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40
제 439화
“크……. 마무리를 지어야겠군. 이제…….”
아내가 되라는 건 어디까지나 전쟁터의 도발.
실제로 풍주하가 그의 무력에 감복하여 아내가 되는 것보다는 눈 뜨자마자 그의 목을 자르는 게 더 빠르리라는 것을 모를 카후라이 칸이 아니었다.
그리고 카후라이 칸이 정신을 잃은 대적자의 수급을 취하려는 순간.
그의 야수적인 감각이 오싹함을 알렸다.
펑!
그는 흡사 표범처럼 민첩하게 뒤로 물러섰고.
그가 있던 자리로 검의 형상을 한 강기가 지면을 가르고 지나갔다.
척.
그 자리에는 외눈에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섰다.
피에 시커멓게 젖어서 걸레처럼 찢겨 나간 무당파의 도복을 입은 사내.
“거기까지다.”
“아이고, 둘째 형~ 성질도 급하기는……. 암살하려면 조금 더 기다리라니까~”
그리고 그 옆으로, 왠지 능글맞게 웃고 있는 미청년이 한 명 더 떨어져 내렸다.
“그랬다가는 주왕 전하께서 돌아가시겠지.”
“하지만 어쩌면 확실하게 한 명을 죽여 전쟁을 끝냈을지도 몰라~”
“불가(不可). 그런 식으로는 끝나지 않는 전쟁이라면?”
“그건 그래. 후계자가 대신할 수도 있고~ 하지만 꽤 가능성 높고 해볼 만한 도박 아닌가?”
“그 또한 불가(不可)다. 전하의 목숨을 판돈으로 걸 수는 없어.”
정파와 사파의 대화였다.
그제야 카후라이 칸은 뒤를 보았다.
숙신족의 뒤쪽으로 일단의 무리가 출현해 공격 중이었는데, 그 위력이 강력했다.
“특별 기동대로구나. 강호인이라는 놈들이던가? 흥! 신성한 대장전을 이렇게 사용하다니. 이래서 제국 놈들은 더럽단 말이지.”
풍주하와의 일기토를 이용하여 급습한 것을 비꼬는 카후라이 칸.
그러거나 말거나 그의 앞에 선 두 명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주왕과의 싸움에서 무언가의 기운이 난입한 것을 놓칠 천우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의 눈은 모든 것을 포착하고 있었으니까.
“…….”
허나, 저런 자와 말을 나눌 이유는 없다.
“좋다. 오늘은 여기서 물러가지. 어차피…… 너희들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을 터다.”
“고객님. 이대로 돌아가시면 안 되죠~?”
사마현이 마치 유령처럼 다가든다.
카후라이 칸조차도 일순 그 움직임을 놓쳤을 정도. 카후라이 칸이 흠칫하며 월도를 휘둘렀을 때.
이미 사마현의 두 손바닥에서는 황금빛 광채가 뻗어 나와 달려들고 있었다.
콰릉!
황금왕의 독문절기인 황금수를 이용한 공격!
“쯧!”
그걸 막아낸 카후라이 칸이 짜증을 냈다.
‘군신과 싸우느라 힘을 너무 소모했다. 온전한 상태였다면 이런 두 녀석 정도는 쉽사리 잡았을 텐데…….’
그는 혀를 차고서는 뒤로 물러섰다.
“다시 보도록 하자꾸나.”
그리고 숙신족의 군대가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것을 천우는 조용히 경계하며 지켜보고, 사마현은 즉시 풍주하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그날.
제국군은 삼만의 병력을 잃었고, 오천여 명의 부상자가 생겼으며, 군신 풍주하가 큰 부상을 입었다.
숙신족은 이번 전투로만 일만 오천의 병력을 잃었으나, 그 기세는 이미 더 커져 있었다.
그리고.
제국군은 후퇴를 시작했고, 후퇴하는 제국군을 추격하며 괴롭히는 숙신족 덕분에 이만의 병력을 더 잃어야 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제국군은 십오만이 출진하여, 오만의 병력을 잃었다.
숙신족의 병력도 전쟁을 처음 시작하기 전에 비하면 오만여 명 정도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결과는 명백했다.
