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71
제 771화
그는 피를 토한다.
생피와 내장 조각.
죽음이 다가온 것을 모두가 느낀다. 백천군이 말했다.
“명조령을…… 준비하는군요. 내 혼이 도망치면 곧바로 명조령을 써서 흩어버리려고.”
“…….”
“크크큭, 역시 빈틈이 없으시군요, 당신은. 이 와중에도. 첩보가 맞다면 첫 살인일 텐데도.”
“혈선에게 영혼을 바쳐 폭주를 한다고 해도 의미는 없어. 그것도 대비해 놨으니까.”
“와우, 과연 반선의 씨앗♪ 하지만 막이 내려도 배우가 없으면 어찌 다음 극을 하겠습니까.”
그 순간, 그의 몸뚱이가 우드득 흡사 끈 달린 인형처럼 일어나 내공을 폭주시켰다.
콰과과광!
진천희는 급하게 모두를 뒤로 물린다.
그리고.
그 찰나, 빠른 순간. 진천희는 보았다.
현원전단신공의 느린 시계(視界) 속에서 진천희만이 볼 수 있었다.
마치 변검을 하듯 빠른 손동작으로 흰색 무언가를 입에 넣는 모습을.
“단환?”
“땡. 락샤샤의 알이지요. 당신이 받은 흰색 물약, 그것을 이걸로 가공한답니다.”
우득-
목구멍 안으로 락샤샤의 알이 들어간다. 그의 몸이 팽창한다.
여하륜이 말했다.
“자살한 건가?”
진천희가 답했다.
“아니. ‘회복’한 거야. 기억은 똑같으니까.”
“하하하, 말했잖습니까. 결국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기억이라고. 기억이 있는 한, 나는 살아가. 설령 락샤샤가 되든, 그 무엇이 되든 말이지!”
콰과과광!
변이하는 몸뚱이로 그는 거대한 뱀의 두개골을 후려친다.
“두개골 안에 응축해 두었던 도시 사람들의 혼백들이 이제는 자유를 찾을 때가 되었군요!”
쿠아아아아아!
그는 비동 전체를 무너뜨려 모두를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이미 힘은 발출되었고, 막을 방법은 없다.
비동이 무너진다.
‘확정된 미래.’
현원전단신공 안, 수많은 진천희들이 울부짖는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작은 진천희들이 일제히 말했다.
‘비동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걸 해야 해.’
‘하륜아!’
의원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 아니, 포기할 수조차 없었다.
뒷걸음질하는 법을 모른다는 듯 그저 앞으로 달려갈 뿐.
생명 앞에서 타협은 없었다.
시간이 더욱더 가속한다.
극한의 극한. 자신의 모든 것을 쥐어짜서 여기에 모은다.
그 감각 속에서. 진천희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무엇이 있는지 깨달았다.
그 특유의 회복력.
응룡의 보옥으로 인하여 쌓여 있던 업(業)들을 느낀다. 그리고 그 힘을 믿고 나아간다.
‘이거라면!’
이 빌어먹을 몸뚱이가 조금 더 버틸 수 있으리라.
연비 나쁜 내연기관에 억지로 업이라는 석탄을 쑤셔 넣었다.
양의신공 분심이용(分心利用).
마음을 둘로 나누고, 그것을 동시에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의념조차 두 개로 나눌 수 있으니, 신공절학이라 할지라도 두 개로 나누어 쓸 수 있으리라!
거기에 현원전단신공이 초월심무를 발동한다.
사고는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각각이 심무 절기를 의기(意氣)만으로 펼쳐냈다.
패천무상신공.
패천개벽(敗天開闢)–!!
천마신공과는 다른 의미의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강환의 무공!
심무절기에 들어서지 않으면 사용치 못하며, 현경의 경지 일부를 맛본 자만이 쓸 수 있는 절대의 무학.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행신공 오행합벽(五行合壁).
역근세수공 금강부동(金剛不動).
칠마금 칠격일음(七擊一音).
하나만 깊이 수련해도, 천하 십 대 고수 소리를 들을 법한 절세의 무학들의 심무 절기가 무려 넷이나 사용된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로 융합되고 있다.
그 결과.
작은 태양이 진천희의 손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검은 태양이며, 미증유의 파괴가 담긴 신화적인 힘!
이미 백천군이 스스로의 몸을 모래로 바꾸는 주술을 사용하며 회령사를 끌어모으는 게 보였다.
그렇게 도주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도, 그는 진천희를 보며 질문을 던진다.
“파괴를 더욱 키운다는 겁니까? 그래봤자 어차피 사지(死地)라고요. 당신들이 이미 이 안에 온 이상 모든 것은 확정된 미래.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허나, 진천희는 미동도 하지 않고 말했다.
“계산은 끝났어. 그러니…….”
폭발해라.
콰과과과광!
