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56
제 756화
그 순간, 혈불승이 거대한 늑대에게 물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쟈시를 향해 성큼 다가와 쟈시를 후려쳤다.
콰앙!
쟈시의 몸이 날아가 처박힌다.
혈불승이 말했다.
“크크큭. 네놈 같은 주술사들은 이런 주먹질에는 약하더구나.”
늑대가 혈불승의 옆구리를 물어뜯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고통스럽지 않은지 사악하게 웃고 있다.
그렇게 웃으며 주먹으로 쟈시의 머리를 때린다.
콰앙!
고개를 틀어 간신히 공격을 피했으나 쟈시가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주먹 모양 구멍이 뚫렸다.
‘죽는다.’
돌도 이렇게 바스러뜨릴 수 있을진대 사람 두개골은 두부처럼 으깨버릴 터.
놈이 다른 손으로 쟈시의 턱을 붙잡고는 다시 주먹을 높이 치켜든다.
“이러면 못 피하지. 크크크큭!”
그 순간, 푸른 번개가 하늘 위에서 내리꽂혔다.
크롸라라라랑!
마치 신의 징벌처럼 타오르는 번개에 혈불승의 몸이 마비되어 쓰러졌다.
쟈시는 재빠르게 몸을 피하려 했다.
허나, 번개에 같이 휩쓸린 터라 조금 어렵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살았으니까. 살았으면 된 것이었다.
쟈시가 손짓하자 늑대 가죽이 본래의 상태로 돌아와 쟈시의 머리를 덮는다.
그와 동시에.
“오우, 괜찮으십니까?”
새카만 청년과 새하얀 무복을 입은 청년.
두 사람이 동시에 쟈시를 들여다본다.
청년의 얼굴은 처음 보았던 것과는 달랐지만, 보통 사람과 다른 그 기묘한 느낌은 똑같았다.
“너는…….”
“오랜만이에요. 쟈시, 이런 상황에서 만나서 유감이군요.”
쿨럭-
쟈시가 울컥 피를 내뱉는다.
“아이고오. 상태가 안 좋으시네. 번개 때문……은 아니구나. 다행이다. 뇌진이 조절해서. 그동안 얼마나 싸워대신 겁니까?”
투덜거리면서 쟈시의 몸을 사정없이 점혈한다.
“크허헉!”
“참아요. 지혈해야 하니까.”
퍽퍽퍽-
내공이 담긴 점혈, 보통이라면 그래도 흘러나오는 피가 있을 텐데 신의(神醫)가 하니 마치 상처를 마개로 틀어막은 것처럼 피가 멎는다.
천하일절의 솜씨.
다만 그 고통도 일절이었다.
“크윽, 크으으으.”
쟈시가 고통으로 침까지 질질 흘렸다.
“응급처치는 해놨고 이따가 제대로 봐야겠어요. 아, 이거 드세요.”
그리 말하고는 조그마한 단약 하나를 준다.
“뭐지?”
“내상약이요. 가슴에 울화가 좀 많이 보이시던데. 주술사는 강호인이 아니니까 괜찮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씹고 계세요.”
“울화?”
퍼엉!
그의 뒤에서는 새카만 사내가 혈불승을 쥐어 패고 있었다.
일방적인 폭력.
진천희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륜아. 심문해야 하니까 죽이지는 마라.”
“팔다리는?”
“부러뜨려도 돼. 사람을 이렇게 죽여 놨는데 무사하길 바라는 게 사치 아니냐.”
“음!”
여하륜은 짧게 답하고는 놈의 머리를 붙잡아 벽에 강판을 갈 듯 드드득 그어버린다.
“끄허어어억!”
거구의 혈불승이 검은 청년의 손길을 따라 속절없이 끌려간다.
쾅! 쾅! 쾅!
여하륜은 인형을 패대기치듯 놈을 땅에 대고 계속 패대기쳤다.
“얼마나 패야 힘이 빠지지?”
“뭐……. 안 죽을 정도만 해. 저런 애들이 저래 보여도 질겨요. 숨만 붙어 있으면 어떻게든 살더라.”
“알았다.”
쾅! 쾅! 쾅! 쾅! 쾅! 콰앙!
뒤에서 신화에나 나올 법한 초인적인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데 진천희는 쟈시의 손목을 다시 진맥하고, 입을 열었다.
“살아있는 사람은 어디에 숨어 있습니까?”
음공으로 감지하자니 혈풍사까지 너무 많은 기척들이 뒤섞여 있다.
