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62
제 561화
습격자들은 전부 무기를 하나씩 꼬나 쥐고 평야로 향했다.
모용세가, 황보세가, 하북팽가.
이 세 문파에서 힘을 합쳐 보낸 암살자들로, 어릴 때부터 손에 피를 묻히기 위해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이었다.
대다수는 고아이며 설령 죽더라도 신분을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완전범죄를 위한 자들이었다.
각 문파당 한 명씩 가장 자신 있는 고수를 보내 화경의 고수가 무려 셋.
거기에 초절정급 고수가 도합 열.
중소 규모의 문파라면 하룻밤 사이 전멸시킬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전력들이다.
무조건, 반드시 죽이겠다는 각오.
이유는 별게 아니다.
돈과 체면.
이들은 공손세가의 확장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백린의각의 확장 역시 방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 암살 목표는 진천희였다.
애초에 북해빙궁으로 보낸 것 자체가 음모의 초석.
모용가, 황보가, 팽가 세 곳이 은밀히 힘을 합치던 중에 공손세가의 여식까지 붙었다고 하자 더 강한 자들을 보냈다.
그런 암살자들도 크게 지쳐 있었다.
“죽겠군그래.”
“그놈의 영물과 한혈마는 왜 이리 빠른지 모르겠소. 말 타고 하루 종일 달려서야 겨우 도착했구려.”
“비는 또 어떻고. 찬비를 맞느라 죽을 지경이오.”
암살자들이 그들만 겨우 들을 수 있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화경급이나 초절정급 나으리들이야 내공으로 버티겠지만 우리 아랫놈들은 죽상이오. 아주.”
문득 한 살수가 말했다.
“……그런데 여기가 이렇게 울창한 숲이 아니었을 텐데?”
평야 지대에 다문다문 나무가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인 것은 나무가 빽빽하게 차 있는 밀림이었고.
하북팽가 고수가 노호성을 터뜨리며 검을 휘둘렀다.
검에 깃든 것은 강기!
콰과과광!
사방의 모든 기물들을 부수자 원래의 평야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럼 그렇지. 기껏해야 잔재주군!”
“하지만 그 잔재주로 도망갈 시간을 번 것 같소!”
“아닛!?”
파훼가 된 진법 자리에 사람이라고는 온데간데없고 먼 곳에 두 개의 점이 보였다.
“비겁하게 도망을 치다니–!”
암살하려고 수없이 몰려와 놓고서 비겁을 따지는 그 졸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 외침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그저 계속 멀어질 뿐.
그렇게 한혈마와 황구가 점점 더 멀어진다.
따라잡으라고 명령을 내리려던 그 순간.
콰르르릉–!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다.
영물 뇌진의 번개!
진천희의 유도가 없어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나 상관없다.
어차피 이 많은 놈들 중에서 한두 놈만 당하면 되니까.
그것도 꼭 사람일 필요도 없다.
히히히힝!
말이 번개에 직격당해 그대로 바닥을 구른다.
하필 초절정 고수가 탄 말이다.
초절정 고수는 급히 낙법을 펼쳐 말에서 뛰어내리나, 그것을 놓칠 진천희가 아니었다.
황구의 등 위에서 상체만 뒤틀며 두 손을 뻗어낸다.
피피핑!
천하일광이 익혔다고 알려진 탄지천통!
번개가 무색해지는 속도로 탄지공이 뻗어져 와 그대로 말에서 뛰어내린 이의 몸을 두드렸다.
퍼퍼퍼펑!
작은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나고, 한 명은 그대로 쓰러져 꿈틀거릴 뿐 일어서지 못했다.
“피해라!”
암살자 무리를 이끄는 이가 소리쳤다. 그러나 진천희의 양손에서는 마치 기관포라도 되는 것처럼 탄지천통이 튀어나와 탄지공의 탄막을 형성하고야 말았다.
카캉! 퍼펑!
말을 내달리면서 암살자들은 도검으로 탄지공을 막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탄지공은 그들만 노리는 게 아니었다.
탄지가 말을 쓰러트리고, 같이 거꾸러지는 무인들을 덮친다.
히히히힝!
“으아악!”
“빌어먹을!”
계속해서 탄지천통을 날려 착실하게 사람을 하나씩 줄여 나간다.
웃긴 것은 이 와중에도 죽은 놈이 없다는 것.
대신 관절이 박살 나서 일생을 불구로 살아갈 놈은 나오고 있다.
화경의 고수 세 명은 각자 무기를 꺼내 진천희의 탄지천통을 쉬이 막아 냈으나 초절정 고수들은 막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잡아, 잡아라!”
다급히 말을 몰아 뒤쫓지만 거리를 벌린 진천희는 탄지천통으로, 거기서 거리를 더 벌렸다 싶으면 활을 뽑아 뇌룡궁을 쏘았다.
그렇게 한참의 추격전 후.
남아 있는 것은 결국 화경의 세 명.
사실 한혈마와 황구면 이 셋도 떨어트리고 그대로 도주가 가능했다.
