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06
제 706화
“어떤 청이신가요?”
보통 여기서는 돈을 부른다.
“제 조카에게 일 년 정도만 무공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그걸로 저의 경영 비법을 내놓겠습니다.”
탁-
거기까지 말하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손끝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호오. 돈이 아니라?’
진천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무공 전수!
그것은 아무에게나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연무 도시에서 돈을 내고 배울 수도 있다.
백린의각의 연무 도시는 제법 범용성 높은 무공과 훌륭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어, 개중에는 절정 고수에 다다른 이도 존재했다.
돈과 노력. 거기에 재능까지 더해지면 어떨까.
진천희 자신은 초절정 고수도 가능하리라 이야기하는데 믿는 이는 그리 없다.
그래도 절정 고수만 된다고 해도 평생의 뜻을 이루는 것이니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은 강호에 널렸던바.
‘그런데 이리 청탁을 해온다는 것은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거겠지요~?’
후릅-
차를 삼키며 진천희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더 높은 무공이라…….’
여전히 가준화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부탁이라 할 수 있었고.
만약 진천희가 여기서 노하여 그를 물리고 다른 객잔주를 부른다고 해도 그가 할 말은 없다.
‘자식도 아니고 조카라. 뭔가 있긴 한 모양이군. 혹시 가완이 시킨 건가?’
진천희가 입을 열었다.
“음……. 하지만 제가 아직 제자를 받기에는 어립니다만…….”
이제 이립(而立)에 가까운 나이.
보통 강호인이 나이 서른다섯에서 마흔 사이에 제자를 둔다는 것을 볼 때 아직은 몇 년 이르다 할 수 있었다.
거기다.
백린의각은 딱히 일인전승을 하겠다는 규칙 따위는 없었지만, 현재 각주인 제갈린 밑으로는 진천희 혼자뿐.
어쩌다 보니 일인전승 같은 구조가 되었다.
이제 와서 진천희가 제자를 들이면 그 아이는 백린의각의 후계자가 되는 것.
“직전 제자까지는 감히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연무 도시에 일대일 과외 체계라는 게 있더군요. 그런 식으로 ‘속가제자’로서 교육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속가제자!
‘그래. 속가제자가 있지.’
해당 문파의 재산과 세력에 대한 것을 전혀 물려받지 못하고, 무공만 수련하는 것.
보통 속가제자라 하면 기부금을 내고 수련을 받는 것을 뜻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리고 속가제자가 배울 수 있는 무공이란 한계가 있는 법.
허나 그렇게 배우고 나간다 하더라도 꽤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당파니 화산파니 소림사니 모두 속가제자가 많다.
진천희가 능글맞게 웃는다.
“이거 참… 제가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을 들고 오셨군요. 책략가이십니다. 하하하하하.”
그렇게 말하자 가준화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청년을 상대하는 것은 평생 객잔을 운영해왔던 장사치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천하의 제갈세가 앞에서 감히 책략을 쓰겠습니까. 그저 저의 조카의 건강이 염려되어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왕 배울 거라면 최고에게 배워야지요.”
가완이 시킨 게 역시 가장 크겠군. 그다음이 정이고.
‘단순 정이라기보다는, 연민?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네. 만나 봐야 알려나.’
‘그러고 보니 가준화는 자식이 없었지.’
정식으로 백학루를 인수할 때 당연히 미리 사전에 조사를 해놨었다.
“좋습니다. 다만 제가 하루에 시간을 많이 드리지는 못하니……. 일주일에 삼 일 정도 어떠십니까? 평소에는 무력당에서 익힐 겁니다.”
가준화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 * *
“속가제자라? 하하, 가완이 아주 재미있는 수를 두려고 하는구나.”
“무월 쪽과 이야기하라고 했습니다. 겸사겸사 뒷조사도 할 거고요.”
“이상한 수를 쓰려고 하는 건 아닐 게다. 이런 건 보통 인연을 굳히려고 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를 두진 않지.”
그 말에 조금 안도했다.
스승님께서 이리 확답을 한다는 것은 진짜로 그렇다는 뜻. 다른 의미가 없다는 거니까.
“그거야 그렇겠지만요.”
고작해야 속가제자. 가질 수 있는 게 없다.
만약 무슨 변고가 생겨 진천희와 제갈린이 한날한시에 사망한다고 해도 의각의 지분은 유호를 비롯한 각 당의 당주들에게 우선 넘어가게 되고, 비급 역시 마찬가지니까.
