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30
제 730화
진천희는 동전을 내려놓고는 곧바로 식사를 대접받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고기 구이.
현대로 치면 케밥과 비슷한 요리였다.
“오오, 맛있군요!”
“표정이 바로 바뀌는군. 먹을 게 그렇게 좋나?”
진천희는 대답 대신 웃기만 했다. 여관주인이 말했다.
“연주를 잘한다면 만드는 비법을 전수해주지.”
진천희는 여관 주인장이 마음에 들었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진천희는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짐을 내려놓고 곧바로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 마을에 온 것은 혈선교를 추적하고 우역의 피해를 가늠하기 위해서였으니까.
* * *
황구는 진천희를 지키듯 옆에서 따라다녔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알게 된 바에 따르면…….
“옛날에는 소가 열 배는 더 많았어. 하지만 어느 순간 픽픽 나자빠지는 게 아닌가. 주술사들이 온 힘을 들여서 살리고 있지만 쉽지가 않네.”
숙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죽은 소들을 어딘가로 나르는 게 아닌가.
‘역시 우역 때문에 엉망이군. 그래도 제법 주술 덕에 버티고 있는 건가.’
지구와는 달리 그래도 믿을 구석이 하나는 있었다.
그렇게 둘러보며 돌아다니는 와중.
진천희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먹을 거……. 먹을 거 좀 주세요.”
“선생님… 뭔가…… 맛있는 거 주세요.”
아이들은 이방인인 진천희를 에워싸며 먹을 것을 구걸했다.
황구의 덩치를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허기가 문제였다.
바짝 마른 몸에 내장만 툭 튀어나와있는 상황이었다.
‘주술이 있다고 해도. 역시 지구와 완전히 다르냐면 그것도 아니구나.’
우역이 쓸고 지나가는 중이다. 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있을 것이 뻔했다.
사실 이 도시가 이 정도로 평화로운 것이 이상할 정도다.
지구 별의 역사에서 보면 아프리카 지역의 우역 대기근으로 아사자가 속출했으니까.
이 목장 도시는 아직 아사자가 속출하는 인세의 지옥 같은 형편은 아니었다.
여관 주인만 해도 아직은 여유로워 보였으니까.
그러나 가진 게 없는 이들에게는 이제부터 고통의 길이 길게 이어져 있다.
진천희는 품에서 건조식을 꺼냈다.
“이걸 물에 넣고 끓이면 죽이 완성되거든? 잠시만.”
품을 털어서 건조식을 모두 아이들 손에 쥐여 준다.
“와아아아! 고맙습니다아아아!”
“밥 생겼다! 얘들아!”
“맹인 놈이 우리한테 밥 줬어!”
마지막 한마디는 안 해도 좋았으련만. 하지만 뭐, 애니까. 그게 사람이니까.
진천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
‘그나저나 여기 관리들은 아무 것도 안 하는구나.’
왕이 있을 뿐이지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다.
그 지방에 호족이 자리 잡고 있지만, 시험 봐서 올라가는 관리가 아니니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리고 뇌물을 받은들, 세금을 쥐어짠들, 왕이 이들의 목을 치는 일은 어지간하면 없다.
역모를 꾀하는 게 아닌 한…….
‘으음……. 관료제가 단점이 많지만 이걸 보면 왜 필요한지 알겠어.’
그렇게 진천희 현령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문득 독경 소리가 들렸다.
뭔가 이상했다.
보통 독경이라고 함은 마음을 맑게 하는 용도가 아니던가.
이 독경은 난생 처음 듣는 말인 데다가 그 분위기도 묘하게 끈적이기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설마?’
소리가 들리는 곳은 아이들이 사라진 골목 안쪽.
진천희는 그것을 따라 들어가 본다.
낡고 허름한 집 사이에 있는 작은 공터에서는 피처럼 붉은 가사를 입고, 머리를 민 승려가 육포를 빈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하나 같이 내장이 보일 만큼 마른 사람들이었다.
입고 있던 옷도 다 해졌는지 살이 거의 보일 지경.
건강도 좋지 않은지 지독한 냄새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려는 표정 하나 찌푸리지 않고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다.
