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81
제 681화
천우의 손과 충돌하며 폭음이 일고, 그 사이로 이번에는 불완전한 강환을 두른 검이 천둥처럼 떨어져 내렸다.
콰쾅!
균형은 기괴하고, 속도는 느린 듯하나 파괴적인 위력을 가졌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미친놈 춤사위 같으나 살기가 짙은 필살의 공격!
이것이야말로 공동파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두 번의 공격을 천우의 두 손은 작은 원과 태극을 그리며 막아냈다.
강기가 둘러진 두 손은 마치 철벽이라도 된 듯 진성자의 검과 손을 물리친 것이다.
그것이 진성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그의 얼굴이 붉어지며 노성을 토해냈다.
“노오옴! 어디까지나 막아내는가 보자꾸나!”
진성자가 노호성을 터뜨리며 더욱 거세게 공격을 했다.
팔이 마치 채찍같이 휘어지며 검을 내리찍는가 싶으면 손은 주먹을 쥐어 북을 터트리듯 때려왔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은 그야말로 흉험한 것.
그러나.
그럼에도.
천우는 막아내고 있다.
태극이 그곳에 있다.
‘이… 이 어린놈이 어찌! 가만 두어서는 안 될 놈이로다. 반드시 여기서 삭초제근해야만 해야겠구나!’
진성자가 속으로 사악한 사념을 품을 때.
천우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진성자의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천우의 두 손이 저릿저릿하다.
철옹성 같은 태극으로 막아내고 있지만, 사실 천우의 내면에는 적지 않은 피해가 쌓였다.
천우의 몸이 마침내 크게 휘청였다.
쩌어어엉!
아슬아슬하게 다음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무겁구나. 이게…… 무림의 노강호의 힘인가.’
천우는 정면을 주시하며 자신의 스승을, 그리고 그에게 삶과 이름을 준 형을 떠올린다.
깡패라고 욕을 먹었던 스승님.
사람을 구하는 데 진심인 형.
무당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셨던 스승님.
남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는 형.
누구보다도 정의로웠던 마음을 가지셨던 스승님.
누구보다도 다정한 마음을 가진 형.
‘아아……. 나는 두 분을 따라갈 수 없는 걸까.’
스승님이라면 이미 저 진성자의 턱을 날렸을 것이며, 형이라면 이미 진성자를 주화입마 전 단계로 보내버리고 치료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
진성자는 그를 살려둘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고. 비무장은 그저 자기 혼자뿐.
생사의 기로 속.
찰나의 순간, 그는 진천희를 본다. 푸른 눈의 형.
그의 입이 작게 움직이는 것을.
-구름은 느린 듯하나 한없이 빠르며, 태극은 없는 것 같으나 천지를 채운다.
그것은 스승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두 사람을 위해 남긴 무학이었다.
진성자의 공격을 막아내며 다시 형을 본다.
형은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그저 유쾌하게 고구마 말랭이를 뜯을 뿐.
왜일까.
그 뜬구름 같은 말에 어떤 뜻이 있는 건가?
그 순간, 천우의 손이 화답하듯 움직였다.
머리는 아직도 뜻을 찾아 움직이나, 몸은 그저 태극을 그리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수십, 수천, 수만, 수십만 번 따라 하고 생각하고 그려 온 그 하나의 동작.
천우의 손을 따라 강기가 겹겹이 흔들리며 태극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가!
“아닛!?”
진성자의 불완전한 강환이 태극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강대한 흡입력.
“큭!? 이놈잇!”
콰직!
진성자가 천근추를 시전해 그 발이 비무장의 석판을 뚫고 박혀 들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검과 손에 서렸던 힘은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천우의 태극이 점점 커지고, 그것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빨라진다.
“이놈!”
진성자가 검에서 손을 놓았다.
그리고 두 손을 잡아당겨 겨드랑이 뒤쪽까지 팔을 접었다가 기묘하게 비틀며 주먹을 쥐고 두 손을 내뻗었다.
공동파의 또 다른 비전절기 칠상권(七傷拳)이 펼쳐진 것!
콰쾅!
“크악!”
