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60
제 559화
그렇게 시술을 끝내고 나니 아주 아름다운 어금니가 완성되었다.
잘 완성된 영단 인레이가 딱 알맞게 들어갔을 때, 흡사 퍼즐을 맞춘 것처럼 기묘한 쾌감마저 들었다.
‘골드 넣을 때와는 또 다른걸?’
그렇게 치과용 시멘트로 잘 접착하고 마무리까지 완료.
“남는 영단은 영약으로 제약하죠. 아까운데.”
“음? 남았나? 다 쓸 줄 알았건만.”
이렇게 말하니 남는 거 좀 훔칠 걸 그랬나, 이 의원은 아쉬워지는 것이에요.
진천희가 말했다.
“단걸 줄이시고 양치 많이 하셔야 합니다. 이게 완벽한 게 아니에요. 치아는 한번 삭제하면 재생이 안 됩니다.”
이 세계에도 칫솔이 있다.
멧돼지 목털을 뽑아다가 만드는 방식인데, 곰 털이나 말 털 같은 것을 쓰기도 한다.
가격은 비싸다.
그래서 일반 양민들에게는 버드나무 가지를 추천한다.
치약으로는 이 시대는 소금을 사용하는데.
백린의각에서는 저농도 소금물을 권한다.
굵은 소금을 그대로 쓰면 치아가 도리어 손상되기도 하고 잇몸에 상처를 내기도 쉽기 때문.
‘베이킹소다가 완성이 되면 치약도 만들 수 있는데 말이지.’
일단 호수를 찾는 게 우선이다.
지구의 나트론 호수 같은 호수가 화 제국에도 몇 곳 있다.
문제는 외지인을 경계하는 풍토 때문에 땅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치약 완성하면 꼭 써 주시깁니다.”
“……그… 그러지.”
진천희의 푸른 눈에 광기가 어렸다.
금왕야는 왜인지 저 눈을 똑바로 보기가 어려웠다.
“영단 남은 부분은 영약으로 꼭 만들어 쓰시고요.”
“이건 황실 어의에게 시키도록 하지. 이번 치과 시술의 보상으로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래. 쩨쩨하게 안 나와서 다행이다.
황제답게 통이 크네.
“아, 그리고 입 쪽으로는 내공을 운용하시면 안 됩니다. 영단이 강도는 강해도 내공을 운용하면 순식간에 녹을 거예요. 이건 제 스승님도 주의하는 사항이거든요.”
“강호인도 아니고 그럴 일은 없을 것일세.”
풍하금은 그런 진천희를 찬찬히 살폈다.
‘역시 광의(狂醫)는 광의야.’
보통 이빨이 썩으면 발치하는 게 기본.
거기에 보충제까지 넣어서 치료하는 건 또 처음 봤다.
덕분에 미관상 썩 괜찮은 이빨로 돌아왔다.
“아, 그리고 한동안 이물감은 들 수 있어요. 씹다가 이빨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면 이야기하세요. 뜨거운 물이나 차가운 물도 전보다 크게 느껴질 수도 있고.”
이것저것 혼자서 기록한다.
분명 이번에도 관련 학술지를 만들기 위해 적어 두는 것이겠지.
참, 무엄한 놈 아닌가.
그런데 어쩐지 화가 안 난다. 이놈의 목적이 자신의 이득이 아닌 상정하기 어려운 아득히 먼 무언가이기 때문이겠지.
“자, 그럼 받거라.”
용이 그려져 있는 새카만 흑단패다.
“이게 뭐죠?”
“황궁 비고 출입 허가 패이다.”
“헛!”
진천희가 눈을 홉뜬다.
이 미친놈이 바로 달려가서 또 황궁 비고에서 책을 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단, 북해빙궁을 다녀온 후에 허락해 주마. 아이샤 왕국의 임무를 잊은 건 아니겠지?”
“아아, 알겠사옵니다.”
또 금방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대체 천재가 맞긴 한 건지. 원.’
노회한 원로들처럼 수 싸움을 할 때는 또 언제고, 이럴 때는 천상 지식에 미친 어린아이 같아 보이기도 했다.
진천희가 입을 삐죽였다.
“저 이만 가도 됩니까?”
“가거라. 참, 북방에 갈 때 필요한 짐은 데리고 다니던 영물에게 넣어 두었다.”
“황구요?”
“그래.”
황실에 들어올 때는 당연한 말이지만 칼도 풀어야 하고, 영물도 맡겨 놔야 한다.
영물 그 자체가 무기이기 때문.
은왕야가 곁에서 한소리 보탰다.
“북방을 그렇게 허술하게 가다니 미친 건가 싶더군.”
“나름대로 제대로 챙겼습니다.”