진천희는 조용히 황구의 머리를 쓸었다.
황구는 진천희의 눈치를 보더니 코를 킁킁거린다.
승려가 나누어 주는 육포의 냄새를 맡는 것이다.
컹.
이상한 음식은 아니라는 뜻.
이윽고 빈자들이 모두 음식을 가지고 돌아가자 승려가 입을 열었다.
“누구신데 소승의 행사를 지켜보고 계신지요?”
“방랑하는 악사인데 생소한 독경 소리를 들어서 걸음하게 되었습니다.”
“술의 길을 걷는 분이신가 보군요. 저는 혈불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미욱한 승려 타양이라고 합니다. 속세의 이름은 버렸기에, 그저 타양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목소리가 낮고 편안했다.
마치 아이에게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혈불의 가르침을 따른다…….’
불길한 이름이다.
하지만 속단하기에는 이르기에 진천희는 물었다.
“아이들에게 육포를 나눠 주시고 계시던데…….”
“저 아이들은 부모를 잃었거나, 병들어 쇠약해진 가족을 둔 아이들이지요. 아직 어리기에 일하지 못하고 굶고 있으니. 이 어찌 긍휼히 여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소승은 그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게끔 돕고 있을 따름입니다.”
“훌륭하시군요. 혹시 어느 절의 분이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승려에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혈불사에서 수행하고 있지요.”
‘혈불사! 그렇다면 일전 마적들과 함께했던 혈불승과 동류!!’
혈불사의 승려가 여기서 선행을 하고 있다!?
마적들과 혈불사는 한패가 아니었던 건가?
‘하지만 이 사람이 거짓을 말하는 건 아니야. 몸의 움직임, 근육의 반응, 전부 진실. 아니면 이자가 선한 사람인 건가? 혈풍사와 같이 있던 혈불승이 타락한 악인?’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처음 보는 사람을 바로 의심하는 것은 나쁜 버릇일지도.
소림사에도 파계승은 있지 않던가.
하지만 진천희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묘하게 냉랭한 태도를 느꼈음에도 승려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그러면 시주께서 궁금하신 점은 전부 말씀드린 것 같군요. 인연이 있다면 다시 뵙겠습니다.”
그는 더는 일이 없다는 듯 돌아가려 했다.
“참, 육포를 하나 받을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그는 망설이지도 않고 진천희에게 육포를 건넸다.
* * *
다른 사람을 실험으로 쓸 수 없으니 아예 먹어 봤다.
자신은 해독도 가능하고, 여차하면 주술에 대한 지식도 있으니 이만한 피험자가 없으니까.
‘독도 없고 저주도 없고……. 맛도 그냥 육포랑 똑같으시고.’
낑!
황구는 자기가 먹어야 할 육포를 주인이 뺏어 먹어서 실망한 모양이었다.
“어허! 불량 식품이면 어쩌려고.”
진천희는 품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육포를 꺼내 황구에게 먹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병든 이들이 많다고 했지…….’
진천희는 생각했다.
자신은 굳이 착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때문에 진천희는 주변을 좀 더 돌아다니며 환자들을 찾기로 했다.
우선은 황구의 덩치를 조금 더 키운다.
그리고 즉석으로 주변에 굴러다니는 나무 막대기 하나를 깎아내서 깃발로 만들었다.
이쪽 동네의 언어로 [신이 내린 치료 주술사]라고 깃발에 적는다.
그러자.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건조 식량을 내어 주었던 소녀였다.
“아저씨. 정말 치료할 수 있어?”
옛날 얼굴이라서 그런가? 아저씨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듣는다.
아이는 어렸고 말투가 어눌했다.
“당연하지.”
아이는 진천희에게 자신의 집을 소개했다.
딱 봐도 허름한 집으로, 집이라기보다는 움막에 가까운 형태였다.
악취가 지독했는데 나뭇가지를 태워서 그 냄새를 가리려고 한 흔적이 역력했다.
“부모님은?”
“죽었어. 나랑 동생들까지 삼남매뿐이니까.”
돌아가셨다는 것도 아니고 죽었다는 말을 아이는 너무나도 쉽게 했다.
