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47
제 647화
진천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일이 거대했던 것.
[결국 가장 수상한 건 단석산네 집이야. 이건 이미 관에서도 조사한 거고, 실제로 조사해 보니 다를 게 없고.] [그럼 가서 족치면 되잖아? 형 표정이 안 좋은 이유가 뭔데?]이윽고 진천희는 가장 걱정하는 문제를 말했다.
[납치한 사람들을 보니 젊은 사람들이고, 내공을 익힌 무림인도 더러 있더라. 인질을 돌려줄 테니 돈을 달라는 말도 없고. 그러니까…….]진천희는 눈가를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단석산이 굳이 돈이 필요해서 납치한 게 아니라는 거지. 그리고 납치 대상이 편중되어 있는 걸 보니 쾌락 살인 같은 것도 아니야. 어린아이를 납치한 거라면 살수를 육성하는구나 싶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형은…….]진천희는 한 가지 결론을 내놓았다.
[단석산은 돈보다 그 사람들의 육체에 관심이 많아 보이니, 그게 걱정이야.]북해빙궁이 멀지 않았다.
진천희가 작게 중얼거렸다.
[실험이 완성된 건 아니겠지.]보험 사기가 굴러 굴러 여기까지 왔는가.
실험이라는 전음에 사마현이 바로 반응했다.
[북해빙궁에서 있었던 일은 대충 전해 들었어. 혈선교 놈들이 마인을 양산했다며?]하오문의 정보력은 외국까지 뻗어 있는 걸까?
북해빙궁의 일에 대해서는 진천희도 스승인 제갈린에게나 이야기했지, 다른 이에게 말한 적이 없다.
[그러면. 여기가 혈선교의 지부이려나~?]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어느 쪽일지는 까 봐야 알겠지.] [흥미로운걸~]사마현과 전음을 나누면서도, 도원동 최대 규모의 객잔 주인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객잔 주인뿐만이 아니다.
그 밑에서 일하는 숙수 그리고 점소이 등등.
전부 면담을 하고 취조했다.
그나마 객잔 주인의 경우에는 연기를 아주 기가 막히게 잘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진천희가 취조하고.
사마현이 뒤에서 식칼 하나를 맨손으로 주물주물 구기면서 진흙처럼 가지고 놀자 얼굴색이 변하며 제대로 말도 못 했다.
일종의 위협이지만, 그 덕분에 더욱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취조를 하고 객잔을 나와서 진천희와 사마현은 대로를 보았다.
무림인 혹은 놀러 온 부호들이 한가롭게 지나다니고 있다.
[형 말대로 이 동네 사람들 대다수가 한통속이 맞네. 뭔가 알고 있는데 숨기고 있어. 기가 약한 녀석 하나 붙잡아서 고문하면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굳이 그럴 거 없어.] [어떻게 하려고~?] [이번에는 실종자들의 가족을 찾아가자. 그 사람들은 숨기는 거 없이 뭔가를 알려 주겠지.] [오케이~]* * *
실종자의 가족을 만나 보려는 일은 실패하고 말았다.
실종자의 가족들 전원이 이미 이 지역을 떠난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처를 차례대로 방문해 보니 전부 비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12번째 거처.
비어 있는 허름한 집을 나서면서 진천희는 전음을 사용했다.
[점점 더 수상해지는데…….]실종자의 가족들이 전부 떠나?
살해당한 건가?
아니면 이 도시의 토박이들이 전부 한통속이라는 걸 깨닫고 두려워서 도망을 친 걸까?
[이건 빼박캔트 단가네가 범인 아닐까, 형?]너 그거 어디서 배웠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전음으로 답했다.
[확실히. 이 지역 최고 부호이자 유지인 단가장. 수상쩍은 진법.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 이게 안 수상하면 동조자겠지.]빤히 보이는데도 모두가 눈을 가리고 살고 있었다.
* * *
진천희는 그렇게 객잔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이번에는 다른 객잔의 다른 객실.
사마현이 대충 같은 객잔 같은 객실이어도 별일 없을 거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몸에 밴 습관이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다행히 그 어떤 습격도 없었다.
다음 날.
곧바로 검을 챙겨 직접 단가장으로 향했다.
“어허, 멈추시오.”
단가장의 호위 무사가 검을 들어 막는다.
