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53
제 552화
오리 고기 육즙 소룡포.
“원래 오리가 기름이 많이 나오거든. 그걸 이용해서 소룡포를 만든 거야. 주방장이 누린내를 너무 잘 잡으셨는데?”
진천희는 소룡포를 한입 넣고는 아주 그냥 음미를 했다.
“하…. 진짜 맛있다. 이 주방장 초대해야겠어.”
이미 백린의각 본산은 강호의 내로라하는 주방장들이 죄다 포진한 맛의 성지와 같은 곳이 되었다.
물론 주력 메뉴는 의각답게 약선 요리지만 그래도 그 솜씨가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천우는 생각했다.
‘이 오리 만두에 약초가 들어가서 오리 약선 소룡포가 완성되겠군.’
사마혜는 소룡포를 추가로 시키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정사대전을 앞두고 공동파와 화주의각이 손을 잡았는데, 무당파는 어쩔 생각이십니까?”
“아.”
천우는 솥뚜껑만 한 손으로 뺨을 긁적이다가 마지못해 말했다.
“사마 소저, 그…. 어쩌면 무림맹이 해체될 수도 있어요.”
“네?”
“예. 음… 아시다시피 무림맹은 정파에서 파견을 나온 검수와 무림맹에서 직접 수련시킨 무림맹 직속 검수로 나뉘잖아요?”
“그렇죠.”
사마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튀김 교자를 입에 넣는다.
뜨끈뜨끈한 튀김 교자가 잇새로 부서지며 뜨거운 육즙을 만든다.
거기에 라유까지 합쳐지니 아주 천국이 따로 없다.
“구파일방 중 저희 무당과 소림, 거기에 화산파와 개방은 정사대전에 반대합니다. 팔 대 세가 중 남궁세가, 사천당가, 공손세가도 역시 반대했죠.”
“생각보다 많이 반대했군요.”
“네. 대의적인 부분도 있고. 굳이 말하자면 정사대전으로 얻는 이득보다 평화 시에 얻는 이득이 더 늘었기 때문도 있고요.”
“호오. 혹시 백린의각과 함께하는 사업 때문 아닌가요?”
“네. 과연. 바로 눈치채셨군요. 백린의각과 이권이 얽혀 있는 문파들은 자연스레 정사대전을 멀리할 수밖에 없어요. 그쪽이 훨씬 이윤이 남으니까요. 하지만 하나 더 있습니다.”
천우는 이번만큼은 교자를 함께 먹었다.
도인으로서 채식은 권장할 만한 일이나, 아예 육식을 금하는 건 또 아니다.
거기다 사 주는 음식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 또한 예가 아니기 때문이다.
천우가 말을 이었다.
“거기다 하나 더 있다면 사도련이 요새 어렵다고 하니,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자멸할 거라고 예측하는 장로분들도 계시죠.”
“돈이 부족해지면 사파는 분열하기 쉬우니 그걸 노린 계책이군요.”
“계책이랄 건 없죠. 기다리는 거니까요.”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진천희가 말없이 둘을 바라보고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마혜가 물었다.
“은공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음…….”
와삭-
튀긴 교자를 한입 넣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진천희가 말했다.
“둘 다 내일 비무니 일단 재우러 보내야겠다는 생각?”
“…말 안 해주시는군요. 은공.”
천우도 한마디 보탰다.
“권제님께도 속내를 털어놓진 않으셨죠. 형은.”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가게에서 가장 비싼 요리를 시켰다.
“도미 탕수 하나 주세요!”
“오오! 대협! 알겠습니다요! 당장 대령합지요!”
얼마 전에는 잘못 만든 쓰디쓴 다과를 오독오독 씹더니.
이번에는 호화로운 도미 탕수를 시킨다.
그런 진천희를 두 사람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 * *
며칠이 지났다.
용봉지회는 계속 진행되었다.
사마혜는 4강에서 탈락했는데. 상대가 초절정의 고수였기 때문이다.
“이만큼 올라온 것도 대단한 거죠. 하, 미련은 없습니다.”
중간에 화주의각 소속 무인이 나와서 힘껏 패 줄 수 있었다.
