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99
제 699화
기묘한 소름이 진천희의 목 뒤를 훑어 올라갔다.
“이들이 부상자가 아니면 누가 부상자란 말인지요.”
“아아……. 백린의선의 제자는 착하기도 하군그래. 그것들은 전부 내가 잡은 사냥감인 짐승들 아닌가? 금수들까지 치료해 주고 싶은 겐가?”
인간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진천희와는 대화를 나누는가?
‘기준이 뭐지? 아니. 그런 걸 알아 봤자 뭐 하겠어. 중요한 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콰쾅!
저 멀리에서 크나큰 폭음이 일어난다.
슬쩍 보니 남궁세가의 경계에서 폭발이 일어난 듯싶었다.
매캐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무공에 의한 폭발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폭발과 연기 그리고 폭음이 연달아 몇 번이고 더 일어난다.
‘폭탄! 이 타이밍에 저런 게 터진다고? 계획적인 공격이다!’
“감히 대남궁세가를 누가 공격한단 말이냐!”
화르륵!
가주의 전신에 둘린 호신강기가 불길처럼 타올랐다.
주변의 금석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그가 진천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서 그것들을 내어 주게나. 내 생명수를 마시고 적도들을 쓸어버려야 하니 시간이 없네.”
“가주님. 이들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진천희가 진실을 말해 주었다.
“사람? 사람. 사람이라. 허헛. 그것들이 어찌 사람이란 말인가? 되지도 않는 약을 팔던 금수들인 것을. 그러니 내 그것들의 생을 먹어 건하리니. 자! 금수들을 내어 놓게. 운아! 뭐 하는 게냐. 가주인 이 애비의 명을 안 들을 생각이냐?”
진천희는 그제야 진실을 깨달았다.
‘많이 미친 건 아니고……. 25% 정도 미친 거려나. 아니면, 도덕관에 손상이 갔을 수도. 어느 쪽이든 기절시켜야겠다.’
일단 사람을 죽여 피를 마시려고 한 시점에서 제정신은 아니다.
진천희는 저 멀리의 연기를 슬쩍 보았다.
누군가가 대규모로 남궁세가를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필시…….
[진 아우. 아무래도 아버님의 상태를 아는 누군가가 일을 벌인 것 같네.]이 모든 것은 계획된 것이리라.
[그런 것 같네요. 그렇다면 시간을 끌면 안 되겠죠?] [부상자들은 어떻지?] [부각주님을 제외하고는 위급 환자는 없어요.] [그렇다면 내가 먼저 가겠네!]남궁운이 선공을 시작했다.
콰릉!
일보에 천둥소리가 나며, 그의 몸이 번개처럼 돌진한다.
제왕검형이 극성으로 펼쳐지며, 주변의 대기가 가주 남궁철을 짓누른다.
“감히 이 애비에게 반항하는 게냐!”
그러자 남궁철이 노호하며 쌍장을 뻗어왔다.
검인장!
강기의 검날이 손에서 쏟아지고, 남궁운의 검은 그 강기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우르르릉!
전광과 강기의 빛이 어우러져 폭발이 인다.
그 폭발에 남궁운이 뒤로 밀려난 사이, 남궁철이 허공섭물의 기예로 주변에 굴러다니던 남궁세가 무인의 검을 잡아채 쥐었다.
“이 애비가 장남에게 교훈을 내려야겠구나!”
위웅!
츠츳. 츠츠츳!
허공에서 두 명의 제왕검형의 기세가 충돌.
서로의 영역을 내리누르기 위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면 남궁철의 기세가 순식간에 남궁운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
‘큭. 아버님의 기운이 이렇게 강하다니…….’
그렇게 이를 악문 남궁운은 의지를 다지며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단판 승부를 내야 한다!
만약 여기서 남궁철을 놓친다면…… 대참사가 일어나리라.
의지가 곧 내기를 움직인다.
그의 안에서 꿈틀거리던 천둥은 점점 강력해져 이제는 번개로 이루어진 폭운이 되었다.
우르르릉!
그의 전신에서 전광(電光)이 일어나 빛을 내뿜는 순간, 그의 의지가 검을 타고 흐르며 초월심무의 절학으로 완성되었다.
창궁무애검뢰.
초월심무 – 뇌운검천(雷雲劍天)
거대한 뇌룡이 그의 검에서 출현했다.
