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86
제 386화
진천희는 재빨리 나서서 말했다.
“저희 의각 의원이 말실수를 하여 죄송합니다.”
이런 문제는 빠르게 소강시키는 게 좋다.
“이 땅에 사는 분들의 방식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것이겠지요. 그것에 대해 나쁘다고 이야기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병에 대한 염려 때문에 그런 거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나서서 차분히 정리를 하자 오독문도 더는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크흠, 소각주가 그리 사과를 한다면 넘어가겠소. 허나 주의해 주시기 바라오. 풍장이 이번에 유독 가깝게 위치하게 된 것은 이번에 임명된 오독문의 신인(神人)이 신탁을 그곳에 내렸기 때문이오.”
‘음, 풍장 위치는 샤먼이 정하는 모양이군.’
그러면 그 신인(神人)이라는 자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
만나 보질 않았으니 알 수는 없으나 선대에 비해 풍수 보는 안목은 좀 부족하다는 것은 알 것 같았다.
“신인(神人)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신가요?”
“운남 씨족들의 운명을 예언을 하고, 길흉화복을 점치지요. 신인께서 점지한 곳에 집터를 세우고 풍장 위치를 잡소.”
‘우두머리 샤먼이군.’
어쩌면 오독의각의 태도가 하루 만에 돌변한 것은 그 신인 때문이 아닐까?
그만한 신뢰를 받고 있는 자라면.
그 신인이 막말로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는 말 한마디만 해 줘도 하루 종일 신경 쓰이는 게 사람 심리 아닌가.
진천희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희 역시 그분의 뜻을 존중합니다.”
“우리도 방금 이야기는 잊겠소.”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처음 풍장 이야기를 꺼낸 의원은 위가 아픈지 명치를 붙잡고만 있었고, 진천희는 그러거나 말거나 망고 화채에 집중했다.
‘오늘 저녁까지 의술 교류회를 마무리하고. 내일 떠나야겠다.’
전생과 현생의 경험을 통틀었을 때.
오독문과의 거리는 딱 이 정도까지가 좋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화채 안 드실 거면…….”
“소각주님 드시죠.”
“고맙습니다.”
그렇게 입맛이 떨어진 의각원들의 화채를 혼자 집어 먹으며 진천희는 차분히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신인……. 신인이라.’
묘하게 신경이 쓰이지만 최대한 멀리 하는 게 좋겠지.
어른은 그렇게 선을 그었다.
* * *
다음 날 아침, 진천희는 곧바로 오독문을 떠났다.
처음부터 신속하게 떠날 준비를 하고 처세술적으로 밑밥을 깔았기 때문에 오독문 측에서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신인(神人)은 각 부족의 점술사 중의 하나가 임명된다고 했지.’
가장 점을 잘 맞추는 이가 신인(神人)이 된다고 했다.
전대 신인이 사망하고 난 후.
오독문을 이루는 각 씨족 점술사들이 집결.
거기서 가장 먼저 죽을 이와 그 죽는 이의 일시를 맞히는 자가 신인이 된다고 했다.
만약 죽는 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또는 맞히는 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점을 본다고 했다.
‘허나 신기하게도 보통은 세 번 안에는 신인(神人)이 배출된다고 하지.’
씨족이라고 하지만 행정적으로 봤을 때 운남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신고가 안 되는 인구들까지 한다면 그 수는 족히 두세 배.
항주의 인구를 웃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씨족을 따라 점조직이 되어 흩어져 여기저기 지내는 게 지금의 운남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대 신인(神人)이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긴 한 거 같아.’
기존의 신인들이 정했던 풍장의 위치를 옮긴 것도 문제인 거 같고.
당장 오독의각만 해도 가볍게 사람이 돌변하지 않나.
단순히 내년 길흉화복만 보는 게 아니라 행정적, 외교적, 위생적 문제까지 깊게 건드리는 모양.
‘역시 그때 풍장은 걸리긴 하지만…….’