진천희는 포두패를 꺼내 보여 주었다.
“앗, 이것은!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바로 공손해지는 게 아닌가.
진천희는 긴말하지 않고 바로 안에 기별을 넣으라고 이야기하고는 문 앞에서 기다렸다.
“알겠습니다요. 속히 말을 전하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들어간 지 반 시진.
“…….”
호위 무사는커녕 쥐새끼 하나 밖으로 나오질 않는 게 아닌가.
사마현이 혀를 찼다.
[포두라고 무시하는 것 같은데?] [고작 포두 정도면 관에 돈 먹여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네~ 이놈.]여기서 알 수 있는 건 두 가지.
1) 이놈들이 관청에 돈을 먹이고 있긴 함.
2) 관은 돈을 먹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얘네들을 위해 황상을 속이는 건 아님.
‘신박한 현령일세.’
주는 돈은 마다하지 않지만 보고는 또 한다?
이걸 말하니 사마현이 답했다.
[오, 형 역시 날카롭네? 맞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돈을 꽤 쥐여 주었다는 뜻이야. 그런데 돈만 받고 이렇게 굴면 현령이라도 나중에 밤길에 칼 맞지.] [뇌물을 주는 대신에 살수를 고용하니까?] [응. 그게 현령들이 뇌물을 먹는 이유 중의 하나지. 설령 본인은 멀쩡하더라도 자칫 가족이 죽는 경우도 있거든. 아무리 무공이 고강한 자를 호위로 세운다고 해도 사람 열 명이 도둑 하나 못 막는 법이니까.]‘골드&실버 왕야가 왜 그렇게 강호인을 눈엣가시로 여기는지 이렇게 한 번 더 깨닫게 되는군.’
그런데 어쩔 수 없지 않나.
태어난 곳이 지구 플래닛이었다면 멀쩡히 선정을 하고 살 수 있겠지만 하필 무림 별에 태어났으니 답이 없는 거지.
[어쩌면 단석산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커져서 빨리 손을 끊으려는 걸 수도 있겠구나.]사마현이 물었다.
[밀월 관계를 현령 쪽에서 먼저 끊는다?] [그런 셈이지.] [그렇다면 현령은 처세술에 도가 튼 양반이라는 거네.] [공직자로서는 별로지만 권력에는 살아남기 좋은 형태지.]황상께서도 고생이 많겠어.
이런 사람들 죄다 이끌고 가는 게 국가고 치세니까. 마음에 안 든다고 다 잘라냈다가는 권력에 공백이 생길 테니 평생 솎아내기를 반복해야 할 거고.
이건 차차 조사해보면 알 수 있을까나.
진천희는 하늘을 보고 해의 방향을 쟀다.
이윽고 숫자를 세더니, 숨을 흐읍, 들이쉬고는 발로 문을 퍽 찼다.
“이는 정당한 공무 집행이다!”
콰앙!
일격에 문이 벌컥 열린다.
그러자 문 안쪽에 서 있던 호위 무사가 놀라며 바라본다.
“아, 아니, 기다리라 하지 않았소!”
“어딜 포두를 반시진이나 기다리게 하는 건가! 관의 녹을 먹는 이로서 더 이상은 의무 방기일 뿐!”
성큼성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함부로 들어온다면 아무리 포두라 해도 봐줄 수 없소이다!”
“공무 집행을 방해하겠다는 건가?”
“우리의 임무는 이곳을 지키는 것일 뿐이오.”
스릉!
정문을 지키고 있던 호위 무사 네 명이 동시에 칼을 빼들었다.
“공무집행방해죄, 불법무기소지죄, 관원위협죄. 이 세 가지 항목으로 너희들을 체포하겠다!”
진천희가 일갈하자 호위들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젠장…! 긴말 안 한다. 쳐라–!”
그 일갈과 함께 호위 무사들 전원이 덤벼드는 게 아닌가.
앞에 두 명이 서고, 뒤에 두 명이 따라붙는 진형!
사마현이 휘파람을 불었다.
“아~ 진작 이러시지~ 시원시원하고 얼마나 좋아?”
진천희가 나서기도 전.
사마현은 춤을 추듯 덤벼드는 자들의 안으로 뛰어든다.
칼이 매섭다지만, 그 속도가 사마현에게는 합을 맞춰 추는 춤보다 느린 듯했다.
