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06
제 505화
‘하……. 개인주의 강한 사람들은 이 시대에 못 산다.’
혼자 있는 시간도 적고 사생활 존중이라는 개념도 없는, 그야말로 농경이 기본인 사회다 보니 이런 항구 도시조차도 ‘마,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똘똘 뭉친다.
사람이 늘 고픈 타입의 인싸들에게는 좋은 시대일지도 모른다.
일단, 스승님은 이 시대 아웃사이더인데 직업은 의원이라 숨 쉬듯 스트레스를 받으셨을 거고.
백린의각 본산이 산 높은 곳에 있는 게 온천 때문도 있겠지만, 아마 이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환자와 직원 말고는 오지 말라는 뜻이지.
일단 사마혜는 인싸다.
“은공, 새 인부가 도착했어요!”
그녀의 피부는 날이 갈수록 생기가 돈다.
물론 일이 많아서 힘든 것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교류를 함으로써 에너지를 받는 타입 같다.
‘나는…… 좀…… 힘들군.’
굳이 말하면 타고난 성향은 아웃사이더에 가까운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강제로 인싸로 개조되었다고나 할까.
아웃사이더가 인싸 흉내를 내려고 하니 효율이 안 맞아서 아무리 일이 쉬워도 저녁 7시가 지나면 묘한 탈력감과 허탈감,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은 그런 게 밀려온다.
반대로 일이 어려워도 혼자 하면 좀 낫고.
그런 인간이 회식이니 뭐니 하면서 10시까지 보낸다?
마라톤 하는 운동선수가 극한의 상황에서 느끼는 그런 감각처럼 뭔가 올라오기는 한다.
사람이 극한의 에너지까지 다 쥐어짰을 때 나오는 열반과 같은 그런 감각이다.
보통 오버하면서 말실수하는 게 이럴 때다.
이럴 때 사고를 친다.
그리고 집에 가면 없는 에너지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 떨리는 손으로 옷을 벗고 침대에 코 박고 10분 정도 멍 때리는 시간을 가졌었지.
우울증이랑은 또 다르다.
그냥 뒤지게 힘들고 에너지가 없는 거다.
여기에 이제 논문이니 학회니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밤새도록 또 달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에너지 바를 으적으적 씹으며, 다육이 화분을 한 번씩 끌어안으며.
-1시간 안에 에너지를 30% 이상 충전하십시오.
이런 퀘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커피 한 잔을 타고.
예전에 선물받은 알파카 인형 머리나 한번 쓰다듬고.
요즘 애들은 모르는 로봇 피규어나 좀 닦아 주면서 기를 쓰고 충전해야 한다.
그 짓을 불혹까지 하다 보면 이런 인간이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사마혜를 보라.
“은공, 새로 들어올 장인 말인데요, 두 명 정도 추천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알아보니까 믿을 만하더라고요!”
동네 평판을 양분으로 삼아 사마혜는 지금도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다.
부럽다.
그리고 그녀의 항주 휴민트는 제법 정확하여서 개방과 하오문 정보보다 더 자세하다.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왜 스승님이 백린의각 본산을 산에다가 갔다 놨는지도 알 것 같다.
“특히 석경, 이분은 아들이 남의 집 소 다리를 분지르는 바람에 돈이 필요하거든요.”
“소 다리?”
“네네. 그게 춘월이랑 사귀다가 헤어져서요. 술 마시고 울다가 소가 가는데 자빠졌대요.”
음……. 이걸 이제 그 동네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었다 이거지?
“그리고 따님분은 최근에 동네 남자분이랑 같이 물을 긷는 게 목격이 되었어요. 7~8회 정도? 그 정도면 정분난 거 같은데 혼례를 올릴 수도 있겠어요. 그러면 돈이 더 필요할 테니 열심히 일하실 거예요.”
……이런 숫자도 알 수 있는 거군.
백린의각 본산에 처박혀 있던 나날들, 가끔 강호낭중처럼 돌아다니며 치료를 하며 돌아다녔다.
이러한 진실된 공동체를 느낀 것은 처음이야.
우리나라도 이제는 시골 동네 정도밖에 안 남지 않았나.
