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96
제 395화
쿠그그그극-
그를 중심으로 사발처럼 바닥이 꺼지기 시작했다.
마기가 내공을 잡아먹고 마침내 생명의 근원인 진신진기까지 삼킨다.
마공 폭주.
그 속에서 진천희는 천마신공의 향기를 느꼈다. 원본인 천마신공은 분명 아니지만, 그것에서 파생된 어떤 마공으로 여겨진다.
‘저런 마공을 저런 자에게 전수하다니…….’
그 이유가 뻔했다.
진천희가 구명을 하여 천기를 어지럽히듯이, 부문주는 반대로 살육으로서 천기를 어지럽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그냥 변덕이실 수도 있고.’
완전히 이성을 잃은 부문주가 소리 질렀다.
“크와아아악! 크왁! 크와아아아악!”
인간의 언어도 잃어버린 것인가.
마공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원작을 읽어 알고는 있으나 직접 마주하니 섬뜩한 건 어쩔 수 없다.
‘어디 보자, 체구가 20%는 커졌고. 근육은 더욱 크게 부풀어 발달했고. 이성은 완전히 놓은 것 같고. 진신진기까지 먹었으니 독공은 아주 이제 맹독이 되었고.’
이성을 잃은 부문주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온다.
치이익-
바닥이 녹아내린다.
‘주변에 있는 건 호신기인가. 호신강기 아랫단계라지만 주변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전부 파괴시킬 만하군. 독공과 결합했으니 호신독기라고 부르는 게 맞으려나?’
그 짧은 찰나, 학자의 눈이 상대를 뜯어보고 관찰했다.
‘참 신기해. 마공을 천마에게 받을 때만 해도 이런 미래를 바라는 건 아니었을 텐데.’
여하륜처럼 마공으로 극에 이르러 천마가 된다면 모를까, 그 외의 자들은 결국 건전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의 모든 에너지를 천마신공에 바치고.
그 삶을 태우고, 태우고 태우다가 이렇게 폭주하고 말지.
남은 것은 폐건전지가 되어 죽는 결말.
‘오독문 문주 자리가 이런 짓까지 할 가치가 있는 걸까.’
허나, 무당파 정광도 그러지 않았나.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데는 수백 가지의 동기가 필요하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데는 단 한 가지면 족하다.
“모두 물러나세요!”
진천희의 명령에 백린의각 무인들과 원래의 문주를 따르는 오독문도들이 모두 뒤로 빠르게 후퇴한다.
“크아악! 크악! 크와아아아악!”
그는 마구잡이로 호조를 휘둘렀다.
반이나 잘려 나간 어깨는 어느새 붙어 있었다.
그는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했다.
그것은 아군. 그를 따르던 변절한 오독문도들이었다.
“으아악! 부문주님!”
“부문주님이 마공에 먹히셨다!”
촤아악!
같은 마공을 익힌 문도들을 베며 그는 살육에 취해 짐승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변절한 오독문도들이 개미처럼 흩어지지만 부문주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피 웅덩이가 생겼다.
흡사 엄지로 개미 떼들을 으깬 것과 같은 모습.
그야말로 지옥도였다.
진천희는 실성한 부문주를 상대하는 대신 자세 그대로 앞으로 나가서 바위를 걷어찼다.
“으랏차!”
콰과광!
나무를 베고.
서컹!
바닥에 거대한 검흔을 날렸다.
차자자작!
부문주처럼 똑같이 미쳤나 싶은 대응이나 이내 모두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설마 진법을 복구하고 계시는 것인가.”
“……사방을 다 박살 내는 게 아니고?”
“잘 봐 봐. 방위는 제대로 맞춰서 하고 계시는데?”
제갈세가 놈들은 다 이런 또라이들인가.
본디 개진(開陣)은 천간과 방위를 읽고 풍수반을 들고 고아한 품새로 하는 게 아니었던가.
“아자자잣!”
콰과광!
쓰러진 나무가 검면을 처맞고 강제로 섰다.
미쳐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진천희는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해야 할지 계속해서 계산하고 변수를 만들어 두기 시작했다.
그것은 외과의로서 살아왔던 전생의 영향이 컸다.
