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72
제 772화
공간은 시간을 넘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거친 해류에 쓸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이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고 알 수 없는 지식들이 나타나고 흩어진다.
그것은 범인(凡人)이라면 그저 아는 것만으로 미쳐버리는 세계 이면의 광기들.
마치 금서 이혼대법을 보는 것 같은 어둡고 질척한 무언가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이게 죽음의 대가인가?’
알 수는 없다.
허나, 미치지 않는 범위라면 약간의 지식을 얻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화학 물질도 쓰기에 따라 약이 되고 독이 되지 않던가.
나쁜 건 지식이 아니다. 사용하는 사람이지.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진천희는 이능을 쓰는 법을 조금 더 배웠다.
‘너무 많이 이동하면 안 돼. 그만큼 대가를 줘야 하니까. 그저 산 밖을 나갈 정도.’
어찌 보면 주술과 흡사하다.
잘할 수 있을까? 확신은 없다. 하지만 조절을 잘못하면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다.
그 순간, 공간을 넘는다. 넘고, 다시 넘어간다.
거친 바다가 강이 되고, 강은 계곡이 된다.
역으로 쓸려가는 감각 속에서 수없이 많은 속삭임을 들었다.
허나, 그 어떤 것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집중하는 순간 미쳐버린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왜 나만 이렇게 대가가 큰 거지?’
죽어야 발동하는 능력이란 뒤집어 생각하면 불사(不死)에 가깝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다음에 잃을 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명치에 따뜻한 감각이 밀려왔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보옥이 밝아지며 인과율을 완화시키는 게 느껴졌다.
-네가 저지른 죄(罪)와, 네가 해낸 선(善)이 함께하니까.
탁-
누군가가 진천희의 손을 붙잡았다. 그 손은 하나가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손이 그를 붙잡아 현실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강호에서 만들어온 수많은 인연(因緣)이 그를 현실로 잡아당겼다.
“커헉!”
진천희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달.
그것도 시야를 가득 채운 거대한 달이었고.
그 달을 보는 순간, 진천희의 사고는 한 아이에 다다랐다.
현원전단신공의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직감 그 자체.
그다음 느껴진 것은 차가운 공기였다.
밖이었다. 수천만 근의 바위가 아닌 청명한 바람.
그리고 중력.
몸이 아래로 쓸려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낙법을 취해야…….’
허나 내공이 한 점도 없다.
부러진 사지가 돌아왔으나 내공까지는 부활시켜 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죽는다!
눈을 감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진천희의 뒷목을 낚아채서 품에서 한 바퀴 회전시킨다.
“형……. 어떻게?”
“오, 하륜아.”
탁!
여하륜이 바닥에 내려앉는다.
아찔한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흡사 깃털이 내려앉은 것 같은 조용한 소리.
덕분에 진천희에게는 조금의 충격도 전해지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락샤샤의 군대와 마교인들이 보였다.
그것도 수없이 많은 마교인들이.
그 마교인들 사이로 보인 것은 일카나.
‘인원이 좀 줄었다고 했는데, 그사이에 더 충원을 한 건가?’
제아무리 마교가 밭에서 고수를 캐온다고는 해도 그사이에 충원까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일카나는 뛰어난 책사구나.’
책사도 잘하는 분야가 있고 부족한 분야가 있는 법.
일카나는 전략이나 전술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이런 용병술과 매복, 보급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것은 그녀가 과거 몸담았던 암살단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륜이 말했다.
“형은 쉬고 있어. 일카나가 마환단도 구해 왔고, 내가 다 처리할 테니.”
그리 말하며 새카만 환단을 입 안에 넣고 으득 씹었다.
내공이 순식간에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여하륜이 잔혹하게 웃는다.
엄청난 고양감.
쿠그그그그-
마환단을 먹은 천살성.
그가 만들어내는 압력에 성주조차도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이고, 형제님. 결국 이렇게 혈사로 끝나는 겁니까. 이러니 책사만 죽어나지. 개진(開陳)!”
일카나의 명에 따라 마교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교의 고유 진법.
흑백마령진.
마교 고수들이 명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진법을 펼치니 그 기세에 하늘이 떨릴 정도였다.
