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40
제 640화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래. 이왕 하려면 잘해야지.”
“좋습니다요. 사저~ 증거를 찾으면 아주 그냥 개박살을 내주자~ 어차피 녹림하고 붙어먹은 건 확정적이니까.”
우드득-
사마현은 손가락 관절을 풀었다.
벌써부터 단석산 얼굴을 뜯어버릴 생각에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역시 운룡표국에 사마현 돈도 들어 있는 게 확실해.’
원한도 보통 원한이 아니다.
증거를 찾아내는 순간 단석산의 목숨은 없다고 봐야겠지.
진천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석산이 현금 부자라 사마현 발치에 즉시 보상금을 산처럼 쌓는 것 말고는 살 방법이 없겠군.’
부동산 부자면 답 없다.
* * *
그렇게 두 사람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단석산이 사는 도원동에서 약 이틀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
그런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극심했다.
‘헛?’
진천희는 급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양민들이 핏기 없는 얼굴로 힘없이 걷는 게 보였다.
그리고 길 구석에는 시체가 거적때기에 싸인 채로 줄지어 놓여 있었고,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통곡을 했다.
진천희가 중얼거렸다.
“설마 역병이라도 돈 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경계 어린 눈이 우선이었다.
‘관을 움직이려면 적어도 무슨 일인지 대충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사마현에게 말하니 사마현이 작게 속삭였다.
“허나 외지인에게 쉽게 알려주진 않을 거야. 특히 횡액이 있고 나서부터는 더욱.”
어쩔 수 없나.
사마현이 말했다.
“객잔에 가는 게 가장 빨라.”
북해빙궁을 떠올리며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도 정보를 알려면 객잔이 가장 빨랐으니까.
“그럴 생각이야. 그런데 여기 하오문도는 없어?”
“작은 분타가 있었지.”
“어째 과거형인데?”
“소방주 혈사 때 죽였어.”
듣고 나니 뭔가 어감이 이상해서 되물었다.
“죽었어가 아니고 ‘죽였어?’”
사마현이 당연한 걸 뭘 물어보냐는 듯 되물었다.
“돈을 줘도 회유가 안 되는 놈인데 어쩌겠습니까, 사저? 저희 사파에 가족을 붙잡아 고독이라도 먹여서 협박한다는 전통이 있긴 한데 그러기에는 소녀, 너무 구질구질해서 깔끔하게 목만 쳐줬사옵니다.”
……아, 그랬구나. 죽였구나.
사마현이 말을 이었다.
“새 사람 뽑아서 넣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 그 공백기에 뭔가 일이 터진 것 같네.”
* * *
그렇게 객잔에 도착하니, 객잔 주인도 의자에 앉아서 퀭한 눈으로 창밖만 보고 있었다.
‘누구도 어서 옵쇼~’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객잔이라니. 신선하네.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헛기침을 했다.
그제야 객잔 주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사마현이 일부러 경쾌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방 하나에 국수 두 개만 대충 말아 주시고요. 하루 묵을 거니 목욕을 위한 목욕통과 뜨거운 물이면 되겠군요.”
그리 말하며 은전을 던져주는 게 아닌가.
팅!
배 모양 은전은 주인장 손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역시 은전을 봐서인지 주인장의 눈에 조금 빛이 돌아왔다.
사마현이 일부러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장 기운이 너무 없군요. 그러고 보니 사람이 죽은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손님들은 강호인이시죠?”
진천희가 가슴에 수놓아진 자수를 보여주며 말했다.
“운룡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그 말을 재빨리 사마현이 받았다.
“검은 보타검문에서 사사받았지요~”
그리 말하며 진천희에게 전음을 보냈다.
[형. 복건성 사람들은 운룡표국을 잘 몰라. 하지만 보타문은 잘 알지. 그걸 우선으로 말해야 알아들을 거야.]아니나 다를까 주인장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닌가.
“보타문! 아아……. 불가에서 수행하셨군요!”
그리 말하며 화색이 도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진천희가 말했다.
