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49
제 548화
객잔에서 추근거리는 쓰레기라니.
무협지 단골 악당이고 나발이고 알 게 뭔가.
와, 못 참겠네.
판을 엎어버리니 모두가 싸늘하게 진천희를 노려본다.
‘됐어. 나도 이제 슬슬 화가 나서 말이야.’
계산이고 뭐고, 그냥 이건 들이받아 버려야겠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껄떡이다니, 일광, 자네야말로 여자 버릇 나쁘기로 소문난 놈 아닌가? 매번 여자를 갈아치우기로 유명하다고!”
“설마 자네도 사마 소저에게 관심이 있는 겐가?”
그 말에 진천희가 이리 답했다.
“왜 모든 걸 그렇게만 보는지 모르겠군요. 다만 백린의각 소각주로서 화주의각 소각주가 하는 꼴이 우스워서 비웃을 뿐입니다.”
“그럴 리가. 저 일광도 사마 소저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해!”
“저 파락호라면 당연하지!”
이런 세상에서.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게 차라리 쉬울지도 모르겠다.
반백 년 동정 진천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역시! 일광! 이 천하의 호색한!”
“그렇지 않아도 매번 여자를 갈아치운다는 소문이 파다하오. 하나같이 절색의 미모로 ‘가가~’ 하고 방정맞게 달려드는 것을 본 무인들이 한둘이 아니었지.”
“…이럴 수가. 겉으로는 선인이라 말하며 뒤로는 여자들을 꼬셨다는 건가?”
“목격담만 봐도 무려 두 자리가 넘는 여성들이오!”
사마혜는 그 말에 살짝 충격을 받아 물었다.
[오빠가 그렇게 변신을 많이 했나요?]그래. 혜아야. 아주 창의적으로 이 세상 모든 미녀들을 다 재현해서 달려 들더라.
이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어 진천희가 말을 바꿨다.
[너는 다 네 오빠일 거라고는 짐작하는구나.] […정말로 실존하는 여자였으면 각주님의 반응이 저러진 않았을 테니까요……?]그래. 그것도 그렇지.
스승님께서 분명 ‘진지하게 교제를 하고 있는 여식이라니, 꼭 한번 보고 싶구나. 희야.’라고 허허롭게 웃으며 눈을 빛내실 거다.
모태 솔로인 진천희는 서러워졌다.
‘내 진심을 혈선교는 알아주겠지.’
그딴 놈들이 알아준들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제물로 쓸 때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진심!
공동파의 도사 중 하나가 외쳤다.
“저, 얼굴, 얼굴!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로 천하절색들을 다 꼬셨을 게 틀림없소!”
“저 미모면 사내놈도 꼬셔질 거요! 하물며 여인네들은 어떻겠소!”
……뭐지, 칭찬인가?
정작 왕각연에게는 ‘너는 얼굴은 예쁜데, 시댁이 무서워서 결혼하면 뒤지겠다.’라며 깔깔깔 비웃음이나 당했는데?
진천희는 영혼 없이 말했다.
“……그냥 포기 좀 하시오. 싫다는 사람 괴롭히지 말고.”
“이 공사도 구분 못 하는 호색한 같으니라고! 같은 의각의 의원까지 손을 대다니!”
왜 이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도 못 알아듣는 걸까.
아니면 차라리 무언가 다른 흉금이 있어서 이러는 거면 차라리 납득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마혜 역시 약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은공, 정말 미안해요. 은공… 원래 제가 짝사랑한다는 설정으로 하려고 했는데…….] [왜 네가 사과를 하니? 하지 마. 괜찮아. 기죽지 마!]그랬구나.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어깨에 지고 있는 것들을 자신이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무엇 하나 독하게 처리하기 어려웠던 거다.
그 상황에서 화주의각과 싸웠다. 이 녀석은.
팔다리에 족쇄를 차고 적을 상대한 셈이다.
‘상대는 화주의각 소각주. 잘못 처신해서 백린의각에 폐가 갈까 걱정될 만했겠지.’
사마현과 닮았다고 해도 사마혜는 기본적으로 의인이고 선인이니까.
‘그리고 이미 내 혼삿길은 네 오빠가 미국 보냈단다.’
사실 짐작은 하고 있다.
이 인간들이 제대로 알아듣지를 않고, 진천희에게 호색한이라고 소리 지르는 건.
사실을 인정했다가는 정말 ‘껄떡대는 놈’은 자신이 되는 거니까.