여하륜이 말했다.
“마지막 하나까지 악을 멸하리라.”
성주는 그런 여하륜을 상대로 무기를 움켜쥐었다.
“악? 맞소. 우리는 모두 사람임을 포기했소. 허나, 이 미친 세상에서 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뿐.”
성주의 표정은 슬퍼 보였으나, 다시 각오를 다지는 게 느껴졌다.
상대는 마교 본대.
여하륜이 회복한 이상 누가 이기든 타격이 클 게 자명했다.
일촉즉발의 팽팽한 상황.
그때 진천희가 방금 회복한 한 톨의 내공을 태운다.
“모두 멈추십시오—-!!”
그 소리에 모두가 움찔 동작이 멈추고, 살기조차 흩어진다.
고작 한 톨, 한 톨의 내공이 만들어낸 기적.
모두가 놀라서 진천희를 바라본다.
괜찮은 평화였다.
진천희는 여하륜의 품에서 내려갔다.
“하륜아. 네게 있어 이자들은 악(惡)이냐.”
“악이며 위선이지. 그들은 자신의 죄를 전혀 직시하고 있지 않다.”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친 곳.
그곳은 망각의 섬이었고.
그것은 여하륜이 용납할 수 없는 악의 꽃이었다.
진천희는 성주에게 말했다.
“성주님. 당신은 성의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이 최우선 일이겠지요?”
“그렇소.”
진천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음?”
“밤의 기억을 돌려받으십시오.”
“……그게 무슨……?!”
진천희는 달을 보았다.
보름달은 아이의 동그란 뒤통수와 같았다.
성주 아이는 쟈시가 건 주술에 저항했다.
아이 본인은 주술에 저항했다는 자각조차 없었다.
거기에 모든 락샤샤는 성주 아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이성이 없는 와중에도 그만은 피했다.
아이의 몸은 평범한 사람과 다름이 없음에도.
“모든 주술은 법칙과 인(因)과 연(緣)으로 움직이는 법. 당신은 자신의 아들을 쐐기로 삼아서 성 사람들의 기억을 없애고 있었어.”
“……그걸 어떻게?!”
성주의 눈이 커졌다.
“나도 처음에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질적이어도 너무 이질적이었으니까. 백천군이 보여준 기억과 그가 자폭하기 위해 모아둔 혼백을 폭발시킬 때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혼백은 어디 갔을까 하고요.”
백천군은 유일하게 그 아이의 혼백만은 가져가지 않았다.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남은 사람은 홀로 밤을 지옥 속에 돌아다니고 있지 않던가.
성주가 이를 악물었다.
“추론이 대단하군. 그래, 틀린 말은 아니네. 허나 지금 그 백천군이란 자는 도망쳤고, 주술을 풀어 마을 사람들이 밤의 기억을 돌려받게 된다면 그 아이는… 그 아이는 어찌 되겠나.”
“주술의 쐐기로서 기능했던 것이 풀렸으니, 이제 없어지겠지요.”
아이를 어떤 식으로 살려냈는지 진천희는 모른다.
적어도 다른 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락샤샤의 알을 쓴 게 아닌 백천군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려낸 것일 터.
‘이게 놈이 보여준 기억에서 누락된 부분인 거지.’
놈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지만 진실을 전부 말하지도 않았다.
기묘한 함정이었다.
어찌 보면 락샤샤 알을 먹여서 살린 것처럼 되어 있으나, 정작 먹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만약 진천희가 아이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아이와 진솔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면. 그저 외부인의 시선으로 돌아다녔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백천군. 끝까지 덫을 파놓는군.’
허나, 진천희는 이 일의 본질을 파악했다.
그것은 단순히 현원전단신공 같은 엄청난 신공 덕분이 아니었다.
그저 사람이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사소한 친절.
일상에서 보는 별거 아닌 온기.
그랬다. 그렇게 락샤샤가 될 수 없었던 아이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미쳐버릴 수가 없었던 아이는.
그저 순수하고 깨끗하기에 다른 이들의 진통제가 될 수 있었다.
진천희는 그 작은 친절 덕분에 진실에 다다랐다.
달고나와 따뜻한 말 한마디, 포옹이 진실을 열어주었다.
