나.
어떤 법도도 사람의 목숨보다 중하지 않음을 진천희는 알고 있었다.
하물며 무공도 익히지 못한 양민에게 내력을 담아 채찍질하는 것은 죽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법도를 운운하니, 이쪽도 똑같이 받아쳐 주는 수밖에.
“오독문에는 손님이 보는 자리에서 식구를 채찍질하여 손님을 불쾌하게 하는 법도가 있나 봅니다?”
진천희의 말에 부문주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다.
“뭣이?!”
그 순간, 문주가 나섰다.
“그만, 부문주. 그대가 과했소.”
문주가 직접 말하니, 부문주도 어찌할 수가 없었는지 화를 꽉 참아 냈다.
“후우……. 알겠소. 내 과한 걸 인정하리다.”
진천희는 생각했다.
‘채찍질은 멈췄군. 뒤끝이 있는 작자라면 뒤에서 괴롭힐 수도 있긴 하겠지만……. 적어도 이 사람은 오늘 목숨을 건졌구나.’
허나 그것만으로도 하인은 눈물 나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당장의 구명(救命).
하인은 계속해서 고개를 조아렸다.
“아닙니다…….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몸은 움직이실 수 있겠습니까?]진천희는 그렇게 물으며 슬쩍 진맥하더니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으시겠으나 내상을 입으셨군요. 후원으로 가시면 상의원들이 치료해 줄 겁니다. 제가 미리 일러두지요.]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 이 하인은 앞으로 고생문이 열렸다.
허나, 기왕 오늘 보게 된 인연.
그것도 연(聯)이니 의원으로서 하는 데까지는 해 주는 게 좋겠지.
진천희는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분위기는 박살 났고, 연회는 이대로 끝났다.
‘스승님께서는 오독문을 우리 편으로 만들고자 하셨는데…… 만약 내가 상상하는 그런 최악의 문파라면, 같은 편이 되어도 문제겠는걸?’
하지만 한 가지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 * *
진천희와 일행은 숙소로 돌아갔다.
오독문은 통이 크게도 단순 후원 수준이 아닌, 커다란 대저택을 머물 수 있게 빌려주었다.
덕분에 백린의각 무력 사 대도 여기서 머물게 되었다.
“문주와 부문주 사이가 안 좋은 거 같지?”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연회 내내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를 해도 두 사람은 거의 대화를 안 했어. 눈도 잘 안 마주치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걸 보면…… 역시 둘의 관계가 나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걸 거고…….”
진천희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오독문을 끌어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는 건 둘째 치고……. 단순 실수에 채찍질로 죽이려 하다니. 사파라고는 해도 산채나 마적 정도가 아니면 거기까지는 안 가지 않나? 거기다 그 하인은 내공을 익히지 않았던데.”
“뭐, 산채나 마적도 보통은 자기들끼리 먹지, 양민은 잘 안 써. 쓸 수 있는 양민이라고 해 봐야 잡아온 자들인데. 가족친지 다 죽여 버린 판에 음식에 독이라도 넣었을지 누가 알아?”
과연 강호 무림.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이다.
사마현이 말했다.
“뭐어, 그래도 뒤에서 채찍질해서 죽이는 것과 연회 한복판에서 술 마시면서 양민 때려죽이는 건 다르지. 그거 보면서 술맛 살아 있는 놈은……. 그놈이 대단한 놈이지.”
참 재미있긴 하다.
사파는 악한 짓을 하고 살긴 한다.
허나, 악인도 자기만의 변명거리가 있고, 자기 자신은 나름대로 좋은 축이라고 믿는다.
옛날 조폭 영화에서도 조폭들마다 각자 나름대로 명분 비슷한 걸 들고 오지 않나.
착한 일진 전설마냥.
이른바 자기변명, 자기 합리화인 거지.
그러다 보니 혈선교처럼 완전히 집단이 광신으로 돌아 버린 게 아니라면 기쁜 자리에서 손에 피 묻히는 일은 흔치 않다.
다 같이 술 마시는 자리에서 누군가의 목을 치려면 집단의 공동의 적은 되어야 하고, 그게 어떠한 의식이 되어야 한다.
약한 양민을 연회장에서 채찍으로 때려죽이면서 술 마시며 하하호호 풍악을 울리는 곳은 의외로 많지 않다.
문득 진천희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허나, 없는 것도 아니지.’
인간 집단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가.
반대로, 거기까지 미치기 위해서는 얼마나 썩어야 하는가.
사마현이 말했다.
“일단 부문주가 저러는 건 둘 중 하나지. 오독문이 혈선교급은 아니어도…… 그 아래 급은 되는 돌아 버린 집단이거나. 아니면 일부러 문주의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잔혹성을 보여 주려는 것.”
“…….”
진천희는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