‘원작에서는 스승님 사후에 아무도 후계로 나서지 않고 조용히 흩어졌지만.’
사 대 당주 누구도 스승님의 이름값을 받으려고 하거나 유산을 탐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닌 것같이 뺀질거리는 것 같아 보여도 사 대 당주들 모두 철저하게 스승님과 군신관계라 할 수 있으니.
아무튼 스승님의 말대로 가씨세가 쪽에서 뭔가 기기묘묘한 수를 쓰려고 붙은 것 같지는 않았다.
진천희가 말했다.
“제가 강호 물을 너무 먹었나 봅니다.”
“의심하는 건 좋은 습관이지. 다만 가완이라는 자를 내가 오랫동안 봐왔던 것뿐이고.”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누가 오려나요?”
“흠? 나는 누가 올지 알 것 같은데 너는 모르겠느냐?”
“저야 뭐, 그쪽 가문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그냥 가주에 관한 것만 조금 공부한 게 다지요. 유명한 사람이라도 오나요?”
진천희의 말에 스승님은 재미있다는 듯 제자를 본다.
“신기하구나. 네 녀석은 여전히 의술에 관한 것만 빠삭하지, 이런 상식적인 건 또 신경을 쓰지 않으니 말이다.”
진천희는 뜨끔한 표정을 감춘다.
“뭐, 곧 알게 되겠지.”
“그나저나 제 선에서 처리했는데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직전 제자도 아니고 속가 제자이지 않느냐? 속가 제자를 맞이하는 데 사문의 존장이 허락할 필요까지는 없단다. 예를 들어 무당파 같은 대문파쯤 되면 속가제자가 누가누가 있는지는 장문인도 모른단다.”
“아. 그렇겠네요.”
무당파만 해도 직전제자를 전부 포함하면 천여 명이 넘는다.
속가제자들이 그만큼 또 있다.
장문인이 직전제자들 인적 사항을 외우는 것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일 것.
물론 백린의각의 주인인 제갈린과 진천희. 그리고 두 명의 총관인 유호와 무월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전부 탈인간급 기억력으로 의각의 인원 전부를 기억하니까.
무월의 경우는 본래 탈인간이 아니었지만, 영혼의 순수를 버리고 강제로 탈인간이 되어버린…….
무월을 위한 짧은 묵념.
“좋다. 한번 가르쳐 보거라. 나도 그랬었지만… 의외로 가르치면서 배우는 바가 있단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나저나 그쪽에서 사람이 오려면 며칠 더 걸릴 터. 그동안은 무엇을 하려느냐?”
“일단 사전답사를 하려고요.”
“사전답사?”
“예. 백학루에도 제갈세가 비법 만두를 팔 거지만, 사실 백린현을 부흥시키려는 목적도 있으니까요.”
진천희는 그리 말하고는 차를 한 모금 삼켰다.
그런 제자의 미간을 스승은 물끄러미 바라본다. 진천희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통합된 지역은 아직 개발이 덜 되었으니까 돌아다니면서 지역 상황을 살피고 개발 방향도 고민해 볼까 하고요. 예전보다 지역과 인구가 늘어나니까 전처럼 책상에만 앉아서 일하면 곤란하겠더라고요.”
“흐음……. 잘 생각했구나. 확실히 위정자는 주기적으로 백성의 삶을 살펴야 하는 법이지.”
스승님은 즐거운지 부채를 흔드셨다.
‘어째 만두 하나로 일이 이렇게 커졌는걸?’
왜일까.
분명 시작은 스승님의 만두 비법 전수였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스노볼처럼 굴러 거대한 무언가가 되고 있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건가?’
스승님이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만두에 어울리는 차는 생각해 두었느냐?”
“아차! 그것도 고민해 봐야겠네요.”
진천희가 손뼉을 쳤다.
제갈린은 그런 제자를 즐거이 감상했다.
계획대로.
* * *
파리가 날고 있다.
굶주린 사람이 쓰러진 채로 담벼락에 몸을 누인 채 잠든 것인지 혼절한 것인지 모를 상태가 되어 눈을 감고 있다.
숨은 쉬고 있는 것 같으나, 벌레가 몸을 기어 다닌다.
다른 한쪽에서는 깡마른 눈으로 진천희를 보고 있었다.
진천희는 가준화의 조카가 오기까지 얼마간의 시일이 더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백린현을 돌아다니면서 답사를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특히 진천희가 집중적으로 보는 곳이 바로 이 장소.