‘성주는 틀림없이 아들을 사랑했으리라.’
불타는 세상 속 광기에 뒤틀린 애정이라 하더라도.
그렇기에 살인자가 아닌 이 도시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성주 본인도 때때로 아이가 만들어낸 주술에 빠져 스스로를 잊으며 지냈을 거고.
고통스러운 건 고통스러운 거니까.
이번처럼 진천희가 사찰을 건드리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겠지.
진천희는 힘없이 웃었다.
“하지만 죽었어야 할 아이가 더 인생을 누린 것은 사실이고. 무엇보다…… 어른들 좋자고 희생을 강요한 것 아닙니까.”
아이는 살아서 지옥을 보았다.
홀로 제정신으로 그 속을 살아야 했다.
“그것은…….”
진천희는 말을 끊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는 말은 하지 마시고요. 이제는 그거에 학을 떼거든요? 저.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달빛에 청년의 메마른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적어도 아이한테는 강요하기 전에 말이라도 해줬어야죠. 선택은 할 수 있게.”
“어린아이요. 고작 그 작은 머리로 뭘 알겠소.”
“지옥이 얼마나 깊은지는 잘 알더군요.”
삐이이이이이-
그 순간, 이명이 울린다.
진천희는 뒷목을 타고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정산의 시간이 왔다.
지난번에는 새끼손가락을 가져갔다. 이번에는 무엇을 가져갈까.
‘이번에는 공간이니 더 적겠지.’
머리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두려움은 가시지 않는다.
어쩔 수 없었다. 이것만큼은, 이것만큼은 인간의 본능이니까.
그리고 그 순간, 이명이 끊긴다.
정산 시작.
쿨럭.
진천희는 피 섞인 기침을 내뱉었다.
그리고 목이 가려워서 어쩔 줄 모르며 다시 한번 쿨럭, 쿨럭.
내뱉은 피가 바닥에 닿는 순간 흩어지듯 사라지는 것을 본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아, 이번 정산은 혈액이구나.’
생명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보옥에 양생공으로 떡칠한 몸이니 보통 사람이 죽을 만큼 흘려도 살아남을 수 있다.
과학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세계.
쿨럭!
몸이 무너진다.
여하륜이 다급하게 진천희를 붙잡았다.
의식이 멀어진다.
그 끝에서 진천희는 생각했다.
‘다행이야. 어디 사지 절단 나는 건 아니니, 스승님께 안 걸리겠어.’
어쨌든 스승님만 모르시면 되는 일 아닌가.
* * *
눈을 뜨니 침실이었다.
‘음, 그렇군. 죽었다가 살아난다고 해도 몸뚱이가 전부 다 낫는 건 아니구나.’
회복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살아났으니 다행인 일.
정산은 끝났는지 더는 피 기침이 나오지 않는다.
죽었다가 살아난 대가라면 어쩔 수 없나 싶었다.
일단 그래도 사지는 멀쩡하니까.
‘혈사도 어찌저찌 막았고.’
다시 싸우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 일 아닐까.
‘회복될 때까지 한동안은 못 움직이겠네.’
진천희는 생각했다.
여하륜은 그런 진천희의 상태를 보고는 안심했다.
한동안은 여하륜이 직접 간호를 할 모양이다.
여하륜은 마교 일을 처리하며 틈틈이 진천희 곁을 지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자다가 문득 기척이 느껴져 눈을 뜨니 아이가 서 있었다.
하륜이는 잠깐 자리를 비운 모양이다.
“안녕.”
“응, 안녕, 형.”
아이의 표정은 이상하게 후련해 보였다.
“드디어 어른들에게 진실을 들었구나.”
“응. 다들 치사하더라고. 미안하다면서 그제야 이야기를 하다니.”
“……그래.”
아이가 손을 뻗어 진천희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형, 있잖아? 사실 비밀인데 말이야. 잠을 자면 하도 나쁜 꿈을 꿔서 밤에 잠을 못 잔 적도 있었어.”
“무슨 꿈인데?”
“배가 너무 고픈데 힘이 없는 꿈. 그러다가 배가 고프지도 않은 거야. 그리고 움직이기 귀찮아서 계속 누워 있어. 누워 있고, 누워 있고, 누워 있다가 잠이 들어. 되게 무섭다? 무서운데 몸을 움직이기 싫어.”