여기는 이게 당연한 것인가.
충전이 되고 있는 사마혜와 정반대로 에너지가 쭉쭉 빠지고 있는 진천희는 떨리는 손으로 석경이라는 이름을 적었다.
그렇게 사마혜에게 항주 휴민트를 듣고는 다시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사마현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오오, 형! 공방은 잘 돌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항주 주민들도 다들 큰돈 만진다는 목표로 적극적이시기도 하고, 일자리도 늘었고~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겠어~”
사마현은 행복해 보였다.
이놈은 인싸일까, 아싸일까.
지켜본 바로는 이놈은 혼자 있을 때도 잘 놀고, 남들과도 잘 놀고.
어째 지치는 걸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리 와서 장부 좀 봐줘. 형~”
사마현은 그렇게 진천희를 공방 집무실로 불렀다.
안으로 들어가니 주판들이 다양하게 꽂혀 있었고, 주문서 역시 산처럼 쌓여 있었다.
“본론만 말하면 공방 가동 두 달 만에 금자 십만 냥 이상 들어온 것 같아~”
그 말에 절로 눈이 커졌다.
예상 이상으로 많이 벌어들였기 때문이었다.
사마현은 평소보다 싱그러웠다.
이놈은 어쨌든 돈을 많이 벌면 그것만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좋은 일이다.
“생각보다 많은걸?”
“전신 거울의 초고급품은 원가의 이백 배 이상 받아먹을 수 있거든.”
“아아.”
그제야 생각났다.
여기서 말하는 ‘초고급품’은 최고의 장인이 최고의 장식을 한 전신 거울이다.
이것 하나로 예술품이나 다름없는데, 황제 폐하께 진상한 것도 주왕 전하께 보낸 것도 초고급품 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 심리라는 게 폐하께 진상한 거울을 깎는 장인, 그 장인을 보유한 공방이라는 것만으로도 뭔가 소비 욕구를 굉장히 자극하는 모양이다.
“사람 가려 받고 있는데 예약이 최소 일 년은 밀렸어. 선금을 안 받으면 예약도 안 받는데 말이지~”
사마현은 ‘선금’이라는 단어를 몇 번 반복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참 좋은 단어야. 형. 물건을 받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목돈을 던져줘. 중원에 이렇게 부자가 많다니까~”
빈익빈 부익부야 뭐…….
말해 무엇 하겠나.
사대부들과 강호 세가들이 수십 대를 거쳐서 쌓아온 부가 어디 가겠나.
황제를 갈아치우고, 나라가 바뀌고, 전란이 휩쓸고 가거나, 마교가 발호한다고 해도 그들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초고급품이 금자 삼천 냥인가?”
“응. 열 개만 받아도 삼만 냥~ 수십 개를 받으면 십만 냥이 훌쩍 넘어버리게 돼.”
여기에 그냥 고급품, 일반품 두 가지 상품이 더 있다.
문제는 일반품은 오히려 고급품보다 생산량이 적다.
‘이건 비밀이지만 말이지.’
그렇기에 고급품이나 초고급품을 여러 개 구입한 고객한테 일반품이 가고 있는 상황.
‘사마현 이놈은 명품 시계 팔이를 여기서 하고 있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머리 돌리는 속도가 예사 속도가 아니다.
“초고급품과 고급품의 차이는 재료 차이와 세공의 난이도 차이지?”
“응. 거울 품질은 같아. 하지만 초고급품은 옥이나 자수정, 상아, 금 같은 게 들어가지.”
“손거울, 얼굴 거울. 이쪽은 예약은 안 받고 있고.”
“응. 만드는 족족 팔고 있는데 평소에 초고급품을 사시는 대형 고객님들에게 우선으로 배당하고 있어.”
‘현아……. 너는 지구 오면 진짜 장사 잘하겠다.’
사마현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형이 좀 봐주었으면 좋겠는데.”
“음?”
사마현이 꺼낸 것은 얇은 책자였다.
그냥 책자와 다르게 모든 낱장에 그림이 들어가 있었고, 다양한 거울들이 그려져 있었다.
목판화로 찍은 책자였다.
