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23
제 422화
굉음에 왕각연이 화들짝 놀라서 내실 문을 닫았다.
혹시라도 점소이가 이 광경을 볼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공손영도 놀라서 먹던 술을 놓쳤다.
이 미친 상황 속에서 이국의 공주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로 계십시오. 미세내가중수법입니다. 그 지능, 제가 꼭 고쳐 드리겠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다시 돌 비파가 날아온다. 남궁운은 술잔을 던져 돌 비파를 쳐내려고 했다.
카창!
내공이 실린 술잔이니 원래라면 비파가 튕겨 나가든 부서지든 해야 할 터.
허나, 그런 것도 없었다.
돌 비파는 태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그저 다시 남궁운의 정수리를 쳤을 뿐이다.
빠악!
“커억. 어째서……. 휘두르는 동작이 보이지 않는……?”
“미세내가중수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지능이 치유되는 중입니다. 남. 궁. 소. 협.”
빡, 빠악, 빡, 빡, 빡!
“이게 무슨, 살려 주……. 살려 주게!”
남궁운은 기어이 검을 뽑아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저 돌 비파를 벨 생각이었다.
까강!
허나, 남궁운의 명도가 검기도 안 실린 돌 비파에 부서졌다.
‘단 일 합 만에?!’
공주는 차분히 말했다.
“저항하지 마십시오. 아까운 칼만 부러졌잖습니까.”
“아니, 미세내가중수법으로 머리를 친다고 지능이 올라갈 리 없지 않나!”
“그러면 그걸로 아랫배를 친다고 요로결석이 나을 거라고 보십니까?”
“헉?!”
공주는 다시 남궁운을 차분히, 반복적으로 팼다.
‘정말로 지능을 치유하는 건가?’
개소리라는 건 알고 있지만 너무 침착하게 패는 터라 헷갈릴 지경이다.
왕각연은 그런 공주를 말렸고, 공손영은 다시 술을 마셨다.
호탕하게 웃으며 병째로 나발을 부는 언니를 보며 왕각연은 공손영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일주일이 뭐냐, 삼 일 안에도 말아먹는다. 우리 언니는!’
빡, 빠악, 빠악, 빠악!
신기하게도 돌 비파에 피가 묻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공주는 연신 차분한 태도와 차분한 목소리, 우아한 손길로 남궁운의 지능을 쓰다듬었다.
빡, 빠박, 빡, 빠아악! 빡!
* * *
“비의료인이 쥐뿔만 한 지식으로 의료 시술을 하는 것은 진정으로 위험한 것입니다.”
“진 아우. 방금 진 아우가 팬 것은…….”
“추궁과혈을 했을 뿐입니다.”
진천희는 멱리를 벗고 자신이 소백룡이라는 것을 결국 밝혔고.
남궁운은 그런 진천희 앞에서 공손히 양 무릎을 꿇었다.
다른 이가 보면 절세가인의 공주 앞에 남궁가의 소가주가 무릎을 꿇은 것처럼 보일 터.
왕각연은 방문을 닫는 것으로도 모자라 쥐새끼도 얼씬거리지 않게 돈을 주고 모두 내쫓았다.
진천희의 분노가 말린다고 되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이국의 공주에게 비파로 처맞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에.
그리하여 객잔에는 네 사람만 자리하게 되었다.
“그……. 추궁과혈을 한 것은.”
생각해 보니 그렇게 팼는데 신기하게도 몸이 개운하다.
분명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는데도 이상했다.
정확하게 혈만 골라서 패긴 한 모양이었다.
그것을 머리통에다가 했다는 게 놀랍긴 했다.
‘정말로 미세내가중수법으로 팬 것인가?’
유호한테 하도 처맞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는 것을 모르는 남궁운은 단지 그렇게 짐작할 뿐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아름답긴 하구나.’
미친 소리지만 비파로 처맞는 와중에도 미모가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목숨의 위협 속에서도 그냥 미치게 아름답단 소리였다.