그것은 제왕검형의 기세를 가볍게 찢어버리고, 순식간에 가주의 몸을 찌르고 들어갔다.
콰쾅!
대폭발이 일어나며 가주의 몸이 뒤로 다섯 걸음 물러선다.
그러나 그는 부상을 입었을지언정, 중상은 아니었다.
가슴팍이 갈라지고, 피가 흐르지만 내장이 보이거나 근육이 끊어진 건 아니었으니까.
말 그대로.
피부가 조금 찢어진 것뿐!
“음!”
남궁운은 경악했으나, 다시 검을 잡았다.
‘뇌운검천은 초월심무. 강기라고 할지라도 찢어버리며 관통하건만… 어찌 저럴 수가! 호신강기라고 할지라도 막을 수 없었을 터. 적어도 근육을 끊어내고자 했던 일검인 것을…….’
“흐하하! 아프구나. 운이 너의 성취가 대단하구나. 왕년의 아버님께서도 네 나이 때는 이리 강하지 못하였는데. 하지만 이 아비도 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남궁철이 공격해 왔다.
동시에 남궁운은 자신을 쥐어짜내는 듯한 무형지기를 느껴야 했다.
이것이 남궁철의 제왕검형!
그 힘은 남궁운의 족히 두 배는 되는 듯하다!
그 상태로, 남궁철의 검이 강기를 형성하며 날아들었다.
그것은 아들의 생사를 도외시하는 필살의 일격.
남궁철은 비록 친아들이라 하더라도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명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님~ 조금 따끔하실 거예요~”
나긋한 목소리.
그 목소리와 함께 남궁철의 등 뒤에서 불쑥 빙정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광으로 번쩍이는 검은 남궁철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 등을 쿡하고 찔렀다.
“진 아우! 강기 정도가 아니면 지금의 아버님을 해할 수 없네! 아니, 강기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네!”
금강불괴!
단순히 도검불침을 뛰어넘었다.
마공으로 인해 남궁철은 사실상 금강불괴에 가까운 육체가 되었으니까.
강기 하나 서리지 않은 검이 갈라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남궁운 자신의 진신절기조차도 생채기만 나고 끝났을진대.
“그런 칼로 금강불괴의 몸을 대체 무슨 수로 가른단 말인가!”
허나 진천희는 미친 소리를 할 뿐.
“응급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네. 급소는 피합니다!”
푸욱!
그리고 놀랍게도.
그 검은 부드럽게 남궁철의 등을 파고들었다.
“크악!”
“대체 어떻게……?!”
타는 듯한 고통! 그 때문에 남궁철의 검세가 흐트러지고, 제왕검형의 기세도 흔들렸다.
원리는 간단했다.
진천희가 남궁세가에 와서 줄곧 고찰했던 무학.
초음파 절단기.
그 원리가 서린 검이 금강불괴를 뚫고 들어간 것!
‘오우, 역시 효과 좋고.’
남궁운이 놀라서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한 겐가?”
“어, 음공으로요?”
“……?”
남궁운이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듯 진천희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칼로 쿡 찔렀지 않나.
그것도 검강은커녕 검기라도 제대로 서렸는지 의심되는 검이었다.
‘심무인가? 하긴, 검황도 목검으로 태산을 갈랐지. 그렇다면 저리 쉽게 금강불괴를 파훼시킨 것이 이해가 되는군!’
유사…… 심무절기가 하나 탄생했다.
남궁운의 오해를 모르는 진천희가 외친다.
“남궁 형! 지금입니다!”
진천희의 독촉에 남궁운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남궁운의 뇌기가 서린 검이 재빠르게 남궁철의 흩어진 검을 후려쳤다.
파지지직!
뇌기의 장점 중 하나. 상대의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가 감전을 시킨다!
순식간에 뇌기가 남궁철의 몸을 지지고, 그의 전신 근육이 통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놈드으으을!”
푸화아아악!
남궁철의 몸 주변으로 수백 개의 칼날이 생겨났다.
비유 같은 게 아닌, 강기로 이루어진 검날이 실제로 수백여 개나 생겨난 것!
“오오……. 나는 아버지를 뛰어넘었는가!”
남궁철이 분노의 기색을 지우고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리고 아비의 모습을 지켜보던 남궁운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조심하게, 진 아우! 저것은 제왕검형의 최종비의일세! 호신강기가 무형지기와 결합되어 검강의 형상을 만드는 것이야!”