‘돌봐주는 어른이 없는 모양인데.’
문득 어렸던 사마현이 떠올랐다.
사마현과 사마혜. 그리고 사마현이 혼자서 보살폈던 아이들.
사마현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스스로 자조했다.
석 노사 덕에 글을 익혔고 무공을 배웠으니까.
하오문과 지독하게 얽히게 된 것은 아쉽지만 자신보다 운이 나쁜 아이들을 많이 알고 있다고 했었다.
사마현이 생각하는 ‘운이 나쁜’ 아이들은 눈앞의 경우겠지.
무공은 당연히 모르고, 글도 익힐 수가 없는 아이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사마혜처럼 큰 병이 있는 아이는 없어 보인다는 것.
누가 더 불운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마현이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된 게 아닐까?
그리고 이 아이들은 나중에 스스로 운이 좋다 생각할까?
진천희는 손을 뻗어서 아이들을 진맥했다.
‘영양실조구나.’
흔한, 하지만 가장 지독한 일이다.
‘건조 식량은 이미 다 썼는데. 쓰읍. 여관에 가서 짐을 가져올까……?’
생각해보니 다른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주술과(果).
쟈시에게 배운 것.
‘생명력을 빨아내어서 열매를 맺는다. 그 생명력은 나 자신. 나를 제물로 주술과를 만든다.’
쟈시 앞에서 주술을 배울 때는 작은 짐승들로 했지만 사실 진천희가 하려던 것은 다른 일이었다.
‘이미 몇 번 시험하긴 했지만 무난히 잘됐지. 작은 짐승을 희생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고.’
미리 손등 위에 그려놨던 고어를 꺼내서 주언을 외우자 허공에서 붉은 열매가 맺히더니 진천희의 손에 떨어졌다.
탁-
원래라면 시체를 빨아먹는 나무가 생겨야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그저 열매만 창조해낸 것.
다른 주술사가 봤으면 기가 막혀 했을 엄청난 기예를 선보였으나 아이는 거기까지는 모른다.
다만 눈앞에 과일이 생겼으니 그것만으로도 놀랄 수밖에.
“이거 엄청 대단한 주술사만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래도 주술과가 뭔지는 아는 모양이다.
역시 쟈시는 훌륭한 주술사였다.
“먹어 봐.”
아이는 자신이 먼저 한입 먹으려다가 참고 가장 어린 동생에게 주술과를 먹였다.
새빨간 열매가 입안에 들어가자 헐떡이던 아이의 몸에 생기가 돌아왔다.
진맥을 해보니 활력이 눈에 띄게 돌아오는 게 보였다.
‘역시 보통 주술과보다 훨씬 효과가 좋아.’
사람의 목숨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 생명력으로 하는 것이기에 저주도 남지 않는다.
“우와아아! 당신 엄청 대단한 주술사였구나!”
“저렇게 뛰어난데 왜 앞이 안 보여?”
“바보야! 원래 주술사들은 정령을 보려고 일부러 자기 눈을 찌르기도 한댔어!”
그건 진천희도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나저나 주술과의 주술을 내 몸에 직접 사용했는데도 아무란 부작용이 없이 되는구나.’
주술과를 만드는 나무뿌리 주술은 정령과의 계약이 없어도 되는 주술.
그러나 이 주술을 사용해 생명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생명력을 가진 제물이 필요했다.
급해서 자신의 생명을 뽑을 생각으로 했는데, 조금의 쇠함이 없다.
‘이건 필시 [그것] 때문이겠지.’
* * *
소녀는 뛸 듯이 기뻐했다.
동생 둘을 혼자서 부양하고 있는 처지. 당연히 치료비는 비싸다.
그러던 차에 이런 도움을 받았으니 기쁠 만했다.
반면 진천희는 마음이 무거웠다.
‘언 발에 오줌 누기인 상황이지. 이건.’
구호 단체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결국 나라가 바뀌지 않는 한 죽는 사람들은 계속 죽는다. 아이는 계속 굶는다.
그 상황을 잠시 유보시켰을 뿐, 해결해줄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일주일은 이걸로 버티겠지.’
그 일주일만으로도 삶은 가능성을 향해 달리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