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53
제 653화
진천희는 곧바로 과거에 읽었던 봉신연의의 내용을 떠올렸다.
‘홍사진을 쓰는 장천군. 그리고 장천군의 홍사진은… 남극선옹의 부채 바람에 날려가 사라진다는 묘사가 있었어.’
그렇다면 승산이 있다!
진천희는 곧바로 사마현에게 전음을 보냈다.
[현아! 권무를 출 수 있겠어?] [억? 갑자기?] [선이 아니라 면으로 공격하는 거야. 권기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권기로 만들어낸 풍압으로 공격하는 거지. 저 모래에 강기는 통하지 않아도, 바람은 통하거든.]그 말에 사마현의 눈이 살짝 커졌다.
목숨이 걸린 이 상황에서 권무를 추라는 요청이 얼마나 미친 소리인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마현은 형을 믿었다.
설령 실수로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건 자신의 잘못이지 형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광기에 다다른 신뢰가 오히려 기묘한 쾌감을 만들어냈다.
재미있지 않나?
천 길 줄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은 익숙하니까.
안전망이 없는 쪽이 더 즐거우니까.
등에 오싹오싹 돋는 소름을 누르며 사마현이 붉게 웃었다.
“오케이~”
그리 말하며 부풀어 오르는 소매로 권무를 추듯 모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파악! 하고 모래가 흩어지는 게 아닌가.
“오오~ 역시 효과 있네. 과연 우리 가가야~”
“집중해. 현아.”
진천희는 빙정검을 꺼내서 사마현과 함께 검무를 추듯 모래를 공격해 나가기 시작했다.
형이 예인들이 추는 검무 같은 건 잘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툴게나마 모래를 흩어내더니, 이윽고 점점 크고 빠르게 홍사(紅沙)를 무너뜨리는 게 아닌가?
진천희가 땅을 디뎌 발경할 때마다 홍사진이 동심원을 그리며 흩어진다.
“음공?”
“비슷해. 검무는 나한테 좀 어려우니까.”
기묘하게도 사마현의 권무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진천희의 투로는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
그 와중에 공격하는 (구)단석산을 빙정검으로 막아내면서 계속해서 사마현의 보조를 이어 나갔다.
사마현은 형의 신법에 휘파람을 불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것까지 계산하며 싸울 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형이니까 가능한 거겠지.
저 실뜨기해 놓은 석상들처럼.
퉁!
이윽고 진천희가 출수한 검을 도로 회수하더니, 빙정검을 핑그르르 돌려 쥐는 법을 바꾼다.
방어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찰나.
[현아, 강기를 뻗어.] [오케이!]황금신공 무공 절기.
사마현식 변형.
금권주의(金拳主義).
사마현이 권을 뻗는 순간, 그 아래로 진천희의 태을단선검법이 함께 시전된다.
사마현의 금광강기가 우선 들어가고, 진천희의 태을단선검이 후공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
기묘한 타이밍.
사마현의 공격을 한번 막아낸 (구)단석산이 이번에는 태을단선검을 막지 못하고 반 토막이 난다.
[스승님께 배운 게 쓸모 있네. 아직 나 혼자서는 못 쓰지만.]푸른 눈으로 말하더니 그대로 한마디 덧붙였다.
[그대로 뛰어.]어떻게, 어디를 향해, 얼마나 뛰라는 말 같은 건 없다.
그럼에도 사마현은 형의 의중을 곧바로 깨닫는다.
통!
토형보가 익살스럽게 날아간다.
목표는 주문을 외는 단석산!
진천희도 그런 단석산을 향해 함께 뛰어오르는데, 사마현과는 정반대로 빠르고 절제된 신법이었다.
두 사람은 그대로 단석산을 향해 쇄도했다.
마침 모래가 바람에 날려 벽면에 붙어 있기에 단석산은 무방비하게 몸을 노출했다.
찰나라고 할 수 있는 순간.
단석산이 놀라 눈을 부릅뜬다!
“노오오옴! 검강도 갈아버리는 홍사진(紅沙陣)을 돌파하다니!”
“고전이 괜히 고전이 아니더구려. 노인장.”
그 순간, 빙정검과 사마현의 장법이 동시에 단석산의 몸에 박혔다.