“주인장, 저희를 보고 반가워하는 걸 보니 무언가 연유가 있어 보이는군요.”
목소리가 좀 굵어졌나?
뒤늦게 깨달았지만 주인장은 근심이 깊어 거기까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싶었다.
“그게… 요괴가 나옵니다.”
“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어 다시 물었다.
허나, 주인장의 표정은 농담도 아니고 허언도 아닌 듯 진중하기만 했다.
“요괴가 나와 사람을 해친 지가 벌써 여러 달 지났습죠. 지금 묫자리도 더는 없고, 동네 풍수사도 도망가 버린 지 오래라 장례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할 지경입니다.”
진천희는 K-국민으로서 물었다.
“호랑이는 아니고요?”
“어느 산군(山君)이 집 안까지 문 열고 들어와 사람을 해친답니까?”
“그런……?”
“범이 한 거라면 문을 돌려서 여는 건 못하지 않습니까. 적어도 지금 남은 흔적들은 짐승이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주인장이 고민하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보타문의 여승들께서 부디 사특한 요괴를 물리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옛날이야기 같은 데서 공력 있는 스님께서 불경을 읊어서 요괴를 내쫓았다 하지 않았습니까.”
불경?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진천희는 이렇게만 답했다.
“일단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사례는 확실히 해드리겠습니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이러다 다 죽게 생겼습니다요!”
무릎까지 꿇으며 애원하는 게 아닌가.
진천희는 급히 주인장을 일으켜 세웠다.
주인장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죄송합니다. 딸아이가 걱정이 되서 그만.”
양민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불겨어엉? 내가 불경을 어떻게 읊어?’
요괴라니… 이게 무슨…….
‘연원왕이 날뛰기 시작한 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 * *
객잔 주인은 정성껏 목욕물을 채우고 국수를 말았다.
보타문에서 검수가 왔다는 말에 다른 마을 주민들까지 화색이 되어 왔다.
“여승께서 경 좀 읊어 주시려나?”
“무승이다 보니 경을 잘 읊을지는 알 수 없는데……. 그래도 뭔가 보통 무인보다야 낫겠지.”
“암, 암!”
꽤 멀리서 말하는데도 자알 들린다.
진천희가 부담스럽다고 속삭이자 사마현은 태연히 국수를 먹으며 말했다.
[잘 먹고 잘 쉬고, 적당히 상황 좀 봤다가 안 될 것 같으면 튀지, 뭐.] [그런데 우리 속가 제자라서 승려 아니잖아.]속가 제자는 보통 돈을 내고 무공을 배우는 이들을 뜻했다.
그 무공만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승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이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답했다.
[혈선교가 있는데 요괴가 있을 수도 있지. 적어도 요괴는 마약 팔고 사람 잡아다가 노예 만들고 숙신족 애들 꼬셔서 전쟁하진 않잖아?]음, 심플하군. 이 결론. 너무 쿨해서 추울 지경이야.
어쨌거나 이놈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진천희도 마음 정리를 하기로 했다.
‘그래.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말자.’
과거 조선왕조실록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 청컨대 화포(火砲)로써 이를 물리치소서.
집에 괴이한 일이 계속되자 대포 한 발만 쏘게 해달라고 청한 그 정신으로 진천희는 재무장했다.
답은 화력, 화력이다!
‘강력한 화력 앞에서는 괴이고 나발이고 훅 가는 거지.’
당장 그 성성이인지 대성성인지 모를 연원왕도 K-화력으로 물리치지 않았나.
‘화력이 최고시다!’
제아무리 무시무시한 괴이라 하더라도 이 빙정검 앞에서 뒤질지니.
[그리고…… 어쩌면 요괴가 아니라 영물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영물?] [과거 우리가 봤던 육각영독사 같은 영물. 사람에게 우호적인 영물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거든.]그렇게 국수를 한 그릇 맛있게 말아 먹고는 목욕을 하러 갔다.
탕에 몸을 담그며 진천희는 전음으로 예전에 잡았던 흑갑오공(黒鉀蜈蚣)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람 잡아먹고 살던 거대 독지네.
