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74
제 774화
진천희는 황구의 등에 타고 내달렸다.
여하륜과는 짧은 이별을 나누었고, 스승님께는 서신을 보내고 곧바로 출발했다.
쟈시는 늑대 가죽을 부풀리더니 곧바로 늑대로 만들어 진천희와 함께 달렸다.
“정령은 없어도 그건 되는군요.”
“공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움직이는 정도는 그럭저럭 가능하지.”
확실히 쟈시는 뛰어난 주술사가 맞았다.
이샤는 진천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그래도 아마 쟈시를 잘 따라오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쟈시의 머리카락이 바삭바삭 흔들리는 것을 보면 더욱 그랬다.
사막에서의 일은 모두 끝났다.
좋은 동료도 생겼겠다,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될 터.
그렇게 달려가던 진천희를 누군가가 먼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혈불사의 주지승.
이 일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자들.
허나, 진천희의 눈에는 그들 역시 사이비였다.
“아미타불. 대승대덕의 마음으로 민생을 구하는구나. 제자들은 어찌 생각하는가?”
그 목소리에 어둠 속, 수많은 승려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스승이시여. 이 땅은 이제 안정되었습니다. 저들 제국의 땅으로 가 불법을 수행하시는 것이 어떨는지요.”
그 말에 주지 스님이 머리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러하다. 우리가 비록 소승불공의 수행을 한다지만, 결국 인간일지니. 우리도 제국으로 향할 때가 된 것이다. 준비를 끝마치면 저 땅으로 향하리라.”
명이 내려졌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핏빛 염불이 밤을 가득 채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천희는 달렸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허나, 인간의 어둠을 응시하면서.
진천희가 말했다.
“아, 달고나 좀 남았는데 드실래요? 이샤도 먹을 수 있으려나.”
또다시 입 안의 작은 천국을 만들면서.
044. 스승님? 스승님!?
두두두두두!
‘뇌진과 황구는 이쯤 되면 영물 중에서도 거진 상위권이 된 게 아닐까.’
여하륜에게 듣기로 마교에서는 영물에도 급을 매겨서 하위, 중위, 상위가 있다고 했다.
물론 하위 영물이라고 하더라도 귀하디귀하니 당연히 어지간한 마교 무사들보다 급이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일종의 위계를 잡을 정도로 마교에 영물이 많다는 게 놀랍다.
강자존의 법칙 안에서 영물은 영물끼리 싸워서 서로를 잡아먹는다.
마교 무인도 죄를 저지르면 영물의 밥이 된다.
일종의 고독(蠱毒)인 셈.
그쪽 영물과 견주어도 황구와 뇌진은 꽤 상위권이 아닐까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삐이이익!
보통 전서구의 열 배는 넘는 속도로 단숨에 서신을 배달하고 와서 육포 뜯고 있는 뇌진을 보고 있으니 기가 막힐 지경이고.
그런 뇌진과 진천희, 그리고 등에 수레까지 매고 두다다닥 달리고 있는 황구.
따라오던 쟈시는 이미 지쳐서 마차에 동승했다.
‘여하륜 말로는 특히 황구가 많이 성장했다고 했지.’
이제 와서는 직선으로 달리는 속도에 한해서는 무영신투와 비견되지 않을까?
애초에 사족보행 동물이 인간보다 빠른 것은 당연한 상식.
환골탈태까지 한 황구가 사람보다 느릴 리가 없다.
그래서일까.
황구는 고작 삼 일 만에 담진 왕국을 주파하여 벗어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두 왕국을 지나 화 제국의 권역인 운남성에 닿았다.
갈 때는 한세월이었지만, 올 때는 그야말로 전광석화!
화 제국의 관문에 증표를 보여주어 통과하자, 관문에서는 부랴부랴 봉화까지 피우고 전서구를 보내는 등 난리를 피워대는 게 보였다.
‘내가 왔다는 게 저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 않나?’
지난번보다 너무 요란한 반응이라 좀 그랬지만 별 신경 안 쓰기로 했다.
보통 이런 절차는 윗대가리에 누가 앉았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니까.
그리 생각하며 진천희는 운남을 지나 길을 재촉했다.
담진 왕국의 일을 처리하느라 계절 두 개를 떠나보내야 했다.
향수병이 도질 만큼 도진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여행도 운남을 지나 사천에 다다랐을 때쯤에는 멈추어야 했다.