나긋하게 흔들어낸 손이 오른쪽 호위 무사의 목젖을 쳐낸다.
“커억!”
숨이 막혀 컥컥거리는 상대의 혈도를 찍어 그대로 쓰러트리고, 동시에 몸을 뒤로 꺾으며 왼쪽에서 들어온 칼을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쭉 뻗어진 사마현의 다리가 뱀처럼 휘며 발길질을 가했다.
퍽!
“크억!”
왼쪽에서 칼을 휘두르던 사내는 턱이 돌아가며 땅바닥에 내팽개쳐진다.
내력이 심후하지 않은 듯 꿈틀거리며 그대로 일어서지를 못했다.
진천희 입장에서 ‘아니! 이러면 어떻게 하니, 현아! 이빨이 몽땅 나가서 죽만 드시게 생겼잖……. 아, 그래도 죽이지는 않았구나.’ 할 정도의 부상을 입힌 것.
그러고서 다시 몸을 일으킨 사마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진작 이럴 걸 그랬습니다~ 포두님~”
가녀린 아녀자의 목소리로 여상하게 말하는 사마현.
그 모습이 실로 잔혹해 보였다.
그 때문일까?
제압당한 두 명의 뒤를 이어서 공격하려던 두 명의 호위 무사들이 멈추어 선 채로 칼만 들고 있었다.
“미… 미친 계집……! 사람의 손속이냐!”
“관에서 온 자가 이리 손속이 잔인할 일이더냐!”
“어라라? 정중하게 대해 주면 우리 언니 조사하게 해줄 거예요?”
“죽어어어엇!”
남은 두 명의 호위 무사가 다시금 사마현을 향해 검을 뽑아 덤벼들었다.
이번에는 진천희도 공깃돌 몇 개를 쥐어 가볍게 처리하려는데, ‘갈!’ 하는 외침이 울렸다.
무사 두 명이 움찔 놀라 검을 멈춘다.
“물러서라–!”
내력이 섞인 목소리가 웅후하게 모두를 짓눌렀고.
결국 무사들이 흠칫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저 안쪽에서 다른 호위 무사들을 대동하고서 목소리의 주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호화스러운 무복을 입은 사내.
단석한.
그가 나타난 것이다.
‘음, 나오라는 단석산은 안 나오고. 자매품인 단석한이 나오는군.’
진천희는 아쉬움을 감추며 놈을 바라본다.
단석한이 말했다.
“두 미녀분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소이다.”
진천희가 전음을 보냈다.
[어라라, 우리 얼굴 한 번 더 바꾸지 않았냐? 바로 알아보네.] [그냥 음적인 줄 알았는데 뭔가 있나 봐~]그가 말을 이었다.
“일전에는 운룡표국의 표사라고 하시더니, 이번에는 관복을 입고 오셔서 놀랐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본가의 무사들에게 위해를 가하고 계신 것인지 들어 봅시다.”
그 말에 사마현은 능청스럽게 답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우리는 황궁에서 파견 나온 특별 조사관이다. 도원동 포도부장의 요청을 받고 왔으니 조사에 응하라.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국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일말의 연극 톤조차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대사.
그 순간만은 장난기를 거두고 진짜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진천희는 소름이 쭈뼛 돋았다.
단석한이 자신의 코를 두드렸다.
“후후. 처음에는 포두인 척 행세를 하더니 이번에는 특별조사관이라? 이 단 모는 코가 제법 좋다오. 향을 맡는 것은 본가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소?”
진천희는 생각했다.
‘뭔가 이상한데?’
단석한에게서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어쨌든 그는 계속 말했다.
“그러니 두 분 소저가 모른 척하셔도 상관없소. 하긴, 황실의 특별 조사관이라고 하시니……. 애초에 운룡표국의 표사라는 것 자체가 위장 신분이었겠지만.”
진천희는 다른 의미로 소름이 돋았다.
[저 음적 놈 여자 냄새를 기억하고 있던 거냐?] [이야~ 우리 체향으로 우리를 알아본 모양이야. 소름~]진천희는 에그 브레이커 황구가 그리웠다.
딱 시야에 맞는 그 각도. 단 하나의 표적.
그 어떤 음적도 황구가 용서치 않으리라.
‘나도 용서 못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