[황구만 봐도 엄청 똑똑하잖아. 똑똑한 영물이 사람을 잡아먹는 걸 즐기기 시작했을 수도 있지. 그리고 그게 요괴처럼 보일 수도 있는 거고.]사실 요괴와 영물의 차이 같은 건 잘 모르겠다.
영물은 자주 보이고 요괴는 전설 속의 존재라는 것 정도.
(비공식적으로) 유호가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냥 영물의 연장선일 수도 있는 거고.
어찌 되었든 필멸자 입장에서 그런 것을 하나하나 다 알 수 있을 리가.
“일단 화포로 물리쳐 보자. 그러면 알게 되겠지.”
“……?”
사마현이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냥 줘 패 보자는 거지?”
“바로 깨닫는 거 봐라. 척하면 척이네.”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이 답했다.
“요괴 나왔다는 소문에 줘 패 보자는 말부터 하는 사람은 형밖에 없을 거야.”
“내가 그래서 일광 소리를 듣는 거지.”
진천희는 그렇게 머리를 말리고는 빙정검 칼날을 닦았다.
“후, 기왕 이렇게 된 거 영단이나 한번 포식해 볼까.”
“말이 통하는 놈이면?”
“그러면 인류의 진보를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될 거야.”
대가리 딱 대라.
* * *
진천희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하룻밤 동안 여독을 풀었다.
그렇게 다시 아침이 오자 객잔 주인에게 요괴를 퇴치해 주겠다고 일단 말을 전했다.
“역시! 고맙소! 고맙소이다! 과연 보타문의 여승들이시오!”
보타문은 어딜 가나 평판이 좋다.
스승인 아비 스님을 닮아서인지 자애롭……지는 않아도, 그래도 협심을 실천하려고 하는 편이니까.
“국수 두 그릇만 말아 드려서 그렇지 않아도 너무 마음이 쓰였소이다. 네 그릇은 드렸어야 했는데.”
다만 엄청나게 먹는다는 게 강호 풍문이요, 그리고 김트루다.
섬에서 먹을 게 별로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들 대식가들이다 보니 쌀 수백 가마니를 들여와도 순식간에 동이 난단다.
그래서인지 보타문 검수를 고용하려면 전냥보다 맛있는 밥, 그것도 맛있고 많은 밥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린 검수일수록 잘 먹는다고.
반면 진천희는 딱 강호인 평균 정도 먹성이다 보니 이상해 보이긴 했다.
‘위장 크기로는 못 이기는가.’
허나, 그래도 작은 마을이다 보니 보타문의 검수를 가까이에서 본 일은 없어 그건 다행이랄까.
“사례로 저희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전냥들입니다.”
자르르륵-
은전은커녕 동전들만 쏟아졌다.
하나 같이 고이고이 간직해 온, 손때가 잔뜩 묻은 돈들.
“사례는 돈이 아니라 닭으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닭이요? 그냥 닭 말입니까?”
“네. 씨암탉 말고 늙은 수탉이나 나중에 잡아 주세요. 제가 그걸로 국물을 아주 잘 끓이거든요.”
그리 말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괜찮다면 희생자들의 시체를 보고 싶습니다.”
탐문이 우선이다.
“예, 예예! 당연히 그래야 합지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객잔 주인이 깊이 예를 표한다.
[방금 형이 거절한 돈은 아마 저 사람들 생명줄이었을 거야.] [그래. 이번 겨울을 날 돈이겠지. 그 돈을 내놓았다는 건 마을 사람들도 목숨을 걸었다는 거고.]그만큼 양민들의 한이 깊다는 뜻이었다.
그걸 쉬이 받을 수는 없었다.
‘그보다는 영단. 여윽시 영단. 그리고 노…ㅇ 아니, 소중한 연구 동료.’
연원왕 같은 놈이면 붙잡아 랩실로 보내고.
거대 지네인 흑갑오공 같은 놈이면 너는 영단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