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46
제 646화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가 가장 마지막에 만난 사람들, 그리고 원한 있는 사람들에 대한 명단들을 받았다.
이미 관아에서 보낸 걸 봤긴 하지만, 교차 검증이다.
관아에서도 은폐하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증거를 조작할 수 있고,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익히 알고 있으니까.
사마현이 물었다.
“형은 이런 거 어떻게 배웠어? 동창들이 하는 방식인데, 의원 일 하면서 이런 거 배울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
“그냥 이것저것 관련 서적을 봤어. 직접 하는 건 처음이야.”
“호오, 그렇구나~”
진짜로 그렇게 믿는 건지. 아니면 믿어 주는 척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미드에서 배웠다고 할 수는 없잖나.’
진천희는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현아.”
“웅?”
“조사를 어느 정도 하겠지만, 막혔다 싶으면…….”
“싶으면?”
진천희는 푸른 눈으로 차분히 말했다.
“밤에 단석산네를 박살 낼 거야.”
광기가 느껴졌다.
“……들이받으려고?”
“증거는 다 나왔는데 현장 검거만 못 하고 있잖아.”
확인해 본 결과 다행히 관에서 조사한 내용들은 제대로 된 것들이었다.
빠진 부분이야 있지만 그건 조사관의 심문 부족, 또는 증인과 증언이 부정확하여 생긴 공백으로 보인다.
진천희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환하게 웃었다.
사마현이 물었다.
“그랬다가 아무것도 안 나오고, 단석산이가 형을 도리어 관아에 신고하면 어떻게 해?”
“……그러면 왕야들이 크게 나한테 실망하시고, 다시는 나한테 이딴 일을 안 맡기시겠지?”
본심이 그거였나.
사마현은 내심 놀랐다가는 속으로 이렇게 생겼다.
‘양민들이 실종된 이상 말 안 해도 할 거면서. 형은.’
입은 귀찮다, 귀찮다, 반복하지만 결국에는 그 체라고 부르던 개 소리 내는 호랑이 영물도 잡지 않았나.
그런 사람이 형이다.
형은 계속 투덜거렸다.
“이러려고 금의위 직속 감찰관 지위 준 거지, 이 인간들이……. 나중에 개판 나면 ‘아, 일광은 이런 은밀한 일 못 하는구나.’ 하고 놔줬으면 좋겠네.”
투덜투덜.
그런 형을 보며 사마현은 생각했다.
‘과연 황상께서 형을 놔줄까……? 권력 욕심 없는 다용도 꾀주머니를?’
차라리 다른 용도에 써먹으면 써먹었지, 그런 아까운 짓을 왜 한단 말인가.
어찌 되었건, 형과 황상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형의 의술을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 연을 맺든 이상하지 않다.
그 와중에 형의 능력이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고.
어찌 되었건. 형은 마음 정리를 끝냈다.
“자, 탐문. 탐문이다!”
* * *
관이 보낸 증거가 신뢰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나, 그래도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이제 추가 증거를 모을 때.
진천희는 자신이 가진 의외의 재능에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탐정의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특별 수사관…이라는 말씀이로군요. 진즉 말씀을 주셨더라면…….”
“본관이 포청에서 나왔다고 이미 말했을 터. 그럼에도 본관의 행사를 가로막은 것부터가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어렸을 적.
진천희는 TV에서 실존 인물이었던 포청천 관련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호쾌하게 ‘개작두를 대령하라!’라고 외치던 명판관의 모습을 좋아했었더랬지.
이 시절에 아이들은 그야말로 판관 포천에 열광했다.
특히 작두가 개작두일지, 용작두일지가 중요한 문제였다. 왠지 모르겠지만 용작두로 잘라주면 죄인이 고마워했다.
아무튼 여기서 포청천의 오른팔이자 호위 무사이며, 강호에서도 상대할 자가 거의 없다는 절대 고수가 보통 수사를 하고 다니는데.
역사적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지만 무공도 있다.
당시에는 다들 별생각 없이 봤다.
진공 상태 우주에서 레이저를 쏘면 뿅뿅 소리가 나는데 송나라 고수도 물 위를 달릴 수 있겠지? 메이비.
