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82
제 581화
‘정말 북해빙궁주가 딸을 내버려둘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미쳐 버린 와중에 상식을 따지면 안 된다는 건 안다.
그렇기에 진천희는 조심히 움직였다.
궁으로 돌아온 진천희는 이번 성녀와의 대화에 대해 모두와 논의했다.
비밀을 위해서,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게 논의하면서 청광수정 광산을 어떻게 조사할지도 고민했다.
[모두가 잠든 틈을 타 야행복을 입고 나가는 것은 쉽지 않겠지.] [네. 아무래도 궁에 보는 눈이 많으니까요.]북해빙궁 내부에서 야행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온다. 그것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무영투괴라면 그게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에서 없어진 사실마저 감출 수는 없으리라.
[그러면, 아예 우리가 궁 밖에서 지내야겠군.] [훈연탄 장사를 하기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고 나가면 어떨까?]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훈연탄. 그리고 살충제와 각종 의약품 판매.
딱히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고 북해빙궁 측에서도 묵인을 하고 있다.
때문에, 그걸 핑계로 나간다고 하면 저쪽에서도 묵인할 거라고 생각되었다.
[좋아. 바로 하자고.]한빙 왕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사람을 불렀다.
* * *
다음 날 이른 오전. 일행은 북해빙궁을 나서, 여관을 하나 잡을 수 있었다. 어젯밤에 댄 핑계가 먹혀들었기 때문.
그렇게 여관을 잡은 후.
일과를 시작했다.
훈연탄과 살충제를 팔고, 사람들을 치료한 것이다.
화생기를 이용해 물을 끓여주고, 옆에서 한빙 왕자는 차력 공연과 불 쇼를 했다.
공손영도 이번에는 지지 않고 동전을 던져서 사람 머리 위에 있는 나무토막을 부수는 묘기를 선보였다.
역시 아주 능숙한 게, 한두 번 해본 느낌이 아니었다.
그렇게 밤이 되자.
“하, 야행복 추운데.”
공손영이 눈물을 삼켰다.
“일단 두꺼운 걸로 성녀께서 보내주셨으니 그거 하나는 다행이죠.”
이 추운 지방에서는 복면을 하려고 해도 따뜻해야 한다.
내공을 돌리는 것도 한두 시진이지.
앞으로 피와 살이 튈 건데 내공으로 추위까지 저항해가며 싸울 여유는 없을 테니까.
진천희는 그래서 성녀에게 두터운 잠행복 좀 구해 달라 부탁을 드렸고.
성녀는 알았다며 사람을 시켜 은밀히 보내주었다.
한빙 왕자가 물었다.
“나야 누님에 대해 익히 알기에 움직이고 있지만, 어째 자네는 그냥 누님에 대해 쉽게 믿는군. 괜찮은가?”
그 말에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런저런 계산은 해봤는데 진술에 모순이 없었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전생의 경험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다르게 말했다.
“감입니다.”
“싱겁긴. 자네도 감을 믿는군그래.”
그 말에 진천희가 웃었다.
“제가 사람을 잘 보는 성격은 아니지만, 음… 왠지 저런 사람은 비슷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 말에 공손영이 말했다.
“호오. 너도 이제 사람 보는 눈이 늘었구나?”
“대충 그렇죠.”
인생 2회차라는 건 그것만으로도 약간 남과 다른 시야를 갖게 되니까.
“뭐어, 잘 해결되어야죠. 정말로 북해빙궁주가 친딸을 어찌할 만큼 미치지 않았길 바랄 뿐이고. 그걸 시험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조용히, 최대한 빨리 해결을 봐야 할 거고.”
한빙 왕자가 한숨을 쉬었다.
“어째 확신이 없는 말투군.”
“…….”
그 말에 진천희는 답을 하지 않았다.
원작 지존천마에서는 혈육을 상잔하는 일이 빈번했다.
특히 마교와 혈선교.
이 둘 중의 하나가 들어가면 사람이 헤까닥 해버리더라.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는 그러한 일이 자행됨에도 본인은 지극히 이성적이라고 믿고 일을 벌인다는 것.
