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17
제 717화
가준화가 버선발로 달려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소각주님!”
“가게가…… 대박이네요?”
“제갈세가의 전통 만두라고 하니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지 뭡니까?”
“오오, 그렇군요?”
“그동안 세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객잔에서 만두를 팔곤 했지만 이렇게 아예 대표로 걸고 파는 일은 처음이니까요.”
과연 공명 선생이다.
이름값만으로도 이렇게 사람이 모일 수가 있구나.
“관운장은 수호신으로도 모시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제갈공명께서는 등선했다고도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그런 제갈공명이 직접 창안한 만두. 그 비전의 만두를 판다고 하면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오오, 그렇군요.”
돈이 모이는 소리가 들렸다.
잘될 건 예상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진천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가준화가 그런 진천희에게 양손을 비비며 말했다.
“공부가주도 그래서 팔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공부가주(孔府家酒).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사람들 중 한 명인 공자.
공부가주는 바로 그 공자의 가문에서 제사용으로 사용하는 술을 뜻한다.
실제로 공가에서 양조했던 이 술은 지구 별에서는 현대로 오면서 공자의 고향인 산동성 곡부(曲阜) 지역의 특산품으로 자리 잡을 정도.
다만 짭이 엄청 많아서, 진품 구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거기다가 진짜로 그런 술을 빚은 게 맞나?
정통성이 있니 없니 하는 이야기도 있다만, 그래도 제대로 만든 건 엄청 맛있는 모양.
‘이 세계에서도 공부가주는 명주로 인정받았었지?’
공자 가문의 술.
이쪽은 논란이 일어날 것도 없이 그쪽 주조장에서 후손들과 마을 사람들이 같이 만들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여기도 짭이 많다.
두창 백신도 짭이 있는데 술이라고 짭이 없을 리가.
‘물론 술이 명주이기도 하겠지만, 공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욱 잘 팔린다는 거로군.’
천일취 만들 때 시험 삼아 진짜 공부가주를 마신 적이 있는데 향이 깊어서 놀랐다.
‘그러고 보면 스승님도 제갈세가의 이름을 쓰면 더 크게 번창하실 수 있을 텐데 여태 안 하셨지. 모르실 분이 아니었을 텐데…….’
스승님은 그동안 제갈세가를 싫어하셨다.
그러다가 무슨 마음의 변화가 생기셨는지 진천희에게 하나씩 만두를 가르치고, 그 정신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니까.
‘아예 제갈세가의 이름을 이용해 만두를 팔기 시작한 것도 원래라면 있을 일이 아니었지.’
제갈의각이 아니라 백린의각.
세가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조차 그리 달가워하는 눈치가 아니었으니까.
‘나한테 아버지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일까.’
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그에게 가족이라는 걸 가르쳐주신 분이니까.
“그나저나, 무슨 일로 황도에 다 오셨습니까?”
“입궐하라고 황궁에서 명이 내려와서요. 일단은…… 네… 현령이다 보니까…….”
“아하, 황궁의 일이시군요. 그러면 본 백학루에서 일단 여독을 푸시고 들어가시려는 겁니까?”
“네. 씻고 의관을 정제하고 들어가야 하니까요.”
“준비하겠습니다. 소각주님.”
“그러면 부탁할…….”
그때 일단의 무리들이 다가왔다.
“백린현 현령 진천희 공은 계십니까?”
금의위!
금의위는 동창과는 다르다.
동창이 첩보, 감찰을 주로 한다면, 금의위는 황궁을 수호하는 경비대라 할 수 있었다.
‘와, 한 명, 한 명 기세가 엄청나구나.’
금의위 최말단 요원이 되는 것도 엄청 빡빡하고, 최소 무공이 일류는 넘어야 한다 들었다. 그 말대로 그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제가 진천희입니다만…….”
“황상께서 속히 입궐하라고 하십니다.”
“어……. 아직 의관 정제도.”
“그것도 황궁에서 하라는 명이십니다.”
무섭다.
‘아니, 무슨 깡패야?’
어이가 없어졌다.
“아. 예.”
진천희는 그렇게 백학루에 겨우 인사만 하고 황궁에 끌려갔다.