그날 그녀는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우승자는 천우였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천우 외에 화경에 오른 이가 없었으니까.
“이거 반칙 아니오? 아니 양심이 있으면 무당이 천우 도장을 출전시키면 안 됐지!”
“맞소! 지면 이상한 거 아닌가!”
다른 장문인들의 외침에 무당권제께서는 ‘크헤헤헤헤! 꼬우면 제자 화경으로 키워 보든가! 아니면 지금 덤비든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다.
주먹이면 주먹, 연배면 연배.
칼 든 유교 월드에서 칼도 들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 버려서 무엇으로도 덤빌 수가 없다.
“형, 비무 축하 잔치를 열건데 같이 가시죠?”
천우의 말에 진천희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무당파 행사잖아. 그리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천우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대신에 다른 의원들을 보낼게.”
그리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천우는 형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 * *
백린의각 임시 치료소는 퍽 한산했다.
당연했다.
어지간한 환자는 화주의각으로 빠지고 있고, 용봉지회도 별 탈 없이 끝났으니까.
텅 빈 치료소 한가운데에 무인 하나가 서 있었다.
“무림맹에서 보낸 사자신가요?”
“그걸 어찌 아신 겁니까?”
“…….”
그 말에 진천희는 푸른 눈으로 웃기만 했다.
“한번 맞춰 보겠습니다. 용봉지회가 끝났으니 무림맹 수뇌 회의가 열렸겠군요. 저를 부르고자 사자를 보내셨을 거고요.”
“제갈세가는 점성술도 익히는 겁니까?”
사자가 툴툴거리자 진천희가 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찻잎을 구했습니다. 모두 나누어 마시기에 좋겠군요.”
“무슨 차입니까?”
“산사차입니다. 소화 불량에는 그만이지요. 그리고 혈압도 좀 낮춰 주고. 우리 장로님들께서 혈압 좀 많이 오르셨을 테니 도움이 되겠군요.”
빙글빙글 웃으며 차 통을 챙겼다.
컹-
황구의 이마를 스치듯 한 번 쓰다듬었다.
‘드디어 본 싸움이 시작되는가.’
그렇게 진천희는 무림맹의 사자를 쫓아 걸었다.
* * *
무림맹 대회의장.
황좌와도 같은 거대한 의자가 있고.
그곳에는 무림맹주 악진이 앉아 있었다.
그 좌우로 구파일방, 팔 대 세가의 가주와 문주들이 착석해 있다.
무림맹주의 의자가 화려하다 해서 그 권한도 그럴 거라 착각하는 이는 없었다.
여기 모인 자들 모두가 무림맹 최고의 수뇌부이니까.
진천희 역시 그런 좌석들 중의 하나에 앉아 있었는데, 무림맹주의 좌석에서 가장 먼 곳인 말석의 자리에 앉았다.
최상급 다과에 차는 진천희가 부탁한 산사차가 내려왔다.
독이 있는지 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다는 게 확인되었는지 다른 문주들 앞에도 산사차가 내려왔으나 아무도 그걸 입에 대지 않았다.
진천희만이 홀로 산사차와 다과를 오독오독 즐겼다.
‘음. 제대로 구웠군.’
팥의 배합이 절묘하다.
‘백린의각은 엄밀히 말해서 무림맹 소속이 아니니까 말석인 건 납득이 가는데… 그럴 거면 왜 부른 걸까? 평시에는 스승님도 이 회의에 참석하셨다고 들었는데…….’
스승 제갈린은 용봉지회에 있는 대회의에 참석해 강호의 이권을 논의했다고 했다.
다만 진짜 중요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제갈린도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도 했으며, 이 대회의라는 것 자체가 적어도 열흘간 이어진다고도 했다.
어쨌든 회의실에 전부가 모였다.
각 문파의 가주, 문주들이 말 한 마디 꺼내지 않고 고요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것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아마도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겠지? 다들 지독하네…….’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맹주 악진의 좌석 옆에 서 있던 독고선이 들고 있던 부채로 옆에 있는 징을 쳤다.
데에엥!
“그러면 무림맹 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총군사 독고선의 말에 다들 맹주를 주시했다.