여기는 혈선교 관할이고, 마교는 혈선교를 잡으러 온 상황이지만 결국 둘 다 연루가 되긴 된 거 아닌가.
연맹을 맺으러 온 사파도 마교의 끄나풀인 거고.
‘차라리 백린의각이 어느 한 진영에 속했다면 편했을지도 모르겠네.’
허나, 그리되면 다른 쪽 환자는 받지 못하게 된다.
의원으로서 언어도단이 되니 중립을 지켜서 사람이 죽지 않기만을 바랄 뿐.
“움직입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잠행복을 입고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참, 황구와 뇌진은 축근공으로 몸을 변형한 후, 멀리 대기하고.”
컹?
삑?
두 놈이 붙어 있으면 잠행복을 입은 효과가 없지 않나.
백 미터 밖에서도 알아보겠던데.
* * *
“그러고 보니 성녀는 성함이 뭔가요?”
“음, 이름은 없네. 그냥 ‘성녀’라고 부를 뿐이지.”
“왜죠? 그거 이상하네요.”
“교에서 성녀로 지정된 자는 그 임무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이름을 내려놓아야 하네.”
“대충 들어 보니 성녀는 종신직이잖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 이름을 버리고 살지.”
그러면 삶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나?
이름이라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내가 어떤 성을 가진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지.
또 세가 같은 곳이면 이 세가의 몇 대 손인지.
지역에 따라 작명 방식도 다르니 어느 지역 출신인지까지 알려주는 표식이라 할 수 있다.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는 삶이라니.
아무리 모든 것을 교에 바쳤다고는 하나.
결국 자신의 뿌리도 삶도 부정당하는 것 아닌가.
특히 이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칼 든 유교 월드다 보니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닌가.
진천희는 생각했다.
내가 외국인이라고 해도 이름이 뻔히 있는데, 가족들이 회사 밖에서도 ‘부장님, 부장님’, ‘대리님, 대리님’ 하고 24시간 불러대면 미칠 거 같은데.
“성녀는 친구 없습니까?”
“북해빙궁에서 함께 수련한 사람들 정도이긴 하네. 하지만 나도 그녀의 이름을 모르니 그냥 성녀라고만 부를 뿐이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일은 없지.”
지역 문화 차인가.
진천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쨌든 간에 죽을 때까지 ‘성녀’라고만 불린다 하니, 진천희도 그냥 그렇게 부를 수밖에.
청광수정 광산은 천빙산의 우측에 있다.
광산 근처에는 군부대 일부가 주둔해 있고, 경비도 나름대로 단단한 편.
[진법도 없군요.] [천빙산 꼭대기에 있는 성지만 그렇지, 그 아래쪽은 괜찮네. 애초에 광산에 진법까지 깔아놓으면 광부들이 무슨 수로 일을 하겠나.]것도 그렇다.
대신 경비 서는 이들이 삼교대로 서 있었는데.
[……적옥을 하고 있군요.] [정확히는… 금혈방 짭적옥이네. 현지인을 시켜서 이 동네에 맞게 번역해 놨더군.]어쩐지 요즘 사마현이 보내는 상납금이 늘고 있었다.
모르는 사이에 글로벌로 짭……을 팔고 있었나 보다.
‘이놈 시키! 형한테 미리 말이라도 하든가!’
사막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새퀴.
저작권 밥 말아먹은 세계에서 짭을 팔아 30%의 소득을 꼬박꼬박 보내고 있는 이놈도 참 별종은 별종이다.
어쨌든 적옥에 불타서는 이 불륜을 왕에게 고하느냐 마느냐 고민하고, 어의를 매수해 회임을 했다고 구라를 치고.
이를 이용해 궐내에서 날조와 선동을 하느냐 마느냐로 골 빠지게 주사위를 굴리고 있는 보초들을 뒤로하고 그렇게 셋은 무사히 광산 내부로 들어갔다.
‘어쨌든 왕비 플레이어는 조만간 죽겠군. 흑색선전 카드가 하나도 없으시네.’
화경이 둘에 초절정 고수가 하나.
남의 짭적옥 굴러가는 것까지 볼 수 있는 인원이다.
