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08
제 708화
어찌 보면 가씨세가 방침이 맞는 부분이 있다.
인간이 파도를 바꿀 수 없으니, 주어진 파도 안에서 항해를 해야 한다는 것.
거기에 K-민국의 피까지 합쳐지니 더욱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음… 요즘 왜 이렇게 다들 느리……게 느껴지지?’
현원전단신공의 체감시간 때문일까.
요즘 들어 어두운 눈 색으로 있는 시간보다 푸른 눈으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업적작이 저기 있는데 어서 해야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빠르게!
그래서 진천희는 빈민가를 개발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하고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본래 제갈세가의 비법 만두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 객잔 프랜차이즈를 하면서 겸사겸사 민생도 돌보겠다는 작고 소(?)박했던 계획이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스케일로 진행되고 만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
계획을 위한 계획. 계획의 계획의 계획의 계획의 계획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현원전단신공으로 되살려낸 전생의 너튜브 영상들과 각종 심심풀이로 읽었던 논문들이 망령처럼 되살아나 하나로 합쳐지니.
결론이 도출되고 말았다.
퀘스천 앤드 앤서!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돈을 팍팍 쓰는 것!
부정부패가 없이 세금이 걷히고, 그 결과 백린현은 돈이 남아도는 지역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 돈으로 무엇을 시작했는가?
바로 지금의 공사 현장이다.
우선 빈민가의 사람들이 거주할 ‘멀쩡하고 깨끗하며, 제대로 상하수도가 갖춰진 집’을 대량으로 건축하기로 결심한 우리 일광 진천희 현령.
‘어떻게 하면 가격은 더 다운시키면서도, 더 튼튼하고 좋은 집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집이 너무 좋아져 버리면 주변 주민들 반발도 엄청날 거고.
그 집을 뺏으려고 무슨 짓이든 하는 놈들도 나올 것이다.
상당수의 빈민은 그 집을 나와 더 나쁜 곳으로 돌아가게 될 터고.
중용이 필요했다.
‘일단 움집보다는 나아야지.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도 주어져야 하고.’
큰할머니 사골 곰탕 같은 전생의 기억을 한 번 더 우려내서 찾아낸 것이 바로 이것이다.
지구 별의 공법을 응용한 조립식 건축물!
한 장소에서 벽과 지붕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집을 지어야 할 곳에 가서 조립한다.
지구 별처럼 기중기나 대형 트럭이 없으니 벽과 지붕 역시 조각내서 조립하는 형태로 만든 것이 특징.
다른 집들보다 좋냐 하면 그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시대의 집은 한 집에서 대를 잇고 살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니까.
허나, 토굴이나 움집보다 훨씬 좋고.
화장실이나 작두 펌프도 마련되어 있어서 위생적으로도 훨씬 낫다.
벽과 지붕 같은 조립식 건축물의 공방을 만들어 빈민가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은 덤.
거기에 이 대량으로 만들어진 부품들을 조립하고 집을 짓는 인부 역시 ‘빈민가’ 사람들을 고용한다.
이른바 뉴딜 정책의 응용기인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빈민가 근처에 그렇게 새롭게 집을 짓는 한편, 빈민가 사람들에게는 긴급 구호 물품을 뿌려댔다.
깨끗한 물, 임시로 쓰일 간이 목욕탕, 그리고 한 종류밖에 없지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깨끗하고 신선한 음식.
거기에 이들 빈민들의 미래를 위한 준비 역시 착착 들어간다.
황무지 개간 사업!
이들에게 집을 준 이후에는, 이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개간을 하면서 수로 공사와 저수지 조성 공사를 빼먹을 수 없다.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있어야 하니까.
결국 나중에 가서는 빈민 거의 대다수를 이 대규모 공사에 밀어 넣을 수 있었다.
가히 수만 명이 동시에 동원되는 대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수만 명의 빈민들을 고용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돈은 천문학적인 수치로 뛰어오른다.
거기에 수로, 저수지, 주택, 황무지 개간까지 전부 한다?