아무튼.
이 지존천마의 세계로 치면 강호 십 대 고수나 마찬가지인 위치!
그런 사람이 포청천의 수하를 자처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는데, 이것도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지.
어쨌든 지금 진천희 그 자신은 바로 절대 고수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강호의 고수! 탐문 탐색!
그리고… 진천희 자신도 몰랐던 재능까지 있다!
“평소에도 포청의 포두를 가볍게 여기며 행사를 방해했다면 그것도 중죄이다!”
“하오나 나으리. 모든 포두가 청백리가 아니지 않사옵니까? 저희로서도 고충이 많으니 헤아려 주시지요.”
‘생사예지와 인의가 이럴 때 도움이 되네. 이 아저씨, 거짓말이 일품이야.’
그랬다.
진천희는 심무절기를 응용하여,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과 심박 수를 접촉하지 않고도 파악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거짓말탐지기인 셈.
그리고.
지금 눈앞의 이 중년 사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형~ 이 녀석 거짓말하는데~?]사마현이 나른한 표정으로 전음을 보냈다.
[넌 어떻게 알았어?] [응? 거짓말쟁이를 많이 봤으니까~? 그런데 형도 눈치챈 거야?] [나는 의원이잖냐. 근육이나 심장박동을 보면 대충 알지.] [헤에~ 모든 의원이 그런 게 되는 건 아닐 것 같은데…….]어찌 되었건 사마현 이놈도 하오문 밑바닥을 굴러 본 짬으로 야매관상학을 배워 악당학에 통달했다 할 수 있었다.
“그러면, 객잔에서 일하던 숙수 문일과 점소이 정두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는 건가? 그렇다면 왜 신고하지 않았지?”
“그거야… 객잔에서 도망가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일일이 신고해서 포두님들을 귀찮게 할 수야 없습죠.”
사마현이 전음을 보냈다.
[그건 맞아~ 객잔에 돈 떼어먹는 놈은 한둘이 아니고, 솔직히 객잔 입장에서도 관청 얼굴 자주 보고 싶지가 않거든.] [어째서?] [자꾸 신고하면 귀찮아해. 나중에는 위생을 본다면서 시시콜콜 감사하기 시작한다고.] [위생을 본다고? 관아가?]진천희가 놀라서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랬다.
이 시대는 식품위생법이 지금처럼 제정되어 있지 않은 시대.
당장 100년 전만 해도 우유 먹고 죽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분필 가루 물을 우유라고 속여 팔던 시절.
식품 위생과 싸워 온 긴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 마피아가 성검 엑스칼리ㅂ…ㅓ… 아니 성검 톰슨 기관단총을 뽑았으니 그 이름, 로드 알 카포네라고 하겠다.
경쟁자도 죽이고, 우유에 분필 타는 놈도 쏘고, 겸사겸사 우유 유통법도 제정하고, 매춘과 마약, 뇌물과 탈세도 하면서.
신선한 우유를 성검 톰슨의 수호하에 상인들에게 강매하는 동안.
아무튼 식품위생법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인류는 스스로 강해져야 했다.
먹고 설사하는 건 본인 위장이 약한 탓이다.
먹다가 바선생이 발견되었다고? 그러면 동네 소문이나 내보든가.
고작 왔다 가는 여행자 놈이 동네서 소문이나 낼 수 있을 것 같으냐.
‘그치. 그런 거지. 그래서 사마현이 더러운 음식을 극혐하는 거고.’
강호인들이야 너무 음식이 쓰레기 같으면 주방장 멱살을 붙잡아 어따 묻어버려도 답이 없어서 나름대로 신경을 쓰는 거지, 양민 여행객은 그런 거 없다.
그냥 빼고 먹으라고 한다.
이 동네 토박이가 아닌 죄다.
안전한 음식도 이 시대는 연줄이다.
어디 윗집 왕 서방네 나갔다 온 아들이라고 하면 쓰윽하고 다른 고기 꺼내서 잘라 주는 게 당연한 풍경.
그러다 보니 먹고 사람이 배탈 나서 죽은 게 아니면 관아가 올 일이 없다.