이것은 엄연히 군사의 전략 실수.
제국군의 대패(大敗)였다.
* * *
풍주하는 미리 부술실에서 준비를 끝내고 기다린 진천희와 제갈린에 의해 수술을 받았다.
어깨뼈가 부러졌지만, 다행스럽게도 깔끔하게 부러진 터라 처치가 쉬웠다.
풍주하의 부상도 큰일이었으나, 막대한 환자들이 일거에 단목성으로 짓쳐들어온 게 큰일이었다.
‘끓는 물에 삶아지는 기분이다. 달걀이 이런 기분일까.’
그야말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모든 의원들이 달라붙어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전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나날들이었다.
그사이.
적들도 움직이지 않은 것은, 저들도 부상자와 사망자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
그리고 그들의 칸 역시 주왕에게 당한 상처가 컸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죽은 자와 산 자가 나뉘었다.
산 자들은 다시 일상생활이 회복되는 자와 영구적인 상해를 입은 자로 나뉘었고.
막사의 곡소리가 잦아들 즈음이 되었을 때 진천희와 제갈린은 따로 주왕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다.
“왔는가.”
주왕은 어깨에 붕대를 동여맨 상태로 침상에 앉아 있었는데, 그곳에는 의외의 인물이 진천희와 제갈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 모두 이미 구면이겠지? 은왕야 되시네.”
풍하은.
쌍둥이 황제의 한 명.
그 비밀을 아는 자는 황궁에서도 열이 넘지 않는다. 그리고 황궁 밖에서 이 비밀을 아는 자 역시 극히 소수뿐이었다.
진천희와 제갈린은 바로 그 소수 중 일부였으나,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천세천세천천세. 촌의(村醫)가 은왕야를 뵙습니다.”
어디까지나 황제의 예가 아닌 왕야로서의 예를 바쳤고, 은왕야는 의자에 앉은 채로 손을 내저었다.
“일어서게나, 바쁜 의원을 붙잡고 그런 걸 받으려고 온 게 아니니.”
“명을 따르옵니다.”
스승님은 고아한 자세로 기품 있게 일어섰다.
진천희는 가끔 그런 스승님을 볼 때마다 조금은 낯설어졌다.
이 사내는 한때 천재로 모두에게 칭송받다가, 시한부의 삶과 풍비박산이 난 가문 덕에 마음의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필요한 사회생활은 또 완벽하게 해내시니.’
결국 조직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는 사람 사귀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학습에 관해서라면 스승님은 누구에게도 뒤처지는 분이 아니셨고.
‘하긴, 독불장군이었으면 의각을 그렇게 못 키웠지. 나도 전생에는 사회생활을 열심히 했으니까.’
물론…… 자리 잡기 전에 좀 많이 열심히 했고.
교수 타이틀 단 후부터는 조금…… 마음대로 살긴 했다.
물론 일을 대충 한다는 건 아니었으나 사회생활은 예전보다는 느긋하게 했다.
행사보다는 집에 있는 링P트가 더 중했다.
집에서 선인장이며 다육이며 키우면서 그거 물 주는 게 행사보다 중했다.
심지어 물 자주 주면 죽는 애들이라 날짜도 꼬박꼬박 샜으면서도 그랬다.
‘음, 그래. 나도 스승님 마음 이해해.’
그런 생각을 하며 진천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은왕야가 말했다.
“본왕은 전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위해서 달려왔네. 문제라면……. 본왕의 무공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지.”
후룩-
그는 차를 한 모금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현재 내 무공 수준은 절정 정도. 내공은 그래도 많은 편이지. 삼 갑자 정도.”
삼 갑자?
가슴이 철렁하다.
‘황제가 되면 영약을 밥이 아니라 물처럼 마시는구나.’
와아……. 보통 강호인들은 일 갑자를 이루는 것도 쉽지가 않고, 대형 세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그 모든 지원을 다 받고 나서도 일 갑자 반 정도가 한계다.
영약은 먹으면 먹을수록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삼 갑자가 될 만큼 먹으려면…….
‘인간 코끼리네. 영약 먹는 인간 코끼리…….’
