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43
제 743화
-혈린이 치료되었다고? 제자가 그걸 기어이 치료했다고?
-덕분에 후인을 얻고 몹시 행복해한다더군.
-그건 옛날 의보만 봐도 알겠더이다.
다행히 그의 밑에서 모든 것을 전수받은 진천희는 생불의 화신으로, 사람들을 구했다.
다시 정정하겠다.
그는 생불의 화신으로 사람들을 ‘이상하게’ 구했다.
하도 이상하게 구하여 일광이라는 별호를 얻었고, 그 일광은 산 사람한테 화공진을 쓸 수는 없지만 죽은 놈은 이미 죽은 놈이라며 고대 도시에 화공진을 뿌려댔다.
“역시 뭔가 일이 어려우면, 그것은 화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해봐야 해.”
진천희는 스승님의 은혜에 깊게 감사했다.
죽은 자는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 일이다.
“역시 형이다. 훌륭하군.”
“헤헷, 그렇지?”
진천희는 쑥스러운 듯 다시 배시시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마교인은 생각했다.
‘고통스럽다.’
소교주님은 원래부터 마(魔)에 몸을 담은 분이시니 당연하다고는 해도 일광은 뭔가, 뭔가 강호의 상리에서 한참 벗어난 놈이었다.
마교인은 문득 일카나를 본다.
일카나는 육포를 칼에 얹어 놓고 굽고 있었다.
“오, 잘 구워지는군요. 형제님.”
과연 마교 제일의 책사.
이 미친놈들 사이에서 적응을 한 모양이다.
아니면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불태우고. 또 불태웠다.
지맥으로 소환된 시귀와 지맥으로 활성화된 화염의 싸움.
“주군, 더는 시귀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불도 이게 꺼졌어요.”
마교도의 말에 여하륜이 몸을 일으켰다.
“과연 형이다.”
진천희가 답했다.
“그렇지? 형 말이 맞잖아. 영맥 총량의 법칙은 중요하다고.”
그런 법칙에 관해서 일카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튼 그렇게 일행은 본격적으로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 * *
지하의 화려하게 꾸며진 대전.
황금 가면을 쓰고, 왕좌에 앉아있는 자가 눈을 떴다.
기묘하게도 가면 안에도 금색 눈꺼풀이 달려 있었는데, 착용자가 눈을 뜨니 그 눈꺼풀도 자연스럽게 열려 눈동자가 드러났다.
대전의 아래쪽, 신하가 앉아야 할 자리에는 은으로 된 가면을 쓴 이들이 주술을 외우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차크라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숫자는 백이나 되었다.
황금 가면을 쓴 자는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범접하기 어려운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런 그가 움직이자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기 바빴다.
“시귀의 결계가 사라지고 쥐새끼들이 들어왔구나.”
“오오! 어리석은 자들이 결국 일을 저지르는군요……!”
“상대는 무공과 진법에 능통한 데다가 주술에도 조예가 있습니다.”
황금 가면은 노기를 숨기지 않았다.
“저들에게 악몽을 보여주어라. 그리고 시귀의 무리에 합류케 하라!”
그의 명령에 따라 주술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새로운 주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사기를 품으며 퍼져나가자 대전 안에 보랏빛의 기류가 생겨나 대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간, 진천희 일행은 안쪽으로 향했다.
“아, 여기서부터 조심…….”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기관진식을 발동시키는 소리가 났다.
바닥 무늬가 살짝 꺼지는 찰나, 곧바로 장침 세 개가 날아가 기관진식 사이를 눌렀다.
일광 진천희였다.
“그거 발 떼면 발동하는 형태 같으니까 천천히 발 빼요.”
마교인은 공포에 떨며 느리게 발을 뺐다.
탁-
다행히 세 개의 장침이 움푹 들어간 곳을 그대로 고정하고 있어서 기관진식은 발동하지 않았다.
마교인이 완전히 벗어나자 그제야 장침이 부러지며 함정이 발동됐다.
콰과과광!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천장이 내려와 꽂힌 것.
제아무리 장성한 강호인이라고 하더라도 경공도 쓰지 못하고 깔려 죽을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진천희가 말했다.