광산 내부는 어둑어둑했지만 군데군데 횃불을 놓아서 앞을 식별하는 데는 문제없었다.
밤이라 그런지 광부들은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안으로, 안으로 내려가다가.
문득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 곳이 나타났다.
사람이 지나간 자취가 한쪽으로만 이어져 있는 걸 보니 그쪽이 광부들이 이용하는 갱도인 것 같은데…….
[다른 쪽도 가 보죠?]북해빙궁주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숨긴다면 그쪽이 맞겠지 싶었다.
갈림길에서 사람이 안 가는 곳으로 얼마나 갔을까.
갱도가 점점 더 좁아지더니 막다른 길이 나왔다.
공손영이 말했다.
“광물이 안 나와서 더는 안 판 것 같은데?”
“음…….”
아무리 봐도 그래 보이긴 했다.
‘아, 황구랑 같이 왔으면 간단하게 찾아냈을 텐데.’
조만간 무당권제님께 서신을 보내야겠다.
개한테 축근공을 가르친 분이시니, 혹시 뭔가 아예 다른 종으로 바꾸는 방법 같은 걸 아실지도 모른다.
지난번처럼 알파카로 바꾸려면 재료도 많이 필요하고 전문가의 손길도 필요하니까.
문득 진천희는 갱도 모서리에 화생기로 짭삼매진화를 일으켰다.
화륵-
불꽃이 한쪽을 향해 흔들린다.
“공기가 통하는데요?”
뭔가 이상했다.
그렇게 한참 주변을 더듬거려 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주 꼼꼼하게 숨겼나 본데.”
“어쩔 수 없군요.”
그 순간, 진천희는 절세의 음공인 칠마금의 편복음향을 운용하여 벽면을 때린다.
편복(蝙蝠)이란 박쥐를 뜻하는 것으로.
이 칠마금은 박쥐가 쓰는 초음파를 어떻게 알아낸 건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공능도 있었던 것이다.
과연 신공절학급 음공!
우우웅-
여기에 그것을 계산할 수 있는 현원전단신공까지 더해지니 가히 엄청난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막대한 정보 처리를 현원전단신공이 보조하고 있었으니까.
“이거네요.”
진천희는 구석에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돌맹이를 발로 차더니 그 아래 흙을 밟았다.
그러자.
기기기긱-
분명 막혀 있다고 생각했던 갱도가 열리며 사람 하나가 지나갈 공간이 나타났다.
한빙 왕자가 놀라서 물었다.
그 말에 공손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쟤만 좀 유별난 겁니다. 오죽하면 별호가 일광이겠습니까.] [제갈세가 사람들이 무공뿐만 아니라 머리를 쓰는 모든 것들도 능하다 들었는데 대단하군. 감탄만 나오니, 원.] [언니 말로는 적이 되면 가장 무서울 놈이 저 은인 꼬맹이라고 하더군요.]앞서 들어가던 진천희가 물었다.
“안 오실 겁니까?”
“아아, 따라가네.”
* * *
비밀 문을 나오니, 절벽이 나왔다.
그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자 지하에 거대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 보이는 것은 궁전과 소도시였고,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아래로 내려가도록 가파른 경사로 구불구불 강처럼 이어져 있다.
거기다 야명주까지 꼼꼼하게 박혀 있어서 지저 세계임에도 마치 낮처럼 잘 보였다.
“이런 게 있다니…….”
왕자가 절로 감탄했다. 그건 진천희도 마찬가지.
“이건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것 같아 보이지 않는군요. 여기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게 더 기이합니다.”
다만 이러한 화려한 소도시와 궁전에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요. 사람이 살았다면 의당 생활 쓰레기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건 전혀 보이지 않아요.”
왠지 어린아이 블록 집을 보는 느낌이었다.
겉으로만 화려할 뿐, 진짜는 살 수 없는 그런 집.
“일단 궁전으로 잠입하죠.”
그렇게 말하고는 진천희는 길이 아닌 절벽 쪽으로 향했다.
지금은 보이지 않으나 혹시 누군가 숨어있을 수 있으니 절벽을 기어 내려가 궁전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내려가려던 와중에 문득 집 안에 뭔가 기묘한 장치가 있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