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00
제 700화
폭주가 끝나서 그런지 금강불괴도 풀려 있었다.
물론 일반인에 비하면 몇 배나 튼튼해서 도검불침 정도는 되는 상태지만, 경험 많은 의원인 진천희에게 이 정도야 별문제는 되지 않는다.
우선 침부터 여기저기 꽂아 넣었다.
기혈을 바로잡고, 내기를 이용해 금(金)의 성질을 찾아냈다.
그 순간, 곧바로 주술력의 힘이 느껴졌다.
우우웅-
‘오우… 이거 역시 누가 중간에 농간을 부렸네. 화주의각은 아닌 것 같고……? 수은을 조종하는 종류의 주술인가. 짜증 나는걸.’
진천희의 기운이 수은으로 향한다. 그러자 수은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보통의 의원이라면 여기서 어쩔 줄을 몰라 했을 것이나 진천희는 달랐다.
“오악대제(五嶽大帝) 태산부군(泰山府君)께서 명하노니. 산에서 난 것은 명을 따르라. 들에서 난 것은 명을 따르라. 그리하여 너 작은 뱀은 명을 따르라. 너는 이제 본래의 모습이 될 것이며, 그 힘을 잃을 것이다.”
주술의 언어가 진천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보는 남궁운의 눈이 커진다.
‘오악대제의 오악은 중원오악(中元五嶽)이라고 부르는 다섯 개의 명산인가? 이 중 태산에는 천제단이라고 부르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 존재한다고 들었는데.’
때문에 태산의 산신인 태산부군은 오악의 산신들을 거느리는 산신들의 우두머리이며, 도교에서는 최고 신격으로 보는 존재였다.
사람들은 태산이 천정(天廷)과 통하는 신령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천자(天子)(황제)가 하늘에 그 뜻을 전하는 의식인 봉선(封禪)의 의식을 치르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또한, 태산은 천정과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하로는 명계와 통하는 통로가 있다고 하는 곳.
때문에 태산부군은 명계로 죽은 이를 들여보내는 신으로 생각되기도 하였다.
명계를 다스리는 지옥팔왕과는 다르지만, 죽음과 삶을 순환케 하는 중요한 신 중 하나로 여겨진 것.
‘대체 이런 진언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진 아우.’
사실, 이는 진천희가 익힌 비술 명조령 덕분이었다.
‘이혼대법 때문에 명조령을 익힌 게 도움이 되었군.’
삿된 것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진언.
‘옛날이었으면 주술 관련 일이 터져도 뒤처리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가능하구나.’
수은에 서린 주술의 힘이 흩어진다.
꿈틀거리던 수은이 얌전해졌다.
이걸로 상대의 주술을 해제했으니, 아주 쓸모가 많은 셈!
‘좋았어. 이제는 잘 쉬고, 잘 먹이고, 킬레이트로 치료하면 되겠군.’
정신적인 문제나 가주의 몸으로 마공을 익힌 문제는 의원은 모른다.
세가 사람들이 알아서 할 몫.
진천희는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아니. 그런 진언은 또 언제 배운 겐가?”
“의술에 도움이 될까 해서 배웠죠.”
본래는 이혼대법으로 도망치는 적을 포획하려는 용도로 배운 것이지만, 이렇게 치료에 도움이 되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것도 활인이지, 활인이야.’
진천희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
“……진… 아우는 못 하는 게 없군. 그나저나 아버님은 괜찮으신가?”
“마공의 후유증은 깨어 나셔야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 봐서는 괜찮아 보입니다. 단전이 조금 손상되셨지만 치료하면 괜찮아지실 거고요.”
“그 킬… 뭐……. 그런 요법 말인가?”
“백린청수(feat. 페니실라민)입니다.”
진천희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궁운은 그런 진천희를 보면서 말로 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의원으로서의 실력은 이미 신의(神醫)라고 할 수 있었다.
분야에 따라서는 스승인 백린의선 제갈린보다 뛰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주술까지 사용할 수 있고, 무공은 어떠한가?
‘금강불괴를 종이처럼 가르던 그 검공은 대체 뭐지?’
그러나.
그럼에도.
남궁운은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진 아우. 아버님을 구해 주어 정말 고맙네.”
남궁운은 질투가 얼마나 사람을 갉아먹는지 알고 있었다.
부러운 것은 솔직하게 인정하되, 그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더했다.
진천희는 그런 남궁운을 잠깐 바라보았다.
“…….”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푸른 눈동자로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남궁 형은 성격도 참 좋습니다.”
“음?”
“강호 혼자 쓰십니까?”