신화적인 힘이 진천희를 중심으로 사방을 밀어낸다.
기이하게도 그 힘에는 살의가 조금도 담겨있지 않고, 그저 밀어내고, 밀어내고, 밀어내기만 했다.
여하륜과 쟈시의 몸이 잔해 속을 날아간다.
황구의 거대한 몸뚱이도 역시 함께 날아가는 게 보였다.
그러나 상처는 조금도 없었다.
흡사 불가에서 말하는 부처의 손길처럼 단 한 점의 위험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지키고, 지켜내는 힘.
“혀어어어어어엉!”
비동 밖으로 두 사람이 튕겨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산 전체가 무너진다.
쟈시와 여하륜이 바닥을 구른다.
“대체… 이게 무슨…….”
쟈시가 꺼져가는 의식을 억지로 추스른다. 살아있다.
이 질기디질긴 명줄은 아직도 살아있었다.
여하륜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형이, 안에……. 형이 안에 있다! 분명 크게 내상을 입었을 터!”
“지금 모두를 살려놓고 본인은 저 안에 갇혔단 말이오?”
까득-
여하륜의 잇새로 피가 맺혔다.
“그래! 구하러 가야 한다.”
“눈앞에 있는 게 무슨 애들 노는 동산인 줄 아오? 그 폭발의 중심에 있었으니 반드시 죽소! 거기다 내력도 이제는 한 줌도 안 남아있지 않소이까!”
그 말에 여하륜의 눈빛이 깨질 듯 출렁거렸다.
형이 죽는다?
이딴 폭발에 휘말려서?
* * *
“꺽……. 꺼억.”
진천희는 자신의 내장 조각을 본다.
배의 절반이 날아가니 숨을 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살아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 이 세계에서 왕각연을 보았을 때 이런 기분이었다.
대체 환자는 어떻게 살아있는 걸까.
그런데 진천희 자신도 살아있었다.
양생공과 재생공, 그리고 보옥이 어떻게든 그를 억지로 붙잡고 있다.
“세상에, 무공 만세네.”
그는 작게 쓴웃음을 터뜨렸다.
어차피 못 살릴 몸뚱이를 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락바락 어떻게든 버티게 만들고 있다.
과학적으로 해명하려는 시도는 포기했다.
인간이 물 위를 달리면 달리는가 보다 해야 하고, 인간이 환골탈태를 하면 새 몸으로 변신하는 게 되는가 보다 해야 하는 세계.
이런 세계에서 외과의란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 아니던가.
“……하핫… 소다 좀 욕심냈다가 소다 광산에서 죽는구만. 크크크큭.”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이제 내공은 없다. 힘도 없다.
잔해 속에 갇혔다고는 하나, 밖이라고 해도 이 상태로는 의미가 없다.
이건 의원이 와도 못 살리는 상처니까.
내장 절반이 날아간 상황이니 아마 자신이 와도 못 구할 게 틀림없다.
오히려 여기까지가 진천희의 계산.
치명상을 입더라도 비동에 홀로 갇히는 것.
이다음에 할 짓을 생각한다면 숨기는 것이 좋으니까.
결국 현원전단신공으로 만든 포석들이 이어지며 이곳에 도착했다.
온몸이 자글자글 끓어오르며 스파크를 만들어내고.
진천희는 결국 자신의 고통을 직면했다.
‘죽는구나.’
벌써 세 번째 죽음.
다행히 이번에는 여하륜을 살렸으니 시간을 고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 대가가 한결 줄어들 터.
진천희는 고통 속에서 죽음을 계속 기다리고 기다린다.
먼 곳에서 쿵쿵 소리가 들린다.
여하륜이 뭐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제아무리 여하륜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몸뚱이로는…….
그보다…….
‘더 무리하기 전에 빨리 죽어줘야겠군.’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손을 움직이려고 했다.
“…….”
허나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보니 팔이 방금 폭발에 휩쓸려 기괴하게 부러져 있었다. 다른 한쪽 팔도 화상을 입어 너덜너덜하다.
“망할 새끼… 자폭은 왜 하고…….”
손이 있었으면 사혈을 짚어 그나마 고통 없이 스스로를 보낼 수 있을 텐데, 이제는 답이 없었다.
소리가 잦아든다.
이제는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성주와 싸우는 중인가.’
그러니 더더욱 빨리 죽어야 한다.
“하아… 하악……. 하아…….”
방법이 하나 있다.
내공을 역천시켜서 강제로 주화입마로 사망하는 것.
마침 딱 좋게 내공이 바닥이 나서 균형이 깨진 상황이고, 심마는, 심마는…….
……그 또한 걱정할 게 없었다.
“막상 죽으려니 무섭군. 하아……. 하지만 괜찮아.”
그동안 수없이 많이 봐왔지 않던가.
만화나 소설, 영화까지.