그러나.
폭발과 함께 튕겨져 나간 것은 진성자!
태극에 충돌한 그의 두 손은 박살 나 뒤틀린 채로 피범벅이 되었고, 순식간에 스무 걸음이나 튕겨져 나가서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푸학!”
그리고 피를 한 바가지 내쏟는다.
내상이 심각하다는 증거!
그럼에도 태극은 멈추지 않는다.
이미 천우는 무아지경에 빠진 듯 남은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손을 움직이고 있다.
“어… 어찌…… 너 같은 어린 것이…… 태극심무를…….”
진성자는 저것을 본 적이 있다.
그가 어린 시절.
그와 비슷한 연배의 사내가 공동파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 사내는 바로 눈앞의 ‘저것’으로 진성자의 스승을 무참하게 쓰러트렸고, 스승은 주화입마에 고생하다가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진성자의 스승이 공동파를 위한다고 주변 지역 양민들의 땅을 강제로 집어삼켰던 일 같은 것은 진성자에게 중요치 않았다.
그날 이후로 그는 명길을, 그리고 무당파를 쓰러트리고자 무공을 수련해 왔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에 와서…….
지금에 와서!
“나는 용납지 않는다!”
그가 일어섰다.
비틀린 증오와 광기가 그의 안에서 크게 힘을 키웠다.
그의 두 눈에 혈광이 줄기줄기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공동파의 비고에 잠자고 있던 마공 중의 한 구결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는 그저 본성의 진실함을 따르니, 이 역시 순리이며 순천이 아니겠는가?
마를 복종시킨다는 복마검법의 진짜 요체는 마공을 정공으로 제압하여 그 힘을 사용케 하는 것.
때문에 마공의 연구도 행하는 것이 공동파이며, 진성자는 그 힘을 이끌어 내기 시작했다.
우득우득.
그의 박살 난 손이 되돌려진다.
그의 두 눈은 혈광으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검에서 사라졌던 강기가 생겨나 꿈틀거리지만, 이제는 그 색이 붉다.
“본도는…… 네 녀석을, 그리고 무당을 용납지 않을 것이야! 죽어라, 무당이여!”
전력으로 진성자가 내달린다.
붉은 유성이 되어 그대로 회전하는 태극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천지를 쪼개는 일검이 내리쳐진다.
천지분단의 일검이냐!
원융을 이룬 태극이냐!
그 찰나의 순간에서 천우가 지긋이 감고 있던 한쪽 눈을 뜬다.
그리고 그 눈은 진성자의 눈을 보았다.
일순이 영원 같으며, 찰나가 무한하다.
원한. 증오. 집념. 광기. 집착. 오만. 분노.
강렬하게 들끓어 오르는 감정이 서린 진성자의 검이 그 찰나의 순간에 점점 빨려들어 갔다.
태극원융.
만물은 결국 태극으로 하나가 되어 넘치지도 그릇되지도 않도다.
화악!
모든 힘이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진성자의 몸은 마치 십 년은 늙은 듯 근육이 줄어들고, 기가 빨린 채였다.
그리고 하늘로 태극이 떠오른다.
회전을 멈추고 완벽하고 완전한 태극이 된 구체가 점점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태극심무다…….”
“오오… 권제께서 하셨다는 바로 그…….”
“태극심무의 강환이다. 천지개벽의 위력이 있다는 바로 그…….”
그걸 알아본 강호의 원로들이 한마디씩 한다.
그리고 이윽고 태극은 하늘 높이 솟구쳐 그대로 구름 위로 사라졌다.
펑!
하늘이 폭발한다.
구름에 태극이 그려졌다.
다들 그것을 보며 경외 어린 표정이 되었다.
“이번의 비무는 백 년의 수행에 필적하는바.”
그리고 꿈을 꾸는 듯한 사람들의 정신은 한 목소리에 의해서 현실로 되돌아온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본다.
천우 도장이 거기 서 있다.
그가 몸을 숙이고, 포권을 한다.
“진성자 노선배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그 인사를 받은 진성자는 부들부들거리던 몸 그대로 쓰러졌다.
