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58
제 457화
콱!
카후라이 칸이 돌연 말을 멈춘다.
팔을 내밀고, 반극검단의 검을 월도를 든 팔뚝으로 그냥 막아 냈다.
콰득!
이번에는 심무까지 동원했기에 그런 것인지 팔의 절반을 빙정검이 파고들어 갔다.
검의 한기가 팔을 얼리려고 꿈틀거린다.
그러나 이 행동으로 진천희의 몸이 일순 허공에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실수다! 이렇게 움직일 줄이야!’
초월심무 인의로도 알지 못했던 움직임!
때문에, 완벽히 멈춘 진천희를 향해 거대한 주먹이 다가오는 게 보였고.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격이 다가와 그대로 진천희의 얼굴을 때렸다.
콰아앙!
‘큭!’
두부의 타격과 함께 달팽이관에 충격이 와 시야가 흔들린다.
땅에 처박히고, 그런 진천희의 몸뚱이를 향해 이번에는 거마의 말발굽이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거마의 말발굽은 진천희를 때리지 못했다.
어느 사이 다가온 사마현이 귀신같은 표정으로 거마의 발을 잡아챘으니까.
천변검만공 면면박피(面面剝皮).
강기에도 조금밖에 다치지 않던 거마의 발이 기괴하게 뜯겨 나갔다.
비명을 지르며 거마가 뒤흔들리고 그대로 뒤로 쓰러진다.
그사이. 천우가 태극권의 허공섭물을 사용해 진천희를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일어난 공방은 이토록 흉험한 것이었다.
“형! 괜찮아!?”
“괜찮아. 고마워, 현아. 천우야.”
“형, 너무 무리하지 마~ 외공이 있어도 방금 것은 위험했잖아~?”
세 명이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전면을 봤다.
발 한쪽을 잃은 거마를 뒤로하고, 카후라이 칸이 서서 세 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흉신악살과도 같은 모습!
“네놈들……. 보통 놈들은 아니구나.”
“하하하, 그걸 이제야 아셨습니까. 고객님?”
“그러니. 나도 진심으로 네놈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허세로군. 지금까지 진심이 아니었단 건가?”
사마현과 천우가 나란히 답한다.
그사이. 진천희는 최대한 빠르게 몸을 안정화시키고 있었다. 보옥의 힘이 그의 몸을 재빠르게 회복한다.
만약 보옥이 아니었다면, 아까의 부상으로 완전히 정상이 아니었으리라.
“그렇다. 지금까지는 진심이 아니었다. 힘을 아끼고 있었지……. 아직 상대해야 하는 제국군은 많지 않으냐? 그러니까…… 네놈들을 전력으로 죽여 주마!”
우드드득-
부우우욱!
그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본래도 십 척이나 되는 무시무시한 거인이었던 그가, 적어도 머리통 하나만큼은 더 커진다.
“죽어라!”
월도를 든 거인이 덤벼들었다.
* * *
‘2페이즈 돌입 실화냐?’
진천희는 가까스로 몸을 안정화시키고서 경악한 심정으로 카후라이 칸을 바라보았다.
소설 ‘지존천마’는 엔딩까지 난 이야기다. 때문에 혈선교의 비술도 여럿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저건 그것으로 보였다.
과거 시령괴마, 흑뇌혈마가 사용하던 것.
혈선교의 자폭기인 혈성강림!
저들이 믿는 혈선의 힘을 직접 내려받아 싸우지만, 그 힘의 여파로 사망하고 만다.
‘교도도 아니면서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아니면, 비슷한 무언가……인가?’
의문이 몇 가지 생겼지만, 결과적으로 카후라이 칸은 더욱 강해져 있었다.
그 거대한 체구도 체구지만, 그 체구를 아예 강기가 갑옷처럼 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무공을 쓰는 게 아닌 것으로 보였다.
본능적으로 저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괴물 같은 강함. 그래도 상대할 방법은 있다.
[현아. 말 다리를 뜯어내던 무공. 다시 가능해?]강기를 견뎌내던 거마의 다리를 뜯어낼 정도다.