그렇게 외치면서, 남궁운 그 자신도 최대한의 힘을 끌어내었다.
제왕검형의 최종비기, 곧 수백 개의 검강이 춤을 추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리되면 걷잡을 수가 없을 터.
일격필살로 끝내야만 한다!
그의 몸은 이제 뇌광으로 물들어 육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뇌신(雷神) 그 자체!
그리고 그대로 심무절기, 그 이상의 비의(秘意)를 펼쳤다.
창궁무애검뢰.
만뢰일검(萬雷一劍).
그의 전신을 가득 채웠던 전광이 모조리 검에 모인다.
검은 이제 타오르는 빛 그 자체가 된 것 같았다.
단순한 번개가 아니다.
이는 뇌기의 정수가 모인 것인즉!
강기를 뛰어넘은 더욱 강력한 힘.
뇌전강환!
그 상태로 남궁운의 검이 직선으로 찔러갔다.
군더더기 없는 일검관통의 찌르기가 뇌전강환을 머금은 채로 나아간다.
그에 맞서 수백 개의 칼날이 살아있는 것처럼 흔들리며 뇌전강환을 향해 마주쳐 갔다.
퍼퍼퍼퍼펑! 콰쾅! 콰콰쾅!
무수히 많은 폭발음이 일어난다.
순수하게 뇌전강환과 검강들이 충돌하며 생기는 폭발들!
그 폭발력은 남궁운과 남궁철 양측에게 밀려와 그들의 육신을 때렸다.
남궁철은 금강불괴로 버텨내고, 남궁운은 제왕검형의 기세로 폭발력을 밀어낸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남궁운이 패배하고 지고 말리라!
그때다.
“커헉!”
남궁철이 검은 피를 토하며 비틀거린다.
그의 몸에서 일어나던 무형지기의 검강들이 흐트러졌다.
지금이다!
남궁운의 뇌전강환이 검강 사이를 뚫어냈다.
비록 호신강기의 검강들을 뚫어내느라 강환의 기운도 쇠하여 사라졌지만 아직 남은 내력만으로도 위력은 충분하다는 것을 남궁운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남궁철의 마혈을 향해 검이 나아가 그대로 찔러 들어갔다.
콰직!
금속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마혈이 가격되는 손맛이 느껴진다.
가주 남궁철이 그 충격에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마혈이 점혈당하면 정신은 그대로이나 육체는 마비되어 쓰러지게 되니 당연한 일!
쿠웅!
“후…….”
남궁운의 얼굴에 땀이 흘러내렸다.
“방금 전 아버님이 비틀거린 건 대체……?”
마공의 부작용 때문인가? 아니면…….
“아. 그거 독이에요.”
그때 진천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남궁철을 향해 가면서 대답해 주고 있었다.
“수은 중독 때문이었나?”
“아하하, 아닙니다. 제가 마취독을 썼거든요~”
“허?”
진천희가 다가와 남궁철의 혼혈을 짚어 의식도 잃게 만들었다.
남궁운은 검을 허리춤에 넣고서 다가갔다.
방금 전 자신의 아버지를 중독시켰다는 말, 제아무리 사천당가라고 하더라도 보통은 못 믿을 말이었다.
같이 싸우던 남궁운 자신도 독공의 기미 같은 건 전혀 감지 못 하지 않았던가.
‘허나, 진 아우가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지.’
다만 의문은 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진 아우?”
갑자기 중독이라니?
“지금 남궁세가에 난리도 난 것 같은데 오래 끌면 안 되잖아요. 아까 등 찌를 적에 마취약을 슬쩍 넣어 드렸죠. 제 왼손에는 흑염룡이…… 아니라 흑독룡도 아니고, 어쨌든 제가 독공을 좀 익혔거든요.”
독공만 쓰면 어째 당아 얼굴부터 떠오른다.
저도 모르게 말투도 영향이 가는 걸 보면 그때 당아랑 놀았던 게 참 재미있었던 모양이라고 진천희는 생각했다.
“허허……. 대체 진 아우는 모르는 무공이 뭔가?”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워야죠. 덕분에 사망자 없이 빠르게 제압도 했으니 다행이고요. 일단 우리 환자님 응급처치를 하고~”
입은 능글맞았으나 점혈하는 손속은 냉혹했다.
푹, 푸푸푸푹!
왠지 보는 사람까지 아파져서 남궁운은 저도 모르게 으허억 신음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