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49
제 649화
[맞아. 진법의 요체를 파악하느라 고생했어. 현원전단신공도 못 쓰니까 진짜 힘들더라.]그래도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건 다르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도합 두 번을 오가면서 진천희는 이곳의 진식이 어떤 식으로 성립하는지 이해했고.
돌아와서는 머리를 싸매고 그동안 배워왔던 진법들을 수없이 복기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이.
[얘네는 진법을 거꾸로 짜.] [묫자리 거꾸로 세우는 거랑 비슷해?] [응. 도원동은 신선이 머문다는 곳으로 풍수도 좋은 곳이야. 하지만 단가장만은 희한하게 지맥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형태거든.] [진짜 이상하네. 그거.] [가끔 그런 곳이 있어. 여기는 형세로 보면 산 중턱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수맥이랑 거꾸로 돌아. 그래서 풍수사가 아예 진법 방위를 거꾸로 잡았어.]여기서부터는 어려운 이야기.
사마현이 알아듣기에는 어렵겠다 싶어서 진천희는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했다.
[마교… 아니, 최근에는 혈선교 쪽 풍수사가 쓰는 진법이야.] [놀랍지도 않네. 그러면 그들을 돕는 주민들도 혈선교일까?]그 말에 진천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면 네 소방주 전쟁 때 누구 하나라도 정체가 드러났을 거야.]형의 담담한 말에 사마현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우와, 그러면 평범한 양민들이 혈선교와 결탁하고 있는 거네~?]그 말에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현이 말했다.
[형의 말대로 ‘평범하다’는 말에는 착하다와 나쁘다는 뜻 모두 포함되어 있는 거니까.]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를 거야. 그걸 일반 양민들에게 드러내지는 않았을 테니. 그냥…… 그래.]탁.
진천희가 오행기 중에서 노란 깃발을 꽂는다.
꽂는 위치는 말라죽어가는 느티나무 밑.
그러고는 자리를 옮기며 이번에는 뒷간 근처에 빨간 깃발을 꽂았다.
[……그냥 일면식도 없는 사람 하나를 사라지게 하는 과정에서 그걸 신고하지 않고 입 다물어주면 어떤 이득을 주었겠지.]탁-
깃발이 꽂히고 다시 이동한다. 그런 형의 곁을 사마현이 지켰다.
[간단한 일이네. 비밀을 지키는 거.] [응. 친하면 해줄 수 있는 일이지. 사실 그게 나쁜 일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도 있고.]정의는 갖다 대기 마련이다.
외지인들은 여기서 관광을 하고 돈을 쓰는 존재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있어 평안을 해치는 귀찮은 존재일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들의 밥그릇을 뺏으려는 경쟁자일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식으로 둘러댔을지 진천희는 모른다.
[어디서 들었는데 인간은 옳은 사람의 말보다 친한 사람 말을 더 듣는다고 하더라고. 누가 했는지도 기억 안 나는 말이지만 나이 들으니까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형은 가끔 늙은이 같은 말을 할 때가 있어.] [아무튼 그렇다, 현아.]탁-
다시 깃발을 꽂았다.
[어떤 보상을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 게 악인 거지. 악이 뭐 대단한 그런 게 아니야.]사람이 끌려가서 행방불명되고 있다.
아마, 이전부터 있었으리라 짐작하고 있고 여럿 죽었으리라 짐작도 하고 있다.
혈선교가 끼어들었으니 편히 죽지는 못했으리라.
이 예쁘고 활기찬 관광지 도원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입구에서는 기념품을 팔고 있고, 복숭아꽃 부채가 참 아름답다.
오리고기도 맛있었고 가격이 적당한 가게도 있었다.
‘악은 보통 이런 풍경인 거지. 마왕이 마왕성 짓고 용사를 기다리는 그런 곳이 아니라.’
마지막 깃발까지 꽂았다.
[이제 뭐할 거야?] [별거 아니야. 여기는 풍수 방위를 거꾸로 했다고 했잖아?] [응. 그랬지.] [풍수사가 머리도 꽤나 아팠을 거라고도 했고.] [맞아~]진천희가 씨익 웃었다.
