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60
제 760화
“확실히 대단한 약물이군요. 왕도와 이곳은 조금 다르긴 하네요.”
그 말에 여관 주인은 귀를 후비며 답했다.
“그런가? 나야 이곳 토박이다 보니 그런 부분은 잘 모르겠네.”
그냥 수더분한 동네 여관 주인 그 자체다. 안면 근육이나 눈의 미세한 움직임을 봐도 거짓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사마현급의 존재라면 그 정도는 쉽게 숨기는 게 가능하겠지만 그러기에는 가게에 쌓인 먼지들이 너무나도 예전 것들이군.’
거기다가 노골적으로 빈틈을 보여주었는데도 별생각 없이 콧구멍이나 파고 있었다.
“미륵교의 사람들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광산의 한쪽에 사찰을 지어 놓았으니 그리 가 보면 될 게야.”
이번에도 진실.
여관 주인은 아는 대로 진천희에게 술술 불고 있었다.
이 또한 말하기 좋아하는 여관 주인 그 자체였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친절하시네요.”
진천희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러엄! 아부처씩이나 되었는데 선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선하게……. 예.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진천희의 말에 객잔 사람들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 마음이 몹시도 푸근하다.
참 신기한 곳이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평안하고 행복했다.
누구도 굶지 않아도 되는 세상.
‘쟈시 말대로 정말 이곳은 천국인 걸까.’
만약 이 사람들의 말대로 아부처가 되는 게 가능하다면야 진짜 천국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우역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를 보아왔지 않던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은 허기였다.
허기 때문에 사람은 사람이기를 포기한다.
모두가 굶지 않는 세계가 온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지도.
진천희는 생각했다.
“잘 가게나.”
모두가 손을 흔든다. 진천희는 그들에게 짧게 예를 표했다.
‘백천군……. 일단 그 비약이 뭔지 찾아보긴 해야겠는걸?’
사람을 부처로 만들어주는 천국의 약.
“참. 자네.”
“예?”
막 여관 밖을 나가려던 찰나, 주인이 진천희에게 다가왔다.
“자네. 혹시. 맛있어 보인다는 말. 들어본 적 없나?”
“네?”
“자네. 자네. 혹시. 맛있어 보인다는 말. 들어본 적. 없나? 없나?”
마치 망가진 녹음기 같은 목소리가 반복되어 울렸다.
“예?”
진천희가 당황하는 사이 여관 주인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얼굴 역시 악귀의 형태로 변해갔다.
“맛있어. 맛있어. 보인다는. 말. 말.”
우드득-
“들어본. 적. 적. 없나?”
눈앞에 있는 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괴물.
주인이 변이하자 여관 안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그렇게 변이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여관 주인처럼 얼굴이 악귀로, 다른 사람은 늑대로, 또 다른 사람은 하이에나, 다른 이는 들개의 얼굴을 뒤집어썼다.
“이게 무슨……?”
그들은 일제히 진천희에게 덤벼들었다.
“맛. 맛. 맛. 맛있어. 보. 보. 보…….”
여관 주인의 날카로운 손톱이 진천희를 가르고 들어가려 했다.
진천희는 잽싸게 고개를 틀어 공격을 피한다.
콰광!
그가 있던 자리에는 한 줌 돌조각만이 남아있었다.
‘엄청난 위력이야. 속도도 장난 아니고!’
진천희는 경악 속에서 다시 몸을 틀었다.
일단 내막을 모르는 상황에서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죽이지는 않고 그저 제압만을 위해 손을 쓴다.
진천희의 소매가 순식간에 펴지며 여관 주인의 팔을 거미줄처럼 얽어맸다.
이화접목의 절초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순식간에 여관 주인을 점혈한다.
퍽퍽퍽!
엄지와 검지 사이 합곡혈부터 시작된 점혈이, 팔꿈치의 곡지혈, 뒷목 견정혈까지 내공을 담아 찍어 누른다.
보통이면 제아무리 강호 고수라고 하더라도 점혈에 따라 팔 전체가 마비되어야 할 터.
그러나.
“맛. 맛. 맛있어. 맛있어!”
여관 주인에게는 점혈이 통하지 않는다.
‘변이하면서 혈도의 위치가 달라진 건가? 그렇다면.’
그 순간, 진천희는 탁자를 손바닥으로 짚고는 물구나무를 서듯 발차기를 위로 날렸다.
