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94
제 694화
“호오, 이걸 막아?”
남궁반의 눈이 반짝였다.
“그것은 명길의 권법이렷다? 흐흐흐……. 이거 참 재미있구나. 어디, 더 밑천을 꺼내 보려무나!”
검세가 변한다.
묵직하게 누르던 힘이 갑자기 칼날을 세운 것처럼 변해 진천희의 전신을 가르려고 하고 있었다.
‘미친! 제왕검형을 이렇게도 쓸 수 있었어?’
진천희가 기겁했다.
무형지기를 다루어 상대를 ‘무게’와 ‘압력’으로 누르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대의 ‘행동’을 ‘제약’하고, 0.1초의 간극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생사혈투에서는 크게 이득을 볼 수 있으니까.
허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무형지기 자체가 실체를 가지고 공격한 것.
이것은 거의 심검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남궁운의 구결에 이런 건 없었는데?’
이건 실전이다. 실전으로만 깨달을 수 있는 경지!
거기까지 판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눈 한 번 깜박일 정도의 짧은 시간!
현원전단신공은 극성을 넘어 초월적인 사고 연산을 시작했다.
초월심무 인의.
초월심무 생사예지.
그리고 여기서…… 하나 더.
초월심무 천라지망까지!
3개의 초월심무가 동시에 펼쳐지고, 진천희의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화악!
동시에 외공인 건곤금강공이 극성으로 발휘되며 호신강기가 생성되어 전신을 뒤덮었다.
이제 강기라고 할지라도 진천희의 몸을 상처 입히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 상태로 진천희가 응룡갑으로 감싸인 왼손을 내밀었다.
세상에 이 응룡갑을 파손시킬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이 손에 그 힘을 거두어 드리리다!
태청산수 태청태극!
신묘하게 흔들리며 빙글 한 바퀴 도는 진천희의 왼손은 제왕검형의 무형지기에 간섭해 그대로 소용돌이처럼 빨아들였다.
그리고 태극의 원리로 빙글 돌려 그대로 그 힘을 남궁반에게 되돌려 준다.
‘가랏!’
물론 이자까지 듬뿍 쳐 주기 위해서 진천희 스스로의 내력도 실어 보냈음은 당연!
콰르르릉!
강력한 강기의 파도가 출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쌍룡이검이 경악해서 검을 뽑아들고, 남궁진과 남궁선 그리고 남궁수는 놀라서 뒤로 물러선다.
“하하핫! 혈린이 괴물을 키워냈구나!”
그럼에도 남궁반의 두 눈은 즐거움으로 반짝였다.
재미난 장난감을 만난 것마냥 웃으며 검을 찔러 왔다.
그리고 진천희는 보았다.
진천희가 만든 강기의 파도가 마치 모세가 일으킨 홍해의 기적처럼 쩌억 갈라지는 것을!
“이것이 제왕의 검이노라!”
그 검이 코앞에 다가온다. 그러나 진천희는 당황했을지언정 다음 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응룡갑을 낀 손으로 그 검의 옆면을 부여잡고, 그대로 손목을 틀며 손바닥을 뒤틀었다.
태극권 도권굉!
검로가 뒤틀리며 흔들린다.
두 절대 고수의 힘이 진천희의 손바닥과 검 안에서 충돌하고 뒤틀리며 그대로 폭발했다.
쾅!
그 폭발력에 둘 다 뒤로 물러났다.
탕!
두 사람의 신형이 드디어 떨어져 나간다.
“헉, 허억.”
가쁘게 숨을 내쉬는 진천희를 보며 남궁반은 생각했다.
‘이놈 힘든 거 진짜인 건가? 아니면 나를 진정시키고 대충 정리하고 나가려고 하는 술수인 건가?’
겉보기에는 사람 좋은 의원이다.
생긴 것도 천인인가 싶을 정도로 심금을 울리는 미모인데 속에는 노친네 속여먹는 능구렁이가 들어 있다.
거기에 무력까지.
“오호, 역시역시. 제갈세가 놈들은 이래서 재미있다니까. 본디 무(武)란 신(身)을 기본으로 정기신을 이루어야 하거늘……. 정(精)을 기반으로 정기신을 이루려고 한단 말이지. 거기다, 손에는 재미있는 물건도 끼고 있으렷다?”
무학에 관해 이를 때는 보통 심기체라고 부르지, 정기신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노사가 그리 부르는 것은 아마 본인의 경지에서 보이는 것을 말로 표현한 것이겠지. 그러나 그보다 진천희의 신경을 끄는 게 하나 더 있었다.
‘응룡갑을 알아봤어?’
