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55
제 554화
그렇게 도착하니 추나당주 주단하.
그리고 사마혜가 미리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소각주님.”
주단하는 태연한 표정으로 진천희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고.
사마혜는 ‘하하하, 될 대로 되라지.’의 표정으로 닭꼬치를 씹고 있다.
“하나 드시렵니까? 은공.”
사양하지 않고 닭꼬치를 받아다가 한입 먹는다.
“맛있네?”
“네. 금혈방 소속 노점에서 만든 건데 오빠가 추천한 이유가 있더군요.”
닭고기 특유의 육즙과 탄력이 그만이다.
“닭다릿살로 만든 모양이구나?”
“네. 가슴과 머리는 닭국수로 사용합니다.”
그러면 맛있을 수밖에.
‘와, 역시 배가 따뜻해지니 기분도 좀 나아지네.’
그렇게 고기 한 점씩 뜯어가며 방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 신기했다.
방금 전에 먹은 다과가 훨씬 더 비싸고 공도 많이 들어갔을 탠데, 이 식은 닭꼬치가 더 술렁술렁 넘어가니 말이다.
주단하가 술을 따라 건넸다.
“술 안 좋아하시는 건 알지만 한잔하시겠습니까?”
진천희는 피식 웃었다.
“아닙니다. 아직은 마실 때가 아닌 듯하여.”
“알겠습니다.”
주단하는 아쉽다는 듯 술을 꼴깍꼴깍 마신다.
회의에서의 이야기를 마친 후. 주단하가 말했다.
“그 너구리들 상대로 그 정도면 잘하셨습니다.”
“그런가요?”
“네. 눈 뜨면 코 베어가는 곳이니 당연히 진이 빠지죠. 그런 의미에서, 어찌하실 겁니까?”
“…….”
진천희는 생각에 잠기다가 사마혜에게 물었다.
“혜아야. 너는 어쩔 것 같니?”
사마혜는 닭다리를 뜯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쿡 찌르는 질문.
“은공께서는 이미 결정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리 말하더니 닭꼬치를 흔들었다.
“원래라면 닭갈빗살을 들고 와서 ‘계륵(鷄肋)’의 고사를 재현해볼까 했는데 기왕 먹는 한 끼, 맛있는 걸로 하고 싶어서요.”
거기까지 예측했는가.
진천희는 뜨끔해졌다.
사마혜가 보통의 분타주들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곤 하나, 진천희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건 또 다른 문제.
이윽고 주단하가 물었다.
“철수하실 생각이십니까?”
삼국지 조조의 고사다.
먹기는 좀 그런데 버리자니 아까운 부위가 닭의 갈비다.
조조는 결국 군사를 철수했지.
그것을 사마혜는 짚어낸 셈.
‘와, 족쇄를 푸니 날아다니는구나. 혜아야.’
완벽주의와 책임감, 죄책감이라는 기묘한 족쇄를 벗어버리고 나니 사마혜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백린의각은 철수할 겁니다. 어차피 용봉지회도 끝났으니 상관없지 않습니까?”
그리 말하고는 의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천우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
“토지를 받는다면 화주의각의 견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거네요.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북해빙궁에 갈 필요는 없는 거니 잘된 일이고요.”
진천희의 사정을 들은 천우가 이렇게 답했다.
어느 쪽이든 남는 장사.
천우가 물었다.
“그런데 어째 형. 아쉬워하는 기색이 느껴지는데요?”
그 말에 진천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으… 하지만 북해빙궁은 좀 당기긴 했다.”
“그 추운 데를 왜 가요?”
“그치? 그렇긴 하지. 그런데 이 빙정검에 대해 궁금한 게 있거든.”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부러지지 않으며, 날이 상하지도 않고.
심지어 스스로 냉기를 발출하여 진천희의 빙공을 최대한 보조해낸다.
이만한 칼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뭔가 좀 더 숨겨진 비밀이 남아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북해빙궁 측에서는 스승님이 다 나았을 때 선물로 이 검을 보냈는데, 그때 이후로 딱히 죽여 살려 멱살잡이를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일단 달려와서 죽일 정도는 아닌 모양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무협지 하면 북해빙궁 한 번은 꼭 나오지 않니? 천우야.’
