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98
제 497화
“정확히는 베는 게 아니라 점으로 찍는 겁니다. 미세한 구멍을 내는 거죠. 이리되면 이 또한 박피와 비슷한 효과가 나게 됩니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요.”
“허나, 그 또한 환자의 피부 상태에 따라 장단점이 있어 보이니 조절을 해야겠구나.”
박피성과 비박피성으로 나뉜다.
과거 지구에서 친구 놈이 피부 관련 논문을 쓴다며 어떤지 좀 봐달라고 부탁받은 일이 있었다.
이 녀석의 꿈은 청담에 생명의 탑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꼭대기부터 피부과, 성형외과, 한의원, 내과, 소아과……. 쭉 내려서 1층에는 약국이어야 한단다.
애초에 잘사는 집이었는데, 부모님이 가지고 있던 꼬마 빌딩이 재개발되면서 거기에 자기 아들을 앉힐 야망으로 불타셨고, 본인도 불탔다.
그 빌딩 위치가 청담이다.
‘밥을 많이 사줬지.’
특히 이런 레이저 박피술은 하고 나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느냐 마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회복 시간도 걸리고.
그걸 줄이는 게 관건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여기 환자는 처음부터 일상생활을 못하지.’
직장은커녕 곰보 자국으로 길 가다가 돌팔매질을 맞는 게 이 동네 아닌가.
좋은 피부를 더 좋게 하는 게 아니라, 길 가다가 린치를 당하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목적이다.
“희야… 이것을 시행을 하면서도 약간…… 검수로서 번뇌가 오는구나.”
“스승님. 이것이야말로 활인(活人)입니다. 검으로 사람을 살린다는 뜻이 무엇인가 고뇌할 필요가 없어요.”
“선현들께서 설마하니 피부 박피를 활인이라 칭하진 않으셨을 것 같구나.”
“활인 중의 하나지요. 스승님은 모태 미남이셔서 이 고통을 모르시겠지요.”
“너는 무슨 여드름 때문에 고생해본 것 같은 말을 하는구나?”
그 말에 진천희는 뜨끔해졌다.
전생에서 진천희는 평범한 외모였다.
다만 고아인 티를 내고 싶지 않다 보니 깔끔하게 입고 다니는 걸 늘 고민했고, 남들만큼은 아니어도 그래도 나쁜 쪽으로 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교복도 늘 직접 다리고, 여드름은…… 은근한 고민이었다.
나중에는 자연히 없어지긴 했지만.
그 습관이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서 씻는 것과 입는 것을 늘 중요히 여겼던 기억이 났다.
옷을 매번 바꿔 입지는 않더라도 단정하게는 입어야 하지 않겠나.
피부도 지저분하면 괜히 가난한 표가 날 거 같아서 최소한 선크림이나 로션은 꼬박꼬박 발라줬고.
늘 좋은 냄새가 배게 하고 싶어서 남성용 향수도 찾았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다 보니 진천희가 고아라는 것을 말하기 전까지 동기들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스승님이 말했다.
“가끔 너는 네가 살아 보지 않았던 삶을 살아 본 것처럼 말할 때가 있더구나.”
“아……하하하…….”
“더는 묻지 않겠지만 말이다.”
스승님은 몇 번 연습도 하지 않았는데 완벽하게 숙련이 되셨다.
동물을 상대로 연습하고, 그다음에는 자원한 상의원을 상대로 했다. 그렇게 상의원들의 뾰루지 자국이 지워지고 있다.
그다음에는 환자에게 할 생각이었는데 모두가 앞다투어 하고자 했다.
“시술도 받고 돈도 주신다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이 얼굴만 바꿀 수 있다면 목숨도 바치겠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소. 제발… 제발……!”
하나같이 절박한 사람들뿐이었다.
진천희는 차분히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고 실험 결과는 어떻고 예상 부작용은 어떤지 말했다.
허나, 두창이 있는 사람들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고.
“당장 해주시면 안 됩니까? 의원님……. 저 어제도 목을 매달려고 밧줄을 찾았습니다. 몸의 흉터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얼굴이라도 바꿔 주시면 평생 종놈이라도 되겠습니다.”
