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39
제 739화
오아시스 옆에 지어진 거대한 석조 도시 남츠.
왕국의 왕도인 이곳은 놀랍게도 하수도가 따로 존재하고 있는 도시였다.
게다가 인구도 제법 많아서, 적어도 수십만 명이 이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 하수도는 어쩔 수 없이 생긴 것일 지도 모른다.
화 제국의 수도 역시 수십만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지만, 그 면적은 여기 남츠보다 몇 배나 더 넓었던 것.
남츠도 대도시지만 건물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이러니 하수도가 필수로 구축되어야 한다.
게다가 진천희가 돌아다니면서 확인해 본 바로는 하수의 정수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오아시스 호수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빈민이 많네.”
담진 왕국 전체가 교역이 발달한 국가라서 그런지, 왕도 안에는 빈민이 많았다.
특히 우역 파동 때문에 식량 수급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라서 그런지 바싹 말라 있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는 한 명의 승려가 사람들에게 설파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설마. 혈불사가 여기에…….’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간다. 그리고 그 설파의 내용을 들은 순간 진천희는 여하륜이 해 주었던 말을 기억해 냈다.
“미륵께서 곧 강림하시어 저희를 구원해 주실 것이니…….”
‘미륵교!’
혈불사는 아니다. 하지만 저 미륵교는 과연 어떨 것인가?
저들도 사이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진천희는 크게 숨을 내쉬며 마음의 무거움을 덜어냈다.
우역이 있음으로써 이 담진 왕국 전체에 여러 가지 혼란이 생기고 있음은 자명해 보였다.
모르는 척 그냥 돌아갈까?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이성이 속삭였다.
면식도 없는 타향 사람들 아닌가. 이렇게까지 타인을 도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문득.
진천희는 손톱 밑의 검은 자국을 보았다. 연초 자국이었다.
사람이 하나 죽었다.
의원이 하나 죽었다.
그는 어차피 타지 사람들이니 그냥 힘들어지면 도망치라는 명령을 어긴 멍청이였다.
그 녀석이 지킨 백신은 결국 마을을 살리는 데 쓰였지만, 본인 목숨은 이제는 없었다.
가족이 없는 놈이었다.
백환후 출신으로, 의각 내에서도 살짝 겉도는 놈이었다.
이 세계에는 죽음이 늘 가득하다. 양민도 관군도 마적도 수없이 죽는데, 의원도 다를 것 없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왠지 연초를 태운 손, 그 자국이 아직 남아서.
‘우선. 하륜이부터 만나야겠어.’
진천희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진천희는 이내 조금 음습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빈민들이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런 곳에 들어오면 이 지역의 깡패 혹은 사파들이 나타나야 정상이지만, 딱히 사람이 나타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황구가 향한 곳은 빈민 지역에서도 제법 번듯한 식당.
그 안으로 들어가자 제법 손님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하륜이가?’
개를 끌고 들어왔는데도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애초에 고개를 돌려 문을 통과한 진천희와 황구 그리고 뇌진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두세 명 정도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허름하고 낡은 옷을 입고 있고, 개중에는 신발을 안 신은 이도 있었다.
대다수가 빈민들.
그들 대다수는 죽 비슷한 음식을 먹고 있다.
그리 값나가지 않고, 배를 채울 용도의 음식인 모양.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황구가 진천희의 바짓단을 잡고 당긴다.
크응-
저 안쪽, 요리를 하는 공간 쪽으로 여하륜의 냄새가 이어지는 모양이다.
원래도 개는 냄새를 잘 맡지만, 영물로서 성장한 지금의 황구는 살아있는 추적의 화신 같은 존재가 되었다.
‘여하륜이 작정하고 황구에게 냄새를 숨긴다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니.’
그렇기에 진천희는 황구의 재촉에 조리실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모든 것이 돌변했다.
위웅!
기묘한 소리. 그리고 주변의 풍경도 변한다.
본래라면 빈민들이 죽을 먹고 있던 실내였지만, 벽면은 곰팡이가 가득하고, 바닥에는 인골과 썩은 고기 덩어리가 흩어져 있다.
식탁에는 사람이 아닌, 죽은 시체가 앉은 채로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혐오스럽고 끔찍한 풍경.
“크르르릉-!”
황구가 몸을 부풀리며 짖어 댄다.