진천희와 공손영은 푹 쉰 데다가, 한혈마와 황구도 잘 먹고 쉬어서 혈기왕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들은 쉬지 않고 달린 데다가 말도 영물이 아니었으니, 이대로 도주만 해도 따라붙지 못하리라.
그럼에도 진천희는 멈추어 섰다.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저들을 이 자리에서 처리하기 위해서.
“용케도 포기를 안 하시는군요.”
컹!
진천희는 황구에서 뛰어내렸다.
공손영 역시 한혈마를 멈추었으나 진천희처럼 재빨리 정지시키지는 못하고 십 장이나 지난 후에서야 내릴 수 있었다.
“먼 곳에서 오신 것 같은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하하하.”
“어린 제갈 놈! 제 스승을 닮아 악독하기 그지없구나! 이게 무인의 싸움이더냐!”
아까부터 계속 놀리듯 탄지공을 날렸기 때문일까.
세 화경의 고수는 독이 바짝 올라 있었다.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네놈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찢어 네 사부에게 보낼 터……!”
그 순간, 뇌진의 번개가 내리꽂힌다.
콰르르르릉!
세 고수들은 급히 몸을 피한다.
“이놈이 기다리지도 않아!?”
“세 어르신께서 기습을 좋아하시기에 저도 따라해 보았습니다만. 문제라도?”
비록 복면을 쓰고 있으나 왜인지 얼굴색을 알 것 같았다.
분명 토마토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겠지.
‘와, 동생…. 이러다 혓바닥으로 사람 죽이겠네.’
용봉지회 때 입을 털어 공동파 도인을 주화입마 걸리게 했다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다.
예전보다 훨씬 사람 약 올리는 데 능숙해졌다.
진천희의 수신호에 따라 황구는 물러서고, 진천희는 계속해서 조약돌로 탄지천통을 날렸다.
그러나 아까와 무언가 달라졌다.
스컥!
탄지천통이 스쳐 지나간 곳이 보라색으로 물드는 게 아닌가!
“독공! 저놈이 돌에 독을 발라 쏘고 있소!”
“어르신들 푹 쉬시라고 잠이 잘 오는 독을 특별히 발라드렸습니다. 찬비까지 맞아가며 밤낮을 달리셨는데 잠이라도 잘 주무셔야죠. 그리 살면 뼈 삭습니다.”
“이노오오오오옴!”
“어쿠쿠, 진실만 말씀드렸는데 막 화를 내시네?”
화경의 고수 셋은 흡사 삼각형의 꼭짓점 같은 형태로 진천희와 공손영을 포위했다.
“오우, 검진을 안 짜시는 걸 보니 세 분, 서로 안 친하신가 봐요?”
“맹랑한 놈. 혓바닥부터 찢어 놔야겠구나!”
진천희가 그런 흑의인을 향해 피식 웃는다.
공손영이 전음을 보냈다.
[은인 꼬맹이. 일단 등은 맡겨라.] [넵. 누님.]공손영은 두 다리를 단단히 버티며 공손검법 천송목의 초식을 준비했다.
절대적인 방어 초식.
그에 비해 진천희는 검을 오히려 검집에 깊숙이 넣고는 양팔을 늘어뜨리고 껄렁한 자세를 취했다.
까딱-
꼬우면 덤비라는 손짓.
결국 세 흑의인이 동시에 짓쳐들어왔다.
공손영이 곧바로 방어 초식에 들어간다.
강기 둘을 동시에 막아내는 기염을 토하는 동안. 진천희는 한 놈만 붙잡는다.
탁!
“어쿠쿠, 모용세가 나으리는 왜 오셨나요?”
모용세가 화경의 고수.
검을 휘두르는 자세만 보고 복면인의 무공을 간파한 것이었다.
“살수는 안 봐드립니다.”
터엉!
일격에 단전을 파괴한다.
‘단 일격에……!’
복면인들이 눈을 홉떴다.
진천희가 쏜 내가중수법이 얼마나 복잡하고 기기묘묘한 묘리를 담고 있는지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과연 화경은 화경들이셔. 한 번에 깨달은 걸 보니 문파에서 한가락 하는 분들 같은데?’
진천희는 단전이 박살난 모용세가의 살수를 뒷목을 쳐서 기절시키고는 남은 둘을 향해 몸을 통통 뛰어 도발했다.
토형보(兎形步).
현이가 사람을 어떻게 복장 터지게 했던가?
떠올려보니 자연스럽게 통통 튀는 토형보가 발현됐다.
‘아, 그래그래. 이 느낌이지.’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 현이는 언제나 이렇게 느긋하면서도 우아하게 사람을 갖고 놀곤 했다.
현이보다는 조금 더 방정맞아 보이지만 나름대로 진천희식 토형보의 요체는 완성한 셈.
“설마하니 벽력신권과 오호단문도가 고작 토끼 걸음에 겁을 먹어 도망치지는 않으시겠죠? 어르신들~”
통, 통, 통, 통!
“이노오오옴!”
“이 망할 세 치 혀로 본가를 우롱하느냐아아아아!”
