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58
제 658화
“어땠어?”
“형이 가슴을 칠 때… 뭔가 힘이 조금 흩어지는 느낌인데?”
그 말에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격이 들어올 적에 몸의 움직임을 조금만 달리해도 들어오는 타격의 위력을 제법 흩을 수 있거든. 너도 힘을 흘리는 법 정도는 알잖아? 그걸 몸으로 해낸 거야. 특히 외공을 익히고 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지.”
“호오?”
“동귀어진 같아 보이지만, 사실 나는 크게 피해를 입지 않아. 대신 상대는 반드시 중상을 입게 되거든. 여기에 불사신공이나 천룡공까지 더하면 어떻겠어?”
불사신공과 천룡공 둘 다 육체의 상처 회복을 극대화하는 무공들이었다.
“……엄청난 상승효과가 되겠구나. 아하. 그래서 야수감각도가 필요한 거네?”
“그렇지. 야수감각도를 통해 극에 이른 감각만이 힘을 흘리는 기술을 가능케 해 주니까.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 있는 감각. 그게 있으면 더욱 극대화되거든.”
역시 형이다.
필요하면 닥치는 대로 익혀댄다.
다른 이가 보았다면 잡탕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독한 실용주의자.
형의 협은 활인(活人)에 있다.
사람을 구한다.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은 그저 거기에 다다르는 도구일 뿐.
“형은 사고 방향이 강호와는 확실히 다르네. 의원이라서 그런가?”
“그럴지도.”
그리 답을 하긴 했지만 아마 전생의 기억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고등학생 때 강호에 떨어졌다면 별거 없었을 거 같긴 해.’
성인이 되어 수없이 많은 실패를 하고 많은 성공을 하며 얻어낸 그 나름의 감각.
이런 건 어른이라 가능한 삶의 지혜겠지.
‘그런 의미에서 북명신공이나 혼원신공이라도 찾아내서 익혀 볼까? 이종진기를 주화입마 없이 흡수할 수 있다면 그것도 꽤 쓸모 있을 텐데.’
진천희는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혼대법 때문에라도 황궁 비고를 다시 찾아가야 할 테니 그때 해결해 봐야겠어.’
보통 무협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기운(이종진기)이 만나면 충돌해서 폭발한다고 묘사된다.
그래서 무협지 주인공들이 이런 이종진기의 충돌로 필살기를 만든다.
무당파 같은 데서 음양을 다루거나, 마교, 북해빙궁 출신 주인공들이 한 번쯤 쓴다.
흡성대법이 남의 내공을 빨아먹는 사악한 무공인데.
반대로 이런 이종진기 충돌 때문에 훅 가버리는 수가 있어서 많이 쓰는 것도 힘들다.
‘사실 흡성대법이 생각처럼 잘 돌아가기만 하면 개사기지. 남이 해놓은 노력만 내가 홀랑 퍼가요~ 하면 되는 거잖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은 게 주화입마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시다.
덕분에 제정신 있는 무림인들은 흡성대법은 안 건드린다.
한다고 해도 동종진기만 빨아보려고 애를 쓴다.
진짜 골로 가는 수가 있어서.
드물게 고아인 아이들을 데려와서 동종진기를 익히게 한 후에 세가 높으신 분이 흡성대법으로 쭉쭉 빨아가는 일이 있긴 한데.
그렇게 빨아 먹힐 애들 중에 몇이 도망쳐서 은원을 갚으러 돌아오지.
높으신 분의 동종진기를 익혔다는 건 그만큼 상위 무공을 익혔다는 뜻도 되거든.
‘이종진기 융합이라.’
충돌이 아니라 융합.
단순히 혼원일기공과는 다르다.
혼원일기공은 진천희가 열화판으로 백린대와 연무도시에 쉽게 가르칠 수 있게 혼원귀종기공을 창안하였다.
-혼원과 오행이 결국 하나로 귀속되니, 이는 곧 만류귀종이라.
허나 상생, 상극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안에서 합일하는 거지.