진천희의 죽창 마렵다는 눈빛을 느낀 건지 은왕야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뭐, 영약 덕이 맞네. 그러다 보니 내공이 순수하지 않고, 절정 수준이다 보니 효율도 낮지.”
……그러긴 했다.
왕야를 진맥했을 때 느낀 것은 내기가 잡다하다는 느낌이었다.
원래부터 황족은 내공을 강호인처럼 측정하기가 어렵다.
특유의 이능 때문이다.
거기다가 당시에 암을 치료하겠다고 좋다는 영약은 다 드셨었고. (그 덕에 더 종양을 키우긴 했다) 덕분에 일시적으로 내공이 불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황족을 상대로 너무 자세히 내공을 살피는 것도…… 자칫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기도 하고.
진천희가 말했다.
“어……. 용케도 주화입마에 걸리지 않으셨……군요?”
“무력을 위한 무공을 배웠다면 진즉에 걸렸겠지. 이 내공으로 양생공을 주력으로 연마하다 보니 그 부분은 걱정이 없다네.”
‘……삼 갑자 내공으로 기체조만 했다고?’
흡사 어느 귀족 나리에게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란 말을 들은 서민의 심정이 이럴까.
당사자가 진짜로 그런 소리를 한 건 아니고, 어쩌다 와전된 소문이라고는 하나.
아무튼 듣는 진천희는 복장이 터졌다.
‘아니……. 그 아까운 짓을 왜?’
찬찬히 생각해 보면 그 황궁 비고에서 보지 않았나.
영약이 솟아오르는 약숫물을.
당시 진천희는 ‘그래, 내 내공으로 이것에 집착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지.’라고 생각하며 그냥 옷 씻고 몸 씻는 데 썼다.
그걸 그냥 매일 식수처럼 처마시고, 각지에서 진상되는 영약을 코끼리처럼 씹고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깝다……. 그래도 아깝다.’
이렇게 아까울 일인가.
마른세수를 하며 생각해 봐도 그렇다.
“어……. 익힌 무공은 무엇입니까.”
“지금부터는 기밀이니, 아무리 자네라도 입을 조심하게나. 백린의선도 마찬가지일세.”
네, 그렇겠죠. 황제의 그림자를 한번 목격한 터라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황상은 까도 까도 뭔가 계속 나오는 양파 같은 분이시라는 것도요.
진천희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는 그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무공 자체는 나름대로 통일성 있게 익혔네, 암습과 독살을 주의해야 하는 황족의 특성상. 신공절학 중 하나인 역근세수경과 금강반야신공을 익혔지.”
‘음, 천하제일 외공 세트군.’
얼마나 강력한 외공이냐면, 소림사 꼭대기에서 방장보고 ‘네놈 외공 내가 익혔다! 내가 소림사 외공 도둑놈이다!’라고 외친 다음, 분노한 방장에게 머리를 처맞고 소림사 그 지옥의 돌계단 위에서 바닥 끝까지 대굴대굴 굴러도 사지 멀쩡할 외공이다.
“부술을 받고 나서는 더욱 열심히 연마했네. 대신 그대가 처치해 준 대로 더는 영약은 먹지 않았지.”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혹시나 수술 후에도 암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영약은 절대 금물이라고 일렀다.
내 몸이 영약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지만, 암도 같이 건강해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 생존율을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의 운동은 도움이 됩니다만, 너무 심하게 하시는 건 아니시죠?”
“허, 나를 상대로 잔소리를 한단 말인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물론 그때 이후로 계속 별문제 없으신 걸 보니 재발률은 이제 낮은 상황이긴 하지만요.”
암 수술 이후 5년이 지나면 보통은 완치라고 본다.
그래도 그 이후도 조심해야 한다. 부위마다 다르나 그 이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늘 있어 왔으니까.
추적 검사는 계속하는 게 좋다.
그리고 계속 관리하는 게 좋고.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하긴 하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5년이 넘었으니 끝난 줄 알았는데, 의사가 그걸로 끝이 아니라고, 앞으로도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잔소리하면 속상하긴 하겠지.
은왕야도 답답한 표정을 지으신다.
하긴, 내공도 많으시고 나이도 젊어서 혈기도 왕성한데 계속 조심하라고만 잔소리하니 그럴 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