“아니, 무슨 던전인가?”
“던전이 뭐지?”
“어… 서역어……. 비슷한 말이야. 강호로 치면 비동이라고 생각하면 돼.”
“흠, 그렇군.”
진천희는 뒷목을 벅벅 긁더니 이윽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러면 여기서부터는 내가 앞장설게.”
그리 말하고는 일행의 가장 앞으로 걸어갔다.
“얍!”
쿠우우웅-
발을 굴러서 진동을 느낀다.
그 진동만으로 함정 몇이 스스로 발동하며 화살이며 칼날이며 불을 뿜었다.
“이걸로 3할은 보냈고.”
그리 말하며 장침을 뽑아들었다.
장침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서 다시 몇몇 함정에 박혔다. 함정은 즉시 발동하며 폭발하거나 독 가루를 날리거나 했다.
“뭐, 먼저 터뜨릴 수 있는 건 터뜨리는 게 좋겠지. 아, 독 가루 있는 곳은 숨을 참는 것뿐만 아니라 피부에 닿는 것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아직도 발동하지 않은, 진짜로 사람이 지나갔을 때 발동하는 함정들은 직접 들어가 벽 사이며, 바닥 사이, 발동 장치에 장침을 꽂아 넣었다.
“기관진식도 버티는 게 그냥 철로 이루어진 침이 아닌 것 같은데?”
“응. 사천당가에서 암기 만들 때 쓰는 재료야. 같은 장인이 만들었고. 비싸. 비싸지만 그래도 사람 목숨보다는 싸니까.”
이 또한 스승님의 배려다.
여차하면 사람 급소에 쑤셔 넣으라는 의도.
허나, 제자는 그냥 기관진식을 파훼하는 데 쓰고 있다.
달칵-
안쪽 기관진식 태엽 사이에 장침을 박아 넣는다.
진천희가 손을 탁탁 털며 몸을 일으켰다.
“자, 그러면 따라오세요. 백린 여행사에서 안전한 여행을 보장해드립니다.”
형은 손가락 사이로 스승님이 보내준 비싼 장침을 꼬나 쥐며 또다시 미친 소리를 한다.
익숙했다. 이 풍경.
전쟁터 한복판, 지옥 밑바닥 속에서도 형과 함께라면 한 줄기 길이 만들어졌으니까.
기묘한 미친 소리와 함께.
‘그렇기에 사람들은 일광이라 부르는 것이겠지.’
그것은 단순히 미쳤다는 의미(狂)뿐만 아니라, 빛이라는 의미(光)도 들어있는 게 아닐까.
여하륜은 생각했다.
* * *
형을 따라 얼마나 더 내려갔을까.
중간중간 보이는 기관진식들을 하나하나 파훼하며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무사히 계속 내려갔다.
“음? 뭔가 이상한데?”
형은 고민하더니 장침을 꺼내서 벽 사이의 틈에 집어넣었다.
이번에도 함정인가 싶었는데 뜬금없이 음공을 담아 손가락으로 장침을 탁 튕겼다.
투우우웅-
가느다란 장침이 마치 산사의 종처럼 묵직한 울음을 만들어냈다.
“오우!? 이거 히든 피스인데?”
그리 말하더니 으랏차! 주먹을 쓰는 게 아닌가.
쾅!
벽이 뒤로 넘어가더니 숨겨진 길이 나타났다.
형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바닥을 손으로 한번 만져 보더니 심지어는 흙을 콕 찍어 혀로 살짝 핥아 보는 게 아닌가.
“얘들아. 여기는 시귀도 안 다니고 지하수나 하수도 안 닿는 완전히 마른 길이다. 아마 혈선교 놈들이 쓰는 통로 같아.”
그걸 고작 길 한번 만져서 단번에 추론해내더니 먼저 훌쩍 내려가는 게 아닌가.
“……미치겠군.”
“물 만난 물고기군요.”
“그런 게 아니다. 형은 지금 위험한 곳이면 혼자서 해결하려고 또 먼저 움직이는 거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강자가 먼저 움직인다.
문제는 천하의 여하륜조차도 형에게 있어서는 지켜야 할 존재인 것.