현재 진천희는 과거 사마현이 선물해준 천잠사로 짠 백룡갑을 오른손에, 의수 대용인 응룡갑을 왼손에 끼고 있다.
둘은 겉보기에는 똑같기 때문에 각기 다른 장갑이라는 것을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그걸 고작 몇 합만으로 알아보다니 보통이 아니군.’
그러니까 여태 남궁세가의 숨겨진 노괴로서 살아있는 것이겠지.
진천희는 일부러 기분 나쁜 척 말했다.
“어르신, 이건 조금 과한 것이 아닐는지요?”
“흐흐흐, 과하기는……. 과거 너희 제갈가의 가주가 내게 제법 큰 실례를 저질렀었다. 때문에 그 아들인 혈린의 일에 관여치 않았지만, 돕지도 않은 것이지. 흥! 치졸하게 우르르 몰려가서 가문 하나 멸문시키는 건 본가의 철학에 맞지 않아.”
그러면서 검을 집어넣는 남궁반. 그러나 진천희는 그의 말이 신경 쓰였다.
“관여치 않았다고 하시기에는 남궁세가의 뇌기는 분명…….”
“그래. 제갈세가의 오행의 무학을 조금 차용했지.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이냐? 강자존의 이 강호에서 멸문한 문파나 세가의 무공은 먼저 줍는 게 임자거든.”
노인장의 얼굴에는 조금의 위선도 없었다.
“…….”
“네 녀석의 가문에서도 전진파의 무공을 잘 써먹으면서 뭘……. 그것은 본가도 마찬가지. 백 년 전 본가의 세력이 쇠락하였을 적에 유출된 무공이 제법 있다는 것을 네놈은 모를 것이야.”
진천희는 ‘허…….’ 하고 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뭐, 우리 남궁세가면 모를까, 은원이 없는 놈들까지 도리어 제갈세가의 몰락에 한몫 끼기도 했지만.”
남궁반은 자신의 길에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는 세가 사람이고, 은원은 철저하게 갚는 자.
제갈세가가 남궁세가에서 ‘무언가’를 얻어 갔으니, 남궁세가도 제갈세가에서 무언가를 받아내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렇다고 혈린 그 아해를 괴롭히지도 않았고, 혈사에 관여도 안 했다. 본래 전대 제갈세가 가주가 내 자식들에게 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당시 혈린 그 아해를 죽여도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을 테고.”
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이 은원이고 영겁이니까.
세월의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
허나, 눈앞의 녀석에게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본가에 거리낌은 없다. 혈린 그 아해도 그걸 잘 알고 있을걸?”
“……?!”
진천희의 눈이 커진다.
‘전대 가주?’
생각해 보면 스승님은 제사를 그다지 챙기시지 않는다.
가족에 대한 애정도 희미했고, 선대 가주에 대해 말하는 일도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있을 추억 이야기조차 제자 앞에서 하는 법이 없었으니까.
‘대체 전대 가주가 남궁세가에 뭘 한 거지?’
이쯤 되면 눈치로라도 전대 가주가 강호에 쌓은 은원이 크다는 것 정도는 진천희도 눈치챘다.
오죽하면 스승님이 제갈이라는 성조차 처음 한번 언급한 이후로 물려주겠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으실 정도로.
“아아……. 뭐, 이제 와서 이 일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지. 당시 은원을 마감하며 함구령을 내렸으니.”
“혈사라 함은……?”
“음, 뭐냐. 네 스승이 그런 것도 안 가르쳐 준 게냐? 양자가 아닌 제자로 들여 성을 물려주지 않을 때도 그리 느꼈지만, 진짜 곱게 키웠구나.”
남궁반이 말했다.
“그 일에 대한 것은 네 스승에게 받아 내거라. 적어도 남궁세가에서는 그 답을 들을 일이 없으니.”
함구령을 내릴 정도의 일.
진천희는 남궁반을 바라보았다. 왜일까?
이 건에 관해서만큼은 그는 당당해 보였다.
‘대체 무슨 혈사인 거지? 제갈세가 전대 가주가 남궁세가 사람을 잡아다가 생체 실험이라도 했나?’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에이, 설마. 그게 말이 되나. 그래도 정파인데.’
상상이 잘 안 된다.
‘대체 전대 가주는 무슨 짓을 한 거야?’
진천희가 말했다.
“뭐, 괜찮습니다. 저도 남궁세가에 그러한 일을 묻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호오? 의외구나. 길길이 날뛸 줄 알았는데.”
‘오우… 그게… 남궁운이 공평하게 가고 싶다고 저한테 다 불었거든요……?’