“전혀. 그대는 북해빙궁의 추위를 얕보고 있다.”
아니, 북해빙궁이 추우면 얼마나 춥다고. 나름대로 철원 등반 코스 준비하듯 챙겨 놨더니만.
036. 인연을 베어 빙정(氷晶)에 새기다
“하하하, 북극곰 가죽으로 만든 피풍의에…… 같은 재료로 만든 목도리라니. 이래서 황실 놈들이랑 상종을 하면 안 돼요.”
누군 바보라서 이걸 안 챙긴 줄 아나? 이 미친놈들아.
북극곰은 대체 어디서 잡아온 거야?
현대 지구야 북극곰하면 지구 온난화의 피해자 또는 콜라 병 들고 있는 해피 크리스마스 이미지이지만, 이 시대에 북극곰은 강호인도 상대하기 힘든 흉폭한 놈들로.
독수리가 텐트만 하고, 나방이 사람 머리통만 한 세계다 보니 그 보정을 받아서 집채만 하다.
비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로 집채만 하다.
호랑이랑 떠도 체구에서 안 밀릴 만큼 거대하다.
이놈은 영리하기가 산군 못지않은 데다가 흰 눈 속에 숨으면 귀신같아서 도리어 사냥꾼을 사냥해서 잡아먹는 일도 잦다.
총도 없는 시대라 작살과 무공 하나 믿고 얘랑 싸워야 하는데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차라리 물개 가죽을 노리고 말지.
그러다 보니 북해빙궁에서도 북극곰 가죽으로 만든 피풍의나 옷은 흔치 않다.
그야말로 설원 속에서는 호랑이보다도 무서운 게 얘네들이니까.
그 가죽을 여러 장 이어 붙여서 신발, 내의, 피풍의까지 쫙 준비했다.
심지어 황구용, 뇌진용도 만들어 놨네.
‘이거 미리 보내려고 딱 각 잡고 준비한 거 맞지?’
무림맹에서 북해빙궁으로 사신을 보내게 된 거에 분명 황궁도 한 숟가락 보태고 있을 것 같다는 킹리적 갓심이 드는 것이에요.
‘그 정도의 모사꾼이 나한테 충치 치료를 받았네.’
이야, 기분 참 이상하다.
아무튼 제작자의 취향이 들어가 있는 건지 뒤에 달린 모자에는 북극곰 귀도 달려 있다.
‘지구였으면 ‘곰아… 미안해…….’ 했겠지만. 여기는 ‘사냥꾼아, 미안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사람이 나쁜 거긴 하다.
사냥꾼도 돈, 또는 윗대가리의 명령 때문에 작살 하나 들고 무시무시한 곰과 사투를 벌여야 한 걸 테니까.
내공을 돌려서 추위를 막는 것도 한계가 있지.
그 추운 곳은 무림인도 손가락이 곱는다.
작살 하나로 대체 이 거대한 놈을 어떻게 잡은 건지 감도 안 잡히네.
컹!
황구와 뇌진에게도 뒤에 달린 모자를 씌워 주니 심하게 귀엽다.
‘황실 자수방 스페셜리스트들 중에 시대를 앞서가는 분이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게 진천희는 북경을 나와 군선을 타고 출발.
요녕성 대련(大連)시 항구도시에 도착했다.
그렇게 도착하니 입구에서 공손영이 진천희를 맞이하고 있었다.
“여어!”
대련항은 예전보다 더 번화한 듯 보였다.
사방에 고층 객잔과 상단을 공사하는 게 보였다. 물론 이 시대의 기준으로 고층이라는 거지, 현대 기준으로는 아니다.
건축 기술은 둘째 치더라도 엘리베이터가 없다 보니 강호인 아니면 올라가는 게 고역이니까.
그래도 빨간 기와에 도색을 한 파란 기와, 심지어 금을 섞어서 안료로 반짝반짝 효과를 준 기와.
여기에 용 장식과 신선 장식, 장수를 기원하는 거북이 장식까지.
지붕에 얹을 것들이 부산하게 오가는 게 보였다.
“와, 대련항이 엄청 커지고 있군요?”
“사람들이 돈 냄새는 귀신같이 맡거든. 공손세가를 중심으로 여타 상단들까지 끼어들면서 대련항은 점점 더 커지고만 있는 중이지.”
그렇구나. 신기한걸?
공손영은 진천희를 공손세가로 안내했다.
“본가도 보수 증축 중이라 언니는 별채에 기거하고 있어.”
이번에도 공손가는 으리으리하게 바꾸려나.
역시 용이며 봉황이며 다른 세가들처럼 잔뜩 꾸미겠지?