빠악!
여관주인이 제 아무리 덩치가 커졌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발차기에 균형감각을 잃고 휘청인다.
진천희는 그대로 탁자 위에 올라서더니 여관 주인의 어깨에 올라탔다.
소매가 부풀어 오르는 것도 잠시, 양 손바닥 안쪽으로 귀를 때려 고막을 진탕으로 만든 후 그대로 뒷목을 후려쳤다.
빠악!
“오우, 역시 이건 먹히는군.”
여관 주인의 거대한 몸뚱이가 콰앙 소리를 내며 무너진다.
같이 싸우던 황구가 주인의 무공에 놀란다.
주인의 기척이 한순간 완전히 느껴지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나니 동요한 것.
컹!
그만 물던 허벅지를 놀치는 바람에 허점이 생겼다.
“개. 개. 개 맛있…….”
황구가 차이려는 순간, 진천희는 탄지공을 응용해 황구의 발아래에 작은 폭발을 만들었다.
탕!
황구의 몸이 튀어 오르며 무사히 진천희 몸에 착지했다.
“조심해. 정신 놓으면 죽는다.”
헥헥헥헥!
황구는 주인이 안아줘서 기뻤다.
진천희는 곧바로 여관 손님 하나하나를 전부 기절시키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그야말로 추풍낙엽.
혈도를 못 짚으면 뒷목을 후려치면 되는 법.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쨌든 기절만 시키면 되는 거지.’
두들기고 패는 박자가 마치 악공이 북 치는 소리 같았고.
황구는 왠지 신명이 나서 닥치는 대로 허벅지를 물어뜯었다.
그때 뒤에서 굉음이 울렸다.
콰아아앙!
“쟈시가 갔던 쪽이네?”
더 놀아줄 틈은 없다.
진천희는 곧바로 술집 밖으로 나와 지붕으로 뛰어올랐다.
저 말리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그걸 보는 순간, 청년의 흰 옷이 마치 유성처럼 긴 선을 그렸다.
“가자!”
컹컹컹!
황구는 진천희를 따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지붕과 지붕 사이를 뛰고 있는데 그때마다 방금 쓰러뜨린 괴물 같은 자들이 집 밖으로 나와 날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모두 평범한 양민들의 옷을 입고 있었다.
찢어진 흔적도, 피가 묻은 흔적도 없이 깨끗한 옷. 그렇다는 건 물리적 강탈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애초에 놈들 숫자가 너무 많아!’
현원전단신공은 곧바로 결론까지 건너뛰었다.
“마을 사람들이 여관에서 봤던 것처럼 전부 변이한 거네. 그리고 그게 성주가 경고한 락샤샤의 정체라는 거고! 아부처(亞佛陀)는 무슨! 그냥 비약 먹고 탈 난 거잖아!”
불길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거기에는 쟈시가 있었다,
“이놈들! 우샤의 원수를 갚아 주마아아아!”
쟈시의 늑대가 거대해지며 주변을 후려치고 쓰러뜨리고 있었다. 쟈시는 그 늑대 위에 올라타서 창을 휘둘렀다.
쟈시의 아래에는 락샤샤의 시체들이 쓰러져 있었다.
이미 많은 이들을 처치한 모양이었다.
“쟈시!”
“왔는가?”
“후퇴하죠? 저들은 괴물이 아닙니다. 양민이에요!”
양민이라는 말에 쟈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나같이 의복이 양민의 것이라 의심했거늘 사실이었나.”
결국 쟈시가 창을 치운다.
“좋다. 네 말에 따르지.”
늑대가 훌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진천희와 함께 옥상을 내달렸다.
괴물들도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 능력이 흡사 일류 고수급은 되어 보였다.
“와, 혈선교 비약 효과 킹 받네!”
“자네 또 이상한 소리를 내뱉는구만.”
“황구야! 하륜이를 찾아! 뇌진… 아, 뇌진은 안전한 곳에 서류 보관하러 갔지.”
그리 말하며 곧바로 진천희는 쟈시가 타고 있던 늑대 등에 올라탔다.
다른 락샤샤들은 진천희와 쟈시를 쫓다가 갑자기 두 손을 빛낸다.
그 순간 진천희와 쟈시의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며 변하기 시작했다.
“환상 주술이다! 말려들지 않게 조심해라.”