물론 그 월하가인의 구타가 결코 덜 아프단 건 아니었다.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을 지옥을 보여 주었으니까.
“그……. 진 아우. 강호인이라면 대략적인 혈도를 외우고 있고, 응급처치와 외상 치료 정도는 가능…….”
“씁.”
“아니, 미안하네.”
“아시겠습니까? 요로결석 파쇄술이 쉬워 보이는지 아무 장기나 두드리시는데 의원들도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 치료법입니다. 내가진기로 장기는 놔두고 결석만 파쇄하는 게 쉬워 보이십니까? 비전문가가 배 좀 두드린다고 될 것 같으십니까.”
“장기가 상할 수 있나?”
“네. 자칫 전립선이 파열될 수도 있고, 요관 자체가 찢어질 수도 있습니다.”
“전립선이 뭔가?”
진천희는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간략하게 말했다.
“성기 밑을 감싸는 기관 같은 겁니다. 이게 파열되면……. 죽고 사는 건 둘째 치더라도 안 서요.”
“뭐?”
“안 선다고, 이 인간아. 고자 되는 거야!”
“헉……?!”
“요관이 찢어지면 어찌 될 거 같습니까? 소변 배출은 제대로 될 것 같으십니까? 봉합을 한다고 해도 후유증이 없을까요? 이번에는 파열을 상정하고 고통을 느끼게 해 드려요?”
“그…… 그건……!”
식은땀을 흘리는 남궁운을 향해 진천희가 말했다.
“알겠습니까? 그러니까 일반인이 어디선가 주워들은 정보로 그런 시술을 한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에요. 사람 여럿 죽습니다.”
“남한테는 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네.”
“그건 다행이군요. 남궁 소협 혼자만 죽으면 되니까요.”
야매 의술은 위험하다.
지구에서도 본인 뇌피셜에서 나온 무허가 의술로 사람 여럿 잡는 일이 흔하지 않던가.
진천희가 말했다.
“앞으로 내 장기를 내 주먹으로 두드려 돌을 제거한다는 미친 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만약 정 하고 싶으면 전문가 밑에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세요. 그리고 의원도 어지간하면 자기가 스스로 시술하진 않습니다.”
“그건 어째서인가?”
“자기 몸이다 보니 아무래도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급한 상황이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렇군. 의원도 다른 의원에게 몸을 맡기는 모양이군.”
‘가장 더러운 환자이기도 하지.’
같은 의원이다 보니 고집도 세고, 동료 의원이 진단해 줘도 그거 틀린 것 같다고, 자기는 괜찮을 거 같다면서 막 살기도 하고.
공부를 해서 말발도 세다.
진천희는 그 말은 쏙 빼고는 계속해서 잔소리를 했다.
“그러니 술은 이제 끊으세요. 살다 살다 자기 배를 스스로 쳐서 파쇄하겠다는 무인은 또 처음 봅니다.”
“아니, 결심했네.”
남궁운이 비장한 얼굴로 답했다.
진천희는 불안해졌다.
‘이 인간이 뭘 결심해?’
남궁운이 말했다.
“내가 의술을 배우겠네.”
‘뭐……?’
남궁운이 말을 이어 나갔다.
“비의료인이 손을 대는 게 안 된다면 내가 의료인이 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자가 치료는 잘 안 한다고는 해도 급하면 한다고 분명 진 아우가 말했네. 그러니까 정식으로 배워서 내가 나를 치료하겠네!”
‘……이 미친놈이.’
진천희가 말없이 바라보고 있자 남궁운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아우님?”
진천희를 한 번 보고, 진천희 옆에 있는 돌 비파를 한 번 보는 것이, 또 아우님이 이성을 잃고 추궁과혈을 할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진천희가 말했다.
“잠시 마음속으로 반야심경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그런 걸 외우는 것인가.”
“제가 남궁 소협에게 바라는 것 또한 결국 공(空)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또한 정에서 온 망념인 것입니다!”
“아니, 내가 의술을 배우겠다는 게 그 정도의 일인가!”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술을 먹겠다는 집착을 인정하고자 지금 불경을 외우는 것입니다. 이 또한 번뇌입니다. 후욱, 후욱. 후욱!”