그러자 주변 시체들이 이쪽을 휙 돌아본다. 흡사 살아있는 사람처럼.
하나같이 피부가 벗겨지고, 얼굴 여기저기가 썩거나 찢겨져 있었다.
훼손된 시체들이지만, 벌레 같은 건 없어 보인다.
그것이 더 끔찍하고 기괴하다.
강시 같은 것도 아닌, 무언가 다른 것.
‘무슨 설화에 나오는 시귀(屍鬼) 같은데? 하지만 어째서 여기에 시귀가 있지? 강호에서도 시귀를 직접 본 자가 없다고 했는데…….’
주술을 접하게 되면서 알게 된 지식이 제법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귀는 흔한 전설이다.
실제로 좀비는 없지만 어린아이도 좀비는 아는 것처럼.
시귀 설화는 지역마다 그 명칭과 습성, 행동은 제법 다르지만 공통된 사항이 있다.
시체가 일어나서 사람을 덮친다.
어찌 보면 지구 별에서 유행하던 좀비 같아 보이지만, 그 원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저것들은 죽은 시체에 악령이 달라붙거나, 혹은 죽은 자 스스로의 원념과 원혼에 의해서 움직이면서 산 자를 죽이려고 들기 때문!
그러나 이런 시귀가 자연스레 나타나는 것은 그야말로 옛날 전래동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진천희는 과거 체(彘)라는 영물인지 요괴인지 모호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백천군이 한 이야기가 기억났다.
경계가 흔들린다.
신이한 것들이 더욱 쉽게 현세를 활보할 수 있다.
진천희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 이 담진 왕국에서도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저들 혈선교가 사술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시체들이 덤벼들었다.
“카아아아!”
“사아아아!”
인간의 소리가 아닌, 죽은 자의 사악한 괴성이 울린다.
보통 사람이라면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흔들려 주저앉고 말았으리라.
시귀들이 일제히 진천희를 향해 덤벼들었다. 썩은 악취 속에서도 진천희의 표정은 태연했다.
‘첫 수는 명조령(鳴鳥鈴).’
진천희에게 있어 무공이 계산이라면 주술은 감각이다.
그렇기에 선택받은 자들만이 쓸 수 있는 게 주술이고, 그 선택받은 자들 중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태연하게 주술을 쓸 수 있는 이는 더욱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주술사들은 정해진 제단 위에서 제를 지내면서 주술을 쓰는 것이 기본이었으니까.
그저 의지만으로 청년의 피가 응답한다.
옛 약속.
그것은 잊혀진 고대의 존재를 그리며, 부르고, 마침내 손끝에서 구체화되었다.
진천희는 곧바로 돌 비파를 튕겼다.
딩딩딩딩!
명조령이라는 이름답게, 원래라면 종이나 방울 소리를 내어서 명계로 보내야 한다.
허나, 그것을 진천희는 비파만으로 해냈다.
과거 비파로 소 울음소리를 내듯, 그저 현을 튕기는 것만으로 주술의 힘을 담은 영음(靈音영적인 소리)이 발생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그 소리의 파동이 주변을 흔들자 시귀들의 몸이 흡사 산탄총을 맞은 것처럼 원을 그리며 흩어진다.
일격에 그 많은 수의 절반이 상반신이 분해되어 쓰러졌다.
‘음? 이혼대법서에서 본 설명과 좀 다른데?’
거기서는 매달린 영혼들이 알아서 갈 길로 돌아가 사라진다고 쓰여 있었지, 상반신이 으깨지면서 사라진다는 서술은 전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죽은 자의 안식과 구만 리쯤 다르지 않나?’
이래서야 안식은커녕 그냥 분쇄 아닌가.
거기다 분명 책에서는 명조령 한 번에 한 놈 정도 되돌아간다고 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죄다 승천시킬 줄이야.
진천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혼대법이 혹시 좀 원래 위력을 축소시켜 쓰는 경향이 있……나? 어… 아니면 내가 너무 진기를 과하게 썼……나?’
명조령의 술법을 쓰면서, 음공의 힘도 쓰긴 했다. 그래서 이런 위력이 나온 것일까? 아니면 신혈의 영향?
이 부분은 나중에 추가로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남은 절반의 시귀가 진천희를 향해 공격에 들어갔다.
시햐아아아!
이놈들은 명조령에 저항한 놈들.