그때 진천희를 스쳐 지나간 건 먹처럼 새카만 기와의 산들이었다.
“설마 공손가?”
그 말에 공손영이 건치를 보이며 웃었다.
“응. 언니가 검은색을 좋아하거든. 무슨 마교도 아니고 집을 그따위로 꾸미냐고 장로님들이 반발했는데 그냥 찍어 눌렀어.”
그렇군.
흑빙독룡.
그 별호에 걸맞은 공손세가가 건설될 모양이다.
공손영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내 부탁대로 정원이며 안뜰에 꽃이랑 나무는 많이 심어 주기로 했어.”
다행이다.
어둠의 공손현이 있다면 태양의 공손영이 있다.
그래도 공손세가의 인테리어는 삭막하지만은 않을 모양이다.
‘현대로 치면 모노톤 가득한 기와집 속에서 플랜테리어가 균형을 잡는 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임시 별채로 걸어가며 공손영이 말했다.
“무림맹이 귀찮은 걸 맡겼다고 언니한테 들었어. 은인 꼬맹이.”
“아, 이미 들으셨군요?”
“당연하지. 언니 대신 장로님이 가 계셨지만 제대로 회의에는 참여했다고. 북해빙궁을 조율하는 걸 맡겼다고 했지?”
“네. 아이샤 왕국은 다두 왕국처럼 언어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다두 왕국은 유명한 중간 무역지이니 그래도 중원어를 아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아이샤 쪽은 그렇지 않다고요.”
“통역이 필요하겠네?”
그리 말하더니 아이샤 왕국의 말을 몇 개 즉석으로 공손영이 내뱉는 게 아닌가.
진천희가 놀라서 눈을 홉떴다.
“잘하시네요?”
발음까지는 모르겠지만 술술 유창하게 내뱉는 걸 보니 많이 공부한 모양이다.
“언니가 교역에 날 써먹으려고 억지로 익히게 했거든. 그러다 중간에 내가 크게 적자를 내서 포기했지만.”
……그… 그렇군.
공손현은 아직도 공손영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가.
‘그만큼 공손영이 말아먹은 걸 경험해 봤으면서 어떻게 계속 쌈짓돈을 꽂아 줄 수 있는 거지?’
진천희는 돈에서 사랑을 느꼈다.
공손영이 사업병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만약 사업병이 있었으면 공손현은 공손세가 기둥뿌리를 뽑아서라도 공손영이 무한하게 말아먹도록 지원했을 테니까.
‘이게 사랑이지. 이게 사랑이야.’
부모자식도 이렇게는 못 해.
그렇게 공손세가에 도착하니 공손현이 여느 때와 같은 새카만 학사의를 입고 구부정한 허리로 맞아 주었다.
“백린의각 천하일광을 뵙습니다.”
예의를 갖춘 인사였으나 ‘천하일광’에서 장난기가 보였다.
“공손세가 흑빙독룡을 뵙습니다.”
그녀가 까만 눈으로 진천희를 바라본다.
“저는 처음 뵈었을 때도 지금도 여전히 흑빙독룡이온데, 천하일광께서는 별호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공손영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대체 이게 왜 웃긴 거지?’
공손현도 자신의 고급 유우머가 마음에 들었는지 혼자서 입꼬리를 씰룩였다.
두 자매만의 세계에 진천희는 발끝 하나 못 댈 것 같았다.
이윽고 공손현이 말했다.
“오래 이야기할 거 없겠지. 한혈마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걸 타고 소각주와 같이 가도록 해.”
“통역하라고? 언니?”
“응. 갔다 와.”
진천희가 답했다.
“저야 감사하지만 괜찮겠습니까?”
“혹시 알겠습니까. 어쩌면 이번 여행으로 우리 영이가 상도를 익힐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도깨비발톱마냥 지긋지긋한 사랑이다.
진천희는 자신에게 딸이 있어도 공손영만큼 말아먹으면 절대 사업을 못 맡길 것 같았다.
심지어 이 뚝뚝 흘러넘치는 미련은 뭐란 말인가.
‘게다가 한혈마? 공손세가에 한혈마가 있어?’
준영물급의 군마.
땀으로 피가 흘러내린다는 말로, 추위에 강하고 달리는 속도가 대단하여 심지어 삼국지의 적토마도 한혈마의 종류라는 추측이 있을 정도.
그만큼 어마어마한 말이다.
‘정말로 땀으로 피가 나오는지, 이게 어떤 원리인지 진맥해 보고 싶은데 나중에 슬쩍 공손영에게 부탁해 봐야겠어.’
그렇게 진천희와 공손영이 함께 북해빙궁으로 출발하였다.
요녕성에서 길림성, 흑룡강성을 지나는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