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89
제 789화
045. 의심암귀(疑心暗鬼)
“일단 빈민가 지도가 이게 맞긴 한 거죠?”
“네. 허나, 빈민가 특성상 얼마나 정확할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보통 관리라면 이 지도가 얼마나 최신인지부터 이야기했겠지만 과연 유랑후다.
그는 하오문에 있으면서 이미 빈민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다.
오늘 있는 집이 내일 허물어질 수 있는 법이고, 길이라고 믿은 곳에 집이 생기거나 또는 반대로 길 자체가 사라지기도 하니까.
‘지도도 엉망인데 실제 개발 들어가면 더 엉망이겠군. 음, 좋아. 이건 사람을 갈자.’
보아하니 행정 인력뿐만 아니라 포졸과 감찰관도 같이 가야 할 각이다.
그리고 의료 인력과 장의사 인력도.
집 치우다가 신원 미상의 시체가 물동이 안에서 뿅하고 나타나면 이게 누구 집 아들인지는 찾아봐야 하지 않나.
그리고 베개를 들췄는데 그 아래로 아편이 와르르 쏟아질 수도 있는 거고.
‘그래.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진천희는 이번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것을 꺼내 뾰로롱 흔들기로 했다.
프리즘 엘더 태수(구 현령)의 지팡이.
현령의 지팡이일 때도 그 위력은 산을 날리고 길을 깔며 연못을 메우고 다리를 만들 수준!
이제 진천희의 지팡이는 태수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하와와, 거기다 진 태수 아래에 현령 두 놈이 생겨 하나씩 부려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현령 놈들도 현령의 지팡이를 하나씩 들고 있잖아요?
우리 친구 진천희는 이제 지팡이가 세 개입니다. (태수1 현령 2)
마법 소녀도 원래 혼자 있을 때와 셋이 있을 때와는 다르지 않나.
센터를 맡는 핑크도 셌지만, 그 옆에 하늘색 애와 노란색 애가 함께 삼단 합체 필살 바람개비 빔을 쏘면 제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이라도 개처럼 울며 자비를 빌었다.
‘그래. 하나보다는 셋이지. 모두의 우정 파워(feat. 권력)로 이 토목을 헤쳐 나가는 거야!’
물론 현령들의 의사는 전혀 묻지 않는다.
그것이 마법소녀 핑크(태수)의 특권이니까.
사람 갈아버리는 데 피도 눈물도 없는 태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음, 거기다 성벽 안쪽 도시와 성벽 밖의 도시로 나뉘어져 있는데……. 성벽 안은 그나마 구획 정리가 되었지만, 밖은 그냥 난리 났군.’
이쪽도 밀어버릴 때 시체와 마약과 밀수품이 우르르 쏟아질 각이 보였다.
마법소년 핑크 진천희는 태수의 지팡이를 꺼내 뾰로롱 기를 모았다.
“일단 도시 재정비부터 해야겠는데요?”
유랑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허허허.”
“뭐, 그만큼 크니까요. 전통적으로 사람도 모이고 물류도 모이고…….”
진천희는 다음 주문을 외운다.
“그러면 백린군에서 했던 방식을 써야겠습니다.”
건축 후에 철거.
빈민들이 살 집과 구역을 우선적으로 만들고, 그 사람들을 이주시킨 후 원래 있던 구역을 밀어버린다.
그리고 해당 지역을 재건축한 후 국가가 돈이나 미곡을 받아 재판매한다.
한꺼번에 상환할 필요는 없고 일종의 대출 같은 형태로 매년 받으며 10년 정도가 지나면 완전히 본인 집이 된다.
상환이 빠르면 그보다 일찍 될 거고.
“자, 그러면 주문을 외울 때군요.”
“주문이요?”
“개짱센 태수의 지팡이를 흔들려면 그에 맞는 주문이 필요합니다.”
그리 말하며 종이를 쓱 꺼내서 빠르게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명령서다.
현원전단신공까지 켜고는 타자기를 치듯 빠르게 쭉쭉 이어 나갔다.