“그럴 것 없습니다. 일단 받아 보시고. 주기적으로 의각으로 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수칙은 꼭 지켜 주셔야 하고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승님은 말을 잃었다.
스승님이 과거 진천희에게 흑도의 진짜 모습을 가르쳐주었듯, 진천희는 스승님에게 양민의 절박함을 가르쳐주었다.
냉혹한 스승과 미친 제자는 여전히 서로에게 하나씩 가르쳐주고 있었다.
비긴 셈이었다.
* * *
당초 예상 이상으로 피부 재생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환자들은 여전히 왜 자신에게 돈을 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이 시대의 의방에서는 본디 이러한 통계 실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치료를 하는 게 당연했다.
현대 의학으로 넘어오면서 통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임상사례들을 모으며 발전해나갔던 것이지 지금은…… 그냥 했다.
진시황도 수은이 정말로 좋은지 알 수 없으나 일단 불로불사한다니까 먹었고, 진시황의 어의도 수은으로 통계를 낸 것도, 실험을 거친 것도 아니나 일단 황제께 먹였다.
이런 시대에는 이 의원의 평판이 얼마나 좋은가가 뛰어난 의원인가를 가르는 척도였다.
그런데 돈까지 쥐여 주면서 시험 기간을 거친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
“오오… 시술이 잘됐네요. 이대로라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원래 모습을 되찾으시겠는데요?”
“이미 말 걸어 주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의원님… 가족들도 저를 보는 눈이 어찌나 달라졌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밥도 줘요.”
‘……음, 그건 가족이 문제인 것 같은데…….’
근데 뭐, 이건 현대에도 가족이 남보다도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니 말을 아끼는 게 좋겠지.
“헤헤헤, 저는 덕분에 표국에서 자잘한 허드렛일도 받았습니다.”
“다행이네요.”
아직 울긋불긋한 감이 있는데도 이 정도면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참에 손에 난 흉터도 지워 볼까요? 나머지는 옷으로 가리면 되니까.”
“좋죠! 아이고!”
환자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신의께서 도와주셔서 제가 다시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스승님은 아직도 이 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신다.
것도 그랬다.
설령 스승님이 못난 얼굴로 태어나셨다고 한다고 한들 오성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니 무시하는 자들은 베면 되는 문제였을 터.
하지만 인간사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질 않는다.
피부를 돌리는 게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또 누군가는 천형에서 벗어나게 만들기도 했다.
사람의 내면은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굳이 일을 시키는데 그 사람의 내면까지 관찰할 일이 어디 있겠나.
“……아닙니다. 제게 와 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덕분에 치료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나쁜 생각 하지 마시고요.”
과거 두창 흉터 때문에 자살 시도까지 했던 환자였다.
고작 그걸로 왜 자살을 하냐고 묻는 이들도 많겠지.
허나, 그건 그 사람이 되지 않고는 모를 일 아니겠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안 합니다. 어떻게 고쳐 주신 얼굴인데 이걸로 죽겠습니까.”
“손도요.”
“하하하… 네. 손도 깨끗해지겠네요.”
그렇게 환자들을 돌보고 밖으로 나오니 문득 아름다운 미녀가 비파를 끌어안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진천희를 향해 요염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가~♥”
“오냐.”
현이겠군. 놀랍지도 않다.
그녀가 진천희의 팔을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가가, 소녀 얼마나 가가가 보고 싶었는지 모르셨을 겁니다. 항주면 제 고향인데 하아, 소녀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기분…….”
쨍그랑-
그때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 사마혜가 진천희와 여장한 사마현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이윽고 사마혜가 말했다.
“……설마… 오… 오빠?”
‘우와, 얼굴을 바꿨는데도 저걸 알아보네.’
* * *
“아, 저는 괜찮아요. 오빠가 예전에 경극할 때도 여장을 했었거든요. 패왕별희라든가…….”
“후후후, 조금 쑥스러운걸~”
입은 쑥스럽다 하지만 몸은 아주 그냥 위풍당당이다.
“그런데 왜 은공한테 ‘가가’라고 부르는 거야?”
