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89
제 388화
‘와아……. 이게 의원의 지옥이지.’
이렇게 다양한 증상들이 연이어 생기고, 공통점은 같은 우물을 사용한다는 점.
잠복기가 없어 보이지만 초기에 발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
또 그렇게 한 주가 지나면 복통과 피부 발진.
사람에 따라서는 배가 아프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일단 꽤 많은 수가 복통을 호소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고 왜인지 알아서 다 나은 환자도 존재했다.
‘……좀 더 자세히 진맥을 해 봐야 하지만 이 모든 증상이 겹치는 것들 중에 짐작 가는 병이 하나 있긴 해.’
장티푸스(腸typhus, typhoid fever).
조기 치료를 놓치면 현대에서도 사망률 10%~20%인 무서운 질병이다.(조기 치료 시 사망률 1% 이하.)
고대 아테네에서 이 병으로 많은 이들이 사망해 아테네 황금기를 끝낸 요인 중 하나라는 가설이 있을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제는 거의 없어져 가고 있다고는 해도, 2017년 어느 호텔에서 장티푸스가 발병했고 호텔을 잠정 폐쇄하기까지 했다.
구내식당 조리사가 감염자 중의 하나였는데, 병원을 열 번도 넘게 들를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으나 위에서 무리하게 일을 시킨 결과 감염이 더욱 확산된 예였다.
그 외에는 해외 감염.
인도, 동남아 지역 등을 여행하다가 걸려 오는 경우가 꽤 있다.
특히 인도 단체 관광 중에 한꺼번에 걸려 온 사례가 있는데.
‘장티푸스 만성 유행국으로 지정된 곳은 가기 전에 꼭 접종을 받고 가고, 다녀와서도 열이 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싶으면 빨리 병원에 가서 갔다 온 나라를 의사에게 말합시다.’
이것만 해 줘도 괜찮다.
가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왜인지 자신이 인도, 동남아에 여행 다녀왔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는 환자분들이 있는데.
그때부터는 의사가 혼자 추리를 해야 한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균의 일종에 의해 생기는 급성 전신감염질환이다.
물론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살모넬라균 전부가 문제인 건 아니다.
원래라면 사람의 소화관과 파충류에게서 발견되는 놈인데, 어떤 건 도움이 되는데 어떤 건 지독하게 위험하다.
그러한 병균은 파충류나 양서류의 피부에 사람이 접촉하는 것만으로 옮기도 하고, 그 감염된 사람의 대변을 통해 더욱 확산된다.
몸에 들어온 균의 수가 약 100만에서 사람에 따라 10억 마리 이상이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몸에서 증식을 시작한다.
웃긴 게 소나 돼지 같은 가축 몸 속에 들어가면 별일 없다.
알아서 잘 살고, 알아서 변으로 잘 나온다.
그리고 그 변이 들어간 강물을 먹은 사람은 감염된다.
‘현대라면 혈액 배양 검사지, 그리고 골수 배양 검사까지 하면 100%로 진단을 할 수 있고.’
인도 상황과 비슷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쪽 여행을 다녀온 환자들이 많이 걸려 오곤 하는데, 이게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이 물을 통해 떠다니게 되고 그 물에 손을 씻고 음식을 만들면 당연히 오염된 음식이 된다.
심지어 죽은 사람의 시체를 통해서도 퍼질 수도 있다.
‘왜 풍장 위치를 거기다 둔 거지?’
선대 신인이 정한 곳은 따로 있다고 했다.
풍장 특성상 아무리 괜찮은 곳에 한다고 해도 결국 바람으로도 세균이 공기 전파 되고.
나방이 사람 머리통만 하고 독수리가 텐트만 한 대자연의 세계에서 동물이 뜯어 먹는 걸 막는 것도 쉽지가 않다.
오히려 동물이 많이 뜯어 먹으면 사자(死者)가 좋은 곳으로 갔다고 믿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감염 전파까지는 못 막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불법이다.