퍼어엉!
명치부터 배까지 구멍이 났다.
“빌어먹… 먹을……!”
놈이 뒤늦게 호신공을 써보나 늦었다.
단석산은 생피를 토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허나, 이미 승패는 결정된 것.
“아니… 고작 인간, 그것도 어린 아해가 어찌 이런 강함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쿨럭… 손해가 막심하군. 크……. 허나, 네 녀석도 곧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게다. 흐흐흐…….”
그의 몸이 종양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보자꾸나……. 반선의 씨앗이여.”
콰과과과과광–!
내공을 인위적으로 폭주시켜 자폭한다.
진천희는 대비를 했는지 곧바로 검막을 펼쳐 공격에서 몸을 피한다.
“혈선에게 혼을 바치질 않는 걸 봐서는 이럴 거 같았다.”
“다른 육체로 혼을 옮기는 거지?”
“그래. 이혼대법을 공부하긴 해둬야겠어. 잡아둘 수 있도록.”
“사파인 내가 이런 소리 하기 좀 그렇지만, 그런 사술은 보통 부작용이 있지 않아?”
그 말에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서 내가 직접 쓰는 일은 없을 거야. 그냥 파훼법만 익히면 되는 거니까.”
진천희의 푸른 눈이 동생을 바라본다.
사마현은 형의 눈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사건 해결인가?”
단석산의 육체는 고기 절편이 되었고. 단석한의 육체는 토막 났다.
진천희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생존자들을 더 수색해 보고…….”
그때 금이 간 석실 문이 완전히 박살 났다.
단석산의 자폭의 여파인 모양이었다.
그으윽-
그리고 그 석실문 사이로 버섯 모판이 된 시체들이 좀비처럼 걸어 나왔다.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봐서는 강시 상태인 모양이었다.
그윽- 그으윽-
“아미타불…….”
그 모습을 보자 진천희는 불자도 아닌데 절로 이 말이 나왔다.
“고인들을 편히 쉬게 해주자. 현아.”
흉수가 죽는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 * *
납치된 자들 중에 생존자는 없었다.
진천희는 한숨을 쉬고는 본거지를 모두 불태웠다.
중간에 단약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렇게 만든 단약들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적혀 있는 문서들도 발견했으나 미련 없이 태웠다.
증거가 될 만한 장부 몇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불 속에 밀어 넣는다.
평범한 양민들도 이 단약을 섭취하게 되면 병이 낫고 젊어지는 효과를 갖게 된다.
팔순 노인도 이립 젊은이처럼 눈이 밝아지고 귀가 좋아진다.
성생활은 말할 것도 없다. 현대의 비아그라가 이거다.
물론 단약 효과는 일시적, 그게 끝나면 다시 약을 받아서 먹어야 한다. 중독성도 강하고.
내공이 있는 강호인의 시체를 사용하면 본격적으로 영약 효과가 생기고, 특별한 사술을 곁들이면 전설의 영약 천지석균에 비견할 물건이 완성된다.
그렇기에 단 한 줄도 글이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태웠다.
“사람으로 영약을 만드는 법을 강호가 알게 된다면 이제 흑도들이 너도 나도 실험해볼 테니까.”
함께 불을 지르며 사마현이 답했다.
“……흑도만 관심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느 쪽이든 섬뜩한 결론이었기에 철저하게 은폐시키는 걸 우선으로.
그렇게 불타는 단가장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니 단석산의 하인들이 괴성을 지르며 사방을 박살 내는 게 아닌가.
“캬아아아악!”
“죽여! 죽어라아아아아! 죽여! 죽여! 죽여!”
하인뿐만이 아니었다.
무인들까지 이성을 잃고 사방을 박살 내는 게 아닌가.
개중에는 몸에 버섯이 돋아난 자들도 보였다.
-허나, 네 녀석도 곧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게다.
“그 말이 이 말이었구나. 현아.”
“아마 자기가 죽으면 발동하게 만든 것 같은데? 오우~ 편리해라~”
“그래. 악인 입장에서는 이만큼 편한 게 없지.”
진천희는 혀를 찼다. 사마현이 말했다.