[그래서 원래대로 돌려드렸습니다.]그 순간,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습한 공기가 바닥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더니 운무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단가장 복도에 불이 켜졌다.
[오, 역시 바로 눈치채네. 어떻게 알아챈 거래? 이다음 어쩔 거야?] [어쩌긴. 안개도 잘 피웠겠다. 단가장 좀 박살 내줘야지.]그 순간.
진천희의 검 끝에서 한기가 맺혔다.
손잡이를 바꾼 빙정검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칼로 보이나, 그 한기는 예사 것이 아니었고.
눈송이들이 맺히더니 칼날 위에서 핑그르르 돌았다.
마치 봄을 거슬러 오르는 벚꽃 잎처럼.
그리고.
모두 부서져라.
콰과과과광–!
그 어떤 검법도 담지 않은 칼이 사방을 맹렬히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단가장의 벽이 한순간 박살이 나며 속살을 드러냈다.
[이런 건 대게 먹는 거랑 비슷해. 스팀으로 찌고요. 잘 익으면 다리를 하나씩 뜯습니다.]안개 속에서 형은 사마현을 향해 전음을 했다.
“습격자다! 습격자다아아아!”
댕댕댕댕댕댕–
사방에 종이 울렸다.
[현이 은신술 쓸 줄 알지?]진천희의 눈이 사마현을 본다.
놀랍게도 푸른 눈이 아닌 평소와 같은 눈 색.
‘현원전단공이 없어도 형은 형이구나~’
어이가 없으면서도 사마현은 그런 형을 향해 속삭였다.
“앞장서시와요~ 신첩 잘 쫓아가겠사옵니다~”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진천희가 피식 웃더니 이윽고 잔상이 흩어진다.
* * *
‘포두로 변장할 때 그래도 체형까지는 손 안 댄 게 다행이야.’
인피면구를 쓴 채로 무공을 쓰는 건 괜찮지만, 가장 문제가 근골역용술이다.
아무리 봐도 격하게 움직일 게 뻔해서 최소한으로만 쓴 게 다행이었다.
강호인은 여성도 무골이면 키가 크고 근골이 장대하다.
형은 애초에 무골도 아니다 보니 체구도 작은 편이라 별로 의심받을 일이 없다.
하지만 무골인 사마현은 그렇게는 못하지.
그래서 그냥 공손영을 떠올리며 최소한으로만 손대고 나머지는 분장으로 메꿨다.
덕분에 잠행술을 쓸 때 형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으니 남는 장사랄까.
‘그나저나 형은 빠르네.’
비녀로 틀어 올리고도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까지 길게 내려올 정도로 숱이 많고 풍성한 머리다.
분명 움직일 때 방해가 될 텐데도 흔들리는 법이 전혀 없이 바로 움직인다.
심지어.
‘형… 잠행복 입을 때 머리 장식 안 뺐구나…….’
이 성실하기만 한 양반은 그것도 ‘변장’으로 받아들인 건가.
화려한 머리 장식이 찰랑인다.
그런 형이 달려간 곳은 바로 창고.
[현아.]그 순간.
형이 비녀 하나를 뽑아 던졌다.
퍽!
쌀가마니에 꽂혔는데 왜일까. 쌀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드르륵-
기관진식이 움직이는 소리가 바닥을 울리더니 바닥 전체가 내려가는 게 아닌가.
[어떻게 안 거야?] [초음파… 아, 아니. 음공이다.]이것도 형이 가진 기기묘묘한 무공인가.
하긴, 어째서인지 형은 그저 두드려보는 것만으로도 기관진식을 귀신같이 파악했으니까.
바닥은 계속해서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마침내 완전한 어둠 속에 도착했다.
쿠웅-
진천희가 손을 뻗어 무언가를 당겼다.
스르릉-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철실이 꽂혀 있던 비녀를 도로 회수했다.
탁.
비녀가 쌀가마니에서 뽑히자 다시 바닥이 올라가 원래의 모습으로 감쪽같이 돌아온다.
쿠웅-
형은 비녀를 다시 회수하고는 가느다란 철실을 소매 속에 넣었다.