어느 무협지든 어쨌든 주인공의 북해빙궁 투어가 한 번은 들어가지 않던가.
어디서는 얼음으로 된 궁이라고 하고, 또 어디서는 흰 대리석을 깔아서 더 희게 보인다고 묘사되고, 가지각색이다.
현 시점에서 지존천마에 나왔던 서술을 제외하고 진천희가 아는 건 딱 하나다.
‘온돌 많이 사 가시더라.’
북해빙궁은 온돌 최대 수입처로, 그야말로 보타상단&백린의각의 우량 고객이다.
어지간한 대문파의 열 배가 넘는 온돌을 수입하고 있으며, 보타상단 쪽 최고 장인들이 거기에 출장 나가서 온돌 제작 중이시다.
돈은 솔직한 법.
불매 운동이 일어날 만큼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 같아 보였고.
‘그리고 스승님의 과거를 들을 수 있을지도.’
여기까지 생각하니 좀 미련이 넘치는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래. 스승님이 과거를 말씀하지 않으시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
괜히 주제넘게 알아보지 않고는 있지만.
북해빙궁에 가서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건 무죄 아닌가!
“빙정검이 확실히 명검이긴 하죠.”
“맞아. 숨겨진 게 더 있어 보이고 말이지. 헤헤헤.”
진천희는 그리 대답하며 천우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천우야.”
“네, 형?”
“그때, 네가 있어서 다행이었어. 네가 나를 붙잡아 준 거야.”
“……역시 그때 형이 상태가 안 좋은 게 맞았군요.”
“그래. 방황을 많이 했거든.”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우를 위해 준비한 약차와 향신료들을 건넸다.
“비무행할 때 먹어.”
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형의 버팀목이 되어 다행이네요.”
“응.”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파가 앞으로 어떤 풍랑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너라면 잘 견디겠지. 힘들면 언제든 전서 보내고.”
그리 말하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
밖에서는 소각주님 출발 안 하시냐고 아우성이다.
진천희는 아쉬운 듯 한참 천우를 보고 있다가 이윽고 한 걸음 더 걸었다.
“그럼 간다!”
이별은 언제나 힘들다.
단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천우는 그런 형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리 손을 흔들었다.
* * *
백린의각에 도착하니 입구에 유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 유호오오오! 보고 싶었어어어어어!”
“하하하, 어서 오시지요. 도련님.”
그리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이 더 접근하면 죽이겠다는 태세.
털이 곤두선 짐승을 보는 것 같아서 진천희는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유호가 좋아할 만한 거 많이 사 왔어. 닭다리로 만든 닭꼬치부터 육포까지, 다 좋아하지? 금혈방 쪽 유명 객잔에서 새 육포를 개발했는데 진짜 맛있다?”
이제 슬슬 진천희도 유호 다루는 법을 익혔다.
이놈은 기본적으로 먹을 것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월봉에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 이놈을 어떻게 꼬드겨야 하나 막막했는데, 이제 슬슬 감이 잡힌다.
‘술은…… 가끔 홀짝거린단 말이지.’
분명 싫어한다고 했었는데 혼자서는 홀짝홀짝 마시곤 한다.
오랜 사회생활 짬이 말해 주기를, 술 싫어한다는 건 보통 셋 중의 하나다.
첫 번째. (진짜로) 술을 싫어한다.
두 번째. (맛없는) 술을 싫어한다.
세 번째. (너랑 마시는) 술을 싫어한다.
첫째였다면 가끔 혼자서 잔을 기울이는 일은 없을 테니, 두 번째나 세 번째겠지.
그러니 좌우지간 유호에게는 특별한 술을 준비하고, 자신은 어딘가로 대충 찌그러져 있으면 만족하지 않을까?
그게 진천희가 내린 결론.
“술도 명주들로 준비해 놨는데, 대충 손닿는 곳에 둘 테니까 먹고 싶으면 먹어.”
그리 말하고는 일부러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싱글벙글 웃었다.
“금호신단 대량생산 준비가 끝났습니다.”
“오오!”
진천희의 눈이 별처럼 빛난다.
금호신단. 즉, 스트렙토마이신.