“우웩.”
쟈시가 구토를 하고 있다. 얼굴이 새파랗다.
쟈시의 목걸이가 달칵거리는 걸 봐서는 정령인 이샤도 쟈시를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음……. 쟈시도 무공을 좀 익혀 둬야겠네요.”
“허억… 허억……. 그냥 네가 무식하게 내달렸기 때문 아니냐?”
쟈시가 고장 났다.
슈퍼 카만큼 빠른 황구라고는 하지만, 승차감은 그렇게까지 좋지 못하다.
마차 바퀴가 현대 같은 타이어도 아니고 강철로 만들어진 대숙신족 결전 병기이다 보니 튼튼하기만 할 뿐이지 흔들리는 건 참 오지게 흔들어댄다.
이런 마차에 올라 버텨야 하니, 쟈시에게는 체력적으로 무리였던 모양이다.
“물 좀 드실래요?”
진천희는 물을 살짝 데워서 미지근하게 만들어 건네주었다.
쟈시는 그 물을 천천히 홀짝이며 말했다.
“죽겠군.”
“아이고, 더 이상은 무리겠군요. 이틀 정도는 푹 쉬어야겠습니다. 참, 사람 마을로 간다고 해도 갑자기 먹고 싶고 그런 건 아니죠?”
쟈시는 이제 락샤샤다.
아니, 쟈시라고 믿고 있는 락샤샤인지도.
어느 쪽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쟈시 스스로가 자신을 ‘쟈시’라고 칭했으니 진천희도 인정하는 것일 뿐.
“육체에서 오는 식욕이야 당연히 있겠지. 허나 신경 쓸 수준은 아니다.”
“정신력이 강하군요. 쟈시는.”
“주술사를 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니. 그보다는 네놈이 이상한 거다.”
“어……. 그런가요?”
“만약 네 녀석이 락샤샤가 된다면 사람을 봐도 허기조차 느끼지 않겠지. 아마 전대미문의 최강의 락샤샤가 됐을 거다.”
“그렇군요?”
진천희는 마치 외판 나온 잡상인 넘기듯 답했다.
관심이 없단 뜻이었다.
“그래. 허나 그런 자질을 가졌으면서 정령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원.”
“네. 기초 중의 기초라고 했죠.”
이상하게도 쟈시가 가르쳐준 술법을 써도 이샤가 보이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반딧불 같은 빛으로만 보였다.
주술력을 끌어당겨 집중을 하면 그때 조금씩 윤곽이 보이지만 그 정도 선.
대신 쟈시가 진천희에게 그 주술을 써주면 그때는 또렷하게 보였다.
기묘한 일이었다.
쟈시는 생각했다.
‘그건 마치 사람이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신이 사람을 보듯…….’
개미가 개미를 보는 시선은 평등하다.
상대의 더듬이에 달린 흠집까지 볼 수 있다.
허나 거대한 인간이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돋보기를 들고 와서 오랫동안 관찰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진천희는 정령을 구별하는 게 어렵다.
정령이 존재함을 알고 있고, 그들을 느끼는 것도 가능하지만 하나하나를 분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
쟈시는 그런 진천희를 보며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내 착각이겠지.’
눈앞의 놈은 신혈을 타고 났다.
신혈은 워낙 귀하니 그럴 수도 있는 법 아닌가.
* * *
진천희는 쟈시가 사람을 봐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한 후.
근처 마을로 향했다.
의빈(宜賓)이라는 이름의 소도시. 장강과 이어져 있는 항구 도시이기도 했다.
“우선 의빈에 가서 가장 비싼 객잔에 독채를 빌릴 거예요. 쟈시는 거기서 휴식하세요.”
“아무 것도 신경 안 쓰고 쉬게 해주겠다는 의도가 느껴지는군.”
“사람을 봐도 잡아먹거나 락샤샤로 변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잘 때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잖아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해결하자고요. 괜히 아끼다가 탈 나지 말고.”
쟈시가 보기에 진천희는 그야말로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는 인간이었다.
돈을 아끼는 법이 없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돈을 사용하는 게 그라는 인간이었으니까.
“쟈시는 이렇게 긴 여행은 처음이죠?”
“그렇지. 언제나 정령의 권역 내에서만 움직였으니까. 그건 여행이라기보다는 순찰에 가깝겠지. 그 이후에 나트론까지 가는 여정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추적이었고.”