[그거. 하륜이가 준 거지?] [둘째 형.] [응. 그래 둘째 형이 준 거지?] [맞아. 마교 지보인 흑천혈사야.]과거 여하륜이 진천희에게 줬던 팔찌,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게 바로 흑천혈사다.
코끼리가 밟아도 버틸 수 있는 장력과 특별한 내력을 주입하면 금강석이라도 벨 수 있는 예기(銳氣)까지 갖춘 마교의 지보 중 하나.
진천희가 말했다.
[이럴 때 참 편하… 너 설마 실 갖고도 질투하니?] [……기다려 봐. 형. 내가 저거보다 더 좋은 거 구해 온다.] [그만해! 이 미친놈아!]* * *
어둠 속에 나타난 비밀 통로를 따라서 한참 걸어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거지?]생각보다 깊고 넓다.
진천희가 한마디 덧붙였다.
[이런 불법 개축을 할 동안 관아는 가만히 있었다는 건가?] […형, 놀라는 방향이 이상해.] [아니면 애초부터 도원동에 이런 공간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 위에 단석장이 세워진 걸 수도 있겠네.]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용한 석재들에서 제법 오래전에 깎은 흔적이 보였다.
[형의 두 번째 가설이 맞아 보이네~ 단가장이 이 석실보다 늦게 만들어진 거야. 이건.]생각보다 깊고 넓었는데 걷는 중간마다 진천희는 칠마금의 음공을 이용하여 기관진식의 흔적을 살폈다.
[함정을 설치해둘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거기다가 벽에는 짐승 머리에 사람 옷을 입고 있는 자들의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옷을 봐서는 요선을 뜻하는 걸까.
어찌 되었건 이 유적이 오래된 것임은 틀림없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터벅터벅-
사람 무리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숨자.]진천희는 조각상 뒤로 숨었고, 사마현은 천장에 달라붙어 손힘만으로 매달려 은신했다.
“이거 힘들구만.”
목소리의 주인은 네 명의 무사들.
그들은 들것에 상자를 올려 옮기고 있었다.
상자는 꽉 닫혀 있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는데 무게가 제법 되어 보였다.
두 사람은 무사들이 나누는 대화에 집중해 보았지만 그냥 야식 이야기나 날씨 이야기가 전부.
놈들이 지나가자 진천희는 그제야 전음을 보냈다.
[여기서부터는 더 조심해야겠다.] [나는 천장에 붙어서 이동할게. 형~]반면 진천희는 석상 뒤쪽에 난 조그마한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걸을 때 무언가를 떨어뜨리거나 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는데 석상들 뒤쪽의 작은 틈을 걸어 넘어가니 더욱 감쪽같았다.
그러다가 석상으로 이루어진 길도 막혔다.
사마현이 말했다.
[형, 천장에 대들보가 있어. 이거라면 운신이 편할 것 같아.]그 말에 진천희는 재빨리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 위에 난 기둥에 발을 붙였다.
그 말대로 약 2장 높이에 기둥끼리 지지한 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로 치면 무슨 컨벤션 홀 같이 생겼네. 이렇게 천장을 높게 만든다고?’
대체 이곳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의문 속에서 그렇게 계속 따라가자 마침내 더욱 큰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고.
정체 모를 진한 약향이 나기 시작했다.
진천희는 곧바로 오행상극독을 돌려서 몸에 들어온 약 기운을 정화시켰다.
[현아. 독공은 익혔니?] [당연하지요. 가가~ 독공의 사마현이라 불러주시지요~]오독문 때의 상처가 남아있는 건가. 이놈.
진천희는 살짝 의심이 들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잘됐다. 몸에 들어오는 약 기운을 계속 해독해야 해. 만약 버거워지면 너라도 바로 돌아가. 알았지?] [그럴 일 없다니까~ 형. 나 이제 어지간한 독에는 내성이 빵빵합니다~ 이래 봬도 하루에 한 끼는 독단만 먹어 왔다고?]독한 놈.
그렇게 같이 들어가고 싶은 건가.
어차피 이 앞은 위험한 일뿐인데.
진천희는 혀를 내두르며 더 깊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