물론 대량생산이라고 해봐야 현대의 공장처럼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백린신단보다야 수급이 원활하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유호, 뭐 먹고 싶어… 응?”
그리 말하며 엉거주춤 유호에게 접근하려다가 문득 고개를 한 번 갸우뚱, 또 한 번 갸우뚱하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이십니까?”
“유호, 뭔가 내공 성취가 있었어?”
“음?”
“아닌가, 냄새가 달라진 건가?”
그리 말하며 몇 번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니다, 그냥 유호 옷차림이 평소와 달라서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나 봐.”
“싱겁기는.”
그리 말하더니 진천희에게 작은 죽통을 던졌다.
탁-
“무림맹에서 온 전서입니다.”
“이놈들은 도착하기도 전에 그걸 보내네.”
그리 말하며 죽통을 꺼내서 전서 내용을 한참 읽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 역시.”
“뭡니까?”
“나 북해빙궁 출장 가야 할 것 같다.”
“네?”
“스승님 안에 계시지?”
그리 말하며 눈빛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 * *
진천희는 곧바로 목욕재계를 하고 스승님께 드릴 선물을 가져왔다.
물론 전처럼 한아름 챙겨 간 건 아니다.
너무 많은 선물도 난처해하실 수 있으니, 이제는 가장 좋은 것들 몇 개만 챙겨 왔다.
스승님은 진천희의 선물을 기꺼이 받으시고는 전서도 함께 받았다.
“북해빙궁이라.”
진천희는 그간 무림맹에서 있었던 일들을 스승님께 털어놓았다.
“그리고. 큰 싸움 없이 이번에는 몸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중간에 화주의각과 공동파와 마찰이 있었고 비무가 있었던 건 ‘큰 싸움’이 아니라는 뜻이구나.”
“헤헷!”
“하긴. 이제 와서 그 정도는 그저 비무일 뿐이지.”
이놈이 해왔던 그 수많은 미친 짓들 중에 가장 정상적인 일 아닌가.
의료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비무를 했다.
일대다로 뜬 것도 아니고 일대일로 떴다.
중간에 노도인을 주화입마로 보낼 뻔했지만 괜찮지 않나?
어차피 상대가 혈선교도 아니고, 그쪽이 시비를 걸었으니.
이 정도면 제자에게 합격 목걸이를 걸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북해빙궁… 잘도 거길 제안했구나. 무림맹도.”
“…….”
스승님은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그곳에는 옛 은원이 묻혀 있지.”
“제 목숨을 위협할 수준인가요?”
“그건 아니란다. 그때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고. 빙궁주도 그 나름의 정리를 끝낸 모양이니까. 그리고 스승의 은원을 제자에게 묻는 성정도 아니지.”
스승님은 고민에 빠진다.
“무림맹도 토지를 내놓을 생각을 잘도 했구나.”
백린의각이 자리한 강소성이 아닌, 다른 지역의 토지다.
애초에 약초의 다양한 재배를 위해서 지역 자체를 바꾸어야 했기 때문에 생긴 일.
이건 어찌 보면 세력권을 넓히려는 수작으로도 보일 수 있음에도.
무림맹. 아니, 구파일방과 팔 대 세가에 속한 기득권들이 이를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약초를 재배하기 좋은 곳이라 했으니, 좋은 곳은 아닐 겁니다.”
“그래. 필시 문(門)에서 가장 떨어진 외지겠지. 그렇다 할지라도 한 뼘의 땅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였더냐. 그 땅을 내놓는다는 건 그만큼 북해빙궁이 두렵다는 뜻이란다.”
“북해빙궁은 강한가요?”
“오독문과는 다른 강함이지.”
스승님은 생각에 잠겼다.
“너는 이미 갈 생각이구나.”
“네. 스승님. 만약 무조건 칼을 드는 상황이라면 저도 가지 않을 겁니다. 저도 제 목숨이 소중하니까요.”
그 순간 제갈린이 참지 못하고 제자의 뺨을 당겼다.
꽈아아악!
“크아악, 수… 수숭님!!”
“그래. 마저 말해 보렴.”
스승님이 뺨을 놓아 주자 그제야 말했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가고 싶어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죽으면 그것만으로도 좀 편하고. 그리고 화주의각 견제가 슬슬 짜증도 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