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51
제 550화
공동파 장로는 칼을 두 자루 차고 나왔다.
진천희는 숨을 크게 삼키고는 빙정검을 꺼냈다.
스릉-
검날이 청아할 울음을 자아냈다.
그것은 상대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자라는 의미.
진성자는 공동일검이라고 불리며, 장문인인 진량자보다 고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진짜 실력에 대해서는 사실 강호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기에, 그의 실체 역시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진성자가 그 자신의 무위를 뽐낸다.
“어검술이다!”
누군가가 소리 질렀다.
그 말 그대로, 검 한 자루가 그의 등 뒤에서부터 떠올라 강기를 머금은 채로 타오른다.
단지 그뿐이 아니었다.
허리춤에서 뽑아내어 기수식과 함께 쥐고 있던 칼에도 강기가 서리며 사방을 밝히기 시작한다.
두 개의 검!
두 개의 강기!
그걸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해서 눈을 크게 뜬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놀라운 위업이니까.
‘작정하셨네. 어검술이라… 어디 보자…….’
진천희의 푸른 눈이 시간을 쪼갠다.
가속화된 사고는 주변을 보고, 또 보고, 또 확인하며 가능성을 고찰하고. 다시 그에 대한 정보들을 꺼낸다.
초월심무 인의(人義)!
초월심무 생사예지(生死叡智)!
동시에 공동파의 검법과 어검술에 대한 정보를 단숨에 교차 분석해냈다.
‘어검술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들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면 겨우 ‘흉내’를 낼 수 있고, 적어도 제대로 된 위력을 내려면 화경에 이른 후에도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해.’
하지만 그것도 결국 비효율적인 일.
허공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것만큼의 내력 소모가 추가로 들 터.
‘아하. 육양신공 때문이구나?’
단번에 그 비밀을 알아챈다.
공동파 비전의 내공심법인 육양신공은 여섯 가지의 양기를 하나로 합하여 거대한 힘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치가 어떤 것인지는 진천희도 쉬이 짐작할 수 없지만, 오행신공도 오행지기를 상생상극하며 폭발적인 힘을 내니 비슷한 부류의 내가신공이리라.
그렇다고 해도, 어검술과 동시에 강기를 운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내공을 콸콸 쏟아 내는 수준일 터.
‘내공이 아무리 많아 봤자 인간의 한계는 오 갑자라고 하는데……. 영약을 밥 먹듯이 먹어도 삼 갑자 이후부터는 내공이 쉬이 늘지 않으니까 대략 삼 갑자에서 사 갑자 사이겠고. 그러면 적어도 반 시진 정도면 내공을 다 쓰겠군.’
초고속의 사고로 거기까지 다다랐을 때가 겨우 눈 한 번 깜박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진성자가 공동파의 신공절학급 보법인 행운유수(行雲流水)의 걸음으로 짓쳐 들었다.
구름이 움직이고, 물이 흐른다.
그 의미처럼 부드럽지만 거대한 기세와 함께 다가오며 복마검법을 사용해 온다.
진천희 역시 그에 맞서 빙정검을 들어 강기를 만들어 태을단선검으로 맞받아친다.
공방 개시(攻防開始)!
키이이이이이이!
파치치치치치치!
육양신공의 진기로 만들어진 복마검법의 강기!
그에 맞서는 진천희는 오행신공에 천마신공을 합쳐 흡사 진흙 구덩이 같은 강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내가진기와 태을단선검의 강기까지 더해 막아낸다.
두 개의 절후의 강기가 부딪치자 그야말로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쇠를 긁는 것 같기도 하고, 기름이 끓는 것 같기도 한 소리.
두 강기가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밀어내려 하면서, 그 힘의 잔재가 사방으로 튀며 주변을 파괴했다.
그 상태로, 허공에서 검이 스스로 유영하여 날아든다.
그와 함께 진천희의 두 눈이 완전히 새파랗게 번쩍였다.
카캉!
한 호흡에 열 번의 검격이 일어난다.
극쾌의 검술은 진성자도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며 복마검법의 다른 초식을 사용해야 할 정도.
그사이 날아든 어검 역시 진천희의 검과 충돌하며 튕겨져 나갔는데,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던 검이 허공에서 우뚝 멈추더니 다시금 찔러 들어온다.