물론 거마도 혈선교의 비술에 마령술이 더해져 그런 괴물 같은 내구력을 가진 것이지만, 그걸 뜯어냈다는 것은 심무절학이라는 의미였다.
[몇 번 더 가능해~ 그런데, 통할지 모르겠는데?] [가능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공격하고, 이어서 네가 공격해.]한번 공격한 곳은 기운이 약해진다.
그러면 충분히 사마현의 공격으로 타격을 줄 수 있으리라.
진천희는 천우에게도 작전을 설명했다.
[알았지? 그사이에, 네가 공격을 방어해 줘야 해.] [반드시 해낼게.] [그러면. 부탁한다.]대화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카후라이 칸이 두 번 발을 옮기는 동안 이어진 대화.
그리고 동시에 천우가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태극혜검(太極慧劍) 태극공반(太極空反)이 천우의 검에서 만들어진다.
이것은 태극을 이용해 공간을 뒤집는다는 의미의 방어 초식.
그것도 심무절학에 들어선 방어 초식으로, 거의 대다수의 힘을 흘려보낼 수 있는 절학 중의 절학이었다.
진천희가 이것으로 월도를 막아낸 것처럼, 천우 역시 이것으로 거인이 되어 버린 카후라이 칸의 월도에 대항했다.
콰아아아앙!
일격을 흩어내어 막아내는 데 성공. 그러나 그 반동으로 천우의 몸이 튕겨져 나간다. 그 찰나에 진천희가 튕겨 나가는 천우를 지나쳐 전진한다.
강기를 머금은 빙정검을 들고, 초월심무 인의를 운용하며 검을 찌른다.
태을단선검 유운관천.
오로지 찌르기에 특화되어 있는 심무절학.
그것이 아직 자세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카후라이 칸의 목을 향했다.
마치 그곳에 닿는 것이 당연한 운명인 것처럼.
빙정검의 첨단이 검강과 함께 카후라이 칸의 목에 닿는다.
펑!
강한 폭발과 함께 반발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진천희는 검을 멈추지 않았다.
아주 짧은 그 순간, 피가 증발할 것 같은 열기를 몸에서 토해내며 수십 번의 참격이 이어진 것이다.
태을단선검 이십사미뢰검!
그 무시무시하고 흉포한 검의 폭풍에 거인의 몸에 새로운 상처가 생겨나고, 피가 뿜어진다. 그러나 거인은 분노를 토하며 맨주먹을 휘둘렀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아아아!”
퍼어억!
‘큭!’
우득, 하고 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났다.
진천희의 옆구리에 틀어박힌 주먹은 외공과 보의를 뚫을 만큼 강력했다.
옆으로 날아가면서도, 진천희는 정신을 유지하고 카후라이 칸을 향해 손을 내뻗는다.
탄지천통 유유기탄.
속사로 쏘아지는 기탄이 그의 얼굴을 때린다.
타격이 제대로 들어가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눈을 막고자 그가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지금이야!”
진천희가 외치며 땅에 처박힌다.
어느샌가 카후라이 칸의 목에 다가간 사마현의 손이 그의 두터운 목 일부를 잡고 있었다.
“오케이~ 형의 계산대로!”
진천희에게 주워들은 언어를 쓰는 사마현의 손이 악귀처럼 목을 한 움큼 잡아서, 그대로 뜯어냈다.
푸확!
피가 뿜어진다. 카후라이 칸의 얼굴이 크게 굳어진다.
그리고 월도가 사마현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크헉!”
사마현이 피를 토하며 옆으로 날아갔다.
진천희와 천우, 그리고 사마현 모두 중상! 그러나 저 카후라이 칸도 목의 일부가 뜯겨 나가는 치명상을 입었다.
비틀거리며, 진천희가 일어선다.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부여잡은 카후라이 칸을 보면서 진천희는 느릿하게 말했다.
“당신이…… 졌습니다.”
그간 여러 위험한 전투를 했었지만, 오늘처럼 모든 것을 쏟아부은 적은 진정코 처음이었다.
“하……. 하핫. 와, 이거~ 진짜 괴물 같은데? 손해야, 손해.”
사마현도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입가의 피를 닦고, 스스로 점혈해서 고통을 참아낸다.