루프를 도는 주인공들은 자결 또한 꽤나 담담했다.
충격받는 건 처음 죽음뿐.
“하아… 흐윽…….”
무골이 아니라고 해도 강호인의 몸뚱이.
그것도 양생공과 재생공을 꽉꽉 욱여 담은 몸이다.
죽음이 보통 사람보다 느릴 것은 자명했다.
‘아, 무공 고수도 폭발로 사지가 분질러지고 내장의 절반을 날리면 죽는구나. 그런데 정파 무공이면 바로는 안 죽고 이렇게 개고생하다 죽게 되는군. 그렇다고 의원이 왔다고 살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 엿 같은 외통수인데, 이거?’
어이없는 진리를 깨우치며 진천희는 내공을 역천(逆天)시킨다.
시키려 한다.
“…….”
허나 왜일까, 못 하고 있었다.
한 걸음만 앞으로 나아가면 죽음인데, 벌써 두 번이나 죽었으니 자결 같은 건 쉽게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무공을 연마하며 정신 수양이 깊어졌으니 죽음 정도는 의연하게 맞이할 줄 알았는데.
무섭다.
막상 하려니 무섭다.
‘왜 나는…….’
어째서 그 소설이나 만화나 영화에 나온 사람들처럼 못 하는 거지.
그 사람들처럼 의연하게 자결하면 어차피 모든 것들이 다시 이어질 테니까.
“…하…하하하하. 빌어먹을.”
차라리 누군가가 보고 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진천희는 진실을 토하고 말했다.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무서워. 무서워. 무서운데…….”
이 지독한 상황 속에서도 눈물이 흘러나왔다.
한 발자국.
고작 한 발자국.
콰아아앙!
어딘가 소리가 다시 들린다.
하륜이를 구해야 한다.
그가 살아있는 한 시간을 돌리지 않아도 되고, 공간을 택하면 된다.
공간은 시간보다 저렴하니까.
저렴할 때 값을 치러야 해.
‘이번에도 사지 한 곳을 잃기 싫다면 지금…… 해야 해!’
마음을 다잡고, 다잡고, 다잡는다.
‘나는 나를 구해야 해.’
그 방법이 나를 죽이는 것이 되겠지만.
막상 죽으려 하니 무서워하는 자신을 억누르며, 화를 내며, 이것밖에 정신 소양이 안 되냐고 다그치며.
내공을 거꾸로 역천(逆天)한다.
“하륜아. 형……. 형이 만나러 갈게. 괜찮아. 나는 나를 지키는 것뿐이니까.”
그래도 무서워.
빌어먹을…….
왜 나는 다른 강호인들처럼 멋지지 못한 걸까.
권제님의 마지막을 떠올린다.
자신은 결코 그분처럼 되지는 못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나도 결국 보통 사람이구나.’
내공이 거꾸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생문이 닫히고 사문이 열린다.
우드득-
심마가 기다렸다는 듯 둑에서 터져 나와 진천희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임경팔맥이 드글드글 끓어오른다.
마치 용암을 삼킨 것처럼 모든 장기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제 반걸음.
삶이란 것은 왜 이리도 달콤한지.
인간은 이 와중에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본다.
‘그래.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인간이지. 나는.’
모든 것은 그저 망념, 망념, 망념이라.
진천희는 돌아갈 수 없는 길을 내디뎠다.
“하륜아. 형. 그리로 간다.”
우드드드드득–!
마치 구겨진 알루미늄 캔처럼 모든 혈도와 장기가 쥐어짜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아파, 아파, 아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파.
고통은 열처럼 몸을 잠식하고, 그 찰나에 현원전단신공이 부서진 고철 기계처럼 점멸했다.
돈오(頓悟).
‘아, 전신세맥도 사실 기경팔맥과 마찬가지였어.’
극한의 통증 속에서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주화입마의 끝을 내달리는 사람 중에 극소수의 천재가 아니면 결코 깨달을 수 없는 무학(武學)이었고.
그야말로 망자만이 알고 있는 숨겨진 지고의 깨달음.
그것을 얻었다는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몸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그 속에서 드디어 목소리가 들린다.
복희의 피가 오래된 약속에 응답했다.
-시간과 공간. 어느 쪽이냐.
죽음의 끝.
진천희가 미소를 지었다.
진천희를 죽임으로써 백천군은 목표를 이루었다 생각했으리라.
천살성은 살리고 반선의 씨앗을 죽였다면 그것으로 어떤 십천군도 하지 못한 목표를 이룬 것.
비록 제물로 바치지는 못했다고 해도 죽이는 것에 성공하였으니 그 또한 상수(上手)라.
큰 공덕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으리라.
허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 맹약 하나가 복희의 핏줄을 타고 이루어졌고.
역천(逆天).
의원은 다시 천기를 거슬러 판을 뒤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