“합!”
그와 함께 진성자의 검이 반월을 그리며 검강을 발출해 허공을 격하고 공격한다.
절세 고수라고 해도,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강기의 이중주 공격!
그러나.
진천희는 ‘보았’다.
그리고 미래를 ‘읽었’다.
한 걸음을 뒤로 물리고, 검을 앞으로 내민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어검에 빙정검의 단면이 슬쩍 가 닿으며 때렸다.
‘쩡!’ 소리와 함께 하늘을 날던 검면에 얼음이 생겨나며 옆으로 나가떨어지고, 동시에 진천희의 몸이 뒤로 재빠르게 넘어갔다.
허나 기이하게도 머리와 등은 땅에 닿지 않고, 무릎은 기역자 그대로 고정된 채였다.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
그런 진천희의 얼굴 위로 반월의 검강이 스쳐 지나간다.
“절묘한 철판교(鐵板橋)의 수법이다!”
“검강을 저리 피하다니!?”
다른 관객들이 소리치는 가운데, 진천희의 몸이 용수철처럼 다시 일으켜진다.
그리고.
진천희가 검을 든 채로 고요히 말했다.
“알았습니다. 진성자. 당신의 무공.”
“뭐라?”
“선언하죠. 저는 이제부터 방어만 하겠습니다.”
진천희의 발언에 연무장에 모여든 모두가 경악했다.
“과연 천하일광! 저런 미친 소리를…….”
“오만한 거 아닌가!”
“저건 대체…….”
그러나 진천희는 진지했다.
그리고 그런 진천희의 진심을 읽은 진성자는 폭발하는 화산처럼 노성을 터트렸다.
“이노오오옴! 감히 본 도를 무시하는 게냐!
츠츠츠츠.
그의 손에 쥐어진 검강이 점점 강렬해진다. 그러다가 고개를 휙 돌려 옆을 본다.
그곳에는 어검이 비틀거리며 땅을 기고 있었다.
“오행진기의 응용으로 빙정검의 한빙진기를 증폭해서 걸어 두었습니다. 어검술을 하기 위해서는 원거리에서 진기를 계속 보내주어야 하지만… 그것을 끊어 둔 것이죠.”
진천희의 말에 좌중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진천희도 광성자도 그런 관객들의 모습에는 조금의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적.
“흥! 네 녀석의 잔재주에 본 도의 어검이 무너질 것 같으냐!”
그의 손에서 거의 유형화된 기가 안개가 되어 어검을 향해 뻗어져 나갔다.
기의 와류가 얼음을 휘검아 으스러트리자, 이윽고 어검은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진천희는 고요히 검을 들고 서 있을 뿐이었다.
“네놈의 목을 혈린에게 선물해 주마!”
전혀 도사답지 않은 흉성을 터트리며 진성자는 다시금 어검과 함께 달려들었다.
허나. 진천희는 침착했다.
‘어검이 먼저 온다. 막으면 근소한 차이로 진성자가 철퇴 휘두르듯이 검을 내리찍겠지. 복마검법의 절초 퇴압검마(槌壓劍魔)의 초식. 그렇기에 나는 걷는다.’
진천희가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
어검이 얼굴 가까이 다가온다.
고개만 옆으로 기울여 어검을 피해 내고, 더 앞으로 나아갔다.
진성자의 두 눈동자가 크게 뜨여진다.
그의 젖혀진 팔은 내려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진천희의 검이 먼저 그의 복부를 노리자, 급히 다리의 내공을 폭발시켜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진성자의 검격.
진천희 역시 자신의 검을 들어 마주한다.
카캉!
진성자가 허공에서 지면에 착지하는 그 사이.
어검이 다시 회전해 진천희의 등을 노린다.
그러나 진천희는 검을 한 손으로 잡고, 비게 된 다른 손을 뒤로 뻗어 어검을 손가락으로 잡아챘다.
현경지독이 봉인된 왼팔!
지금에 와서는 금강불괴나 다름없어 검기 따위로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강기를 두르면 맨손으로도 같은 강기를 무효화시켜 붙잡을 수 있다.
