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78
제 477화
“끄윽……. 살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우득-
“끄아아아악!”
“많이 아프십니까?”
“살려 주십시오. 대협……. 살려…….”
이번에는 다른 쪽 팔을 붙잡아 부러뜨렸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팔을 부러뜨리는 게 칼도, 주먹도 아닌 가느다란 대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어떠한 묘리로 대죽이 몸을 관통하지 않고 깔끔하게 뼈만 부러뜨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진천희는 시종일관 차분했다.
“아프시죠?”
세 번째 같은 질문을 하고 나니 그제야 그는 진천희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픕니다. 많이 아픕니다.”
“네, 그걸 아이들에게 하면 아이들도 많이 아프겠죠?”
그리 말하며 다른 쪽 다리를 붙잡아 다시 비튼다.
우드드득!
“크악, 크악! 차라리 죽여라. 죽여!”
“죽이다니요. 이건 학습입니다. 어린아이 팔을 부러뜨리면 아프다는 것을 학습하실 때까지 반복하겠습니다.”
“죽여어엇!”
“근성이 있으시군요. 나쁘지 않은 자세입니다.”
우드득!
분골착근.
진천희는 흑토룡에게 아픈지 물어보며 사지를 하나씩 분질렀다.
독이 올라 죽여 달라는 흑토룡조차도 마침내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대협……. 제가 몰랐습니다. 팔을 부러뜨리면 이렇게 아픈 줄 몰랐습니다.”
“제가 그래도 의원이라 붙기 좋게 부러트려 드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평생 장애가 될 수 있어요. 다 나아도 잘못 붙어서 평생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고요.”
“대협……. 커흐흑……. 저는…… 병신입니다……. 대협…….”
“부러뜨리면 아프다는 것을 익히셨나요?”
“익혔…….”
우드드득!
손가락 마디를 마지막으로 부러뜨리자 흑토룡은 거품을 물며 혼절했다.
진천희는 대죽을 침처럼 써서 혈을 눌렀다.
그러자 그는 전기라도 오른 것처럼 퍼뜩 일어났다.
“커헉! 대…… 대협?”
“하하하, 정신이 드셨군요.”
흑토룡은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상대는 벽안광의.
그의 앞에서는 기절도 자결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양다리 사이에서는 이미 공포로 소변이 줄줄 새어 나왔고, 혀까지 마비되어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프다는 말도,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고통과 고통.
트라우마가 남을 것 같은 지독한 분골착근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충분히 학습하신 모양이군요. 다행입니다. 그러면 치료비를 받을까요?”
“치료비라 하심은…….”
“아이들 팔 분질러 얻은 그 돈들, 전부 치료비로 청구하겠습니다.”
“그 돈은 제 전 재산인데…….”
“네. 주신다면 그 돈으로 치료해 드리죠. 물론 가두고 있던 고아들도 풀어 주셔야겠습니다.”
그가 망설이자 진천희가 학습을 시켜 주겠다며 다시 대죽을 든다. 급하게 그가 말했다.
“드리겠습니다! 당장 내놓습죠! 얘들아! 전부 꺼내라! 전부 꺼내!”
* * *
마당에는 생각지도 못한 금전들이 수북이 쌓여갔다.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산처럼 쌓여가는 재물을 보며 진천희가 멍하니 물었다.
“이걸……. 다 모았다는……?”
“그으……. 저희는 밑바닥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이라서 아무것도 모릅니다요. 대협……. 헤헤헤…….”
“마, 맞습죠. 가장 바닥입니다요.”
그러니까 소악(小惡)이라고 쳐주는 것도 과하다 싶을 골목 시정잡배가 이만큼을 모은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 위에 있는 수많은 악(惡)들은 얼마나 더 많은 재물을 축적하고 있었던 거지?
‘이 정도면 마을 하나가 전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돈이잖아?’
먹는 게 문제가 아니다.
잡혀 있던 고아 아이들의 치료비를 해주고 이 애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써도 돈이 남는다.
‘이게…… 칼로 번 돈이구나.’
항주 뒷골목 변두리 가장 허름한 곳.
내공을 익힌 이도 몇 없는 시정잡배 소굴 속에서 세상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어째서 정파가 그토록 위선적이면서도 스스로 ‘정파’라고 자처할 수 있는지를.