공손영이 다급히 전음을 보냈다.
[은인 꼬맹이, 너무 약올려 버리는 거 아니야?] [제가 신호하면 삼보 앞으로 내디뎌서 후려치세요. 보법 쓰지 마시고, 그냥 누나 걸음으로.] [뭐?]그 순간, 두 살수가 노호성을 터뜨리며 달려든다.
[지금!]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저 공손영은 세 걸음 앞으로 내디뎌 검을 힘껏 내리쳤을 뿐.
콰앙!
허공을 가를 줄 알았던 검면에 벽력신권의 황보세가 살수가 이마를 박고 쓰러졌다.
“커헛?”
진천희가 전음을 뱉었다.
[원래 황보세가는 권이 직선경이라 발경 전에 반드시 삼보를 디뎌야 하거든요. 어느 방향으로 누굴 죽일지 뻔히 아는데 당하는 것도 지루한 일이죠.] [……이게 무슨…?] [자, 남은 하나!]콰앙!
진천희가 각을 날렸다.
매끄럽게 호를 그리며 이어지는 각이 남은 한 명의 명치를 가격하며 날려 보냈다.
그 모습을 보며 공손영은 소름이 돋았다.
‘이건……. 흡사 미래 예지 같지 않은가.’
진천희는 날아간 살수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키고는 그대로 단전을 파훼했다.
아직 새벽으로 가득 찬 광야에는 진천희의 푸른 눈동자만이 칼날처럼 빛났고.
“누나, 누나?”
“아, 아아.”
“살수들 옷 벗겨서 그걸로 대충 천막 쳐 놓을 테니까. 누나는 나무나 좀 베어다 줘요.”
“그, 그래.”
언니인 공손현도 예지에 가까운 책략을 쓰곤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공손세가의 방식이지 제갈세가와는 또 달랐으니까.
공손영은 한동안 진천희의 푸른 눈을 똑바로 마주 보기가 어려웠다.
그건 제갈세가의 진면목을 경험한 이라면 한 번쯤 마주 보는 공포.
의외로 진천희는 이런 태도에 익숙한지 모르는 척했다.
* * *
초절정 고수들도 응급처치해 주고, 이자들 옷도 죄다 벗겨서 천막을 만들어 주었다.
심지어.
“누나, 아름다운 대형 모닥불이에요.”
화르르륵!
즉석으로 천막 단지를 옹기종기 만들고는 가운데에 얼어 죽지 말라고 모닥불도 만들어 주었다.
“차라리… 차라리 죽여라……. 이 독사 같은 것아!”
“여러분. 단전이 없어도 잘살 수 있어요. 이 모닥불을 보세요.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생은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것으로 차 있는 것이에요. 끼니 거르지 말라고 모닥불 아래에 감자도 구워 놨습니다. 맛있어요.”
“죽여어어어! 이 악독한 새끼 제갈 놈아아아!”
“오우, 힘이 넘치시네. 이 정도면 누가 건져갈 때까지 광야에서 버티시겠어.”
그리 말하며 발가벗겨진 살수들에게 두 손을 합장하며 성스럽게 말했다.
“어제는 비록 같은 정파를 암살하러 오셨지만, 내일부터는 평범하고 새로운 양민들의 삶을 경험하실 겁니다. 행복하세요. 여러분. 고향에 가족들이 있습니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천막에 잘 짱 박혀서 견디시는 거예요. 관아 보이면 꼭 사람 보낼 테니까.”
옆얼굴이 흡사 천인과도 같다.
그러고는 어릴 때부터 살수로 키워진 아이들의 입에는 생감자를 하나씩 밀어 넣었다.
“어금니 독단은 내가 다 빼놨단다. 자결은 안 돼요. 갈 데 없으면 백린의각 오렴. 괜히 자결한다고 혀 깨물지 말고 감자 먹고. 목메지 말라고 수통은 천막 입구에 놨단다.”
밧줄은 일부러 헐겁게 묶어 놓았으니 금방 풀 수 있으리라.
진천희는 황구 위에 올라탔다.
“여러분, 안녕, 안녕히. 행복하십시오오오오!”
“이 망할 일광 새끼!!”
“일광 이 개자식아아아아아아아!!”
“이 X할 새끼야아아아아악!!”
“여러분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합니다아아아아!”
진천희는 음공을 섞어 쩌렁쩌렁하게 외치며 황구와 함께 출발한다.
컹컹!
황구는 적들이 타고 온 말들을 흡사 양을 치듯 몰고 갔다.
이 광기 어린 현장을 보며 공손영은 손끝이 떨렸다.
‘꼬맹이가 미친놈이 맞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정파라 봐줬다…….’
모닥불도 세팅하고 천막도 예쁘게 만들어줬지 않나.
사파였으면 그냥 짤 없이 보내버렸을 텐데.
‘둔한 내 눈에도 그게 보이는데 말이지.’
하지만 정파 내에서도 밑바닥 살수면 모를까, 곱게 자란 놈들이 그것까지 알 리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