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42
제 642화
자주 다니는 길목에 진법을 완성시키고 진천희는 창고에 숨어 대기했다.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조금 길을 헤매는 진법이다.
시간 벌이만 해줘도 성공일 터.
사마현은 진천희와 대각선 끝 멀리 숨어 있었다.
누구든 먼저 도착한 자가 발을 묶기 위함이었다.
어둠 속에서 진천희는 가만히 정좌하고 앉아서 심호흡을 했다.
‘괴이는 화포로 물리친다.’
K-조상님의 얼을 기억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답은 화력, 화력이다. 화력 조선!’
영물은 알아도 요괴라는 존재는 몰라서 아직도 어떻게 무찌를지 확신은 없다. 그리고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다만 해야 할 일을 알고 있기에 몸을 움직이는 것뿐.
‘그냥, 눈에 거슬리는 것뿐인 거지. 이런 존재가 백린현에 와서 활개 칠 수도 있는 거고.’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처음에는 개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것도 작은 개가.
그다음에는 큰 개가, 돼지가, 소가, 그리고 어린아이와 노인이.
점차 잡아먹는 게 늘었다.
‘유호도 그랬을까?’
영물이 유호 같은 존재가 되기까지 그런 식으로 성장하는 건가?
모르겠다.
여기까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어차피 관련 서적이나 전승도 제각각이고 유호가 말해 주지 않는 한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얼마나 지났을까.
달이 창틀에 걸렸다.
‘슬슬 놈이 배가 꺼질 때가 되었는데?’
그 순간.
컹, 컹컹컹!
개 소리가 들렸다.
* * *
진천희는 곧바로 몸을 띄웠다.
미리 대비를 한 만큼 몸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청년의 움직임에는 단 한 톨의 군더더기도 없었다.
이 지역을 모두 외웠기 때문이었다.
진천희의 긴 머리카락이 호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마치 명장이 그린 먹선과도 같았다.
청년이 지붕 위를 달리는데 기와 하나도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인들이 언젠가 닿고 싶어 평생 연마하는 경지.
그 경신법을 너무나도 쉽게 쓰면서.
그리고 마침내.
“형!”
쇠가 부딪치는 소리.
카아아앙!
사마현의 목소리와 함께 흉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랑이?”
단순히 호랑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몸길이가 일 장(약 3m)이 넘고, 높이도 팔 척이 넘어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였다.
현대로 치면 자동차만 한 크기!
거기다가 그 생김새도 묘하게 괴이하였는데.
크르르르-
우선 팔다리가 보통의 짐승보다 더 길고 굵었다.
마치 사람의 팔다리 같은 길이.
거기다 꼬리는 소꼬리를 쏙 빼닮았다.
진천희의 푸른 눈이 순식간에 상대를 밝혀냈다.
“설마 체?”
사미현이 물었다.
“체? 산해경에 저런 게 있어?”
“응. 체(彘)라고 불러.”
산해경 기록에 따르면.
그 짐승은 호랑이 모습을 하고 있으나 개 짖는 소리를 내고, 소의 꼬리를 지녔다.
사람을 즐겨 잡아먹는 포악한 놈으로.
진천희가 말했다.
“영물이야.”
“요괴는 아니라서 다행이네.”
“중원의 영물 기준을 따른다면 그렇게 되겠지?”
놈이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진천희를 향해 아가리를 쩌억 벌렸다.
진천희는 곧바로 상체를 튕기듯 발검하며 공격했다.
그 속도는 그야말로 극쾌속!
콰앙!
놈은 빙정검에 맞고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에 몸을 틀었네. 조금 빗맞았어.”
“오우, 그래도 보통이면 그대로 썰렸겠는데~ 형.”
“엄청 단단해. 이거 검기는 안 통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우리가 영물보다 힘이 셀 수는 없잖아.”
크르르릉! 컹컹컹!
“호랑이가 개 소리를 내니까 기분 진짜 이상하다.”
“범이 아니라 체(彘)라니까.”
빙정검에 한기가 모여들더니 이윽고 눈송이가 회오리치며 칼날 위를 빙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사마현이 혀를 내둘렀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데 싸우실 겁니까? 가가?”