“하하하하.”
진천희는 어색하게 웃는다.
“확실히 여기는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르군.”
역시나 사람들은 쟈시를 보고, 그의 특이한 행색을 보고 놀란다.
가죽 옷에 맨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차림.
거기에 피부에는 문신이 가득 있었으니 더욱 그랬다.
그러다가 사람들은 거대한 개와 새, 그리고 경국지색이라고 부를 만큼 뛰어난 미인을 본다.
“천하일광인가?”
“오오, 천하일광일세그려!”
“옆에 가는 사람도 천하일광과 일행이라서 그런지 보통 차림이 아니군그래.”
“쉿, 괜히 시비 걸지 맙시다.”
쟈시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 낯선 이방인을 배척하고 이상하게 보는 것은 똑같지 않나.
심지어 이목구비와 피부색도 다르니 더욱 꺼릴 만했다.
‘꺼지라고 돌이라도 던질 줄 알았는데? 아니면 사특한 색목인이라고 욕을 하거나.’
딱 봐도 불량배 같은 놈들도 진천희를 쓱 보더니 슬금슬금 물러난다.
천하일광.
대체 그 이름이 강호에서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 건지 쟈시로서는 알 수 없었다.
사파들이 슬금슬금 피하거나 말거나, 진천희는 객실에 짐을 풀고 객잔 식당으로 향했다.
거기서 매콤한 동파육과 오리 진흙 구이, 각종 냉채와 소룡포를 그득하게 쌓아놓고는 뇌진과 황구의 입에 넣어주었다.
컹컹컹!
삑, 삐익! 삐익!
“오, 그래? 맛있구나. 역시. 크으, 황구 코는 못 속이지.”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소룡포를 입 안에 넣었다.
“아, 뜨!”
한입 넣으니 국물이 탁 터지면서 오감을 자극한다.
농후한 돼지 육즙에 진천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여기 주방장이 만두 좀 찔 줄 아는데요?”
그렇게 말하며 흥겹게 소룡포를 즐겼다. 특히 그중에는 마라를 넣은 마라 소룡포가 있었는데 마치 입 안에 들어온 작은 훠궈 같았다.
그때였다.
“비켜라.”
일단의 무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수는 장장 오십여 명은 될 법한 규모.
객잔이 크니 그 정도 수가 들어와도 자리는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하나하나 기도가 제법 강했다.
컹컹!
“오, 황구도? 하긴 황구는 매운 것도 잘 먹지. 여기 마라 소룡포 추가요!”
쩝쩝쩝-
그들은 거대한 개를 보고 흠칫 놀랐다.
‘일광?! 분명 서역에 가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진짜 일광이오? 그놈이 여길 왔다고?’
밥을 먹던 진천희도 상대의 긴장하는 기색을 느꼈다.
‘기도를 봐서는 정파보다는 사파. 무복을 보니… 사도련인가?’
진천희는 힐끗 그들을 보고 한 번에 맞춘다.
이윽고 사도련으로 보이는 무리 중 하나가 진천희에게 다가왔다.
가장 기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걸 봐서는 우두머리인 듯했다.
“사도련 칠무단주인 사독비검 왕망이라고 하오.”
칠무단주!
사도련의 핵심 무력 단체 중 하나인 칠무단.
옛날에 비동 사건 때 진천희를 칠무단 일부가 습격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칠무단의 단주라고 자기를 소개한 왕망.
‘오우, 겁도 없으시군.’
그 칠무단의 수장인 칠무단주라면 화경의 절대 고수인 것이 당연하고, 강호에서도 유명하다.
실제로 사독비검 왕망은 진천희도 강호 인명 사전을 통해서 본 적이 있었다.
현원전단신공은 스쳐 지나간 정보까지 빠르게 검색해 진천희에게 내놓았다.
‘독공을 익혔고, 검의 고수.’
사독비검이라는 별호는 그래서 생긴 것. 검법도 일절이지만, 독까지 잘 써서 까다롭다고.
거기에 화경!
비록 원작인 지존천마보다 강호의 혈사가 많이 줄어 화경의 고수가 많이 살아남았다고는 해도.
‘살상력만큼은 강호에서도 상위권.’
여기까지 생각하는 데 눈 한 번 깜빡일 시간.
진천희 역시 즉시 일어나 포권을 했다.
“백린의각의 진천희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