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08
제 507화
까닥!
손톱이 또다시 누군가의 두개골을 움푹 함몰시켰다.
“음, 이 얼굴은 취향이 아니다.”
난전 속에서 사마현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또다시 얼굴이 변하고.
“얘들아. 숨 참아라.”
천면호리의 명에 직속 부하들 모두 동시에 숨을 참는다.
사마현은 기다렸다는 듯 이번에는 새빨간 분을 집어던졌다.
촤아아악!
분이 흩어지면서 바람을 따라 파고든다.
“독인가?”
“별거 아니야~ 조오금 사람을 흥분시키는 분진이랄까?”
아니나 다를까, 정면에서 가루를 받은 살수가 착란에 휩싸여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죽어, 죽어어어엇!”
사마현은 그놈의 옆을 유유히 지나서는, 다시 다음 놈의 얼굴을 뜯는다.
우드득-
사마현이 지나가는 곳마다 붉은 점이 찍혔다.
혈흔이 흡사 가을 단풍처럼 피어났다.
그는 지독한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이쿠, 이래서 몸 쓰는 일이 가장 싫단 말이지~”
흡사 격류를 타는 나뭇잎처럼 사마현은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살수들을 처치해 나갔다.
그런 사마현을 무인들 역시 쫓아가기 시작했다.
“후우……. 적응이 안 되는군.”
“역시 천면호리. 잔혹한 손속은 형 앞이라고 사정을 두지 않으시는구먼.”
그 말에 옆에 있던 다른 무인이 속삭였다.
“아니네. 이 정도도 봐준 편이지. 예전에는 걸을 때마다 사람 뇌수가 밟히던 수준이었으니까.”
“뭐?”
“지금은 얼굴 두어 개 수거하시고는 더 갖고 놀지 않고 모조리 죽이고 계시지 않나. 괜히 형님께서 치료하느라 수고할까 봐 이렇게 깔끔하게 죽여 주고 있는 것일세.”
“허……. 금혈방 제자들 중에서는 가장 인자한 편이라 들었건만.”
그 말에 다른 검수가 답했다.
“다른 제자들에 비하면야 변덕스럽게 사람을 죽인다거나, 돈 때문에 부하를 죽인다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인자한 편이지. 하지만 자신을 죽이러 온 자들에게는 철저하게 본보기를 보이시는 편이시라네. 그게 사파의 생리 아닌가?”
“맞긴…… 하다만.”
차라리 검으로 사람의 목을 치거나, 권으로 팔을 꺾었다면 이만큼 잔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리라.
하다못해 싸울 때 치고받는 난전이라도 있다면 모르겠다.
이건 무슨 염소 떼 속에 호랑이가 한 마리가 난입한 것과 진배없지 않나.
처음이야 적에게 공포를 심어 주고 혼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외모와 근골을 순식간에 변형하며 살수들 중 하나인 척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그조차도 신경 쓰지 않고 사람을 터뜨려 나갔다.
흡사 명장의 일필휘지의 붓질처럼 사마현이 지나간 자리는 혈로가 죽죽 그어진다.
한겨울에 피의 단풍이 붉게 물든다.
사마현의 손도 단풍처럼 붉다.
“아, 배고프다. 어서 이놈의 일 끝내고~ 밥 먹어야지~ 이 밤중에 무슨 야근이냐아~”
평범한 사람의 감성을 한참 넘어선 모습에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그때 사마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흠칫.
그의 뒤를 쫓던 아군들이 공포심에 몸이 굳는다.
달 아래로 청년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잘 따라오고 있는 거지~?”
놀랍게도 천면호리는 이 살육이 즐거워 보였다. 입으로는 과로다, 야근이다 하면서도 그는 이 순간을 기꺼워하고 있었다.
아군 무인들을 눈웃음을 치며 한번 바라보더니, 이윽고 광기에 번들거리던 눈동자가 지붕 위를 바라보았다.
“형, 움직였구나? 나도 좀 더 속도를 내야겠는걸?”
삼백안을 뜨고 바라보더니 이윽고 몸을 튕겨 적들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진다.
다시 피의 먹칠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사혀어엉~ 어디 있나아아~ 이 형도 잔머리 어설프게나마~ 좀 굴리는 사람인데에~”
만산이 홍엽(紅葉)이라.