“지하에. 쿨럭!”
그리 말하며 손가락으로 숨겨진 지하실을 가리켰다.
“고맙습니다.”
진천희는 그리 말하고는 곧바로 양민들을 구하러 달려갔다.
그와 동시에 여하륜이 혈불승을 하늘에 띄우고는 강환을 날려서 폭발시키고 있었다.
압도적인 폭력!
“저게 사, 사, 사람인가!”
“마교! 마교다아아아!”
혈풍사 잔당들이 경악하는 동안 여하륜은 혈불승은 피떡으로 만들 뿐.
* * *
진천희는 살아남은 마을 주민들을 모아 치료했다.
쟈시는 죽은 가축들을 이용해 주술과를 나누어 주었다.
주술과와 의술, 그리고 물과 식량 덕분일까. 많은 이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아… 일단 혈풍사는 죽었지만……. 이놈들 무기와 말은 도움이 될 거고, 집은 다 새로 지어야 할 텐데 가격이 맞나.”
진천희는 머릿속으로 주판을 튕기며 생각에 잠긴다.
여하륜이 말했다.
“우역이 잦아들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가축은 죄다 비싸게 팔리지. 가능할 거다.”
쟈시가 말했다.
“돈 좋아하는 건 여전하군그래.”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위로도 위로지만, 사람이 일단은 살아야 하니까요.”
내가 슬프고 괴로운 것과는 별개로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프고, 춥고, 덥다.
삶은 이어진다.
그걸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까.
진천희는 계산을 끝내고는 뇌진에게 서신을 물려 주변 마을로 보냈다.
“믿을 만한 상인분이 계시는데 그쪽에서 비싸게 매입할 갑니다. 거기서 식량이며 자재며 사면 될 거고요. 마교 소속이긴 한데……. 어쭙잖은 사이비보다는 마교가 차라리 나으니까.”
여하륜이 답했다.
“힘을 원하는 자가 있다면 본교인 일월신교에 입교할 자격이 주어지겠지.”
“적어도 인신공양은 안 할 거예요. 훗날 마교 분타는 생길 수도 있겠……지만 관군이 닿지 않는 곳이니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겠군요. 혈풍사가 쳐들어올 때마다 죽사발을 낼 테니.”
“그게 강호지.”
“여기는 새외잖냐.”
쟈시는 문득, 눈앞의 청년이 이 일을 처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그 수준이 아니지.’
구휼하고 재건하는 데 익숙해 보였다.
그 말은 이미 숱하게 이런 일을 해왔다는 뜻.
그렇게 정리를 끝내고.
겸사겸사 혈불승을 심문한 후.
진천희와 여하륜, 그리고 쟈시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진천희는 그제야 두 사람을 서로에게 정식으로 소개했다.
그러고는 용건을 말했다.
“저는 일단 혈선교를 추적 중입니다. 미륵교……일 수도 있기는 한데 사이비들끼리 사칭질을 하고 있어서 헷갈리더라고요.”
쟈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진천희에게 말했다.
자신이 있던 마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들처럼 키우던 우샤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깊은 침묵이 방을 가득 메운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심문을 해보니 혈불승 이놈은 사실 미륵교의 똘마니로, 정보를 그리 많이 아는 놈이 아니더군. 미륵교 놈들이 혈불사를 사칭하며 일을 처리하고 있는 듯하네.”
“성가시군요.”
진천희의 답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쟈시가 말했다.
“만약 그대가 가려는 길이 나와 같다면 동행해도 되겠는가?”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중탄산소다석.
줄여서 소다석이라고 부른다.
베이킹 소다의 원료로, 우리가 베이킹 소다를 살 때 앞에 천연을 붙여서 광고가 뜨곤 한다.
이게 채굴되어 나오는 물건이라 그렇다.
솔베이법 공정으로 합성도 물론 가능하긴 하다.
염화나트륨, 탄산칼슘, 암모니아, 물.
넷이 만나 합체하면 생산이 가능했고 과거 그런 공장들이 많았단다.
솔베이법이 발견되기 전에는 르블랑법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 방식을 썼다가는 염산 가스 친구가 함께 나오다 보니 그다지 오래 쓸 방법이 아니었다.
화학의 세계는 참 신기하다.
여기서 환경오염이 르블랑법보다는 덜한 솔베이법으로 정착이 되나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는 그냥 캐온다.
그게 더 단가가 싸거든.
화학 합성보다 그냥 깡으로 캐오는 게 단가가 싼 몇 안 되는 경우라 할 수 있었고.
