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94
제 393화
진천희는 생각했다.
‘스타C래프트로 치면 SCV부터 터뜨리는 거지. 공격 유닛이 더 멋있고 대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전략 게임에서는 사실 자원을 채취하는 농부가 더 귀중한 자원이니까.’
그것을 알기에 오독문은 분열을 원했고, 사마현은 돈으로 단합을 시켰다.
갈림길 앞.
무엇이 옳은지는 이방인들은 모른다.
그것은 이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니까.
그렇다면 [알 수 없는 내일]을 [뭔가 할 수 있는 내일]로 선택지를 바꾸면 될 일.
사마현이 고른 것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공포와 돈이었다.
“닥쳐라! 네놈의 그 교만한 혀를 놀려서 우리를 우롱하는 게냐! 네놈들을 모조리 죽이고 그 더러운 사족 놈들도 모조리 죽여 벌레 먹이로 던져 주겠다!”
진천희는 그 말에 결국 자신도 사마현의 가면을 쓰기로 했다.
단전에 기를 담아 목소리를 냈다.
“형제님들, 보십시오! 무식한 놈들이 할 줄 아는 게 협박질밖에 없지 않습니까–!”
[오, 형 잘하는데~?]사마현의 전음을 무시하고 진천희는 공수표를 던졌다.
“만약 이번 일이 잘 해결된다면 제가 백린의각 소각주의 권한으로 약속하겠습니다. 연무 도시 6호점! 여기 냅니다!”
“와아아아아아악–!!”
밀림 속 사람들이라 연무 도시가 뭔지 모를까 봐 걱정했는데 알 건 다 아시는 모양이다.
‘하긴, 내가 호인이라는 것도 알고 호구 잡으려고 했었는데, 뭐.’
그렇게 재개발의 열풍 속에서 백린의각 무인들은 활을 꽉 쥐었다.
* * *
‘이놈들…….’
충독당주. 그는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휘하에 있는 충독당에 속한 오독문의 무인들도 분노로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감히 사족 따위가!’
그와 그의 휘하에 있는 이들 역시, 오랜 인종차별과 박해에 익숙한 억압자들.
그들은 그들이 행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것에 반기를 드는 이들을 보며 이들이 회개를 할 것인가?
아니다.
분노한다. 증오한다. 그리고 그 불길을 쏟아내어 상대를 죽이고 싶어 했다. 때문에 충독당주가 노기를 띠며 외쳤다.
“더 이상 들어줄 것도 없다! 진법을 파괴하고 모조리 죽여라! 더러운 사족 따위 남기지 말 것이며, 저놈들을 모조리 죽여 증거를 없애도록 하라! 적들에게 죽음을!”
“적들에게 죽음을!”
오독문의 무인들이 무기를 꺼내든다. 살기가 솟구쳐 오르고, 그들의 살의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진법 안쪽의 백린의각 무력 사 대는 침착했다.
모두 활을 들고, 활줄에 화살을 잰다.
“나를 따라 저놈들을 죽…….”
그리고 충독당주가 먼저 진법을 향해 검기가 서린 칼을 휘두르려고 할 때.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숲속에서 울렸다.
“충독당주. 무슨 권한으로 네가 본문의 보호하에 있는 양민들을 몰살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거지?”
이윽고 약 이백여 명의 무인들.
그리고 그 선두에서 호랑이를 타고 있는 오독문주가 모습을 나타냈다.
‘음, 남만야수궁이 그 뿌리라고 하던가. 호랑이도 길들이는 모양이네.’
진천희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오독문주가 충독당주를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충독당주. 너는 지금 네 마음대로 본문의 동맹인 금혈방의 은당주와 백린의각의 소각주를 공격하려 했다. 누가 네게 그런 권한을 주었느냐.”
충독당주는 그 목소리에 얼어붙었다.
그러다가 문주의 뒤편을 힐끗 보더니 안색을 바로 회복하고 외쳤다.