‘더럽게 돈을 벌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더 벌 수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들도.’
그 짓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은 정파란 의미였다.
‘강호의 무공이란 이런 거구나. 흑도란 이런 거였어.’
그동안은 그저 덤벼오는 산적들 몇을 처단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게 다였다.
물론 그 와중에 일시적, 또는 영구적 손상이 몸에 가해지기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공격한 자들에게 그만한 대가를 주는 것뿐.
그자들이 얼마나 많은 양민들을 괴롭히고, 그 양민들의 고혈로 얼마나 많은 황금을 모을 수 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그때 만선이 진천희 뒤에 나타났다.
“장부를 찾았습니다. 소각주님!”
만선의 낚싯대가 장부를 꿰어 진천희에게 던진다.
탁-
붙잡은 장부를 차르륵 펼치며 푸른 눈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숫자를 기억했다.
“말단치고는 꽤나 꼼꼼하군요. 그렇다는 건 아마 위에 당신들을 관리하는 자들이 있을 텐데요.”
소악이 활개 칠 수 있는 것은 거악이 눈을 감아 주기 때문이다.
소악이 그렇게 모은 양민의 피가, 이제 위로 올라가게 된다.
거악은 그 돈을 받아 더 많은 악을 만들어낸다.
“그으……. 위에 이르는 일은 전혀 하지 않겠습니다요. 저어!”
“개소리하지 마시고. 어차피 상납금을 보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도는 사람을 보낼 테니 알게 되겠지요.”
그 말에 흑토룡이 입을 조개처럼 다문다.
‘이것만은 말하면…….’
그 순간, 진천희의 차가운 눈이 그를 꿰뚫어본다.
흡사 사람의 심장을 파고드는 것 같은 차가움에 결국 흑토룡은 울면서 말했다.
“살려 주십시오. 대협, 살려 주십시오. 어흐흐흑…….”
“이렇게 합시다.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하시면 됩니다. 이대로 제가 당신을 버리고 재산만 챙겨 가는 게 첫 번째. 그리된다면 사지가 부러진 채로 여기 널브러져 있겠죠. 인망이 있다면 돌봐줄 사람도 있을 거고. 후유증은 평생 남겠으나 어쩌면 윗놈들이 당신의 충성심을 어여쁘게 여겨서 살려줄 수도 있을 거고요.”
물론 그럴 일은 없다.
소악의 자리는 다른 소악이 차지할 것이다.
흑도는 당한 만큼 갚아줘야 한다.
아니, 당한 것 이상으로 갚아줘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에게 우스움을 살 것이고, 더 이상 이 바닥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능력으로는 결코 진천희에게 앙갚음을 할 수 없다.
보통 이런 경우 뒷배는 자결을 하지 않은 그를 한심하게 여기며 다른 소악에게 처단하라 할 것이고, 이 자리는 또 다른 자의 자리가 되고.
그는 개미 밥이 되어 끝난다.
은원이 있다면 깔끔하게 죽지는 못할 터.
“두, 두 번째는 무엇입니까요. 대협?”
“저한테 뒷배를 불고 백린의각에서 입원 치료를 하는 거죠. 전 재산을 치료비로 잃고, 내공도 잃겠지만 농사하는 데 후유증은 없을 것이고. 퇴원할 즈음이면 새 출발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새 출발을 한단 말입니까.”
“그때는 항주가 바뀌었을 테니까. 내가. 항주를 바꿀 거니까.”
진천희의 푸른 눈이 그를 내려다본다.
“한 번만 하죠. 말하지 않으면 제 힘으로 찾으면 됩니다. 조금 더 수고스러울 뿐 못 할 건 없지요.”
“…….”
이건 일종의 시험이었다.
사실 굳이 이렇게까지 갈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허나, 이놈이 혈선교도가 아니라면, 적어도 다시 시작할 싹이 있는지는 지켜보고 싶었다.
얼마나 있었을까.
흑토룡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표정으로 말했다.
“……홍주방(紅酒幇). 홍주방이다.”
애걸하던 말투는 어디 가고 그냥 반말이다.
죽음을 각오한 모양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모습에 진천희는 깨달았다.
‘아아, 그런 거군. 내가 뒷배가 누군지 알아냈으니 필요 없어진 자신은 죽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게 흑도의 방식인가.