살수들의 고함과 비명, 공포와 절규, 그리고 분노 속에서 사마현은 경극을 하듯 단풍 춤을 추었다.
그것은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 * *
‘저쪽도 시작했으려나……. 현이는. 괜찮겠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진천희는 앞을 본다.
진법이 파훼, 아니, 파괴되어 있는 장소.
그곳에는 흉흉한 살기(殺氣)가 천마진기(天魔眞氣)와 합일되어 흉악스럽게 흔들거렸다.
파직파직.
그 기운에 닿은 사물이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갈라진다.
이미 호신강기나 다름없는 유형화된 기운.
그가 누구인지는 첫눈에 알 수 있었다.
일월신교의 소교주 중의 한 명.
흑운.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예전에. 하오문에서 보낸 절대 고수들 틈에 일월신교에서 오신 분도 한 분 있었죠. 흑운 소교주 당신이 보내신 거군요.”
“그렇다.”
흑운 소교주는 팔짱을 낀 채로 묵직하게 대답했다.
“무슨 이유로 이 싸움에 끼어드신 겁니까?”
“간단한 이유다. 이득. 금혈방의 금력은 큰 도움이 되니까.”
“그 때문에 소교주나 되시는 분께서 직접 행차하신 겁니까? 뭔가… 수지타산이 안 맞을 것 같습니다만?”
“네놈을 죽일 자가 나 외에 없으니까. 본교의 장로들은 천마께서 움직이는 것을 허하지 않으셨다. 본가(本家)의 장로 중 한 명만 올 수 있었어도 네놈 따위는 이미 죽은 목숨임을 아느냐?”
일월신교.
그에 대한 설정을 진천희는 제법 자세히 기억한다.
왜냐하면 지존천마의 주 무대는 결국 일월신교니까.
일월신교를 지탱하는 대가문들이 존재하고, 각 가문에는 화경에 이른 고수가 적어도 다섯에서 여섯은 있었다.
그런 마종육가(魔種六家)이지만, 마종육가에 속하지 않은 채로 화경에 이른 자들도 있는 상황.
일월신교 내에 존재하는 절대 고수의 수만 해도 거의 오십이 넘어간다.
마교라 불리는 일월신교의 절대 고수를 제외한 강호 전체의 화경급 절대 고수는 백여 명.
즉. 일월신교 혼자서 강호의 절반에 해당하는 전력을 가지고 있는 셈.
천마 하나를 고수 여럿이 상대하는 클리셰가 괜히 사골이 아니다.
그들은 강호 제일 세력이며, 반란 세력임에도 토벌되지 않고 신강의 십만대산을 지배하고 있다.
그만큼 마교는 그 자체가 강대한 힘이며 저력이다.
게다가.
일월신교의 교주인 천마는 어떤 자인가?
천하 삼존의 일인이며, 마존으로 불리는 존재.
다른 천하 삼존 중 무존은 행방불명이고, 선존만이 그의 상대가 될 수 있으니.
강호의 균형은 기묘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바였다.
“저도 제법 일월신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있습니다만……. 마종육가(魔種六家) 중 하나에 속한 절대 고수들의 수는 다섯에서 여섯 정도. 그분들이 전부 몰려오는 게 아니라면 제가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본교의 일을 아주 소상히 아는구나……. 그 잡것이 가르쳐 주었나?”
“아니요. 저만의 정보망이 따로 있습니다. 물론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만…….”
진천희는 내가진기의 순환을 시작했다.
힘이 그의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오늘 네놈에게 받았던 치욕을 갚아 주마. 그 대가는 네놈의 목숨이 될 것이다.”
흑운이 팔짱을 풀었다.
전과 같이 천마신공(天魔神功)과 혈명탁탑금강신공(血命托塔金剛神功)을 사용하여 공격해 오리라.
하지만. 그때 이미 흑운은 철저히 패배했다.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지 않다면 저리 자신감이 넘치지는 못할 터.
쿠그극–!
또한, 그의 전신에 확실하게 호신강기가 뒤덮였다.
아마도 진천희가 하오문의 절대고수 세 명과 비무했던 정보를 이미 들었던 것이리라.