“강호에서 협객은 언제나 가장 귀찮고 불리한 존재거든. 우리 같은 놈들이야 뒷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고 강호를 어지럽히지만, 협객들은 우리 같은 놈들의 뒤통수도 후려갈겨야 하지, 어지러운 곳도 정리해놔야 하지~ 얼마나 바쁘겠어~”
“현아, 말조심. 너도 비록 사파지만 협객이다.”
그 말에 사마현은 쓰게 웃는다.
“그래. 식품 위생에 관해서는 협객이지~”
스르릉-
빙정검이 낮게 울며 뽑혔다.
그 한기를 느끼며 사마현은 황금공을 끌어올렸다.
* * *
일주일이 지났다.
도원동은 한동안 아수라장이 되었다.
강호에는 사교가 암약하고 있었고, 사교에서 만든 수상한 약을 먹은 주민들 일부가 광증과 함께 버섯이 몸에 돋아났다고만 소문이 났다.
광증이 난 인간들 대다수는.
“죽어라! 혈선교의 졸개들!”
“내 너희를 베어 협을 이루리라!”
그랬다.
이 도원동에 놀러온 강호인에게 척결을 당하거나, 포졸과 포두들에게 참살당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아직 저는 이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한 번만!”
그중에 일부는 처음 한 번 약을 먹고 다시는 무리에 합류하지 않았거나, 약의 정체를 모르고 배우자나 자식, 또는 부모가 준 약을 한 번만 먹은 자들.
다행히 그들에게는 진천희의 정화의 술이 먹혔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의선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요!”
싹싹 빌며 감사하는 양민들을 향해 진천희는 차분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번 한 번뿐입니다. 다시 혈선교와 접하게 되면 그때는 어찌 될지 모릅니다.”
“당연합지요! 혈선교와 연결된 곳인지 전혀 몰랐습니다요! 뭔가 이상해서 처음 한 번만 받아먹고는 두 번은 안 했죠!”
그 말에 사마현이 비웃는다.
“그랬으면 조사에서 진즉에 말을 하든가. 포두들한테 거짓말은 왜 한 건지 모르겠네~”
“그, 그건…….”
진천희가 사마현을 제지하고 조사받던 사람에게 말했다.
“나가시면 문 앞에 포졸들이 서 있으니까 따라가셔서 조사받으시면 됩니다. 현아, 이다음은 관의 일이다.”
“네네~”
단약을 한 알만 먹은 사람들.
두 알째 먹게 되면 그것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
신체는 이미 사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니 그야말로 강시나 다름없다.
도원동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그리고 그 시체들은 명단을 만들어 모두 당일에 화장하고 있다.
사람 몸에 달린 이 버섯들이 영약이라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도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 몸뚱이에 달린 버섯을 뽑아서 먹어볼 생각을 하면 걔는 혈선교지.’
그래도 혹시나 싶어 연고 없는 타 지역 포졸과 포두들, 여기에 관군까지 일부 끌어와서 시체를 태우고, 그자들이 살았던 가옥도 태우게 시키고 있다.
[도원동 포졸들 중에 혈선교에 들어간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거야?] [응. 관도 믿을 수 없어.]버섯으로 화해서 광기에 돌아버려 사람을 죽이고 다닌 자들 중에는 관아의 녹을 먹고 사는 자들도 있었다.
미친 강호의 미친 이야기.
하지만 의외로 평범한 강호 이야기.
진천희는 황상께 보낼 감찰 서류를 꾸몄다.
‘골드&실버 왕야께서는 서로를 부려 먹다 못해 아주 나까지 부려 드시려고 하시는군.’
주왕야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분이셔서 차마 부려 먹지는 못하고 비상시에 개를 풀듯이 주왕야를 풀고 있고.
만만한 (비공식) 아우 놈은 이렇게 싼 값에 부려 먹고 있다. 아주 그냥.
‘콱, 대머리나 돼라!’
보고서를 덮고는 명을 내렸다.
“서기. 나가서 비장군(飛將軍)께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예. 나으리.”
심문실로 쓰고 있는 방에는 진천희와 사마현만 있는 게 아니라, 진천희가 처리한 일을 정리하는 사무직 관리인 서기도 있었다.
그가 나가고 잠시 후, 군관이 한 명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