사마현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아갔던 걸까.
그리고 스승님은 이 속에서 제자가 무엇을 깨닫기를 바랐던 걸까.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말하시죠.”
“홍주방은 고수가 많다. 벽안광의……. 네가 일광이라고는 해도……. 백린의각이 잘나간다고 해도……. 홍주방과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홍주방을 처치하면 그 위에 또 무언가가 있겠군요.”
“소악 위에는 거악이, 거악 위에는 더 큰 악이 있다. 우리 같은 종자들은 절대 멸절하지 않아. 크크크큭. 그런 법이지.”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목을 길게 뺐다.
이제 다 털어놨으니 목을 치라는 뜻이었다.
진천희는 그의 목을 치는 대신 천우에게 아이들을 풀어주라고 시켰다.
그렇게 풀려난 아이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달 아래에 어디 한 군데가 망가진 아이들이 비틀거리며 나왔다.
아프고, 허기지고, 사람의 온기를 모르는 아이들은 웃는 법을 모른다.
그중에 팔이 부러져서 온 아이가 있었다.
“그래. 두 번째 탕후루가 얼마나 맛있는지 가르쳐 주기로 했지.”
먹는 욕심을 조금 더 부린다고 해도 팔다리가 무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렇다면 그것으로 된 일이지.
문득 팔이 부러졌던 아이가 진천희를 발견했다.
“어?”
아이들은 주변을 바라본다.
가득 쌓인 전냥들과 쓰러진 어른들.
분골착근으로 팔다리가 기괴하게 뒤틀린 두목까지.
진천희는 달을 바라보았다.
‘인의(人義)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그래. 사람을 구덩이에서 끌어내려면 나도 같이 진흙이 묻을 각오를 해야지.’
그게 고작 칼 한 자루로 가능하다면.
그것으로 된 일.
그렇게 흑룡파 문주를 내버려두고 만선에게 뒷정리를 시켰다.
그리고 아이들을 모았다.
일단 죽부터 먹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진맥은 밥을 먹인 다음에 해야겠네.’
그때.
“끄아아악!”
뒤를 돌아보니 한쪽 팔이 부러졌던 그 아이가 문주의 목을 찌르고 있었다.
아이가 쥐고 있는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단도였다.
쓰러진 조무래기의 품에서 꺼낸 걸까. 아니면 몰래 숨겨서 이 날만을 기다렸던 걸까.
한 팔로 아이는 ‘죽어, 죽어, 죽엇!’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그를 찌른다.
핏물이 흐르며 바닥을 적셨다.
흥건해진 그것은 뱀처럼 느릿느릿 골을 따라 흘러간다.
죽은 사내는 칼에 찔려 몸을 들썩였다. 아이는, 아이는 칼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강호의 지옥 같은 굴레였다.
아이는 너무 어렸고, 그 아이가 당한 것은 어른도 견디기 어려운 것들.
이름도, 인권도, 생존도, 식사도.
모든 것이 말살당한 아이는 죽이는 것에 몰두했다.
희미한 희열이 느껴지는지 아이의 입가에 미소가 조금 머문다.
‘그래. 아이도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지.’
은원을 멀리 기다릴 것도 없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흑토룡에게 은원이 있었다.
팔이 부러진 그 아이를 모두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호였다.
진천희는 아이의 팔에서 단도를 뺏었다.
아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사람을 죽였으니 맞을 것을 각오한 걸까.
“네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었단다.”
사실 모르겠다. 무엇이 답인지.
이 아이를 혼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 것인지.
하지만 이 강호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고 살아가는 게 가능한지조차도.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아이의 동공이 공포로 부풀어 오른다.
자연스럽게 뺨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것은 몸에 밴 습관이었고.
그래서 진천희는 대신 안아 주기로 했다.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괜찮아. 다 끝났어. 다 끝났으니까. 돌아가자.”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안긴 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다른 아이들도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눈물과 핏물이 푸른 옷에 스며들었다.
오늘 지옥 하나가 끝났다.
항주에 있는 수많은 지옥 중에서도 가장 작은 지옥이었다.
그게 항주 뒷골목 흑룡파의 마지막 날이었다.
달도 피도, 황금도 밝았다.
하지만 아이들 우는 얼굴만큼 선명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