빈민가.
백린현은 분명 일자리가 많고, 다른 지역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치안이 좋은 곳이지만 아직도 빈민가는 존재했다.
새롭게 통합된 지역에 존재하던 빈민들과 이제는 사라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아직 많이 남은 빈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여러 가지 악조건 때문에 계속해서 빈민인 경우도 있다.
아편, 도박 같은 것들.
가난은 나라님도 구해줄 수 없다.
그런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것처럼.
백린현에도 그림자는 존재했다.
진천희와 함께 안내를 나온 개방 거지들은 생각했다.
‘일광은 일광이군.’
‘혹시 빈민가 사람들을 내쫓고 다 밀어 버릴 생각인가?’
대부분의 현령들은 빈민가는 없는 셈 친다.
그쪽으로는 관리들을 배치하지도 않고, 행정 구역도 일부러 누락시켜 기록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그도 그렇지 않나.
빈민가는 애물단지다.
빈민가가 있기 때문에 치안이 안 좋고, 병마가 돌고, 사고가 터진다.
그걸 또 기록하면 위에서 분명 이런저런 귀찮은 질문을 할 수 있기에 그냥 다 누락시킨다.
마치 아이가 오물을 이불로 덮어 숨기는 듯한 행위.
대부분의 현령들이 하는 일이다.
허나 아주 가끔 빈민가를 없애려고 하는 현령도 있다.
사람들을 내쫓고 더러운 집에는 불을 지른다. 그리고 그 땅에 다시 새로운 집을 짓는다.
그렇게 되면 빈민가 거지들이 거기 사나?
아니었다.
새로운 집에는 돈이 있는 다른 이가 들어서고, 원래 있던 빈민가 거지들은 더욱 외곽까지 밀려나서 거기서 움집을 짓고 살게 된다.
더욱 빈해진다.
‘가끔 쌀이나 돈을 푸는 경우도 있지만 그때뿐이기도 하고.’
쌀은 먹어서 없어지고, 돈은 술로 바꾸고 없어진다.
그 돈을 기반으로 평범하게 양민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농지를 배분하기도 하지만, 그 농지를 다른 양민에게 팔아서 오늘 먹을 술을 챙기고 끝내는 일도 많다.
인간은 뭐든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빈민가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이 모이지 않으니 포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 포기는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전염된다.
관은 그들을 포기한 지 오래고, 흑도들은 그들의 고혈을 짜먹는다.
하지만 일광은 기묘했다.
보통의 관처럼 포기하지도, 내쫓지도 않는다.
‘거기다 시찰도 매일같이 오고 있으니.’
거지들은 생각했다. 대체 이놈은 무슨 생각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빈민가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야 하는 것 같은데…… 말이지.’
그렇다고 도망치는 것도 아니었다.
진천희는 낡은 무복에 얼굴에는 역용을 하여 평범한 무인으로 모습을 가장했다.
황구도 뇌진도 없으니 누구도 일광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빈민가를 조금씩 줄인다고 줄여 봤는데 여전히 많구나.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려나.’
본래 인구의 배가 넘는 인구가 추가되었다.
기존에 정리되던 빈민들 외에 새로운 빈민들이 들어선 것이다.
이럴 때 쓰이는 효과적인 정책은 역시 그거다.
바로 뉴딜 정책!
대규모 토목 공사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그들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게 한다.
전에도 그렇게 했었고, 빈민들의 수를 거의 줄게 만들었다.
그러나 새롭게 추가된 지역의 빈민들은 과거에 다루었던 빈민들 숫자의 몇 배!
‘이 망할 골드&실버 왕야 놈들이 나 엿 먹이려고 계속 관리 구역을 던져줘!’
뭐 하나 처리할라치면 계속 일이 쌓이니 미칠 지경이다.
등 뒤에서 두 왕야가 크하하핫 웃는 기분이 든다.
‘내 반드시 작살 낼 것이요.’
이 분노, 금왕야 어금니라도 쑤셔서 풀어버리겠다고 사악한 계획을 세웠다.
‘스케일링 맛 좀 봐라! 이놈들아.’
인정사정없이 치석 제거해주마.
제아무리 가증스러운 황제라도 치과 의자에 앉으면 진실해질 것이니!
일광은 사악한(?) 흉금으로 은원을 품었다.
오늘도 강호에 은원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