혈선교 금천군을 상대하며 사용되어 지금은 더욱 진화한, 봉인된 왼손이 어검을 잡은 채로 당겨와 그대로 옆의 땅에 내리찍었다.
푹!
어검이 땅에 박혀들고, 그걸 진천희가 발로 밟아 처박는다.
그리고 진천희는 그 빈 손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노도장. 도사가 맞습니까? 참담하군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손의 모양은 이랬다.
까닥까닥.
덤벼라.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강호인이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네노오옴!”
분노한 진성자.
그가 거센 폭풍처럼 덤벼들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공격이 완전히 무위가 된다.
‘어째서냐! 어째서… 어째서 조금도 뚫지 못하는 거냐!’
진성자의 두 눈이 분노와 초조함으로 물들어 간다. 공격하고, 또 공격한다.
그러나 진천희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야 말았다.
그것은 실로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연무장에 모여든 모든 이들이 경외를 품을 정도의 광경!
이윽고.
점점.
진성자의 검에서 강기가 흩어진다.
그것은 이제 강기에서 검기가 되었고, 검기조차도 흩어져 이제는 검만이 남았다.
진성자는 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부들거리며 검을 뻗을 뿐.
그러나 그마저도 이제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어…째서냐……. 어째서… 너는…….”
강호인들 모두가 그것을 본다.
어떤 이는 한탄하고, 어떤 이는 분노하고, 어떤 이는 경외하며, 어떤 이는 감탄한다.
가지각색의 감정들 속에서, 진천희가 움직였다.
지쳐서 검을 들 기력조차 거의 남지 않은 진성자를 향해 다가가자.
그는 지친 와중에도 노려보며 헉헉거린다.
진천희가 검을 허리에 차고, 손을 들어 진성자의 목에 가져다 댄다.
진성자는 말이 없다.
그리고 진천희가 충격과 공포의 고요 속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기가 허하고, 열이 오르시는군요. 주화입마의 전조.”
‘뭐?’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일광이 지금 뭐라고 했지?’
‘요새 몸이 부실하더니, 내가 환청을 들었나?’
강호인들 전부가 경악하는 가운데.
진성자가 눈을 감고 쓰러진다.
그런 진성자를 붙잡아 부축하며 진천희는 마치 옥황상제처럼 선언했다.
“응급 환자입니다.”
다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 *
진천희의 일은 그 다음 날 무림맹에서 모르는 이가 없게 되었다.
“일광이 무참하게 진성자를 발라 버린 걸 알고 있나?”
심 학사. 그가 입을 연다.
“백린의각 의원에게 추파를 던지다가 처맞았다지?”
장 학사가 젓가락을 오향장육에 가져가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진성자를 상대로 생사결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네만.”
그리고 만 학사가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그 말에 다른 두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잘사는 가문의 한량들인 이 세 명은 오늘도 그들의 단골 객잔에 모여 앉아 강호의 소문을 뜯고 씹고 맛보고 있었다.
강호 전통 근본주의자인 심 학사는 여전히 진천희의 행보가 마음에 안 드는지 불편한 표정이었다.
“금혈방에서 화주의각과 아예 손을 끊을 것 같다더군. 심지어 화주의각 소각주의 목에 현상금도 건다던데 참말인지 모르겠군. 이게 다아~ 천하일광 그자 때문일세. 강호의 전통이 흔들리고 있어!”
“광면호리도 화가 난 게지. 이제는 살아도 산 게 아닌 상태로 만들었지 않나. 금자를 어마어마하게 걸었다던데.”
신자유주의 무공 개척주의자인 장 학사가 말을 받았다.
“…정파의 소각주나 되는 자를 상대로 그게 된단 말인가?”
“액수가 정상이 아닐세. 거기다 돈에 눈먼 살수들 속에서 직접 얼굴 뜯으러 갈지 누가 알겠나. 그러면 완전 범죄가 되는 게지.”
그리고 이번에는 소식이 느린 것인지, 만 학사가 눈을 꿈벅이며 되물었다.
“돈으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 줄 아는군. 그 의원이 광면호리와 관계가 된 모양인데, 설마…….”
“쉿, 그 이상은 말하지 않는 게 좋겠네.”
그 말에 세 호사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 이야기가 새어 나간 건 아니지?”
“뭐, 욕을 한 건 아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