* * *
황궁 뒷문으로 끌려가니 환관들이 진천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쿠!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요오~”
수염도 안 난 환관들 손아귀가 얼마나 억센지 진천희는 그대로 끌려가 씻김을 당하고 의관도 정제당했다. 그리고 관복까지 입은 후, 다시 정문으로 가서 입궐했다.
‘내 인권……. 없어.’
이놈의 황상 놈들이 그거 기다리기 싫다고 사람을 붙잡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진천희는 죽창이 그리웠다.
만약 투표로 뽑았다면 이 새끼들이 결코 이렇게 사람을 대하지 않았으리라.
‘그래도 내가 나름대로 표 100장 정도는 책임지고 있지 않나?’
허나 무림 월드에서는 인간 목숨이 파리 목숨이고, 인권은 혈통 피라미드 아래에 있는 무언가였다.
‘아무리 봐도 황건적이 난을 성공했어야 했다. 단두대 들고 황상의 목을 쳤으면 무림 월드도 민주주의 패치가 됐겠지.’
진천희의 얼굴에서 역모의 상이 보였다.
아무튼 그 생각을 하며 입궐을 하니, 육부의 수장들이 모두 앉아있었고, 대전에는 황제도 앉아있었다.
‘으아니……. 어전회의잖아? 그동안은 조용히 부르더니 이번에는 어전회의에 사람을 불러?’
진천희는 이놈들의 치아를 아주 그냥 치석 하나 남기지 않고 쑤셔주겠노라 맹세했다.
그래도 배운 대로 걸어가서 예를 표했다.
“신하 현령 진천희가 황상을 뵈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진 현령은 일어나라.”
“망극하옵니다.”
슬쩍 눈짓으로 표 안 나게 위를 올려다보았다.
주렴 아래로 보이는 얼굴은 금왕야인지 은왕야인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되었건 표정이 황제답게 참 오만한 게 밥맛이 떨어졌다.
“오늘 진 현령의 업적을 치하하고자 이리 불렀느니라.”
오오오오!
그 말에 다른 대소 신료들이 웅성인다.
“강호와는 또 다른 추임새군. 이거.”
강호인들이 추임새를 넣을 때는 이런 말 해도 되나 싶다만, 약간… 욕설이 좀 들어간다.
아무리도 사람을 써는 게 업이다 보니, 저잣거리 사파들은 다들 약간…… 욕을 습관처럼 쓴다.
특히 놀라서 하는 추임새는 더욱 그랬다.
현대어로 번역하면 ‘와……. X발…….’ 정도인데.
여기는 황제의 앞이니 아무도 욕을 안 하고 있어 보이는 말로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진천희는 고급진 황궁의 격을 느꼈다.
황궁의 황금 지붕이나, 때깔 좋은 대소 신료들의 낯빛, 귀티가 흐르는 황금 용포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니라.
바른말 사용으로 그런 걸 느끼다니…….
스스로도 좀 이상한가 싶지만 아무튼 그랬다.
“태감. 진 현령의 업적을 말하게나.”
“예이~ 진 현령께서는 현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역병을 잡아 현의 기강을 바로 세웠으며…….”
그리 말하며 줄줄이 읊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대소 신료들은 ‘오오! 역시!’, ‘크흠, 과연!’, ‘명불허전이군!’이라는 추임새를 넣었다.
이상했다.
‘분명 예전에는 세금 왕창 쓰는 거 보니 구린 데가 있다며 쌍욕을 했는데? 얘들이 왜 이렇게 나한테 착하지?’
문득 진천희는 한이정과 눈이 마주쳤다.
‘헉…….’
그리고 가완도.
‘허억…….’
그랬다.
태양장군 육헌은 그야말로 정치에 뜻이 없어 무문에 전념하고 살고 있지만 한이정과 가완은 좀 달랐다.
그렇게 제독태감이 진천희의 업적을 열심히 하나하나 치하한 후.
마지막 말이 올라왔다.
“그리하여 산모를 구하고, 신생아를 살리며, 질병에 고통받는 백성들을 크게 구휼한바 진천희 현령을 상으로 태수(太守)의 직에 봉하노라.”