진천희가 생각하는 이종진기 융합은 그보다 높고 위험한 경지였다.
‘그건 나중에 차차 하도록 하고.’
진천희는 사마현에게 말했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 너는 암기하는 거다.”
“암기?”
“외워. 그냥 경우의 수를 외우는 거야. 딱 세 개만 가르쳐줄게. 그걸 반복하는 거다.”
진천희가 눈을 빛냈다.
사마현이 물었다.
“가르쳐주니 배우긴 하겠지만 고작 셋으로 되겠어?”
“간단한 것일수록 쓰기가 더 편해. 삼재보법도 방위가 셋밖에 없지만 얼마나 쓰기 좋아?”
그 말에 사마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형이라 되는 게 아니고?”
그 기기묘묘한 신법은 진천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배워 봐! 나중에 죽을 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형의 눈이 빛난다.
그 모습에 사마현은 한숨을 쉬었다.
“알겠사옵니다. 가가~ 철저하게 외우고 가겠사와요.”
진천희는 가르침에 있어서는 절대 포기가 없는 인간이었다.
* * *
사마현은 수십 번, 수백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천 번에 이르렀을 때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형이 가르쳐준 무공은 쉬운 듯하면서도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운 데가 있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모양이나 품새 같은 건 또 전혀 신경을 안 쓰지.’
무공이란 본디 자연이나 동물 같은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그 동작을 차용하고 모방함으로써 더 큰 무를 이룬다.
기묘하게도 진천희는 그런 게 없었다.
베는 것은 베는 거고, 찌르는 것은 찌르는 것.
흘리는 건 흘리는 것.
한마디로 미학이 결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순함이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형은 이걸 뭐라고 부르던데. 심플? 아니 그 단어랑은 달라. 모던? 비슷한 것 같은데.’
사마현은 형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억하려 애썼다.
어쩔 수가 없다.
그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그였으니까.
죽거나, 죽이거나.
빼앗거나, 빼앗기거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던 항주 밑바닥에서 남매에게 형은 유일하게 반짝이던 것이었다.
존경하는 사람과 닮아가는 것은 사람의 본능인가.
혜아는 자신의 방식으로 형을 따라갔다.
활인(活人).
물론 지금 이 순간도 좌충우돌 시행착오가 엄청 많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나는 모르겠네~’
사람을 살리는 일 같은 건 무리다.
애초에 망할 석 노사에게 천변검만공을 익혀버린 터라 하오문에서 나갈 수가 없다.
하오문.
살문이 되어 사람을 죽이거나, 금혈방이 되어 돈을 벌거나, 주루에 들어가 술이나 몸을 파는 일에 종사하는 곳.
깨끗한 일을 하면 하오문이 아니지.
그러니 사마현도 손을 더럽혔다.
이미 한번 더러워진 손, 거칠 게 없었다.
혹여 동생을 인질로 삼으려는 놈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뿌리를 뽑는 일을 반복했고.
그쪽으로 시선이 쏠리게 하지 않기 위해 참 많은 여로를 걸어왔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
혜아와 형.
두 사람의 손을 놓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후욱……!”
사마현은 다시 숨을 고르고 초식 자세를 취한다.
문득 형을 보았다.
형은 기묘하게도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서고 있었다.
왼손 새끼손가락.
잘린 손가락.
그 위를 특별한 장갑으로 가리고 있다는 건 안다.
내력을 주입하면 진짜 손가락처럼 움직인다고.
그래서 물구나무를 서서 원래는 존재하지 않을 새끼손가락에 내력을 넣어서 몸무게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냥 한순간 출수를 할 때 내공을 쓰는 것과 끊임없이 계속 일정 이상 내공을 보내서 유지하는 건 필요한 집중력이 차원이 다를 텐데?’
아니나 다를까 형의 얼굴에도 땀이 뚝뚝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감은 눈을 뜨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평형을 눈으로는 분별할 수 없다. 그저 몸에 느껴지는 감각으로만 균형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
그걸 하고 있다.