그렇게 말하더니 작게 뭐라고 툴툴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어쨌든, 대인배인 남궁 형에 비해 소인배인 저는 이런 거라도 배워야 강호에서 목숨이나 부지하는 거죠.”
“자네가 적이 많긴 하지.”
그 말에 진천희가 피식 웃었다.
‘적이 많다라.’
맞는 말이었다.
살의를 가지고 누군가를 죽여 본 일이 없거늘. 왜인지 의원은 늘 적이 많았다.
진천희는 화제를 돌렸다.
“참. 이럴 때가 아닙니다. 밖이 아직 시끄러우니 정리하러 가시죠. 일단 응급처치는 했으니, 저도 도우러 같이 이동하죠. 아, 마침 사람들도 오네요.”
소란을 듣고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몇 명 달려오고 있었다.
“저분들께 환자 이송 좀 부탁드려야겠네요. 백린의각 분타에 연락도 좀 보내야 할 것 같고요.”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의식이 없는 화주의각 부각주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남궁운은 이마를 짚었다.
‘화주의각 최고 개망신이군.’
백린의각 손에 치료받는 화주의각 부각주라.
곧 강호가 알게 되겠지.
* * *
“뒈져랏!”
콰가가가가가각!
제왕검형의 무형지기가 실체를 가진 검기가 되어 주변을 갈아 버린다.
반경 십 장(30m) 범위에 들어와 있는 모든 것들이 믹서기에 갈려진 듯 갈기갈기 찢겨나가 흩어져 버렸다.
그러나.
그런 경이적인 파괴를 일으킨 노인 남궁반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요물들이 기어 나온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애들이 요새 좀 기강이 느슨해졌나 봅니다.”
그런 남궁반 옆으로 조금 마르고 잘생긴 미중년이 내려선다.
남궁진건.
암룡검단의 부단주.
남궁반이 통제자이자 대장의 직위라면, 이 사람은 실무자라고 할 수 있었다.
“네놈이 잘했어야 하지 않느냐! 적도들이 본가에 직접 올 때까지 조금도 알아내지 못한 게 네놈 잘못이 아니고 뭐냔 말이다! 첩보 조직으로서 기강이 해이해졌어!”
“반성하고 있습니다, 숙부님.”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쯧! 본가가 직접 공격당하다니… 허헛. 참, 나. 게다가 무인도 아니고 술사 나부랭이에게…….”
그는 주변에 흩어진 조각을 보았다.
그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나무토막으로 이루어진 인형들.
그것들이 지금 끝도 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목인방이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다. 나무가 사람의 형상처럼 자라나 걸어 다니고 있다.
실제로, 완전히 사람 같은 것도 아니다.
이족보행에 두 팔과 머리가 달려 있을 뿐.
몸 여기저기에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자라나 있는 그것은 아무리 봐도 요괴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강하진 않았지만, 수가 많다.
지금도 수천이나 되는 것들이 세가를 에워싸고 있는 중이었다.
진법이 아니었다면 이미 세가의 담장을 두드리고 있었을 터였다.
“이놈들 다 제거하고 나면 혈선교 놈들인지 알아봐.”
“예. 숙부님.”
“나는… 원흉 같아 보이는 놈을 처리하겠다.”
“예? 숙부님, 잠…….”
펑!
남궁반이 천리호정(千里戶庭)의 경신보법을 발휘했다.
한 마리 학처럼 날아가 저 멀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게 보인다.
* * *
“실패했구나. 아쉽다. 아쉬워…….”
흑백으로 나눠진 가면을 쓴 이가 한숨을 내쉰다.
그 목소리는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하다. 또한 아이 같기도 하고, 노인 같기도 했다.
기묘하고 기괴한 목소리.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은 가면을 쓴 이들이 종을 들고 흔들고 있었다.
“되돌아가자꾸나.”
“예. 부가주님.”
가면을 쓴 자들은 흑백 가면을 쓴 이를 향해 부가주라고 칭했다.
기묘한 단어였다. 특히 혈선교에서는 쓸 일이 없는 단어.
그때다.
“네 이놈드을!”
하늘에서부터 남궁반이 떨어져 내린다.
그것을 보는 흑백 가면을 쓴 이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휙 던졌다.
“진혼진령(鎭魂振鈴)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 넋이여, 흔들려라. 넋이여, 흔들려라. 넋이여, 흔들릴지어다.”
던져진 것은 여러 개의 파편이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파편 조각이 그의 주언에 힘을 얻은 듯 허공에서 결합해 둥근 방패로 변했다.
쾅!