“문주님! 저들은 지금 본문을 모욕하고, 동시에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정면으로 부정했습니다! 선조의 노여움을 의술로 치료할 수 있다는 거짓을 늘어놓고 사술로 양민을 현혹했단 말입니다!”
“사술, 사술이라.”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저들을 지금 일벌백계하지 않는다면, 감히 누가 우리를 두려워하고 존중하겠습니까?”
“호오, 일리 있는 말이로군. 허나, 충독당주. 자네가 그걸 판단할 위치인가?”
쿠그그그-
오독문주를 중심으로 살기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깊은 위압감에 같은 오독문도들도 숨을 삼켜야만 했다.
그의 기운을 느끼며 진천희는 판단했다.
‘오독문주. 화경 초입은 진즉에 넘었군. 천하 십 대 고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문의 문주일 만큼 강해.’
“진정하시지요. 문주.”
그때 오독문의 부문주가 다가와서 말했다.
“저열한 사족들의 반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선조의 노여움을 치료한다니요? 그것은 선조께서 내리신 징벌. 그것을 인간의 몸으로 치료하다니 가당키나 한 일이겠습니까? 결국 이것을 그대로 둔다면 사특한 사술에 넘어가시는 겁니다.”
“크흠.”
충독당주가 맞는 말이라는 듯 헛기침을 했다.
장단에 맞춰서 부문주가 말을 이었다.
“충독당주가 문주님께 보고하지 않고서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은 분명 과한 일이나, 외인들 앞에서 이리해서야 본문의 면이 서지 않습니다.”
진천희는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방언이 심하긴 해도 알아들을 정도는 되는군. 나도 많이 늘었어.’
문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군. 그래서 부문주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
“우선 충독당주는 뒤로 물리시지요. 그리고 저 천한 것들을 몰살하여 본보기로 삼고, 우리를 모욕한 금혈방과 백린의각 놈들도…….”
그 순간, 진천희가 말했다.
“부문주님! 돈 언제 갚으실 겁니까?”
사마현이 진천희어(語)를 익히듯, 진천희도 사마현어(語)를 좀 익혔다.
사마현도 형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마침 잘됐네요~ 아까 충독당주께서 개소리를 하기에 끊어졌는데 말이죠~ 금혈방에서 빌려간 금자 오만 냥의 원금을 갚을 날짜는 이미 일 년이나 지났고. 이자는 꼬박꼬박 착실하게 내시긴 하셨습니다만, 인수인계에 차질이 생겼는지 계약 연장도 안 됐군요~”
진천희는 사마현의 말을 받아서 한 번 더 이야기했다.
“그래서 언제 갚으실지 궁금합니다. 백린의각과 오독문은 그래도 거래 협력 관계 아닙니까. 강제 추심이라도 당하면 백린의각도 곤란하거든요. 그래서 언제 갚으시나요, 부문주님. 네?”
[크으~ 형, 잘하네~]‘현아, 형은 이럴 마음 없었어. 이게 다 너 때문이다.’
부문주를 돈으로 몰아붙이자 부문주의 얼굴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닥쳐랏–!”
내력을 실은 목소리가 밀림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감히 본문의 앞에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게냐! 이래서 천한 사족들이 더러운 중원 놈들과 붙어먹은 것이겠지! 문주님, 저렇게 방자하게 말하는 것이 바로 저들의 행동을 묵인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렇군.”
문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부문주.”
“예, 문주님.”
“분명 금혈방에 진 채무는 절반 정도 갚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자만 꼬박꼬박 갚고 원금은 갚지 않았다니…….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군그래.”
‘오, 이거 개꿀잼인데? 개판 오 분 전 가나요?’
크게 성을 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오독문주는 침착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외인들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 이 문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는 타고 있던 범에서 내려 진법 앞으로 다가갔다.
문주의 뒤를 부문주가 따라갔다.
“좋다. 백린의각의 소각주. 과연 선조의 노여움이 진정으로 의술로 치료되는지 확인하겠다. 만약 가능하다면 이 일은……. 음?! 크아아악!”
문주가 급히 자리를 피했다. 허나 등의 절반에 깊은 자상이 파고들었다.