“손해 같은 걸 생각할 거면 돌아가렴. 막내야.”
“셋째 형은 이런 때에도 얄밉단 말이지~”
천우 역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마지막의 마지막. 최후의 힘을 다해 세 명이 일어섰다.
그리고 카후라이 칸이 말했다.
“진천희라고 했었더냐?”
그걸 보며, 카후라이 칸이 천천히 목에서 손을 뗀다. 그러자 놀랍게도, 뜯겨져 나간 살점이 서로 붙고 피가 멎어 있었다.
“네 녀석의 말은 틀렸다. 내 승리다.”
그의 부풀었던 몸이 줄어든다. 본래의 몸으로 되돌아온다.
젊음이 사라지고, 늙은 노인의 얼굴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서 있다.
기운이 비록 아까보다 쇠하였으나, 적어도 의형제 세 명보다는 나았던 것이다.
“애초에. 나는 질 수 없다. 아니. 죽을 수 없다.”
카후라이 칸이 느긋하게 월도를 든다.
그걸 보며 세 명은 전력으로 몸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내 어깨에 수백만 부족민들의 삶이 달려 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 네놈들은 내가 늙어 죽기 싫어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만……. 그렇지 않지. 내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친…….”
천우의 말을 끊고 그는 말을 이었다.
“……나만이! 오로지 나만이 초원의 자식들인 우리들의 세계를 열 수 있다! 저 오만한 돼지 놈들을 도살하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초원의 다른 자식들을 복속시켜 통일하고, 대제국을 만들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조상 신령들과 수백만 부족민들의 영광된 미래를 위해서 나는 죽을 수 없는 것이다!”
카후라이 칸이 한 발자국 걸었다.
그 자신만이 숙신족을 미래로 이끌 수 있다는 광기에 찬 마음이 그를 움직이게 한다.
사실.
그도 지치고, 쓰러져 죽을 것 같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움직이고 있다.
하나의 광기가 진천희와 천우, 그리고 사마현의 앞에 서 있다.
“그렇다면, 저는 당신을 막겠습니다. 당신이 수백만 부족민의 삶이 달려 있다고 주장했듯, 이 뒤에도 제 삶이 있으니까요.”
설득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안다.
그는 분명 위선자다.
그러나 확신에 찬 위선자이며 위정자였다.
그런 존재를 막을 방법은 결국 하나뿐인가.
비틀거리며 진천희가 그 앞에 선다.
“아아~ 형. 이건 나중에 꼬옥 갚아 줘야 해?”
“형제 사이에 빚이라는 건 없다는 걸 모르나, 셋째?”
그 옆으로 두 명의 의형제가 섰다.
그 모습을 보며 카후라이 칸이 고요히 말했다.
“나, 숙신족의 칸이 너희들의 용맹함을 기억하마.”
월도가 천지를 가른다.
천우가 먼저 나서서, 태극혜검의 검공으로 다시 막아 내다가 튕겨 나간다.
사마현이 장풍을 날리며 옆으로 뛴다.
그 순간.
진천희는 남아 있는 기력을 전부 짜내, 현원전단신공을 운용했다.
시간이 느려진다.
카후라이 칸의 몸에 서렸던 호신강기가 이제는 없다.
월도는 강맹하지만, 천우와 사마현의 도움으로 약해져 있다.
하지만.
지금 카후라이 칸보다 명백히 약하고, 내공도 바닥인 것은 이쪽이다.
초월심무 인의를 발동할 정도의 내력은 없었기에, 진천희는 생각을 이어 나갔다.
어떻게 하지?
그러자, 신기하게도.
진천희는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초월심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보였다.’
이상하게도. 바로 이후에 일어날 일이 보였다. 그리고, 월도를 향해 검을 가져다 댄다.
자연스레, 태극반공의 초식이 월도를 휘감는다.
천우가 사용한 것보다도 월등하게 완벽한 초식.
거력이 단번에 산들바람처럼 흩어졌다.
카후라이 칸이 당황한 얼굴이 되는 게 보인다.
그리고 한 발자국을 더 나아가, 검 끝을 움직인다.
흡사 바람에 눈송이가 흘러가듯 부드러운 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