“승자 무당파의 천우 도자아아아아앙!”
심사관이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환호성이 하늘을 울린다.
동시에 천우의 거체가 함께 쓰러졌다.
마치 산이 무너지듯 쓰러지는 모양새에 진천희가 놀라서 달려갔다.
“천우야아아아!”
울컥, 칠공으로 피를 쏟는 천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태극이었다.
* * *
무당파의 일로 강호 전체가 들썩이고 있었다.
이때를 놓칠 호사가들이 아니었다.
심 학사, 만 학사, 장 학사.
이 세 명의 학사가 오늘도 모여서 강호를 논하게 되었다.
논한다고 해봐야 셋 다 돈 많은 백수.
논(論)한다는 표현보다는 논(遊)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도선진인은 기권했다지?”
종남파의 장문인 도선진인.
“후학의 무(武)를 견식하여 더는 도를 논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체 무슨 개소리인지.”
“허허허, 무슨 개소리이긴. 꼬리 말고 도망치는 소리지. 적어도 져서 개망신당하는 것보다야 입이라도 털어서 덜 망신당하는 게 낫지 않나.”
“이러나저러나 이미 체면 차리기는 글렀는데 마지막 발악이 참 대단도 하오.”
세 학사 모두 기가 막힌 종남의 태도에 클클클 웃음을 터뜨렸다.
“뭐 심정도 이해가 가오. 월선산인이 그리 패할 줄 누가 알았겠소.”
“그래서 별호가 뭐라던가?”
“많은 이야기들이 있소, 광(狂), 독(獨) 모두 하나씩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하고……. 그놈 형님 장포 바람이 좀 커야지.”
부디 우리 동생이 좋은 별호를 가져 사람들이 사파로 인식하지 않기를.
그래서 진천희가 음공까지 써서 ‘무당’이란 단어를 죽어라고 외치고 다녔다는 것은 이제는 모든 강호 동도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윽고 장 학사가 말했다.
“무당권왕!”
“오, 좋구만. 어리니 스승님의 별호인 무당권제는 좀 그렇고 권왕이 딱이군.”
“새로운 천하 십 대 고수인가.”
“아직은 모르네. 다른 십 대 고수들과 결전을 벌이게 되면 알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유력하지.”
“일광의 의형제들은 하나같이 강자들뿐이군그래. 거기다 무당권왕. 어쩌면 의형제들 중에서 가장 강한 자가 바로 이 무당권왕 아니겠나?”
“…….”
그 말에 심 학사도 장 학사도 고민에 빠진다.
“모르겠네. 일단 일광의 무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려우이. 가지고 있는 무공들도 하나같이 기기묘묘한 데다가 본인도 무명(武名)에 관심이 없이 살다 보니 다들 궁금해만 하지 않던가.”
“아마 가장 강한 건 일광일 걸세.”
그 말에 세 학사들 모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계를 보지 못했다는 뜻일 터이니.”
“이를 말인가.”
세 학사는 술잔을 기울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 태극권이 다시 유행할지도 모르겠군그래.”
“태극권에 신공절학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그 소문 말인가?”
“그렇지. 관전하고 온 무인들도 뜬금없이 태극권을 수련하기 시작했다던데.”
그 말에 심 학사가 한숨을 쉬었다.
“그걸로 치면 일광 특기가 삼재보법에 삼재검법이네. 그거 백날 한다고 일광처럼 되던가?”
것도 그랬다.
결국 이런 유행도 한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다.
“권제께서 돌아가시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군.”
“권제를 위한 추모를, 그리고 권왕을 위한 건배나 하는 게 어떤가.”
쨍!
잔과 잔이 부딪쳤다.
바야흐로 새 시대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태풍의 눈 속, 일광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대체 일광은 정체가 뭔지 모르겠군.”
“강호를 움직이는 희대의 미친놈 아니겠나.”
“그렇지 않아도 공동파, 점창파, 종남파는 일광이랑 저얼대 말도 섞지 말라고 엄명이 내려왔다 들었네.”
천하 일광!
세 학사는 동시에 중얼거렸다.
“무슨 애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