그 말에 진천희가 피식 웃었다.
“싸워야지. 검강으로 승부 보자. 현아.”
“죽여도 돼?”
사마현의 눈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진천희는 대답 대신 체(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체 님. 다름이 아니라 이 이상의 살인을 금해 주십사 싶어 이렇게 말을 걸어 봅니다.”
컹, 컹커어컹컹!
“혹시 제 말을 알아들으실 수 있습니까? 소통이 가능한가요?”
크르르릉!
“음, 안 되시는군요. 그러면 혹시 평화롭게 끝내 보자는 말도……?”
컹컹컹컹!
“그것……도 안 되는 것 같고.”
그러면 흑갑오공행이었다.
흑갑오공은 곤충인 데다 말이 안 통해서 잡아다 황구 밥으로 줬으니까.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이기도 했고.’
진천희가 말했다.
“그래. 유해 조수 구제해야지. 그것도 협이다.”
“……형은 가끔 재미있는 말을 한다니까~?”
사마현은 방금 형이 뱉은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초식 자세를 취했다.
왈왈!
갑자기 체가 경쾌한 개 울음을 내더니, 해맑은 소리와는 반대로 번개처럼 진천희를 향해 덤벼든다.
빙정검의 검신에 한음지기가 서린 강기가 생겨나 그에 맞섰다.
빙정검강기와 체의 앞발이 허공에서 충돌한다.
쾅!
폭음이 나는 순간. 진천희는 검강과 체의 앞발이 충돌한 지점을 노려보며 경악했다.
‘검강에도 멀쩡하다고?!’
저 연원왕조차도 검강에는 상처가 났다.
아니. 애초에 강기를 견딘다는 것은 진정한 금강불괴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
그러나.
진천희는 어째서 강기에 상처 하나 나지 않는 건지 바로 알아차렸다.
체라고 부르는 저 괴물의 발톱에 사이한 기운이 서려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강기와 충돌해 힘을 감쇄시킨 것!
그러나 그게 무인들이 사용하는 강기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백했다.
휙!
폭발과 함께 뒤로 물러선 체가 땅에 내려선 순간.
사마현이 옆에서 달라붙는다.
그리고 뻗어지는 두 개의 손!
콰직!
컹!
체가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츠리며 뒷발로 사마현을 찬다.
황소도 일격에 죽일 거력!
허나 사마현의 손이 부드럽게 흔들린다 싶더니, 그 발을 부여잡고 발차기의 위력을 몸으로 흘리며 서커스를 하듯이 물구나무섰다.
“고양개야. 성질부리면 못써~”
그러고는 그 두 손이 통나무 같은 체의 다리를 그대로 찢어내 버렸다.
‘악력이 얼마나 센 거야?’
진천희가 놀랄 틈도 없이.
케켕! 켕!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체가 몸을 흔든다.
그에 맞춰 곧바로 뛰어서 몸을 피한 사마현. 그리고 그사이.
진천희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태을단선검 유운관천!
강기를 머금은 검이, 일점(一點)의 의념을 담아 번개처럼 찔러 들어갔다.
아득한 무학에 아우가 놀랄 틈도 없이.
그것은 정확하게 체의 정수리를 관통해 그대로 뇌를 꿰뚫었다.
컹…….
그대로 체의 거체가 무너졌다.
“후…….”
“쉽게 쓰러트렸네~ 영물치고는 약한 건가?”
“아니. 우리가 강한 것뿐이야. 게다가 나 혼자였으면 더 오래 걸렸을 거고.”
“하긴~ 강기를 막는 걸 보고 놀랐다니까?”
“나는 그런 걸 상대로 악력만으로 앞발을 뜯어버린 게 더 놀랍다.”
진천희가 투덜거리자 사마현이 웃었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나누던 때.
푸쉬이이익!
시체가 연기를 내며 갑자기 급속도로 부패하며 녹기 시작했다.
진천희가 크게 놀라 사마현의 뒷덜미를 잡아 뒤로 물러서자, 이내 체의 시체는 뼈와 검게 죽어 버린 땅만 남기고는 사라져 버렸다.