진천희가 뭐라고 말한들 어차피 이방인의 말인 이상. 그들은 간섭을 원치 않았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세균이나 위생에 대한 메커니즘을 가르쳐 주었고 그것을 증명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토박이들이 결정할 문제 아닌가.
‘나는 정치가도 아니고 사상가도 아니지. 너무 많은 짐을 지려 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며 말의 목을 만졌다.
얼마나 더 갔을까.
지나 왔던 마을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만선이 말했다.
“소각주님, 날이 저물고 있는데 저 마을에서 머무는 것은 어떠십니까?”
“괜찮네요. 그리하도록 하죠.”
그렇게 마을을 향해 가고 있는데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형, 마을 사람들이 공터에 모두 모여 있는데?”
안력을 돋궈 보니 무장한 인간들이 그런 마을 사람들을 둘러싸고 포위하고 있는 형태였다.
‘음……?’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마을 사람들 누구도 병장기를 쥐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평화적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분위기 자체는 험악했으니까.
마을에 다가갈수록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으나, 중원어가 아니다 보니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옆에 있던 사마현의 사저이자 은혈당 부당주 임운현이 말했다.
“토착어에 방언까지 들어가서 알아듣기가 어려운데……. 저들은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하는군요.”
“음?”
“@@$%#&–!!!”
모르는 언어가 다시 울리자 계속해서 통역해 주었다.
“선조가 노하여 저 마을에 침을 뱉었다고 합니다. 역병이 창궐하니…….”
이윽고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들리는 말은 또박또박 번역했다.
“피와 살…….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모두 죽여 선조들에게 바치겠다고 하는군요.”
“네?”
대량 학살.
신인의 명령이고 뭐고 진천희는 곧바로 말을 몰아 나서려고 했다.
그때 사마현이 강한 악력으로 진천희를 붙잡았다.
“형, 이거 이 지역 사람들 일이야. 형이 상관할 필요 없어.”
“알아.”
그 순간, 가장 앞줄에 있던 할머니가 뭐라고 외쳤다.
“#^@#$@^@#–!!!”
왜일까. 모르는 말이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오독문도들이 할머니를 엎어뜨리고 모두가 함께 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끄아아아악!”
비명 소리는 어찌하여 만국이 공통일까.
웃긴 것은 내력을 익힌 자들이기에 이런 힘없는 할머니 정도는 즉각 처형할 수 있을 거란 점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히려 내력을 쓰지 않고 할머니를 발로 차고 있었다.
오랫동안 고통을 느끼게끔 하는 게 목적이었고.
개중에는 할머니를 놀리듯 낄낄거리는 자들마저도 있었다.
“미안하다, 현아. 미안하다.”
“형…….”
우드득-
할머니의 몸 어딘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 그런 거 몰라. 만선! 책임은 저 혼자 지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러니 대기하세요.”
진천희는 그리 말하고는 말을 박차고 앞으로 나섰다.
“그만하십시오!”
진천희가 외치면서 나서자 만선이 머리를 긁적였다.
“내, 참. 소각주님께서는 왜 각주님이 이렇게 많은 인원을 보냈는지 잊으신 것 같습니다, 이거.”
사마현이 물었다.
“이러라고요?”
“네. 소각주님이 못 참고 깽판 치면 배경 하라고요.”
“하긴, 형도 그동안 오래 참았지~”
진천희를 따라 백린의각 무리가 다가가자 오독문의 무인들이 경계했다.
“이것은 본문의 일이니 물러서시오.”
“만약 이 사람들을 핍박하려거든 저는 이 사실을 관아에 알릴 겁니다.”
“역시 중원인. 제국의 앞잡이!”
차앙-!
비수가 사각을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진천희가 턱을 뒤틀어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원래라면 그렇게 날아갔을 비수가 궤도를 꺾어 이번에는 진천희의 미간을 향해 날아왔다.
