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00
제 499화
며칠 동안 진천희는 이런저런 뒷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승님께서는 황궁의 감찰사에게 두창 예방에 대해 정리한 자료들을 보여주었고, 감찰사와 함께 황궁에 올라가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궁에 다녀올 터이니, 너는 의각에 돌아가 있으렴.”
“황궁이요?”
진천희의 말에 스승님은 차분히 답했다.
“두창을 예방한다는 것은 천하의 근심 중 하나를 없애는 것이란다. 달리 천형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지. 그것을 네가 해낸 것이다. 그러니 황궁에서 이를 확인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느냐.”
“으음, 감찰사만으로는 부족하군요.”
“하하하, 기왕 가는 김에 앞으로의 일에 필요한 포석 몇 개를 깔아둘 생각이란다.”
이미 스승님이 만들어두신 방죽이 이리 큰데도. 스승님은 여전히 제자를 지킬 생각에 골몰하신다.
그래도 걱정을 하는 제자를 보며 스승님은 한숨을 쉬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나를 이리 걱정하는 자는 너밖에 없을 거란다. 아니, 그 전에 흑도 무리나 정리하라고 보냈더니 두창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네가 남 걱정할 처지인지나 궁금한데.”
“윽, 스승님.”
정곡이다. 진천희가 말했다.
“유 총관과 함께 가실 거죠?”
“너는 어째 유호를 엄청나게 믿는구나.”
“네. 겨울이니까요. 제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유 총관이라도 함께했으면 합니다.”
제갈린의 뒤에서 유호가 떫은 표정으로 진천희를 바라본다.
“…….”
퇴근을 못 하는 대학원생은 이 새끼를 쥐어 패고 싶다.
진천희는 맑은 광기의 눈으로 말했다.
“유호 사랑해.”
교수가 대학원생을 애정한다 말하는 것은 보통 끔찍한 일을 동반하고는 했다.
“……그 입 좀 닥쳐 주십시오.”
“진심이야. 유호, 스승님을 부탁해.”
“하아, 망할.”
유호는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어차피 네놈의 부탁이 아니어도 주인님은 내가 지키겠다고 답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그렇게 스승님은 감찰사와 함께 황궁으로 향했다.
궁에서 보낸 호위대 외에 백린대 일부도 함께 이동했다.
두 사람이 나가니 어쩐지 항주 분타가 텅 빈 것 같다.
‘나도 이제 움직여야지.’
사마혜는 당장 부르진 않을 생각이다.
본산으로 가서 이것저것 처리한 후에 사마혜를 불러 본격적인 교육 과정에 들어가겠지.
그렇게 짐을 싸려는데 사마현이 형을 향해 다가왔다.
“형. 바빠?”
“으음, 지금은 안 바빠. 항주 일도 다 끝나서.”
“오~ 다행이다. 그러면 나 좀 도와줄래~?”
현이가 도와 달라고 먼저 말한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진천희는 자못 진지하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스승님이 시험 중이시거든.”
“황금왕의 시험?”
그 말에 사마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귀걸이가 화려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어쩌면 사치를 좋아하는 듯한 이 모습도 고도의 전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지존천마의 사마현은 이런 차림이 아니었다.
보통은 남의 인생을 빼앗아 살았다.
얼굴 가죽 주인이 즐겨 입는 옷, 즐겨 하는 장신구, 심지어 먹는 취향조차도 그랬다.
그곳의 타인의 인생을 뒤집어쓰며 닭 가슴살을 찢듯이 그 주변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을 즐거워했다.
지금의 사마현은 뭘까?
“형, 무슨 생각해?”
“귀걸이가 화려하다는 생각.”
“하나 줄까?”
“됐어. 걸리적거려.”
형의 말에 사마현은 장난스럽게 키득였다.
그러고는 본론을 꺼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스승님도 슬슬 후계자를 확실히 정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시험 중이야.”
황금왕이 나서서 후계자를 뽑는다? 이건 원작에 없는 이야기였다.