절세가인은 라마즈 호흡을 하며 이 마음을 다스렸다.
남궁운은 자신의 행동이 그렇게까지 잘못된 것인가, 3초간 고민을 했다.
허나, 술을 사랑하는! 풍류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진천희는 눈앞의 중생을 두고 깊이 호흡하며 오랫동안 반야심경을 외웠다.
결국 이 분노는 남궁운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 때문.
기대를 하지 않으면 분노도 없는 것이다.
이 또한 번뇌이리니.
후욱, 후욱, 후욱!
* * *
남궁운이 의술을 배워서 술을 마실지, 마시지 않을지는 모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공부하다가 때려치우고 주루 가서 술 처먹을 확률이 구 할 구 푼 구 리.
그 확률을 뚫고 진짜로 의술을 공부한다면 ‘아, 술이 몸에 해로우니 금주해야겠다.’라고 생각……할 리 없지, 저 성정이.
‘내 알 바 아니지.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건데. 내가 쫓아다니면서 술 마시는 거 뺏을 것도 아니고.’
진천희는 남궁운이 본인 몸을 망치는 것을 그냥 지켜보려고 노력했다.
비록 이놈이 미래에 검왕이 되고, 무림맹주가 되어 강호를 지킬 인재가 되지만 알 게 뭔가.
또다시 결석이 생기면 백린의각으로 달려오겠지.
‘적어도 자기 손으로 야매 치료나 하지 않으면 돼.’
의사 생활 하다 보면 별의별 환자들이 온다.
물론 중병으로 오는 환자도 있으나, 본인 손으로 무언가…… 어째서인지 알 수 없는 짓을 해서 오는 경우도 종종 존재했다.
-음……. 알겠습니다. 콧구멍에 원반형 건전지가 들어가 있는 이유는, 환자분께서 앞으로 넘어지면서 우연히 들어갔기 때문인 거군요. 네, 보호자……. 네. 손주분들께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 그러니까 사진상으로 보이는 이…… 요술봉이 우연히 환자분의 항문에 들어간 거군요. 알겠습니다. 네, 목욕하다 뒤로 넘어지면서. 네…….
비단 애들뿐만이 아니라.
어른들 중에도 가끔씩 자신의 신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용자들이 존재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순진한 편이다.
-그렇군요. 그러니까 불법 시술을 받고 오신 거군요. 그 시술하신 분이 어떤 걸로 뭘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시고요. 시술자분은 연락이 안 되시고…….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세상에는 의사의 말보다 지인이 잘 아는 누군가를 더 믿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개중에는 단순히 건강식품을 먹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닌 경우도 많았다.
암을 치료할 수 있다며 더러운 기구로 몸을 헤집거나, 또는 완전 좋은 거라며 약물을 집어넣기도 하고.
옥으로 때리면 낫는다며 디스크 환자의 척추를 옥으로 때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병원을 오는데, 십중팔구 불법 시술자는 연락이 닿지 않고 의사는 결국 그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매달리게 된다.
남궁운이 하려고 했던 게 그런 것이었다.
‘아니……. 돌만 정확하게 부수려면 공부 많이 해야 합니다.’
본인 주먹으로 본인 내장을 터뜨릴 뻔한 것을 막았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싶다.
‘그래도 다른 사람한테 미세내가중수법 펼친다고 나서진 않아서 다행이지.’
진천희는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대충 마음을 정리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뭐… 알다시피 진 아우를 만나러 온 건 아니네. 아니, 애초에 진 아우가 이리 미색이 고운 공주로 변신해 있을 줄은…… 크흠… 그리 노려보지 말게. 방금 진 아우 때린 곳이 아직도 쑤시니까. 아무튼 공손세가와 뭔가 분쟁이 생긴 황보세가에서 도움을 요청해서 말이지…….”
그는 후룩 술…… 대신 차를 한 모금 삼키며 말했다.
“……중재를 하러 온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