형은.
문득 뭔가 이상해서 다시 보니까 발바닥에 관운장 머리까지 얹고 있다.
전장 입구에 있는 관운장 동상.
금을 넣어서 만든 터라 꽤 무겁다. 그리고 아마 머리만이면 무게중심도 꽤 잘 잡혀 있을 거다. 발바닥에 얹기 딱 좋은 크기고.
사마현은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관공. 어찌하여 머리만 오셨소…….”
금혈방 분타 관운장은 한동안 목이 없을 예정이다.
형의 수련이 끝날 때까지 계속.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사마현은 형이 가르쳐준 무공의 진의를 익히기 시작했다.
‘지난번 화경 때처럼 인지를 확장시킨다고 이상한 조각 맞추기 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군.’
깨달아야 할 때는 또 깨달아야 한다는 건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동작들이 이제는 기묘하게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다.
훅!
사마현의 손바닥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어찌 보면 광인의 춤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게 목숨을 구한다니.’
형이 말했으니 맞겠지.
사마현은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오늘 형은 가부좌를 하고 있다.
대신 관운장 머리를 본인 머리에 얹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관운장 머리가 달그락거리면서 떨어질 듯 위태위태하지만 이상하게 안 떨어진다.
‘대체 왜 저런 수련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제갈세가의 천재 아닌가.
범인(凡人)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의미가 있으리라.
바람이 불 때마다 형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다가 꺼진다.
손끝이 까딱이며 작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아, 지난 전투를 복기하는 것이었군.’
진천희식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공부는 예습보다 복습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것은 무학(武學)도 마찬가지.
전투가 끝나면 반드시 그것을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고 했다.
왜나면 살아남았기 때문이란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거지. 현아. 내가 왜 살아남았는지를 알아야 해. 그래야 다음에도 살아남는다.’
그 복기를 하는데 대체 왜 관공의 머리를 정수리에 얹고 하고 있단 말인가.
아무튼 금혈방 분타는 오늘도 입구 관운장이 머리가 없다.
다들 미친놈 보듯 형을 보고 있긴 하다.
-아니, 소방주님…? 벽안신의께서는 대체 왜 우리 관운장 머리를 부득불 들고 가는 겁니까.
-왜 하필 머리죠?
-제가 대신 황금 두꺼비상을 드렸는데 꼭 이 머리여야 한다면서 마다하셨습니다.
……사마현이라고 이유를 알겠나.
그냥 형이 하니까 깊은 뜻이 있는 거겠지.
달칵-
그때 관운장 머리가 한번 흔들리다가 다시 형의 정수리에서 균형을 잡는다.
다음 날, 형은 이번에는 관운장 몸뚱이만 들고 오더니 다시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서기 시작했다.
머리는 또 원래 자리에 가 있다.
사마현이 말했다.
“관공. 어찌하여 몸만 오시었소.”
휘이이이잉-
바람 소리만 들리는 텅 빈 연무장.
일광(一狂) 진천희의 기행은 끝나지 않았다.
* * *
그리고 돌아가기 전날.
진천희와 사마현은 비무를 했다.
내공을 쓰지 않고 맞부딪친다.
“오, 현아. 너네 관운장 동상 누가 만들었니?”
“형도 주문하게?”
탁!
진천희는 한 손은 뒷짐을 진 채로 사마현의 공격을 막아낸다.
내공 없이 겨루는 거니 당연히 형이 훨씬 유리하다.
제아무리 사마현이라고 하더라도 수 싸움으로 제갈세가를 이길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한 손을 봉한 채로 싸우는 건 너무하지 않나.
무인으로서 자존심을 뭉개는 짓인데도 진천희는 하고 있고, 사마현도 별생각이 없다.
사마현도 형이 가르쳐준 세 가지 동작만을 반복하며 이 공방을 이어 나가야 하니까.
“응. 크기도 그렇고, 무게도 그렇고.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형태더라고.”
역시 크기와 무게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