당연하게도.
무지막지한 자금이 소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놀라운 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도 백린현의 재정에 구멍이 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부정부패 없는 세금의 위력이었던 것이다.
진천희는 그렇게 공사 현장에서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농경지 개발 쪽은 관리들을 파견했으며, 건축물 조립식 부품 공장 쪽은 처음에만 관여하고 지금은 백린의각 산하 사업부에 맡겨둔 상태였다.
공장 같은 경우에는 행정부 관할로 하면 나중에 문제가 복잡해져서, 민간 사업자(?)인 백린의각 사업부로 만든 것.
훌륭한 정경유착!
하지만 이 시대에는 이렇게 해야 도리어 일이 잘 굴러가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그 순간, 진천희의 몸이 휘청였다.
‘어라?’
살짝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세상은 한없이 느리게 지나갔고.
진천희는 곧바로 다시 자세를 잡았다.
보통 사람은 느낄 틈도 없는 짧은 시간이었기에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탁-
누군가가 어깨를 붙잡는다.
뒤를 돌아보니 유호였다.
“어, 유 총관. 언제 온 거야?”
“주인님께서 슬슬 가 있으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스승님이?”
슬슬 가 있으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쯤 가보면 될 거라는군요.”
‘과로를 염려하시는 건가. 그런 거라면 괜찮은 것 같은데.’
그저 한 번에 많은 일을 하게 된 것뿐.
수면 시간은 유지하고 있다.
“뭐어, 그래. 우리 유 총관이 와주면 나야 땡큐지. 환영이야~”
느물거리며 걸어간다. 걸음걸이가 기묘하게 휘청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는 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천하일광 아닌가.
이 걸음도 보통 사람은 모르는 신묘한 이치가 있거나, 아니면 괴상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말기 마련.
유호는 뒷짐을 진 채 그런 진천희의 뒤를 좇는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였다.
‘아이고, 유 총관이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원.’
거구가 주는 위압감도 있고, 평소 표정 변화가 그리 많은 양반이 아니다 보니 다른 의각 당주들조차도 무서워하는 자였다.
그런 유호를 상대로 진천희가 껄렁이며 말했다.
“과자 먹을래? 유 총관? 그렇지 않아도 유부 도넛 만들었었는데. 기다려 봐 봐.”
푸른 눈동자가 꺼질 줄 모르고 끊임없이 빛났다.
* * *
“업무 종료! 수고하셨습니다!”
공사 지휘를 끝낸 진천희.
그는 높이가 십 장이나 되는 단상에서 휙 뛰어내렸다.
탕!
저 높이에서 그냥 뛰어내리는 것은 제아무리 강호인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나 진천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면에 착지했다.
이래 봬도 무영신투에게도 무공을 전수받은 몸.
이 정도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현령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현령님!”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진천희는 바쁘게 걸어갔다.
“나갈 때 설탕 당과 하나씩 집어 가요~ 애들한테 이런 거 물려줘야 점수 따는 거야.”
“내가 부모인데 뭣 하러 점수를 땁니까? 지금도 뭐만 했다 하면 아빠, 아빠, 엄마, 엄마 내 엉덩이만 졸졸 쫓아다니던데.”
“지금이 좋을 때예요. 지금 잘해 줘야 커서도 애가 잘하는 거지. 무슨 효심이 알아서 솟아오르나?”
진천희는 낄낄거리며 애 아빠에게는 설탕 당과를 하나 더 얹어주었다.
“대체 하루에 이걸 다 어떻게 한 겁니까? 현령님은 하루가 30시진은 되는가 봅니다.”
“오늘은 부술 일정이 없어서 다른 데 신경 좀 쓸 수 있었어요.”
그랬다.
백린의각에는 이제 수많은 상의원들이 포진해있고. 그들도 웬만한 부술은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진천희는 내공이 필요한 부술에 불려 가는데, 그마저도 사마혜를 비롯한 영약 빨아온 상의원들이 점차 대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이렇게 남는 날도 생겼다.