가느다란 실로 비수를 조종하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독문 절기.
천독천비(千毒天飛)–!
수많은 비수들이 진천희의 시야를 덮었다.
각기 다른 독들이 발려 있는 암기. 이중 하나라도 닿았다가는 살이 썩을 게 분명했다.
그 순간, 진천희가 꺼낸 것은 검이 아니었다.
‘우산–?!’
고온다습한 운남 지역의 필수품.
대단할 것도 없다. 그저 대나무에 비단을 바른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우산이 핑그르르 돌며 암기를 모두 튕겨 내는 게 아닌가.
차자자장!
그렇게 튕겨 나간 암기는 진천희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바닥에 꽂혔다.
치익 소리를 내며 바닥이 녹아들어 가는 암기가 몇몇.
상당한 절독들이었다.
문득, 우산살 사이로 암기 두어 개가 끼워져 있는 것을 오독무인들은 뒤늦게 확인했고.
탕!
암기가 총알처럼 날아가 제 주인을 스치고 지나갔다.
치명상은 아니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갈 정도는 충분했다.
본인이 사용한 독에 본인들이 중독된 셈.
“크윽! 빌어먹을.”
“빨리 해독하십시오. 그래도 독문이니 해독제는 상비하고 계시겠죠?”
역시나 진천희의 말대로 오독무인들은 해독제로 보이는 환약을 입에 털어 넣고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하며 독기를 쫓아내기 시작했다.
진천희는 우산 끝으로 차분히 그들을 가리켰다.
“더 오실 분?”
기이하게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붉은 장우산을 그가 겨누니 흡사 빙정검 같은 섬뜩함이 배어 나왔다.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고 멈칫하는 사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옷을 차려입은 자가 달려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꽤나 곱상하게 생긴 사내로, 외견 특징을 봐서는 금충족으로 보였다.
이마부터 발끝까지 장신구를 치렁치렁하게 걸쳤는데 움직일 때마다 짤랑이는 소리가 울렸다.
‘이 사람이 혹시 새로 임명되었다는 신인(神人)인가.’
무인이 입기에는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차림이었으니까.
그는 진천희와 진천희 뒤에 있는 백린의각 무인 배경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백린의각에서 무슨 일이십니까?”
노기를 띠면서도 따박따박 존댓말을 한 것은 진천희 뒤에 있는 압도적인 배경 때문이리라.
“양민을 죽이려고 하여 말리러 왔습니다.”
“저들은 선조들의 노여움을 산 이들입니다. 때문에 율법에 따라 제물이 되어야 하지요.”
“선조들의 노여움? 전염병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습니다만.”
그 말에 신인이 빠르게 말했다.
“병이 아닙니다. 저주이지요. 그것도 확실한 선조들의 노여움. 의원이 와도 해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주이니까요.”
완고하게 저주라는 말을 하니, 과학이란 단어로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말씀 잘하셨습니다. 저주라고 하시는데, 제가 완농에서 주술을 배워 왔습니다. 그것으로 치료해 보는 것은 어떠십니까?”
“허허허, 웃기는 소리군요.”
신인의 말에 진천희가 접었던 우산을 폈다.
팡-
그러고는 어깨에 걸치며 태연히 말을 이어 나갔다.
“뭐, 그러지 않으시면 아까 말했듯이 관아에 이 사실을 고발토록 하겠습니다. 대규모 양민 학살이 있었다고요. 또한 고발자를 참살하려고 했다는 것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크흠……!”
보통 강호식 해결이라면 살인멸구다.
허나, 진천희의 배경이 그것을 가만히 놔두질 않고 있고.
진천희 자신의 무력도 화경의 경지.
화경의 무인이 작정하고 토끼려고 한다면 귀찮아지게 된다.
까득-
신인이 이를 갈더니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물러나겠으나, 후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요. 그때 만약 해결을 하지 못하신다면 저 역시 선조들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그대를 대신 제물로 바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