“하다 하다 이제는 주술도 쓰네.”
진천희는 등에 있던 기타, 아니 비파를 꺼냈다.
“비파 파(琶)와 물결 파(波)다. 이놈들아!”
예로부터 마법백자문은 군필자도 읽는 현대인의 교양서이며 마법백자문이 없는 소아과를 본 적이 없다.
“깨트릴 파(破)나 먹어라!”
디이이잉!
음공이 주술력과 함께 퍼져나가며 사방을 깨뜨렸다.
“……해주(解呪)라도 쓸 줄 알았는데 그냥 이건 본인 주술력만으로 무식하게 박살 낸 거군. 내가 본 게 맞나?”
“마법백자문의 은혜죠.”
“뭐?”
“현대인의 교양서!”
쟈시가 진천희의 뒤통수를 ‘미친놈인가?’ 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천희는 락샤샤가 환술을 쓸 때마다 전능한 현대인 필독 교양서(?)의 이름으로 박살 내고 있었다.
“형!”
“오, 하륜아. 우리를 알아봤구나!”
“황구가 길을 안내한 덕분이지. 거기다 이 판국에 거대 늑대를 타고 다니면서 비파 치고 있으면 누구라도 알아볼 터이니.”
“잘됐다.”
“형은… 언제나 요란스럽군.”
“아니, 내 탓은 아니거든? 일단 탈출부터 하자.”
“좋다.”
그 말과 함께 진천희와 황구, 그리고 일행은 곧바로 도시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 * *
“밖으로 나오니 더는 쫓아오지 않네.”
황무지에 도착하니 안전해졌다. 그들은 도시 안에서만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여하륜이 말했다.
“이게 천국의 정체인가.”
“뭐, 공짜 천국은 없다는 거겠지.”
“지독하군.”
천국의 정체를 마주하고 나온 첫 한마디.
허나, 진천희도 쟈시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굳이 반박하지는 않았다. 여하륜이 말을 이었다.
“락샤샤. 진짜로 신화 속에 나오는 그것은 아니겠지. 아마 혈선교가 만들어낸 마물로 추정되는데 시귀와는 또 완전히 달라 보이는군.”
진천희가 말했다.
“여관 주인에게 정보 얻은 게 있는데 말이야.”
진천희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모두에게 풀어냈다.
쟈시가 말했다.
“비약인가. 하지만…… 기묘하군. 아무리 금술로 빚어진 비약이라 하더라도 저 많은 자들에게 공급해주려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러야 할 터.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나 모르겠군.”
“역시 인신 공양으로도 모자라죠?”
“소고기를 새 것으로 돌리는 것과 저런 비약이 똑같은 기적이겠나. 같은 기적이어도 후자가 훨씬 무겁다네. 아마 말도 안 되는 대가가 들어가겠지.”
여하륜이 턱을 문질렀다.
“일단 도시 안으로 다시 진입한다면 잠행술을 써야 할 터. 그렇다고 해도 도시 사람들 모두를 피해 다시 무언가를 조사하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애초에 대화도 안 되는 상황이고.”
진천희가 답했다.
“역시 미륵교 사찰을 가보는 수밖에 없나?”
“음. 우리 중에 형이 가장 정보다운 정보를 캐냈으니 따라야지.”
그랬다. 두 사람은 결국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고 보이는 족족 락샤샤를 처리하고 있었다.
“……하륜아. 너도 이제 수하 없이도 정보를 캐낼 줄 알고 그래야지. 그리고 쟈시는… 음……. 수고했어요.”
여하륜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진천희가 못을 박았다.
[그리고 너도 반성 좀 하고. 수하들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게 말이 되냐.] [형. 나는 마교 소교주다.]다른 소교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소교주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그러고 살면 나중에 도망치다가 수하 다 죽으면 밥도 못 챙겨 먹어요. 그러면 힘없어서 멀리 가지도 못하고 잡히지.]대체 형은 마교 생태계에 대해 왜 이리 잘 알고 있는 건가.
[하륜아. 제대로 된 지도자가 되려면 수하가 없어도 혼자서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교류도 하고 정보도 캐내고 그래야지. 그게 사회고 어른이야.]‘미치겠군.’
정론에 당해낼 수가 없었다.
하늘이 내린 살육자, 인간의 감성을 잃은 사(死)의 총아.
천살성.
그런 그도 형의 잔소리가 고통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