“형이 그렇게 놀리면 당황하거든~ 그런데 오늘은 너무 태연해서 좀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
“그런데 정말 대단하다. 와아. 옛날에는 이런 거 못 했었잖아?”
사마혜가 아예 더듬더듬거리며 자기 오라비의 근골을 만져 본다.
“후훗. 놀랐지?”
“응. 완전 여자 골격인데? 근육도 그렇고.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야?”
“무공이지. 근육과 골격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거든~.”
“옛날에 이거 할 수 있었으면 떼돈 벌었겠다.”
“그치?”
장성한 오라버니의 여장을 보면 보통 기함하지 않나.
어째 놀라는 포인트가 이상하다?
설마하니 사마혜가 이렇게 태연하다 못해서, 감탄을 연발할 줄은 몰랐다.
이게 더 놀라워서 몸이 굳으니 사마현이 기다렸다는 듯 진천희의 팔짱을 꼈다.
“가가~ 제가 마음에 안 드시와요?”
“혜야……. 네 오빠 좀 떨어지라고 해줄래?”
그 말에 사마혜가 키득키득 웃더니 진천희의 다른 쪽 팔에 자신의 팔을 걸었다.
“그러게요. 은공~ 오빠와 식은 언제로 잡으실 겁니까요~”
가뜩이나 친남매다 보니 작정하고 따라 하니 말투가 비슷하다.
“얘들아, 살려줘라.”
이래서야 영락없는 파락호 아닌가.
* * *
얼마 후.
그렇게 두 남매와 투닥이고 나서 사마현을 다실로 안내할 수 있었다.
두 남매는 장난이 즐거웠는지 한참을 키득였다.
특히나 사마혜는 오랜만에 보는 오빠의 모습에 들뜬 모습이었다.
“그래서? 오빠는 어떻게 한 건데.”
고향에 온 덕일까.
전보다 훨씬 밝아진 사마혜의 모습에 사마현도 기뻤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떡 하나 먹겠다고 그 돈을 버릴 수야 있나~ 이 오라버니도 가만히 안 있었지~”
둘이 수다를 떠는 동안 진천희는 차를 가져오겠다고 말하고 일부러 자리를 비워주었다.
일부러 두 사람이 해후를 풀 수 있게 밍기적거리며 차를 준비했다.
한 시진 정도 있다가 들어가니 사마혜가 화들짝 놀라서 눈가를 닦았다.
“앗, 은공!”
‘아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오래 있다 들어올걸…….’
사마현은 그런 사마혜의 등을 두드렸다.
“혜가 옛날부터 울보거든~ 의각 공부하다가 눈물 꽤나 쏟았을 거야.”
“아니야. 한 번도 안 울었거든? 그쵸?”
하면서 일부러 화를 내며 진천희에게 물었다.
‘으음, 의각에서 사마혜 평가에 늘 [의지력이 강함]이 들어 있긴 했지.’
오랜만에 오빠를 보니 눈물샘이 느슨해진 모양이다.
진천희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다과로 할 것 좀 만들어 왔는데 먹을 수 있겠어? 날이 추워서 따뜻한 걸로 해왔어.”
“네, 네! 당연히요.”
그런 사마혜와 사마현 앞에 내려놓은 것은 중원에서는 듣도 보도 못 한 물건이었다.
“이게 뭐예요?”
“어… 핫도…ㄱ… 아니… 어… 튀김…꼬……치?”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한국식 치즈콘도그다.
그것도 건강에 매우매우 안 좋게 안에 치즈 절반, 소시지 절반을 넣고 쌀 반죽을 두르고, 거기에 감자 자른 것도 박아 넣고.
마구마구 튀겨서 그 표면에 설탕 한 번씩 굴려주시고!
케첩 팍팍 뿌려서!
그야말로 건강에 나쁜 맛있는 간식!
“그림도 그려놓으셨네요. 은공?”
케첩으로 하나는 여우를, 다른 하나는 별을 그렸다.
“하나씩 나눠 먹으라고.”
“이걸 차랑 같이 먹어요?”
“응. 차가 쓴 만큼 다과는 달콤할수록 좋다.”
……이게 다과?
두 남매는 서로를 한번 바라보다가 사마현이 먼저 어깨를 으쓱하며 자연스럽게 집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