사마현이 말을 이었다.
“물론 마교처럼 서로 죽고 죽일 필요는 없어. 우리는 돈이 가장 중요하니까. 어…….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건 요체는 그건 아니야.”
“그러면?”
“돈을 버는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하, 그래서 죽고 죽일 필요는 없으나 결론적으로 그리될 수도 있다는 거군.
내가 못 벌면 나보다 잘 버는 놈들을 죽여 재산을 갈취하는 것도 오케이란 뜻이니까.
‘와아, 미쳤는데.’
천마와는 다른 형태의 냉혹함이다.
황금왕은 돈 앞에서 군림하는 자.
황금의 가장 좋은 재료는 사람의 피라는 것을 그녀가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하였겠지.
“황금왕답네.”
“그렇지~?”
황금왕.
원작에서는 사마현과 여하륜이 싸울 적에 중간에서 돈만 챙기는 수완을 발휘한 자다.
그녀는 원작에서도 끝까지 생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아마 살아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때의 그녀는 후계자를 뽑지 않았다.
금혈방은 여전히 그녀의 것이었고, 그녀가 딱히 후계에 뭔가 기대하는 면모는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재산을 모으는지조차도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조차도.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버는 건데?”
“스승님은~ 우리들에게 각자 금자 오천 냥씩 주셨어. 이걸 가장 많이 불려서, 일 년 안에 스승님에게 되돌려주는 녀석이 승리하는 거야.”
“호오.”
“의외로 금혈방의 전통 있는 행사라고? 과거 스승님은 이 시험에서 원금을 여섯 배로 불렸다고 하시더라고~”
“일 년 만에 금자 오천 냥을 삼만 냥으로 만들었다고?!”
아니 주식도 없는 이 세계에서 그게 된다고……?
진천희가 놀라서 눈을 크게 홉뜨자 사마현이 키득이며 정답을 말했다.
“다른 경쟁자 뽕나무 밭에 불을 지른 다음에 비단 누에를 독점하셨다나~ 열 배는 더 벌 수 있었는데 당시 관아에서 개입하여 더 폭리를 취할 수 없었다는군.”
피도 눈물도 없구만.
관에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면 더 짜내셨겠군그래.
“현이 너는 어떻게 할 건데?”
“음~ 나도 여러 가지 생각은 있긴 한데, 형은 어떤 좋은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려고. 형은 신기한 것을 많이 생각해 내잖아?”
“어이고, 내가 의원인데 그런 걸 알겠냐? 차라리 신약 개발이면 모를까. 야, 그런데 신약은 한다고 뿅 나오는 게 아니에요. 일 년이 걸릴지, 십 년이 걸릴지 아무도 몰라.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게 이쪽 일이야.”
“에이~ 청옥, 적옥도 형이 만들었고, 온돌도 형이 만든 거잖아?”
그 말에 왜인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이건 인생을 두 번째 사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직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인지 사마현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
직감이 뒤통수를 때리니 그제야 그 직감을 따라 논리회로가 움직였다.
1. 이 녀석이 돈 버는 법을 몰라서 올 것 같지는 않다.
2. 황금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3. 수틀리면 얼굴 가죽을 뜯어 버리는 방법이 있고, 원작에서 사마현은 그걸 잘했다.
4. 황금왕은 뽕나무 밭을 불태워 시장 경제를 파탄 내버린 적이 있다.
5. 허나, 3번과 4번 중 하나라도 시행할 때. 형과 혜아가 몹시 싫어할 것이다.
……그렇군. 로지컬.
이놈은 최후의 방법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건가.
이대로 아이디어를 내지 않으면 원작 지존천마대로 사람의 얼굴과 인생을 약탈하며 가지고 놀다가 일 년을 보내버릴 수도 있고, 아니면 시장 경제를 크게 파탄 내서 양민들을 골로 보내버릴 수도 있겠군.