같은 이유로 조장(鳥葬), 수장(水葬)도 불법이다.
몽골도 옛날에는 풍장의 전통이 있었으나, 지금은 대한민국과 같은 이유로 불법이다.
그래도 현재 신인(神人)이 정한 풍장 위치보다야 옛날 풍장 위치가 훨씬 나을 것이고, 사람 사는 거주지와도 크게 떨어져 있는 곳이니 이런 대규모 전염병 발병은 없을 터.
‘결국 처음 왔을 때 봤던 사람들도 장티푸스 환자였겠구나.’
그리고 그 시신에 있던 병원균이 동물과 근처에 흐르는 강물에 의해 사방에 퍼지고 있다.
‘이거……. 나도 걸렸을 수도 있겠는데.’
어쩐지 망고 화채가 맛있더라.
‘장티푸스 잠복기가 평균 1~3주던가.’
이 기간 중 언제 발병이 시작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늘 그래 왔지만 병마는 인간의 사정 같은 건 모르고, 죽음은 사소한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시한폭탄을 모두가 짊어진 셈이었다.
* * *
상의원들의 도움과 끈질긴 진맥으로 다양한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결국 장티푸스가 맞아 보였다.
‘망했네. 이거.’
웃긴 건 진천희 자신도 그걸로 훅 가 버리는 수가 있다는 거다.
심지어 백린의각의 다른 무인들도 그 화채를 먹었으니 망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 있긴 했다.
‘항생제가 그나마 듣는 병이지.’
어떤 종류의 항생제든 장티푸스 치료에는 임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물론 현대 와서는 순수 화학 물질로 구성된, 현대 화학의 정수!
퀴놀론 계열의 항생제를 사용하지만 없는 거 부르짖어 봐야 의미 없다.
여기는 슈퍼바이러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페니실린으로도 충분히 임상에서 효과를 보고 있고, 지금도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 가능했다.
‘이건 콜레라보다 낫다.’
대규모 사람들과 이동하다 보니 페니실린부터 아직 대량생산까지는 못 간 스트렙토마이신까지 죄다 들고 온 게 신의 한 수다.
‘넉넉하게 들고 와서 다행이다.’
허나 문제는 그쪽이 아니었다. 장티푸스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합병증이 문제였다.
우선 장 천공이 발생한 경우 천공된 장을 수술적으로 절제해야 하고, 혐기성 균을 제거하는 항생제를 대량으로 팍팍 써야 한다.
어떤 항생제든 장티푸스에 들으니 그걸 쓴다고는 해도.
‘열이 떨어지려면 이삼 일……. 정상 체온까지 내려가려면 최소 닷새. 증상이 끝나도 항생제 치료는 계속해야 하고.’
거기다 오독문에서 분명 무인들을 끌고 올 테니 전쟁이 있을 거다.
백린의각 분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허나 여기에서 분타까지의 거리는…….
‘환자를 데리고 전쟁을 대비해야 하다니.’
그나마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당가의각이다.
그렇다고 당가를 이 일에 끌어들일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정말로 전쟁이니까.
‘이미…… 이 사람들을 살리기로 한 이상, 돌이킬 수 없지 않나.’
손이 차갑게 식었다.
기울어진 세상 위로 누군가가 다가온다.
기이했다. 이 사람의 얼굴만큼은 기울어지지 않았…….
“형?”
“어. 너 왜 그런 자세로 있냐?”
사마현이 고개를 비스름하게 꺾어서 진천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타인이 보기에는 참 이상한 각도일 테지만 진천희 시야에는 사마현만이 똑바로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상한 현상이었다.
사마현이 말을 이었다.
“금혈방 도움 받을래?”
“뭐?”
“당가의 도움을 받았다가는 자칫 정사 대전으로 발전할까 봐 그런 거 아니야?”
정곡이었다.
사마현이 말을 이었다.