색도 적, 황, 청. 서로 다른 목판에 먹을 묻혀서 겹겹이 찍어내는 방식이다.
“와……. 호사스럽다.”
“그렇지? 이것을 여름과 겨울, 두 번에 걸쳐 보낼까 해.”
“신상품을 소개하는 거야?”
“그런 셈이지……. 솔직히 지금 거울을 팔아서 이걸 십 년, 이십 년씩 쓰면 내가 돈이 안 되잖아? 형?”
“……그…으렇지?”
진천희는 문득 20년 동안 함께해 온 지구의 청소기를 떠올렸다.
선배가 집에 놀러오더니 이 정도면 도깨비 깃들어 있을 거라고 제발 좀 바꾸라고 욕을 했다.
“그러니까 새로운 형태의 거울을 그림으로 계속 소개하는 거야. 예를 들면 작년에 난초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올해는 소나무로 묵직한 분위기의 거울을 뽑아내는 거지.”
“그러면 난초는… 어…… 유행이 지난 기분이 들겠구나.”
“그렇지. 그래서 소나무가 가지고 싶어질 거야.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내년에 받을 것을 지금 예약하는 상황이 되겠지만. 일단은…… 계획은 그래.”
“……어… 그렇구나.”
아무리 봐도 이놈은 태어날 세계를 잘못 고른 것 같다.
견본으로 만든 사마현의 책자를 한참 들여다보니 꽤 사람 혹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보강할 거 있어?”
“으음…….”
일단 기왕이면 이 책자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는 게 매출에 좋겠지.
“십자 낱말 퍼……ㅈ……. 아니 십자 낱말 놀이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십자 낱말 놀이를 어떻게 하는지 대충 그려서 설명했다.
“쓰는 한자는 쉬운 게 좋을 거야. 가급적 천자문 안에 있는 걸로.”
“수수께끼네. 완성하면 뿌듯할 거고.”
“그렇지. 그리고 길 찾기 놀이도 있으면 좋겠다.”
미로의 대략적인 형태를 그렸다.
“둘 다 흑백이면 충분하니까 그렇게 돈이 들지는 않을 거야.”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붙들고 있겠는걸?”
“그렇지. 정답은… 다음 화에 넣으면 좋을 것 같아.”
반년 후에 정답 공개라니, 이야. 현대라면 3초 만에 새로고침 하면서 다 까먹겠지만 여기는 디지털 세대도 아니고, 놀 게 많은 것도 아니다.
청옥과 적옥을 백번 넘게 돌려도 싫증이 나기는커녕 뉴 챌린저를 찾아 헤매는 게 바로 이 시대다.
“기술자가 있으면 좋겠다.”
“응. 그리고 책자에 들어가는 설명글은 가급적 쉽게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대부들은 어려운 걸 더 좋아하지 않아?”
“그렇긴 한데 강호인들한테도 보낼 거잖아? 대신에 있어 보이는 시구나 조금씩 적는 게 좋을 것 같아.”
논어나 서경처럼 지식 전달이 목적이 아니다.
그저 재미있어야 할 것.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가지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사마현은 형이 말하는 의견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더니 이렇게 말했다.
“돈 좀 만지겠는데.”
“덕분에 나도 좀 벌었어. 공손 상단 쪽에서도 꽤나 이윤이 들어오고 있고.”
“공손 상단은 세외 쪽에도 판매를 하니까 잘됐지.”
그때 결국 사마현이 완전히 공짜는 안 된다고, 어느 정도 이윤을 모두에게 남기기로 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니 힘들면 나중에 천천히 보내라고는 했는데, 이제는 이 말도 액수가 너무 커져서 의미가 없어졌다.
좋은 일이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참, 그런데 간자가 늘었어.”
“정보를 빼가려는 거야?”
“처음엔 나도 단순히 그런 건가 싶었는데 일꾼들의 시간표를 점검하는 것 같은 눈치였어.”
그 말에 진천희는 서늘한 표정으로 답했다.
“……공격이 오는 건가?”
사마현이 피식 웃었다.
“올 게 오는 셈이지.”
우드득-
동생은 손가락 마디를 풀었다.
피를 볼 생각이 들 때면 그는 늘 장난처럼 웃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