자도 없이 내려가는 그 속도는 쾌속.
‘대체 진 태수님은… 이 일을 어마나 해댄 거지? 사람이 이렇게 즉석으로 명령서가 뽑혀 나오려면 대체 얼마나……?’
명령서도 규격이 있고 절차가 있다.
잘못 명령을 하달하면 순서가 꼬이기 때문에 적확하게 써야 하고, 몇 번 수정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보통은 과거의 양식을 꺼내어 참조하며 써나가기 마련.
허나 진천희는 그런 게 없었다.
본인이 양식이고, 본인이 명령서.
“오, 첫 번째 주문이 완료되었군요.”
백린의각 토목당에 갈 서신.
바로 각 현령들에게 하달될 명령도 써 내려갔다.
“보통은 현령에게 쓸 서신을 먼저 보내지 않습니까? 토목당은 가장 낮은 직급일 텐데요?”
“아닙니다. 토목당에서 필요한 자재를 윗선에 요청하려면 이 순서가 딱 맞아요.”
“…….”
유랑후는 미친놈이란 눈으로 진천희를 본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진천희는 직접 토목을 하고 왔다는 것을.
이것은 몸으로 굴러 보고 나온, 가장 빠른 전달 체계라는 것을.
그렇게 백린의각 토목당.
공사 시작.
* * *
예전에 재미있게 보던 한 유튜버가 했던 말이 있다.
준비, 준비의 준비, 준비의 준비의 준비.
이것은 단순히 건축 게임뿐만 아니라 제작에 관련된 게임들에서 모두 느끼는 공통점이다.
뭐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하위 재료를 만들어야 하고, 그 하위 재료를 만들기 위해 그 하위의 하위 재료를 모아야 한다.
토목이 테트리스처럼 딱딱 맞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L자 집을 넣었다고 남은 집들이 뾰뵤봉 같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그 테트리스도 4줄 콤보, T스핀 더블 같은 신기술이 나온 후부터는 양옆에 블록을 미친 듯이 쌓으며 난개발을 시작하더라.
옛날에는 그냥 블록을 한 줄이라도 빨리 없애는 게 이기는 거였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이것은 상하수도를 깔기 위한 준비의 준비라는 거죠?”
“그런 셈입니다.”
일단 진천희는 상수로 쓸 수자원 및 물을 끌어 올려 도시 내부로 보낼 상수 장치를 만드는 공사에 착수했다.
그것과 함께 하수 처리 시설도 같이 공사 중이다.
“빈민 구역 정리도 준비의 준비라는 거고요.”
“아닙니다. 그것은 준비의 준비의 준비죠. 준비가 세 번 들어가요.”
“…….”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유랑후는 주변 관리들의 눈치를 봤다.
얘들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재능이 있나 싶어서.
“……어…….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태수님.”
“네. 하던 대로!”
딱히 알아듣지는 않는다.
그냥 개소리를 걸러 들을 뿐.
다만 진천희가 하는 기이한 말은 그냥 제갈세가 특유의 광증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이런 토목은 테트리스보다는 저글링이지.’
한 번에 여러 가지 부서를 돌려가면서 유기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무엇 하나 중간에 놓쳐버리면 그다음에 잡을 공도 와르르 쏟아지기 십상이다.
손은 공을 잡아 다른 손으로 던지더라도 눈은 다음 공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강소성의 사파를 이전에 정리한 덕에 조직적인 반항도 적은 편입니다.”
관무불침이라고 해도 재개발 앞에서는 그런 거 없다.
사파도 본인이 밀수해놓은 창고가 우르릉 쾅쾅 무너지고, 그 자리에 자갈 깔고, 화단 깔고, 애들 놀이터 지어주면 걔들이 뭐 먹고 살겠나.
그랬다.
사파란 본디 이 강호의 대표적인 재개발 반대파들이라 할 수 있다.
금혈방 빼고.
걔네들은 이미 객잔 건물 박아 놓고 떡상을 노리고 있는 미친놈들이다.