나쁜 놈이 되는 게 부끄러운 거겠지.
그러니 진천희를 ‘나쁜 놈’으로 만들어야 채면이 설 게 아닌가.
그냥 다 엎어버리고 말지.
“싫다는 사람한테 들러붙지 좀 말라는 말이 그리도 힘듭니까?”
“내 모르는 사이에 사마 소저에게 손을 대려는 모양이오!”
“이 호색한 놈!”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놈을 보고 있자니.
‘이 정도면 이 새끼를 조금 패줘도 되지 않을까?’
아주 심도 깊은 고민이 되는군.
하지만 양빙은 알려지기를 일류 수준의 무공을 가지고 있을 뿐이며, 그것도 의술을 위해서 익힌 거지 어디 가서 쌈박질하려고 익힌 게 아닐 것이다.
즉. 강호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셈으로.
강호에 한 발 걸치고 있다 뿐이지 어찌 보면 ‘양민’이나 다름없다.
괜히 진천희 그 자신이 쥐어 패면 ‘천하 십 대 고수인 일광이 하수인 화주의각 소각주를 핍박했다아아~’ 같은 소문이나 퍼질 것이다.
그런 거 따위 신경을 안 써도 그만이지만, 정사대전이 일어나려는 이때에 그런 명분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심히 좋지 못하긴 하지.
사마혜를 괴롭힌 이놈이 화주의각 소각주라 패지를 못한다는 게 억울하다.
‘이 새끼가 절정 고수만 되었어도 패볼 텐데… 아오.’
이렇게 된 거 빡이라도 쳐라.
주둥이로 주화입마나 유도해야겠다.
“하하핫! 분하면 잘생기게 태어나 보시지요!”
그렇게 몇 번 놀려 먹으니 양빙이 고추장 같은 얼굴색이 되어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게 아닌가?
그리고 마침내.
“일광! 당신에게 비무를 요청한다! 사나이의 순정을 짓밟고, 여인의 마음을 농락한 파락호! 그리고 사마 소저. 나는 절대 사마 소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저놈을 묵사발 내면 사마 소저의 마음도 바뀌겠지.”
아니? 여기서 비무 요청을!?
‘그래 주면 베리땡큐머치소머치베리베리굿이지!’
합법적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게 되어서 기쁜 마음이 들 정도였지만.
그것에 흠칫한 진천희는 자기반성을 했다.
‘내가 어느샌가 강호에 물들어 무림인이 다 되고 말았구나.’
아미타불. 무량수불.
마음의 수양을 되찾아야 할지니…….
“좋소. 화주의각의 소각주 양빙. 백린의각의 소각주인 본인이 당신의 비무를 받아들이지.”
진천희는 아주 해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과연… 천하일광이로군. 배포가 아주 남달라.”
그때였다.
양빙과 같이 온 일행 중 뒤에서 무게를 잡고 있던 노도인이 입을 연다.
‘저 사람은 아까부터 입을 꾸욱 다물고 있더니만… 이제 나서네. 기세만 봐서는 가장 강한 것 같은데…….’
진천희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노도인이 앞으로 나섰다.
“본 도는 공동파의 진성자(眞成子)라고 한다. 어린놈이 내 이름을 들어 보았는지 모르겠군.”
진성자.
공동일검(崆峒一劍)이라고 불리는 천하의 고수.
본래는 천하 십 대 고수에 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공동파 최고의 고수이기도 하다.
그의 사형이 공동파 장문인으로, 최고수가 장문인이 아닌 경우는 강호에 흔하기에 흠결도 아니었다.
‘진성자… 정사대전을 앞두고 나온 것 같은데 이런 일에 나선다…는 건. 계획되어 있다는 거겠네. 혜아를 괴롭히는 거야 저 새끼의 평소 행실이라고 해도, 이런 지저분한 일에 공동일검이 나섰다라…….’
진천희의 눈동자가 새파랗게 번쩍인다.
그러자, 다른 이들 모두가 움찔하며 물러섰다.
“후배가 진성자 노선배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강호를 살아가며 진성자 노선배에 대해서 들어 보지 못한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일에 나서시다니 언제부터 공동파가 중매쟁이 노릇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번역 = 야, 이 더러운 새끼들아. 언제부터 도사라는 새끼들이 협잡질을 하고 자빠졌냐?
공동파의 다른 도인들 얼굴이 새빨개진다.
화가 난 건지 부끄러워 저러는 건지.