“잊고 있었어? 당가의각보다 더 가까운 건 금혈방 분타야. 금혈방 분타가 없는 곳은 없고, 심지어 오독문 내에 있어. 그리고 잊고 있나 본데, 금혈방은 원래 상행과 표업이 주 업무야.”
“……밀수가 아니고?”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이 피식 웃었다.
“약간 법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물건을 표행 하긴 하지.”
그걸 세상에서는 불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너는 왜 그렇게 고개를 꺾고 있어?”
“…….”
사마현은 웃기만 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튼 쓸 거지? 금혈방.”
“많이 요구할 건데 괜찮아?”
“응. 형이 벌어다 준 돈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써. 이러려고 내가 올라간 거니까.”
“백린의각 항생제가 더 필요해. 대량으로 옮겨 와야 할 거 같아. 그리고 전쟁이 생길지도 모르니 무인…… 그것도 사파 출신의 무인이 필요해.”
“정사대전까지는 가고 싶지 않은 거구나.”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모르겠어. 이 사람들을 처형시키려면 우리와 싸워야 할 텐데 그러면 그쪽이 더 피를 많이 흘릴 거야. 굉장히 비합리적인 일이지. 합리적으로 본다면 대화와 타협을 해야지.”
그 말에 사마현이 웃었다.
“형은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만약 그랬다면 지구 별에도 전쟁은 없었겠지.
지구 뒤쪽에서는 고작 담배 한 갑을 얻으려고 총질을 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 인간은 그리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었다.
“더 쉬운 방법 알려줄까, 형?”
“지금이라도 손 떼고 도망치라고?”
“응, 형이 떠나면 이 사람들은 처형당하겠지. 그러고도 안 되면 사족을 또 처형시키긴 할 거야. 사족의 씨가 말라도 역병이 낫지 않으면, 이제 더 약한 일족을 처형시키겠지.”
그 말에 진천희가 피식 웃었다.
“신인(神人)을 바꾸는 건 안 하고?”
사마현이 고개를 저었다.
“신인(神人)이 멍청하고 약하면 바뀔 텐데, 걔 관상을 보니까 오래 해 먹겠더라.”
사마현의 야매 관상학이다.
악당에 관해서는 적중률 100%를 보여 준다.
* * *
사족이 살고 있는 마을은 이 지역의 언어로 호야바로라고 했다.
중원의 언어로 하면 사굴(蛇窟) 정도 되는 의미이니 꽤나 악취미적인 명칭이라고 할 만하다.
근처에서 소규모 농사를 짓고, 과일 및 독초나 약초를 채집하며 생활한다.
그리고 들짐승의 사냥으로 연명하는 마을로, 인구는 남녀노소 전부 합해서 겨우 이백여 명 남짓.
그중에서도 병의 증세가 시작된 이의 수는 정확히 서른넷이었고.
중환자는 여섯으로, 이들이 장 천공이나 장 폐색 등의 합병증이 일어난 사람들이다.
즉, 경환자 서른넷, 중환자가 여섯.
그걸 파악하는 데만 거의 반나절이 흘렀다.
호야바로 마을 주민들 모두를 진찰하고 병의 유무를 밝혀야 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진천희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지.’
신인(神人)이 오독문의 무인들을 집결시켜 쳐들어오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그렇기에 사마현과 백린의각 무력 사 대의 무인들에게 따로 지시를 내려 두었다.
가장 첫째로 한 것은 간이 병실을 만드는 것.
우선 진천희는 환자들을 격리하기 위해서 간단한 천막을 짓게 만들었는데, 그 천막이 마을 외곽에 빼곡히 생겨났다.
이것도 진천희가 한국에서 본 여러 가지 다큐멘터리나 ‘숲에서 혼자 살아남기’같은 BJ방송을 봤던 것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무와 나뭇잎으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천막.
비를 막아 주고 햇빛과 바람을 어느 정도 차단해 준다.
장티푸스는 전염병이니 당연히 환자들을 격리하는 것이 첫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