[식품 위생은 관아가 책임져야 하는 게 맞아. 현아.] [형. 형의 의견은 알겠지만, 아무튼 객잔 입장에서는 그거 시비야.]그렇군.
‘역시 유통망 개선과 냉장고가 발명되어야만 한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식품도 결국 기술의 발달인 거지.
여기서 심하게 우겨 봐야 이세계 빙의자 이상론밖에 안 된다. 어라? 왠지 뒤통수가 간지러운걸.
[너희 객잔은 그래도 깨끗해서 많이 찾지?] [당연하지요~ 고갱님. 금혈방 소속 객잔만 찾는 사람이 어디 한둘입니까요. 맛은 좀 평범하더라도 목 좋고 깨끗해서 오고 있습니다~ 음식도 크게 튀는 거 없이 비슷비슷해요.]‘이거 마-그도-나르도잖아?’
과연 중원 프랜차이즈의 아버지다.
아무튼 현업자(?)가 아니면 모를 객잔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고.
실종자 주변인 열두 놈을 추가로 찾아가 탐문을 했다.
그렇지. 영장 들고 와야 이야기해 준다는 그런 게 없는 시대지.
[그런데 사람들이 거짓말을 많이 하긴 하는군.] [형은 의외로 담담하네?] [환자도 의원한테 거짓말 많이 하거든. 일부러 하는 것도 있고, 그냥 어쩌다 하는 것도 있고.]진천희는 중원식 연필로 꼼꼼히 적어 나가며 생각에 잠겼다.
[실종자와 관련된 인물들 중에 일곱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 특히 실종 이유에 대해 아는지 물었을 때 모두 거짓말을 했단 말이지?] [왜 그런 거짓말을 할까.]진천희가 답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뭔가 알고 있다는 거겠지.]우드득-
사마현이 손가락 관절을 풀었다.
[형, 고문할까?]사마현의 눈이 금빛으로 물든다.
상대는 고작해야 양민. 사마현이 한 시진만 쓰다듬어도 실토할 터.
하지만 무공도 못 쓰는 사람을 상대로 고문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진정해라. 현아.]일단 말렸다.
‘정 알 수 없다면 변비가 치료되는 혈을 찔러 주고 정보를 캐낼 수 있겠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갈 필요는 없겠지.’
제아무리 고강한 강호인도 그 혈을 찔리면 ‘끅끅끅’ 신음만 내다가 일다경 후쯤에 화장실에서 신호가 온다.
어떤 변비도 쾌변하게 해주마.
[그리고 그건 나중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오히려 조사에 방해가 될 테니까.] [왜?]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표사나 관광객이 아닌, 이 지역 토박이들에게 질문하며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진천희는 그것을 사마현에게 설명했다.
[첫째, 실종자들은 주로 이 지역에 온 지 얼마 안 된 자들이야. 관광객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실종된 셈이지.] [애초에 관광객은 실종된 건지 안 된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고.]사마현이 제대로 짚었다.
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넓은 중원에서 사람이 사라지면 어디서 사라졌는지 찾는 건 요원한 일이다.
삼절추호 같은 고강한 추적자들을 쓰는 게 아니면 가족은 하염없이 집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까.
진천희가 말했다.
[이거 심각한 상태야. 이 도시 전체가 서로 암묵적인 공범자가 되어 있어.]그 순간, 사마현의 등에 소름이 쭈뼛 섰다.
그리고 동시에 왜인지 즐거워져서, 사마현의 입가에 새빨간 미소가 그려졌다.
[모두가 공범자면 왜 실종 신고가 들어간 거야. 형?] [실종자들이 가족들이 신고한 거지. 그들까지 전부 사라지게 하는 건 무리일 테니까. 거기다가 공권력 자체는 장악당하지 않았어.] [왜 그렇게 생각해?] [안 그랬으면 포청에서 실종자 수사를 위해 윗선에 보고하지도 않았을 거고, 조사 기록이 조작 없이 내게 전달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러면 지금 형은 어디까지 이 상황에 연루되어 있는지 확인하려는 거네.] [응. 보험 사기 하나 족치러 왔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