‘나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해 왔구나. 호신강기로 독과 음공을 막는 전략이군. 하지만 약점이 없는 건 아니야. 호신강기는 내공 소모가 엄청나니까. 내공이 최대 삼 갑자 정도라고 본다면……. 유지 시간은 불과 삼십 분 정도인가?’
현원전단신공 완전 전개!
진천희의 두 눈이 완전히 벽색으로 광채를 내뿜는다.
그 상태로 진천희는 또 다른 무공의 사용을 시작했다.
심무절학 인의.
초월심무 생사예지.
막대한 정보가 진천희에게 밀려든다.
그 상태로 진천희가 한 걸음을 걷는다. 그리고 흑운 역시 걸었다.
콰드득-!
흑운이 내디딘 걸음마다 지면이 갈라졌다.
쩌저적.
진천희가 한 걸음을 내딛자.
늘어서 있는 빙정검에서 극음지기가 일어나 지면을 가차 없이 얼렸다.
두 고수는 점차 가까워진다.
이윽고.
불과 오 척의 거리까지 근접했다!
“죽어라!!”
선공은 흑운. 그의 전신은 이미 강기를 두른 채이니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다진 고기가 되어 버릴 터!
그런 흑운이 다리를 차 올렸다.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쏘아진 올려차기.
그러나, 진천희는 초월심무 인의(人義)로 이미 그 근육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기에 뒤로 아슬아슬하게 물러나며 피해낸다.
파팟!
다만 옷깃이 잘려나가, 그 흰 피부의 가슴팍이 드러난다.
그사이 진천희의 빙정검이 찔러 들어갔다.
완벽한 빈틈!
다리를 들어 올린 자세에서 이 공격은 방어가 불가능할 터!
이대로 쉽게 결착이 나는 것인가!
쿠웅!
허나, 수천 근의 무형의 압력이 진천희를 짓눌러 검로를 방해했다.
검은 제대로 찔러지지 못하고, 진천희의 몸이 휘청이는 사이 그대로 하늘로 치솟은 다리가 찍어 내려온다.
천마군림보의 일격!
진천희는 검에 서린 기운을 그대로 터트렸다.
쾅! 하는 폭음과 폭발력에 진천희의 몸이 뒤로 물러난다.
그렇게 물러난 자리로 흑운의 발이 내리찍혔다.
콰쾅!
지면 폭발.
파편이 비산하는 사이, 흑운이 전차처럼 달려든다.
그러나 이미 진천희는 자세를 고쳐 잡은 채였다.
통!
그러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이 뛰어오른다.
흡사 홀로 월면 위로 뛰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공격을 회피하고, 허공에 치솟아 오른 상태로 검이 월광처럼 빛났다.
하늘에서부터 쏟아진 검강의 세례가 그대로 흑운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르르릉!
빙정검의 극음강기와 흑운의 천마강기가 충돌, 폭발이 일어난다.
그걸 보면서 진천희는 땅에 내려서며 검을 바로잡았다.
‘토형보. 장난으로 배운 것치고는 의외로 쓸 만한 보법이란 말이지. 그나저나… 인의와 생사예지로 예측한 것보다 더 빠르고 강해. 천마군림보의 위력도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고. 역시 아무 준비도 없이 온 것은 아니라는 거겠지.’
후우우우.
여전히 호신강기를 두른 채로 흑운이 먼지를 뚫고 걸어 나왔다.
“나의 천마군림보에서 도망친 것은 칭찬해 주마. 하지만, 다시는 그럴 수 없을 거다.”
“그게 진정한 천마군림보입니까?”
“그렇다. 이것이 천마군림보를 대성한 자가 보이는 신위이지. 네놈을 죽이려고 천마신공의 화후가 십 성에 이르렀으니 영광으로 알아도 좋아.”
천마신공 십 성의 경지!
그 말에 진천희는 해연히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보통의 방법으로 이룩할 수 없는 경지임을 아는 까닭이다.
“이상한 일이네요. 천마신공이 구 성에서 십 성으로 넘어가려면 적어도 탈각을 어느 정도 이루어야 할 텐데…….”
“정말로 많은 걸 알고 있구나. 그래, 네놈을 잡아 고문해 보면 대체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아는지 알 수 있겠지.”
“그래서. 당신이 천마신공을 그렇게 익힐 수 있었던 비결은 뭡니까?”
“흐……. 알고 싶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