“거두절미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겠소. 다들 사도련의 행보에 대해서는 알 것이오. 다들 정보 조직 정도는 있을 테니까.”
맹주 악진의 말에 다들 조용히 침묵한다.
“그러나 사도련도 전부가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오. 하오문과 귀령파는 전쟁에 반대하는 중이지. 또한 해사방과 오독문은 멸문하거나 해체되는 수순이고, 녹림십팔채와 황하장강수로채는 전력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오.”
그리 말하며 악진은 이쪽을 바라본다.
진천희는 그의 시선을 모르는 척 의뭉스럽게 다과만 즐겼다.
뭔가 추임새를 넣어줄 줄 알았건만.
‘진정으로 중립을 고집하려는 건가. 속을 알 수 없는 건 그 스승이나 그 제자나 똑같군.’
그리 생각하며 악진은 말을 이어 나갔다.
“최근 혈부문과 청성파가 서로 상잔한 일까지 있으니 더더욱 그들의 전력이 줄어든 셈이지. 즉, 사도련은 그 전력이 예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셈이외다. 사실 전쟁을 하면 우리가 이긴다고 봐야겠지.”
“아미타불. 맹주의 말씀에는 어폐가 있지 않습니까?”
신승(神僧) 원선(元善) 대사.
주름진 노승은 승복을 입은 채로 자리하고 있다.
작고 노쇠한 몸이지만, 누구도 그를 무시하지 못한다.
바로 소림사의 주지승이기 때문.
소림을 대표하는 원선 대사가 다시 말을 잇는다.
“이 노승이 듣기로 세외 세력들과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북해빙궁. 그리고 서장 환희밀교(歡喜密敎)와 소뢰음사(小雷音寺)까지 움직였다고 하더군요.”
“신승. 그 말이 정말입니까?”
“소뢰음사가…….”
“북해빙궁이 나섰단 말인가?”
이번 소식은 처음 듣는 것인지 다들 웅성거린다.
‘북해빙궁…. 지역적으로는 러시아 지역 비슷한 곳에 있는 문파지? 빙백신공이 주력. 환희밀교와 소뢰음사도 지존천마에 나왔었지. 둘 다 다두 왕국하고 세림 교국 사이에 있는 문파…. 인도식 불교에다가 사이비 종교를 섞은 느낌이었던가…….’
진천희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한다.
북해빙궁은 보통 백인에 벽안의 인물들이 많다.
그에 반해서 환희밀교와 소뢰음사 같은 경우는 인도나 태국 쪽에 가까운 느낌이다.
실제로 여러 소설들에서도 그렇게 표현된다.
‘그러고 보니… 이 동네도 불교의 근원지는 다두 왕국 인근이던가?’
다두 왕국의 근처에는 다두 왕국만 있는 게 아니다.
다두 왕국에서 서쪽으로 거대한 사막을 건너면 세림 교국이 나오지만, 그 사이에도 몇 개의 왕국들이 더 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와 밀림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국가들이 다수 있고, 그 지역에 환희밀교와 소뢰음사 그리고 대뢰음사와 포달랍궁 같은 문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존천마에는 언급도 안 되던 문파들이 많긴 했지.’
백린의각의 소각주로서 교육을 받다 보니 지존천마에 나오지 않은 여러 사실과 정보를 알게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외 무림이다.
화 제국은 자신들을 중원이라고 부르는 오만한 자들.
그렇기에 다른 지역에 있는 강호 비슷한 것들을 세외 무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세외 무림은 틀린 단어였다.
나라와 지역의 문화가 달라서, 다른 지역에 자리한 조직들은 자연히 강호 문파들과는 몹시 달랐던 것.
애초에 그들이 익히는 것도 무공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일카나만 해도 세림 교국 특유의 차크라를 익히지 않았던가?
“그들이 사특한 환희밀교와 소뢰음사를 동맹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외다. 그런데 북해빙궁은 대체 왜 그들과 동맹을 맺는다고 하는 것이오?”
종남파 장문인 도선 진인의 질문에 개방의 방주인 설견이 대답했다.
“알아보는 중이지만, 아직 뭐 나온 건 없수다.”
“흐음…….”
다들 새로운 정보에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뻔히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