그날에는 현령으로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지.
“현령님은 혼례도 안 하셨으면서 뭐 그리 애를 잘 안대?”
“들어 봐요. 내가 하의원부터 이렇게 맛난 것만 맥이니까 애들이 상의원이 돼도 안 도망가고 효도하잖아. 이것도 애 키우는 거랑 똑같다니까? 심지어 애보다 더 영악해요. 얘들이!”
이건 상의원 말도 들어 봐야 한다.
상의원이 들었으면 소름이 돋았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악덕 교수는 말을 이어나갔다.
“어릴 때 잘해줘요. 그때 잘해주면 평생 가요. 걔도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기왕 이 세상에서 인연 맺은 거 잘해줘야지.”
기묘한 철학이었다.
“건강에 좋은 것도 많이 먹이고 있으니까, 가끔 이런 군것질거리도 먹여주고.”
진천희는 사악하게 큭큭큭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시야가 한번 핑그르르 돌았다.
휘청거리지는 않는다.
‘음? 이상하다? 아침에 대주천하면서 느꼈을 때는 평소처럼 건강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유호가 뒷짐을 지며 그를 바라본다.
유호가 만든 그림자 덕에 햇빛이 가려졌다.
“……이제는 뭐 할 겁니까?”
“건축 공사 쪽 일이 끝났으니 의각으로 돌아가서 가월을 가르쳐야지.”
“그러십시오.”
“헤헤헤.”
* * *
‘벌써 기다리고 있네.’
진천희는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
공사장에서부터 경공을 발휘해 엄청난 속도로 되돌아온 것.
무영투괴의 무공까지 전수받았기에, 속도에 있어서는 강호에서도 이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할 만하다.
여기에 장거리 이동이 필요하면 황구에게 업혀서 가면 되니 작정하고 강호를 주유하려 하면 잡을 이들이 많지 않을 터였다.
그렇게 의각에 와서 연무장으로 와 보니 이미 가월이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스승님, 오셨어요.”
가월은 좌선을 하고 앉아 호흡을 하던 중이었다.
“내공 수련하고 있었니?”
속가제자.
제자로 받았으니 이제 진천희도 말을 편히 하기로 했다.
가월은 그게 좋은지 내심 히죽이며 웃었다.
“예. 스승님. 내공은 평생 수련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요.”
“천룡불사기공(泉竜不死氣功)을 꾸준히 익히도록 하렴. 내가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스승님께서도 이미 검증을 해 주셨던 것이니 아주 훌륭한 신공절학이란다.”
천룡불사기공.
이것은 진천희가 과거 황궁 비고에서 얻었던 천룡공과 불사신공, 거기에 더해서 곤륜파의 신공절학인 상청무상신공의 무리를 하나로 합일시켜 만들어낸 신공절학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내공을 모을 수 있고, 동시에 몸의 상처를 빠르게 자가 치유하여 재생하는 비의를 가지고 있다.
경지에 이르면 심장을 찔린다 하더라도 즉사를 면할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의원을 찾아가든, 모셔 오든 하는 거지.’
보통은 급소를 찔려도 적을 물리치기 위해 이러한 무공을 익히지만 진천희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의각이든 의방이든 도착할 수 있게 시간을 버는 것을 중시했다.
자동차가 없는 동네라 자칫 의방까지 삼 일을 말 타고 달려야 하는 수가 있고, 그 의방에 도착해도 앵속이나 쥐여 주고 마는 수가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단점으로는 내가진기의 형질이 파괴력을 내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
그러다 보니 다른 무공들에 비해서 진기의 파괴력이 삼 할 이상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최고의 호신기공이라고 할 수 있는 무공!
‘일단 내 목숨이 중하지, 남 죽이는 게 중한가.’
진천희는 생각했다.
은원도 살아야 푸는 거 아닌가.
대화로 못 풀면 돈으로라도 풀 수 있으면 되는 거고.
꼭 칼로 서로를 꽃꽂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