독이 이미 깊게 스며든 건지 상처가 시커멓게 변색이 되었다.
“이게 무슨 짓……!?”
그 순간 부문주의 두 번째 암습이 파고들었다.
* * *
두 번째 배후 암습을 막으며 오독문주가 소리 질렀다.
“갑자기 기습을 하다니! 게흐라타! 네놈이 감히 배신을 하느냐!”
“쯧. 역시 저열한 잡종답게 피하는 건 잘하는군.”
“뭐라?!”
부문주가 단도를 혀로 핥으며 말했다.
“데트라흐! 네놈 때문에 본문은 유약해졌다. 이 운남성에서 중원 놈들이 활개치고, 더러운 사족 따위가 기어오르는 것도 네놈 때문이 아니더냐!”
오독문도가 소리 질렀다.
“부문주가 배신했다! 그는 배신자다–!”
“닥쳐라. 나를 따르는 자들이여. 무기를 꺼내라!”
내분이 시작되었다.
문주의 세력과 부문주의 세력.
두 집단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허나 이미 문주는 방금의 기습으로 중태.
문주가 기습당한 순간부터는 운남 지역의 부족민들이 쓰는 언어로 서로 소리 지르고 있으니 정확하게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던 진천희지만, 눈으로 본 것만 해도 이미 개판이 시작되었다.
다만. 진천희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런 개판을 기대한 건 아닌데?’
* * *
문주와 부문주 사이에 골이 깊은 건 알고 있었다.
아마 계속해서 기회를 노렸던 거겠지.
‘무당파나 오독문이나…… 다들 권력 앞에서는 피를 보는구나. 그러면 여기도 혈선교가……?’
하는 순간 부문주가 외쳤다.
“암세천하! 암세! 암암세!”
‘혈선교가 아니라 마교였어?’
마교 구호와 함께 그는 문주를 공격했다.
“크윽! 간악한 마교의 세작인가!”
문주는 독으로 크게 저항하지 못하고 일격에 튕겨 나가 쓰러져 바닥을 굴렀다.
내상을 입은 건지 그의 입에서는 진득한 핏덩이가 흘러나왔다.
‘이대로면 목숨이 위험하겠는걸?’
문주의 경지라면 여차하면 도망칠 줄 알았건만, 문주의 경지로도 해독이 어려운 독이었던 모양이었다.
“하하하하! 이 몸은 본문의 독공과 일월신교의 신공을 합일하여 현경에 이르렀다! 본좌가 천마가 되어 일월신교와 본문 모두를 지배하고, 천하 모두를 지배할 것이다! 너희들 잡종들을 지배하는 것이 본좌의 사명!”
그리 말하는 부문주의 두 눈에서 마기가 줄기줄기 쏟아지는 게 아닌가!
“현경? 현경이라고?”
“설마 삼존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인가?!”
“거짓말이다! 일부러 겁을 주려고 혀를 놀리는 것이야!”
부문주가 본색을 드러내자 부문주를 따르던 자들이 모두 오독문의 독문무공을 버리고 마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진천희는 숨을 크게 삼켰다.
상대는 마공 특유의 광증으로 인한 망상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였다.
허나, 여전히 세상은 기울어져 있고, 몸이 무겁다.
이명이 들리는 걸 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쉬었다.
‘그래. 지금의 천마가 지배하는 마교 역시 선한 조직은 절대 아니지.’
그녀는 살아 있는 마(魔)로서 이 세상에 핏물을 뿌리는 자.
천마가 등선을 하고 여하륜이 새로운 천마의 자리에 앉을 때까지 세상은 계속해서 이 지경일 터였다.
또한, 여하륜이 천마가 된다 하더라도 혈선교가 있는 한 평화롭지는 않을 테지.
그렇다면 혈선교가 사라지면 평화가 올까?
가슴이 술렁였다.
이 세상이 영원히 핏물에 잠긴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치워야 했다.
“만선 대주. 활을!”
소각주의 명에 따라 만선이 외쳤다.
“모두 공격 준비! 대오를 맞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