여하륜은 살짝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래도 형의 등을 쫓아서 단번에 달려나갔다.
훅-
새카만 인영이 그림자에 녹아들듯 그대로 형의 등에 도달했다.
“왔니?”
진천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여하륜의 인기척을 느낀다.
눈앞에는 높이가 20장에 폭이 10장은 될 법한 거대한 석제 통로가 나타났다.
“역시나 여기 놈들이 쓰는 길 맞아 보여.”
진천희는 바닥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희미하게 바퀴 자국이 나있는 거 보이지? 수레를 끈 자국이야. 여기 놈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당연히 운반할 길이 필요한 거지.”
강호에서 보통 적을 상대할 때는 이런 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진법과 기관진식을 파훼해나가며 비동에서 적을 상대하는 것.
그것은 지금 형이 하는 것과 똑같으나, 그 생활상까지 추측하며 들어가는 일은 본 일이 없었다.
“이런 어두운 곳에서만 사니까 사람 정신이 망가지는 거야. 하륜아. 너는 그래도 태양광 많이 쐐라. 우리 스승님도 햇빛 쐬기 시작한 이후로 마음에 여유가 생기셨는지, 좀 사람이 온화해지셨다고 다들 그래.”
그 스승 성깔이 햇빛 좀 쐤다고 따스해질 놈이 아니다.
제갈린의 진면목을 본 여하륜은 동의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형은 사람은 주기적으로 햇빛을 쐐야 한다는 소리를 했다.
그리 말하며 세로토닌이니, 청색 광선이니 하며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햇빛 안 쐬고 그러면 사람이 부정적이 돼요. 마교 애들도 밤에만 돌아다니지 말고 아침에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그래야 해. 맨날 암굴 같은 곳에 숨어있으니 사람이 부정적이 되는 거야.”
늙은 장로들이나 할 법한 잔소리나 해대면서.
여하륜이 말했다.
“본산의 지하 제단 같군.”
“호오, 하긴 마교도 이 정도는 만들고도 남겠네.”
“응. 십만대산의 지하에 지하 제단이 있는데 그 넓이가 이보다 크다.”
그 말에 진천희가 미소 짓는다.
“그렇구나. 신기하네~”
문득, 여하륜은 형이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그랬다.
이따금씩 형이 아는 것을 모르는 척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아는 것들은 대게 보통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은 기묘하게도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증거는 없다. 그냥 비논리적인 추측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살성의 육감이 자꾸만 속삭이고 있었다.
자신이 보는 형과 실제 형은 어쩌면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고.
‘그래도 상관없어.’
여하륜은 스스로의 눈을 가린다.
그가 자신의 목숨을 세 번 구명할 때부터, 그런 ‘사소한’ 것은 상관없다고 여겼으니까.
‘착한 아이네.’
형이 알았다면 이렇게 말했겠지.
인간의 심상에서 아득히 벗어나 혈로를 걷고 있는 악귀를 상대로. 형은 그럴 놈이다.
문득 주변의 석벽에서 은은한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우, 주술의 힘이 느껴지는데?”
그리 말하며 과장된 몸짓으로 벽에 다가갔다.
그 순간 벽이 ‘번쩍!’ 하고 한 번에 엄청난 빛을 냈다. 진천희가 음공으로 구조를 파악하려는 순간.
파앗!
빛이 곧바로 사라졌다.
“다들 괜찮습니까?”
그 말에 일행들은 모두 괜찮다고 답했다. 여하륜이 답했다.
“고작 빛이다. 별문제 아니지.”
“야, 그런 거에 방심하지 마라. 이게 쉽게 보면 안 되는 거예요.”
형은 걱정하는 눈치지만, 정말로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독도 없었고, 내공에도 이상은 없다.
결국 다시 출발했다. 형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진법이나 주술이 발동된 모양이니 다들 조심하세요.”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었지만, 그래도 다른 마교도들 모두 ‘일광이 신경이 날카로워진 모양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걸어가던 와중.
여하륜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소교주님.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말이지?”
“소리가…….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안 들리십니까?”
여하륜은 내공을 담아 청력을 상승시켰다. 허나, 들리는 소리는 없다.
“아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소교주님! 아이들이…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