‘둘 다 원작 역사잖아. 이거!’
역시 역사라는 게 어느 수준은 막았다고는 해도 이렇게 방심하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모양이다.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짜내야 하는데…….’
사마현이 말했다.
“아, 형. 미리 말하지만 나는 형한테서 금자 삼만 냥을 빌리는 일은 없을 거야. 그건 의미 없는 짓이니까.”
……음. ‘show me the money’가 막혔군. 요즘 세대는 ‘motherload’던가. 그것도 이젠 한물갔나?
“일단…….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
“괜찮아~ 형. 시간 많아~ 같이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데~ 내 고향에서 조금 같이 놀면서 계속 고민해 보자고~”
“그래. 같이 생각해 보자, 그러면 복귀는 좀 늦춰야겠네.”
진천희는 본각에 전서를 썼다.
일이 생겨 조금 늦게 갈 거라는 전서였다.
왠지 랩실의 아이들이 잔치를 벌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 *
돈을 버는 법이라.
[여섯 배를 달성한 놈은 이미 있어.] [무슨 수로?] [그놈 부모님이 상단을 전부 정리하고 현금화시켰거든.] [……우와아… 위험해라.] [모든 걸 다 건 거지. 황금왕의 자리는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황금왕의 제자들은 꽤 다종다양한 위치에서 살고 있다.
[흑도 쪽 놈도 있어. 그놈은 그 돈으로 전부 낭인들을 사고 있어.] [음……. 뭘 하고 싶은지 명확하네.] [어차피 칼을 쓸 거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어리석은 짓이지.]살벌한 전음 속에서도 사마현은 겉으로는 부드럽게 웃으며 사마혜에게 장신구를 건넸다.
“이거 어때?”
“오빠는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 줄 알아?”
“으음. 그러면 요즘은 뭐가 유행인데.”
요즘 유행을 모를 사마현이 아니었다. 궁금한 건 혜아가 좋아하는 것이겠지.
사마혜가 가판에서 다른 장신구를 집어 들었다.
그것을 장신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수리검…… 비녀네.”
“응. 요즘 이게 유행하더라고. 호신용으로도 좋아.”
수리검에는 [사천당문 혈편왕]이라고 붉은 글씨로 적혀 있다.
우와, 이건 나도 몰랐다.
이 시대에 라이선스까지 줘가면서 팔 것 같지는 않으니, 당아는 이 먼 항주에서 자기 이름이 어떻게 팔리는지 모르고 있을 거다.
주변을 보니 당아가 쓰는 가면과 비슷한 형태의 암기류, 장신구들이 쭉 늘어서 있다.
사마현이 물었다.
“수리검은 쓸 줄 알아?”
“오빤 나를 뭘로 보는 거야. 기본적인 건 백환후에서 배웠어.”
진천희가 말했다.
“강호에선 의원도 자기 몸은 돌봐야 하거든. 당연히 가르쳤지.”
사마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거 다행이네.”
[혜아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 훨씬 강한 애야.] [그래도 이번 황금왕의 시험을 알게 하고 싶지는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찌 알고~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있던데.]그건 그렇지.
아무리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다고 한들 그녀는 강호인이 아니라 의원이니까.
시험에 통과한 후라면 모를까, 지금 단계에서 굳이 위험에 노출하는 건 그야말로 어리석은 행동.
‘동생 하나는 끔찍하게 여긴단 말이지.’
그래도 다행인 점은 딱 하나 있다.
항주는 사마현의 고향이자 이제 백린의각의 영역이라는 거다.
[그래도 여장은 너무하지 않냐?] [가가~ 혜아도 언니가 생긴 것 같아 좋다고 하옵니다~]아니나 다를까.
사마혜가 당아의 수리검 비녀를 들어서 사마현에게 대보고 있었다.
“와~ 오빠, 잘 어울린다.”
“그러니? 나도 하나 할까? 똑같은 거 두 개 주세요! 아니다. 세 개!”
‘나까지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