태수?!
그 말에 절로 눈이 커진다.
‘미친, 태수라고?’
태수라 함은 현령의 상위 단계 직위.
화 제국은 지역을 성, 군, 현으로 나눈다.
진천희가 사는 동네를 보면 강소성 창려군(昌慮郡) 백린현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강소성은 한국으로 치면 경상도 같은 지역을 의미.
성주는 즉 도지사인 것.
백린현은 실제적으로는 창려군에 속한 지역이지만, 의국백의 식읍으로 하사받은 거라 일종의 자치권을 가진 지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창려군 전체의 인구가 백린현보다 많긴 하다.
보통 현이 3~5개 정도 붙으면 군이 되니까.
창려군에는 현재 가호로 따지면 백린현을 빼더라도 약 12만 호가 살고 있다.
‘백린현이 최근 유민까지 흡수해서 덩치가 불어났다고 생각한다면…….’
진천희의 등에 소름이 오싹하고 돋았다.
반면 대소 신료들의 생각은 달랐다.
‘기어이 불여우 같은 것이 황상의 총애를 업고 태수에 오르는구나!’
‘과거 시험 하나 치르지 않은 의원 나부랭이가 전쟁에서 공을 쌓았다고 한들 그렇게까지 하셔야 했나! 황상은!’
‘저 기생오라비 같은 면상을 보고 있으니 가완과 한이정을 홀려 관직을 꿰찼다는 말이 사실인 듯 하구나!’
겉으로는 표를 내고 있지 않지만 질투로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반면 진천희는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설마!? 창려군까지 떠넘김 셈인가! 이 망할 황상 놈들이 나한테 창려군까지 떠넘길 작정인가?’
진천희의 통곡을 모르는 대소 신료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한이정은 한이정이고, 가완은 가완이었다.
제국팔가가 무서운 줄은 알지만 그래도 진천희와 적이 된 제국팔가도 있지 않나.
이부상서가 입을 열었다.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진천희 현령은 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어 태수의 직위는 무리이옵니다.”
이런 미친 승진을 두고 볼 수 없었다.
황상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그러한가?”
“그러하옵니다. 폐하! 게다가 그는 의국백의 식읍지인 백린현의 현령이옵니다. 그 직위를 군의 행정을 총괄하는 태수에 올린다면 그가 창려군의 군수를 겸임해야 할 터. 이는 황실의 법도를 어지럽히는 일이옵니다, 폐하!”
‘잘한다. 잘한다!’
진천희는 속으로 이부상서를 응원했다. 이대로 반대에 부딪쳐 일을 덜하게 된다면… 제발…….
이러고 살 수는 없다.
피도 눈물도 없는 황상 트윈즈들아!
그 말에 황상이 말했다.
“이상하구나. 짐은 창려군의 태수로 삼겠다 말한 바가 없다만?”
흡!
그 말에 조정 신료들의 숨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우와, 재미있네.’
은근히 막장인 듯하면서도 일사불란하다.
‘곱게 자란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서 그런가.’
저 어디 지방 관료면 모를까, 황상 앞에서 이렇게 부복할 수준이 되려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어렵다.
뒤에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유복하게 자란 사람들이 모인 집단,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황상은 그런 그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들으라.”
목소리가 대전 전체를 울렸다.
조정 신료들은 황상의 위엄 있는 목소리에 입을 다물고 부복했다.
“백린현의 가호가 이제 육만 호에 달했도다. 이는 주변의 현령들이 진 현령보다 못했음이 분명하며, 진 현령의 업적이 훨씬 뛰어남을 뜻한다.”
“…….”
“때문에 백린현을 백린군으로 승격하고, 백린군의 태수로 진천희를 임명하노라. 이부상서, 문제가 있느냐?”
일단 땅을 더 주지는 않고 직책만 높이겠다는 뜻!
“폐하의 지혜가 하늘에 닿았사옵니다!”
이부상서 이놈은 이 정도에서 만족한 모양이었다.
‘이놈들아! 더 반박하라고! 내가 낙하산을 이렇게 타고 내려오고 있는데 어서 더 쏘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