제법 강하다!
황구와 뇌진이 곧바로 나선다.
뇌진은 지하다 보니 황구의 머리를 발톱으로 움켜쥐고는 번개를 날린다.
콰르르르!
번개는 기묘하게도 천사의 고리를 만들며 앞으로 뻗어나갔다.
푸른 스파크가 사방을 지져버리며 마치 신화 속의 장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고.
크와아앙!
번개로 몸이 마비되거나 타버린 시귀들을 황구가 전차처럼 들이받아 분쇄했다.
“와우.”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닌데 두 영물의 연계 공격은 강호인의 검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공격!
그때 기다렸다는 듯 입구에서 엄청난 숫자의 시귀들이 밀려들어 오는 게 아닌가?
‘와, 무슨 홍수에 지하실 잠기듯이 덤벼드는데?’
진천희는 명조령을 다시 날렸다.
팡!
이번에는 두 놈 정도가 쓰러진다.
아까보다 제법 강한 놈들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러면 이건 어떨까?’
진천희는 돌 비파에 내공을 담아 튕겼다.
두우웅-!
일격에 시귀의 귀가 터지며 고막에서 썩은 피가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덤벼들었다.
진천희가 있던 곳은 굉음을 내며 사방으로 부서져 내렸다.
돌 정도는 두부처럼 찢어버리는 위력!
스치기만 해도 한 줌 핏물로 만들어버릴 공격을 피해내고는 진천희는 태연하게 중얼거렸다.
“아, 뇌를 휘저어도 괜찮은 모양이구나. 음, 그래. 이건 강시와 비슷한 반응이군.”
교수는 이 와중에도 시귀의 행동을 모두 기억하여 후에 대응 매뉴얼을 만들 생각을 했다.
“그러면 이건 어떨까?”
진천희는 돌 비파를 수직으로 세워서 머리를 박살 냈다.
빠악!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날아간다. 그러니 놈의 움직임이 멎는다.
“머리가 아예 박살 나면 움직임이 멈추는군. 뇌는 필요 없어도 머리는 필요하다는 건데……. 이거 재미있네.”
잘된 일이다. 이놈들은 살아있는 존재도 아니고, 이성도 없으니 힘을 조절할 필요가 없었다.
진천희는 돌 비파로 계속해서 시귀의 머리와 어깨, 관절, 등, 팔을 분쇄해가며 반응을 수집했다.
‘관절 가용 범위는 확실히 강시보다 낫군.’
두웅~!
음공으로 시귀의 눈알을 터뜨린다.
크아아악!
“음, 잠깐 마비 효과는 있으나, 행동에도 큰 차이가 없는 걸 보니 주요 감각 기관은 시력이 아닌 모양이구나. 청각도 아니고, 시각도 아니면 남은 건 후각인가?”
거대한 시귀가 팔을 휘두르자, 진천희의 몸이 뒤로 훅 빠진다.
간발의 차이로 코끝이 스쳐 지나간다.
보통 사람이라면 오금이 저릴 경험이지만 진천희의 표정은 여전히 태연했다.
“이 악취 속에서 사람의 냄새를 분별할 수 있다는 건데. 흐음.”
짜악!
손바닥 안쪽 부드러운 곳으로 시귀의 뺨을 때렸다.
시귀의 턱뼈가 출렁이더니 코가 터지며 코피가 흘러나왔다.
“어때. 내가 어디 있는지 알겠어?”
샤아아악!
진천희가 있는 곳을 향해 손톱을 찌른다. 이번에는 진천희가 손목을 붙잡고는 이화접목의 수를 사용했다.
약간의 비틀림.
우드드득!
그 순간, 손가락뼈부터 손목, 팔꿈치, 어깨, 쇄골, 견갑골을 타고 흡사 빨래를 짜듯 몸이 한 번에 뒤틀려 으스러졌다.
탕!
진천희가 손을 놓자, 시귀의 몸이 날아갔다.
“신기하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날 찾아낸단 말이지?”
그렇게 공격을 하나하나 피하고, 분쇄하며 뒤로 물러나는데.
“이놈들이 이렇게 모여 있다는 건. 그래, 뒤집어 추론하면 그만큼 숨길 게 있다는 뜻이겠지.”
일일이 찾아볼 시간은 없다.
진천희는 음공을 담아 땅을 후려쳤다.
콰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