“…….”
“……사실 그냥 꿈이 아니었던 거지?”
아이의 눈에 물방울이 가득 찼다.
“아마도 응.”
“죽을 때의 기억이 선명한데, 나는 내가 안 죽었다고 믿고 싶었던 거야. 그러니까 지금 삶은 덤이었던 거지. 형이 그랬잖아. 천국 같은 지옥이라고.”
잔혹한 세계.
“그래.”
“나는 좋은 꿈 같았던 악몽이었던 거지.”
“그래도 좋은 꿈이었던 부분도 있지 않았어?”
“있었어. 어른들은 엄청 미안해했지만.”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쟈시 형이 그랬는데 주술의 쐐기로 쓰기에 이미 내가 많이 약해져 있다고 하더라고. 애초에 영원한 주술은 없다고 그랬어. 어차피 나 혼자 몸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정해져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음.”
아이가 손을 들었다. 손 뒤로 무언가가 비쳐 보였다.
마치 반투명한 유리처럼.
“원래도 가끔 이랬는데 백천군이 사라지니 더 빨리 끝이 온 거래. 지금은 조금 따끔거리지만 나중에는 더 많이 아파질 거라고. 내 영혼까지 오염되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한대. 그렇게 말하고 쟈시 형은 다시 잠들었지만.”
“그래…….”
“엄마가 거짓말을 한 벌이라고 울었어. 나 하나에게 매달려서 다들 달콤한 꿈을 샀었다고.”
순수한 어린아이 하나.
물론 그것도 무척 대단한 기적을 만들어내지만 성 사람들 모두의 기억을 매일매일 잊게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리라.
필시 중간중간 백천군의 힘이 필요했을 터.
“……고마워. 진실을 찾아줘서.”
“뭘.”
마침내 도달한 곳에 반짝이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모험을 끝낼 때라는 것을 알았다.
혼자서 천국을 지고 있던 아이는 이제 천국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하면 돼? 막 칼로 가슴 찌르고 내장 꺼내서 흔들고 그래?”
“……네가 못 볼 걸 진짜 많이 봤구나.”
애들 교육에 참 안 좋은 곳이다.
특히나 애 혼자서 지탱해야 하는 천국이란 더욱 그런 것이겠지.
진천희가 말했다.
“그런 식으로 쓰는 주술사도 있긴 하지만 아마 나는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리 말하고는 뒤로 물러나서 이불을 열었다.
“형이랑 같이 자자. 형이 팔베개 해줄게.”
“그거면 돼?”
“응.”
“형은 진짜 다른 주술사들이랑은 다르구나.”
그 말에 진천희가 피식 웃었다.
“그러게. 쟈시의 말로는 주술에 한에서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던가 뭐라던가. 애초에 신혈이라고도 했고.”
“응.”
아이는 진천희의 옆에 누웠다.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서 진천희는 동화를 들려주었다.
“옛날 옛날에 화과산에 원숭이가 있었는데… 그 이름이 손오공이라…….”
아이는 손오공의 모험을 들었다.
원숭이는 결국 서역에 도착했을까.
거기서 받은 경전은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었을까.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었지만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손오공은 서쪽으로 가기 위해 계속해서 모험을 했다.
누군가와 싸우고, 가끔은 실수를 하며, 다시 나아갔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싸우고 싸운 끝에 도착한 천축.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즐거운 모험에 아이는 만족했는지 이미 잠이 들어 쌔근쌔근 숨을 내쉬기 시작했으니까.
잔혹한 세계 속, 어린 용사의 모험이 드디어 끝났다.
아이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고, 다시 투명해진다.
저주가 빠져나가면서 아이의 혼을 해방하는 것이 느껴졌다.
좋은 꿈 같은 악몽.
악몽이 끝나는 소리였고. 아이의 모험이 다다른 소리였다.
진천희는 이야기를 멈추었다.
“잘 자.”
아이의 모습이 재가 되어 사라지고, 흩어졌다.
텅 빈 침상 속에서 진천희는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울었다.
그것은.
지옥 같은 천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