남궁반의 강기가 방패와 충돌한다.
그러나 그 강력한 폭발력과 절삭력에도 방패는 멀쩡했고, 남궁반은 충격음과 함께 뒤로 떨어져 내려 땅에 착지했다.
“내 일검을 막아내다니. 보통 방패가 아니로구나?”
“이것은 본 교의 법구 중 하나요. 일월께서 내려 주신 햇빛과 달빛으로 제련한 보물. 결코 파괴되지 않는 방패라오.”
“일월? 네놈들… 혈선교가 아니었구나.”
남궁반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여기서 마교가 나타나다니?
“본인은 마종육가의 하나. 심혼귀령가(心魂鬼靈家)의 부가주요. 심혼영이라고 불러 주시면 감사하겠소이다.”
마종육가.
마교를 지탱하는 강대한 여섯 가문.
과거 연원왕을 토벌할 때, 산적들 속에 숨어든 철혈마가가 진천희와 직접 싸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마종육가에도 이런 주술을 쓰는 가문이 있었단 말인가?
“심혼귀령가… 기억났다. 마교 내의 유일한 술사 가문……. 네놈들은 마교 밖으로는 좀처럼 나오는 법이 없는 것으로 알았는데?”
“후후후후후. 천기가 바뀌었음을 모르시오? 죽었어야 할 혈린이 살았던 그때부터 이미 모든 것이 뒤틀린 것이오. 지금쯤이면 더 많은 피를 봐야 하거늘. 살아남은 자들이 너무 많아.”
‘죽었어야 할 혈린이 살았던 그때부터 뒤틀렸다고?’
남궁반이 속으로 의문을 표하는 사이.
부가주라는 심혼영이 입을 연다.
“헌데 본가에 대한 것을 알고 있다니 의외요. 본가는 그저 마(魔)를 따르며, 위대하신 천마를 따를 뿐이라는 것을 어찌 알고 있을꼬?”
“수십 년 전에 너희와 싸운 적이…… 있거든!”
말과 함께 남궁반의 검이 흰 붓질을 하듯 그어진다.
세계가 반으로 갈라지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일월신교의 보물이 그 일격을 막아냈다.
카앙!
방패는 굳건하다.
“쯧!”
남궁반이 혀를 차고, 심혼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핫! 정파의 웃어른이 기습을 하는구려!”
“네놈 같은 놈들에게 정정당당함이 필요하겠느냐!”
남궁반이 벼락처럼 달려든다.
그 주변의 기세가 칼날처럼 변하며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토는 금을 생하게 할지니! 토생금(土生金)의 술이여, 펼쳐져라!”
그러나 남궁반이 달려들기 전에 이미 주술이 사용되었다.
심혼영의 뒤로 좌우에 늘어선 이들이 종을 흔들며 주술을 사용하자, 지면에서부터 수십 개나 되는 금속의 방패가 튀어 나왔다.
콰쾅!
금속의 방패와 제왕검형의 검기가 충돌한다.
방패가 유성 파편처럼 부스러지며 비산했다.
그러나 그렇게 박살 난 파편이 다시금 모여들어 방패가 되는 게 아닌가.
“과연 마교의 신병이기인가? 이 짜증 나는 것들!”
남궁반이 심력을 끌어 올린다.
심무절기.
창궁무애검법.
창궁검만(蒼穹劍萬)–!!
천지사방에 검날이 출현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방패들을 파괴하고, 그대로 술사들을 덮치려 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남궁반은 심혼영이 강력한 주술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건(乾)은 곤(坤)이 되고, 곤은 다시 건이 될지니. 모든 것이 역행하여, 움직여야 하는 것은 움직이지 못하리라!”
화아아악!
남궁반의 발이 바닥에 들러붙는다.
내공을 써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붙들리고 말았다.
“아닛!?”
“하하하하. 본인은 물러나야겠소. 저기 일광과 그대의 장손이 나오는구려.”
심혼영이 뒤를 가리킨다.
그곳에는 진천희와 남궁운이 나타나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진천희가 진언을 외우자, 나무 요괴들이 우수수 쓰러져 내렸다.
“그러면 다시 뵙겠소.”
그리 말하고서 술사들의 무리는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남궁반이 분노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노려볼 뿐.
콰앙!
그 순간, 진천희가 남궁반에게 기습하는 적 하나를 날려버렸다.
“아이고,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다친 곳은 없으시고요?”
남궁반이 어이가 없어 한숨을 쉬었다.
“감히 본좌에게 이런 식으로 묻는 건 네놈밖에 없겠구나.”
‘제 직업이 의원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