진천희도 이 백색, 황색, 회색의 반짝반짝한 돌멩이 하나 캐자고 이 먼 길을 왔다.
탄산수소나트륨.
우역으로 인한 피해를 막아내고, 미륵교와 멱살잡이를 하고 있자니, 고작 치약 좀 써보자고 이 짓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치약뿐만 아니라 각종 약용부터 유리까지, 쓸 곳이 너무 많다.
‘허허허, 미륵교 가니 혈선교 오는군.’
중간중간 미륵교 승려들을 족쳐가며 얻어낸 정보에 따르면 미륵교와 혈선교의 뿌리는 같은 곳으로 보였고, 사실상 형제 종교가 아닌가 싶은 교리들도 다수 들어 있었다.
이것을 보며 우리의 사이비 권위자 여하륜이 평하길.
“형, 그냥 혈선교가 넘어오면서 미륵교로 이름만 세탁한 거 아닌가. 우리도 일월신교, 백련교, 마교 등으로 불리니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갈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일월신교를 믿는데 나는 일월신교에서 일신이 아닌 월신만 믿는 월신교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지?”
“그런 셈이지. 그러다가 타락한 배교자라고 죽게 되지만.”
이게 무슨 바보 같은 경우가 있나 싶지만 문맹률 90%가 넘고 낭인들은 수련 대부분을 산에서 혼자 깡으로 하는 강호에서는 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종교라는 게 그렇다.
교리의 해석을 두고 갈라져 나오는 게 어디 한둘인가.
게다가 여기에는 교단에 속한 무공도 있으니 더욱 골 때렸다.
어느 노도인이 죽기 전에 남긴 비급을 정파 무공인 줄 알고 익혔다가 뒤늦게 ‘아, 아닛! 이것은 사악한 외도마선의 무공이었구나!’라고 외치면서 마공 부작용으로 백린의각 분타에 실려 오는 사람들 참 많다.
그때는 못 고칠 거 같으면 바로 흑전의각으로 보낸다.
마공은 그쪽이 전문이니까.
“그러니까 미륵교와 혈선교는 그냥 한 몸일 것이다?”
“한 몸이라기보다는 분파 정도라고 보면 되겠지. 도교도 무당파와 곤륜파가 다르듯이. 게다가 교리의 변주도 있을 거고, 사람도 다른 사람들을 내세웠겠지. 그 증거로 십천군이 전면으로 나오지 않으니까.”
왠지 한국에 유서 깊은 사이비 계보(?)가 떠올랐다.
“그렇구나.”
사람 사는 곳은 역시 다 비슷하네.
진천희는 생각했다.
“미륵교를 왕자가 은밀하게 후원하고 있었던 건 알겠어. 뭐, 왕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는 이제 와서 중요하진 않지만 말이야. 하지만 혈선교 놈들은 왜 미륵교 이름을 들고 가는 거지?”
그 말에 쟈시가 답했다.
“신선이라는 개념은 이 지역에서는 그리 유명하진 않거든. 그보다는 부처가 더 이해가 쉽지.”
“교리라는 게 그렇게 제멋대로 고쳐도 되는……. 아, 되겠구나. 어차피 결국 사이비는 사람을 위하는 게 아니라 교단을 우선으로 위하는 집단이니까.”
“형. 내 얼굴을 보고 그런 소리를 하니 기분이 이상하군.”
지금까지 알아본 것들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1. 미륵교 : 혈선교와 손을 잡은 상황이다. 왕자가 은밀히 지원했으나 자금줄이 끊겼다.
2. 혈선교 : 미륵교와 같은 뿌리. 미륵교와는 별개라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미륵교 중추에도 연결이 되어 최종 보스 놀이 중이다. 혈불사를 사칭해 살육도 일으킬 때가 있다.
3. 혈불사 : 미륵교, 혈선교와 함께 움직이진 않는다. 그나마 종교로서 모양새를 갖추었으나 위의 두 종교처럼 인신 공양을 한다. 단 스스로의 마음으로 하는 자발적 인신 공양만을 사용한다.
“개판이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동네는 사이비의 수맥이 흐르는 것 같다.
여하륜이 말했다.
“형. 많은 강호인들이 잊고 있는데, 중원도 유교가 보급되기 전에는 이랬다. 유교가 나온 후에 인신 공양을 대대적으로 금지하고, 각 문파들의 무학이 깊어감에 따라 강호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셈이지.”
인신 공양이 진짜로 보상을 주는 세계에서 공자는 난놈은 난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