사마현은 이미 부동산 투기 맛을 봤다.
“다행이군요.”
“아무래도 태수님께서 과거 보이는 족족 정리를 하셨으니까요.”
양민을 건드릴 때마다 쥐어 패서 관절을 뽑아놨다는 뜻이었다.
죄질이 너무 나쁘면 백린현으로 압송하면 되니 그야말로 산지 직송.
갓 잡아 팔딱팔딱 싱싱한 사파들을 관아에서 즉석으로 회 치곤 했었는데, 그때의 노력이 지금 빛을 발했다.
“물론 금혈방 쪽이 자청해서 정리하고 있기도 하고요.”
내 상가 건물에 혐오 시설 ㄴㄴ해.
특히 이번에는 위치가 남경이다 보니 더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모양이다.
‘음, 내가 덕분에 업혀가겠군.’
그렇게 진천희는 하루 종일 업무를 보고, 가끔씩 실무자들에게 꿈같은 서프라이즈☆시찰도 돌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 백린의각 업무까지 올라타니 아주 그냥 금상첨화군. 금상첨화.’
스승님은 천재다.
제자를 붙잡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런 물리적인 족쇄가 아니다.
족쇄는 어디까지나 스승님의 화풀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제자 없이는 못 굴러가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스승님과 유호가 동시에 빠졌으니 이제 진천희가 다 떠맡아야 하는 상황.
‘덕분에 아주 그냥 딴생각도 못 하고 하루하루가 알차군.’
오늘도 탕약 아메리카노를 흡입하고 있다.
이제는 이거라도 없으면 못 살 지경.
종이와 죽간을 드륵드륵 펼치며 파워 집중 중이신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형은 오늘도 열심이네~ 그런데 그 발목의 족쇄는 역시 제갈린이 채운 거야?”
“응. 스승님께서 다 큰 뜻이 있어서……. 어라. 현아?”
머릿속의 목소리가 아니라 진짜 사마현의 목소리.
옆을 돌아보니 사마현이 무관의 복식으로 거기에 서 있었다.
가장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사마현과 무관 옷이라니.
그 와중에 본인이 자체적으로 짜 입었는지 옷의 라인과 재질이 남다르다.
“오랜만이야. 형~ 제삿밥을 얻어먹었다며? 무슨 일이기에 그랬데?”
자수정빛 눈이 진천희를 빤히 바라본다.
“어……. 그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하다만… 근데 너 여기는 웬일이야. 그리고 웬 무관복?”
“아~ 임시로 황궁에 고용되었거든. 황제가 형을 암중호위하라고 하더라.”
이놈의 사파 놈은 유교고 나발이고 하늘 같은 황제 폐하를 동네 반장 부르듯 말하고 있다.
“황상께서?”
방금 미친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응. 재밌지~?”
“그런데 이게 암중호위야? 암중호위면 최소 열 보 밖에서 감시해야 하는 거 아니야? 거기다 옷도 이런 눈에 띄는 정복이 아니라 잠행복 입고 숨어서 보지 않니?”
분명 명령 체계는 동창 쓰듯이 은밀하게 하달되었을 것 같다.
허나, 사마현은 사방에 다 보라고 ‘나 잠깐 벼슬했소!’ 하고 알리고 있다.
‘그리고 황상께서 직접 자신이 의뢰했다 밝힌다고?’
명령도 아니고 의뢰?
칙서는 안 내렸나?
제독태감은 뭐하고?
황실도 혼자 사는 게 아니니, 당연히 잠시 동안 실력 있는 무인을 고용하는 형태의 제도야 존재한다.
보통 황자의 난 즈음에 쓰고 버리는 패로 쓴다.
무관 시험이 정규직이라면 이건 계약직. 무관복이 지급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쓰고 버릴 놈에게 지급을 할 이유가 있을까.
보통 안 한다.
특히 암중호위를 시킨 놈한테 이걸 줄 일이 있을 리가.
“그거 입어도 돼?”
“된다던데?”
향이 났다. 망한 향이다.