할아버지는 남궁세가 내부에 첩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남궁운.
함구령으로 자세한 전말을 모르는 남자.
대충 들어 보니 걸리면 뇌옥행 수준이 아니다. 사지근맥 절단과 단전 폐쇄가 함께할 수 있다.
인권이 없는 강호에서 이렇게까지 가면 눈 뽑고 혀 자르는 건 기본 옵션이다.
당시에는 진천희도 몰랐지만, 아무튼…….
“저는 더는 남궁세가에 원한이 없습니다.”
강호는 복잡하다.
그리고 그 은원의 끝을 의원은 모른다.
허나 다른 방식으로 오해했는지 남궁반이 입을 열었다.
“신기하구나. 다른 제갈가의 놈이 그 소리를 했다면 십중팔구 거짓말이라 여길 터인데. 이상하게 네 말은 진심이 느껴지니 말이다.”
“네?”
“진짜로 개운해 보이는구나.”
그는 거대한 손으로 진천희의 머리를 쓸었다.
“제갈세가에 이런 아해가 들어오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혈린 그놈이 귀하게 여길 만하구나.”
“…….”
진천희는 살짝 양심이 찔렸다.
“혈린의 한은 익히 알고 있지. 그렇기에 그 녀석이 벌인 혈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은원은 언제나 반복되고, 그것은 강호의 법칙 같은 것이니까.”
“…그렇군요.”
“허나, 너란 존재는 참 기이하긴 하구나. 아예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일광일지도.”
“저는…….”
진천희는 약간 양심이 쿡쿡 찔렸다.
“기인이고 선인이구나. 네가 마음에 든다.”
아, 어르신.
남궁운과의 비밀은 무덤까지 꼬옥 들고 가야겠다.
강호의 은원은 계속 거듭된다.
진천희는 생각에 잠겼다.
‘강호구나.’
스승님이 가진 한과 스승님의 아버지에게 품은 다른 세가들의 한.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 알 수가 없지만, 결국 은원은 되풀이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찌 보면 강호라는 곳이 가진 본능과도 같은 것이겠지.
스승님 자신의 은원도 말해 주지 않는데 하물며 전대 가주의 은원을 말할 리가 없었다.
‘제자의 손에 더러운 것 한 점이라도 묻히고 싶지 않으신 거겠지.’
그건 그 나름의 제갈린식 내리사랑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내리사랑이라고 하기에는 강호의 상궤를 벗어나 있었다.
강호인에게 세가가 얼마나 중한지 알기에 더더욱.
무언가 차갑고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남궁반은 그런 진천희를 내려다본다.
‘강하구나.’
이 아이는 이 와중에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통찰하려 하고 있었다.
분명 이 아이에게 제갈세가란 절대적인 법과 같은 것이었을 터.
보통 세가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렇지 않던가.
자신의 세가가 제일이라고 믿고, 가장 백도라고 믿고, 그렇게 자라서 강호에 나가 은원을 마주한다.
그때 보통은 그 은원을 부정하며 전적으로 세가의 편을 든다.
당연했다.
세가는 가족이며, 자신의 뿌리다.
부모의 부정을 쉬이 긍정하는 자식은 없다.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혈사가 일어나고, 본인이든 상대 은원자든 누구 하나는 죽고, 다시 은원은 돌고 돌아온다.
‘참으로 기이한 놈이 아닌가.’
개중에는 아주 드물게 세가의 부정을 긍정하는 자들도 있다.
세가가 절대적인 백도가 아니라는 것을.
내 가족들, 조부, 조모가 내게는 살가운 사람이나 밖에서는 어떤 자인지 똑똑히 보고 긍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때는 보통 세가를 버리고 탕아가 되곤 했다.
눈앞의 일광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가장 드문 자였다.
‘제갈세가를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세가보다는 도가의 시선이다.
‘강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지.’
선대 제갈 가주가 강호에 뿌린 피는 많았다.
허나, 그렇게 피를 뿌린 이유도 따지도 보면 은원이 있고, 힘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그의 아들 제갈린은 세가의 멸문을 똑똑히 지켜보았고, 전혀 상관없는 가족들까지 몰살당하는 것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그게 은원의 사슬이지. 그것을 네 녀석은 벗어나 있겠단 말인가.’
피가 이어져 있지 않으니 남 일이라는 건 거짓말이다.
이 녀석이 자기 스승을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는지 강호에 모르는 자가 없지 않나.
‘그런데 그것을 이렇게 털어 내다니.’
물론 남궁세가에 관한 은원뿐이겠지만.
반면 진천희는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궁운. 그렇게 됐소.’
찔리는 양심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남궁운만은 살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