수술이란 결국 그 순간 환부를 제거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내 손이 최고의 손이고, 환자가 잘 견뎌 주었다고 해도 종양이 다시 재발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재발하지 않는다고 해도 후경과에 따라 환자의 운명은 쉼 없이 갈리곤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어느 의사든 수술 다음을 염두에 두는 게 당연했고, 자연스럽게 여러 변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어린 환자, 젊은 환자가 죽는 것은 가장 마음에 많이 남는 일이다.
오랫동안 함께 병마와 싸운 전우라면 더더욱 그랬다.
허나 내 감정과 환자의 병은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슬퍼하고 그 순간 발을 멈춘다고 해도 병은 계속해서 사람의 목숨을 잡아먹고, 잡아먹고.
그랬기에 진천희는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무림 별에 떨어진 지금도 심장이 뽑힌 사람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은 강호의 이러한 난전 속에서 빛을 발했다.
‘진법 복구는…… 할 수 있는 한에서는 끝냈다. 하지만 제대로 수맥부터 잡고 하는 건 아니니…….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인가?’
가장 먼저 아군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으로.
그다음 진법 안으로 들어가 현원전단신공을 극성까지 전개하며 이 상황을 면밀히 관찰한다.
“형, 저거 괜찮은 거야?”
“처음에 지가 현경이라고 하기에 싸워 보고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마공을 폭주하면 그쯤 된다는 뜻이었네.”
“저거 죽지?”
사마현은 부문주를 이름으로도 직책으로도 부르지 않는다.
이미 저것은 제거해야 할 존재이니 굳이 인격체로 부를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걸까?
“선천진기까지 폭주했으니 화타의 환생이 나타나도 저건 못 살려.”
“백린의선도?”
“스승님이 오셨다면…… 치료가 아니라 목을 쳤겠지.”
“그으건 그렇겠네.”
“그렇다고 해도 스승님도 저건 힘드실 거야. 주화입마로 폐인이 되는 경우라면 고칠 수 있어. 하지만 광인이 되면서 강해지는 경우면 답이 없어.”
기혈이 터져서 어느 순간 멈춘다면 두 번 다시 무공을 쓰지 못하고, 사지 간수가 좀 어려운 상태로 연명하게는 해 줄 수 있다.
물론 그것도 천운이 따라야 하겠지만.
허나 저것은 비유를 하자면 석탄 광산에 불을 지른 격이다.
다 연소될 때까지는 멈출 수 없다.
그리고 선천진기가 다 연소되었다는 뜻은 생명도 꺼졌다는 뜻.
“너는 일단 끼어들지 마. 독공 자체가 네 무공과 상성이 나빠. 저걸 현경이라고 쳐 주고 싶지는 않은데, 독공 그 자체만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보아하니 근처만 가도 중독당하겠네.”
사마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문주의 부하 하나가 공격에 스친 것도 아닌데 목을 쥐고 컥컥 검은 피를 토했다.
“허파에 독기가 침투해. 이야……. 저게 어떻게 사람 몸으로 가능하냐. 무림의 신비다, 신비.”
사람 몸으로 빙기를 흩뿌리고 있는 진천희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마현이 약간 생각에 잠겼다.
“오독문에서 약간 전투가 있을 건 예상했지. 하지만 불완전한 현경급 무인과 싸움질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인생 그런 거지. 그렇지 않아도 마교가 끼어든 이상 너는 차라리 안에 있는 게 나아. 잘됐어.”
사마현은 살짝 짜증이 밀려왔다.
독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특이한 무공을 익혀야만 한다.
일단 진천희처럼 오행상극독공이라는 무공을 익혀 독의 내성을 기르는 방법이 있다.
그 외에는 화기나 뇌기 혹은 천마신공급의 극마기 같은, 독기를 적극적으로 씹어 먹을 수 있는 기운이 필요했다.
그도 아니면 도가나 불가의 정순한 기운으로 독을 밀어낼 수도 있지만, 사마현은 사파의 무공이다 보니 정순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게 못내 분해서 사마현은 이를 악물었다.
형의 오행신공은…….
“형은 저 독기를 마셔도 괜찮은 거야?”