그러나 양빙 놈만은 아직도 기세등등하다.
저 태도를 보아하니 판단력이 쥐꼬리만큼도 없어 보이는데 화주의각의 미래에 먹구름이 깔린 듯했다.
[은공. 저는…….] [혜아야. 괜찮아. 이런 건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돼. 너는 이미 할 만큼 다 했어. 그리고…… 말이다?]이 시대에는 혼자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이렇게 열 번 찍으면 안 넘어갈 나무 없다며, 현대인 기준으로 아무리 봐도 스토킹인 짓을 연정이라 부르는 놈들도 존재하겠지.
하지만 혼기가 차도 결혼하고 싶지 않고, 특히 네놈 새끼는 사양이라는 말이 좀처럼 먹히지 않는 시대.
현대나 강호나 똑같지.
무협지에 흔히 나오는 추근댐 같은 것이지만, 이런 건 본인 잘못이 아니지.
악인은 약점을 파고들기 마련이니까.
[너 같은 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그냥 소각주님이 일 시켜서 못 움직인다. 소각주님은 무서운 분이시다……. 이렇게 해.] [네?] [그리고 싫다는 말을 해도 저 지랄을 하면 나한테 이야기하고. 본보기로 한두 명 엎어버리면 잠잠해지겠지. 어차피 망한 평판이야. 내 사람들이라도 지켜야지.]비록 반백 년 동정이지만.
[…은공! 저는 괜찮아요. 원래라면 제 평판만 망가뜨리고 끝낼 생각이었단 말입니다……!] [혜아야. 네가 모든 걸 질 필요는 없어. 분타주란 모든 책임을 지고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야.]참 이상하게도.
선인(善人)은 늘 이렇게 손해를 본다.
혜아는 선인이다.
좀 더 자신을 위해 움직인다면 편해질 걸 누군들 모를까.
이 아이는 자신이 잘못 거동하여 의각에 손해를 끼칠까 고민했고.
그래서 저 무협지 삼류 악당에게 고통을 받았지.
‘혜아야, 내가 들이받는 거 가르쳐줄게. 걱정하지 마!’
과거 선배가 진천희에게 가르쳐준 비기가, 이렇게 중원의 다른 후배에게 전수된다.
[……은공. 저는.] [알아. 네가 분타주의 위치가 아니었다면 영민한 머리로 어떻게든 했겠지.]실수를 두려워하고.
남에게 폐를 끼칠까 아등바등하면서.
이런 쓰레기가 작정하고 달라붙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막막해진다.
완벽하게 살아야 한다, 착한 아이로 살아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쳐 온 인생.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압박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묘한 절박감.
진천희는 피식 웃었다.
‘왠지… 남 말 할 게 아니네. 나도 그랬으니까.’
거기다 여기는 스토커라는 단어도 없는 곳이니 그저 고통이시다.
‘눈치를 보니 주변에서도 짝을 맺는 분위기를 마구 만들었을 거고.’
와, 지옥인걸?
[잘 배우렴. 혜아야. 들이받을 때는 이렇게 들이받는 거니까. 여차하면 소문 같은 건 신경 쓰지 마. 뒷일은 어떻게든 수습되게 되어 있어. 그러기 위해 ‘우리’가 있는 거야.]걱정하지 마라. 설령 상대가 화주의각 소각주라고 해도.
그 정도로 무너질 백린의각 아니니까.
그리고.
‘내 동정은 혈선교가 알아주겠지.’
사마혜가 말했다.
[은공. 그래도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이놈들이 내는 소문이 거짓인 걸 알 거예요.] [그거야 그렇겠지.]공손세가 선에서 컷되긴 할 거다.
직접 만나거나 거래해 본 사람들, 항주 양민들도 믿지 않을 거고.
어쨌든 공동파 진성자는 진천희의 도발에 뻔뻔하게 맞섰다.
“음양의 도는 어디에나 있으니. 본 파가 중매를 못 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해석 = 응~ 우리 못 할 거 없어.
“하하하하, 그렇군요. 그래서 진성자 노선배께서는 어떤 이유로 나서시는 것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해석 = 너희는 뭐 주워 먹을 거 있다고 나대냐?
“이익! 어린놈이 뚫린 입이라고 한 마디도 지지 않는구나! 이 색마 놈아!”
음, 일광에 이어 색마란 소리도 듣는군.
싫다는 사람 괴롭히지 말라는 말을 했을 뿐인데 반백 년 동정 색마라니.
아주 그냥 새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