체의 뼈 사이에는 개, 소, 그리고 인간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과 뼛조각도 여럿 뒤섞여 있어서 더욱 괴기스러웠다.
“이거… 뭐지? 영물은 영단을 주잖아. 혹시 영물이 아닌 건가?”
“그러게 말이다.”
강호에서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서 만든 극독이 바로 화골산이다.
화골산에 닿으면 시체가 녹아서 사라지는데, 지금 녹아버린 체의 시체가 바로 화골산에 닿은 것만 같았다.
진천희는 사라진 체의 시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지? 혹시 마교나 혈선교가 만든 무언가?’
어느 쪽일지 모르는 찜찜함을 남기고, 진천희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어쨌든 사람을 죽이던 무언가는 퇴치되었으니 이를 알려야 하리라.
* *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보타문의 대협께서 우리의 원통함을 풀어주셨다!”
마을 사람들의 감사 인사를 받고 진천희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되었으니, 저는 이만 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잔치라도 열고자 하는데 대협께서 함께해 주시면…….”
진천희가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갈 길이 멀거든요.”
“그러면 생닭은…….”
“가면서 해먹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상자에 담아 빙정기를 불어넣었다.
이거라면 노숙할 때까지 갓 잡은 것처럼 신선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다시 말에 올라 길을 떠나려는데.
“……저어, 대협.”
“음?”
돌아보니 그때 빨리 구하지 않고 뭐했냐고 다그쳤던 석씨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진천희의 질문에 석씨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자식의 원한을 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거 빨리도 사과하십니다?”
사마현이 팔짱을 끼고 비아냥거렸다.
석씨의 얼굴이 붉어졌다.
진천희가 답했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 그러면……. 이거라도 약소하지만 드리고 싶습니다.”
작은 주머니를 받아 보니 안에는 은자가 들어 있었다.
“이건…….”
그 순간, 석씨가 일부러 도망쳤다.
진천희가 이번에도 사양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미안하긴 했나 보네. 양민에게는 큰돈일 텐데. 어쩔 거야. 형?”
“이렇게까지 주셨으니 돌려주는 것도 예가 아니지.”
복잡한 문제였다.
특히 죽은 자식이 돌아오지 않으니 더더욱.
“우리가 돕는 양민이란 ‘선한 양민’이 아니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야. 현아.”
“자식을 잃고 애먼 곳에 화를 내다가 또 미안해서 거금을 주고 가는?”
“그래. 그런 거지. 이건 맛있는 거 먹는 데 쓰자. 기왕 받은 거 잘 써야 기분도 좋지.”
인간이란 무엇일까.
왜 의원은 ‘착한 양민’만 골라서 도와주면 안 되는 걸까.
사마현은 처음으로 고민이란 걸 하게 되었다.
원래라면 무례를 범했을 때 이미 두개골을 뜯어 죽여 버렸을 터.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굴면 반드시 피로써 대가를 치르게 해왔던 게 사마현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형은 다르지.’
그런 형이기에 사마현을, 사마혜를 구원해준 걸 테니까.
반면 진천희는 잠시 뭔가 생각에 잠긴 눈치였다.
이윽고 그는 말을 몰아 근처 마을 사람을 찾았다.
새롭게 묘를 쓸 거면 남서쪽 뒷산 중턱에 나무를 베고 묫자리를 잡으라는 조언을 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허리를 깊게 굽혀 감사를 표했다.
새 풍수사를 모셔 오는 게 힘들었던 모양.
[어지간한 풍수사보다 형 조언이 더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네.]그렇게 진천희는 말을 타고 다시 길을 떠났다.
[현아, 그건 대체 뭘까?] [죽자마자 녹는 영물이라니, 하오문에서도 그런 정보는 들어본 적도 없어.] [일단 줘 패면 될 것 같긴 해.]과연 K-퇴마.
조상님의 지혜였다.
[그렇구나. 형. 요괴든 귀신이든 영물이든 패면 되는 거였어!]사마현은 이렇게 새로운 것을 또 형에게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