“얻어먹은 기연이 있으니까. 게다가, 독의 내성을 기르는 무공도 익혔으니 저 정도면…… 가능할 거야.”
“무당의 태극혜검 덕분인가. 아니, 애초에 오행상극독도 있을 거고.”
세상 만물은 오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그것을 분해해 내공으로 재구축을 하는 오행상극독은 어찌 보면 독공과의 상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후유증이 없진 않잖아~?”
‘이런, 들켰군.’
바로 정곡을 찌르는 것을 보면 역시 사마현이라고 해야 할까.
“다친 아군들을 누군가는 지켜야 해. 그걸 너한테 맡길게.”
“만선은?”
“만선은 이미 한계까지 일하고 있어. 누군가는 도와야 해. 그리고 현아, 내가 이 생사결이 끝나고 난 후, 남까지 치료할 여력은 없을 것 같다.”
그 말을 끝으로 진천희는 몸을 날렸다.
‘어차피 독공은 사마현과 상성이 안 좋아. 아무리 내가 만들어 준 장갑이 있다고는 해도. 중독 그 자체를 막지는 못할 터이니.’
문득 사마현의 그 독기를 생각하면, 다음번에는 독공을 익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말도 안 되지. 나야 오행신공에서 파생되는 독공이라 익힐 수 있는 거지만 사마현은 그게 불가능한걸.’
요천군은 그래도 천우나 여하륜이 있어서 어찌저찌 진형을 짜 가면서 상대하면 되었지만 이건 다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서 그저 독기를 승화하고, 또 승화할 뿐.
이런 놈을 상대로 진형을 짜 봐야 사상자만 더 늘 뿐이었다.
‘많은 이들이 죽었지만, 그것까지 마음에 두진 말자.’
어차피 부문주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은 마교에 포섭된 자들이다.
여하륜이 천마가 되는 과정에서 이들은 적이 될 터다.
진천희는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는 자신 없지만 그래도 해야겠지.
등 뒤에는 백린의각의 무인들과 동생인 사마현.
거기에 사족의 마을 주민들이 있으니까.
‘괜찮아. 나는 큰형이니까.’
이들을 지킨다.
진천희가 기세를 끌어올리며 진법 밖으로 나가자, 이성을 잃은 부문주가 진천희를 바라보았다.
츠으으으-
이미 눈의 흰자가 새카맣게 물들어 있어서 인간이 아니라 마인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저 눈, 독기가 가득 찬 거 같은데 시력적인 기능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 건가? 역시 무림 월드네. 현대 의학이 뭐 필요하냐. 혈관에 독액이 흐르고 눈에 독기가 가득 찼는데도 시력은 멀쩡하니, 원.’
외과의로서의 엉뚱한 생각을 하며 스스로 긴장을 풀었다.
크르르르르-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짐승의 것이 부문주의 목에서 나왔다.
“저 알아보시겠어요? 이거 몇 개로 보여요?”
진천희는 손가락 두 개를 펴서 흔들었다.
“환자분, 일단 구구단 7단 외워 보실래요?”
부문주의 발아래로 시체가 흥건하고 이제 작은 개울에는 물이 아니라 핏물이 대신 흘렀다.
그륵- 그르르르-
“안 되시는구나. 오늘 무슨 요일인지는 기억하세요?”
부문주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간다.
우드득.
자신의 부하였던 것의 머리를 밟아 터뜨리면서.
흥건한 뇌수를, 그 비린내를 맡으며 부문주는 기꺼워했다.
그를 향해 진천희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 요일도 이제는 인지가 안 되시는군요. 괜찮아요. 그대로 깊게 심호흡을 하시면 조금은 더 오래 살 수도 있어요. 두 시진 정도는 연명할 수 있을 겁니다.”
크륵-
부문주의 보라색 근육이 더욱 부풀어 오른다.
무시무시한 흉성.
살기만으로 독기가 공기를 가득 채운다.
멀리 대피하여 안심했던 부하가 목을 붙잡고 주저앉았다.
독기가 거기까지 간 걸까.
치직-
진법도 그러한 독기에 상하기 시작했다.
‘역시 임시 복구만으로는 부족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