진천희는 자신을 가운데에 두고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바둑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둘 중의 하나였다.
잡거나, 잡히거나.
아직 전체 그림조차 보지 못했는데 상대는 이미 포석을 깔아버렸다.
‘그리고 사마현을 쓴다?’
호위를 원한다면 차라리 동창을 쓰는 편이 더 은밀했을 터. 아니면 좀 더 진중한 성격의 천우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무당파의 속가제자 중에는 무관 출신인 자도 제법 되니까.
왜 사마현일까?
“현아. 원래 하고 있던 일은?”
“아, 잠깐 사임하래.”
……암중호위가 될 리가 없다.
차라리 상처를 입고 어딘가 정양을 하는 척한다거나 새외에 갔다 하고 적당히 경로를 꾸몄다면 모르겠다만.
일단 강호 놈들 중에 정보가 빠른 이는 알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마 사마현도 이걸 알고 있는 모양이고.’
더러운 음모 냄새가 났다.
주왕야와 황상들은 다르다.
그들은 때에 따라서는 진천희 자신조차도 패로 쓸 자들이니까.
그게 황제다.
‘죽겠군. 이거.’
마차에 가득 담았던 선물들은 어쩌면 이걸 의미한 걸까.
자신을 두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래. 가위바위보에서 가장 짜증 나는 게 나 가위 낼 거야. 하고 처음부터 말하는 놈들이지.’
뭘 꾸미고 있는 걸까.
일단 두 황상이 가위를 내려고 사마현을 꺼낸 것 같지는 않다.
위장이 따끔거린다.
그리고 사마현은 한술 더 떠서 무관복까지 입고 와서 미친 짓을 하고 있고.
사마현이 말했다.
“형~ 들어 봐. 호위의 가장 기본이 뭔지 알아?”
“지키는 거?”
“아니지, 싸울 일이 없게 하는 거지. 내가 이렇게 대놓고 다니면 형을 암살하려는 놈도 한 백 번은 더 고민할 거야.”
“그거, 미친 소리 같은데 왠지 말이 되는 것 같다. 현아.”
“거 봐~ 그러니까 앞으로 같이 다니자고요~ 태수 대신.”
그리 말하며 과장되게 예를 표하는 게 아닌가.
진천희는 생각했다.
‘어, 일단 황상이… 황상 브라더즈가, 아니 황상 트윈즈가 원하는 그림이 이거라고?’
저 패션 스타를 보라.
관복 바지 끝을 접어 올려서 발목을 드러낸 저 패션.
지구에서 젊은 애들이, 그것도 몇몇 패션 챙기는 애들이 다리 길어 보인다고 저렇게 다녔다.
반면에 상의는 약간 가오리처럼 재봉을 해서 루즈핏이다.
약간 어깨 라인을 강조해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고자 했던 것 같다.
관복에 왜 저런 핏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놈은 그걸 했다.
‘허허허, 놀랍게도 모르고 보면 개조했는지도 눈치 못 채겠네.’
“어울려. 형?”
관무복 접어 올리는 거야 뭐, 살이 찌거나 빠지거나, 또는 옷감이 모자라거나, 위에서 내려주신 치수가 그것밖에 없거나 하다 보니 소매나 바짓단 정도는 접거나 아예 고치는 경우도 많고.
미묘한 핏이 문제인데, 그건 현대의 인터넷 쇼핑을 해본 자만이 아는 핏이다.
이것도 황상의 계략 안에 있는 일일까?
문득 스승님께서 백린의각을 비우신 것과 관계가 있는 일인지 궁금해졌다.
“어, 어, 어울리기는 참 많이 어울리긴 한다.”
잘생긴 얼굴에 몸도 좋은데 거기에 돈도 많아서 일류 장인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핏을 의뢰했는데 당연히 어울리겠지.
그 비싼 사천 비단을 아낌없이 쓴 것도 대단하고.
“형 아무래도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거 같네?”
이 녀석. 눈치가 너무 좋단 말이지.
“갑자기 네 녀석이 호위랍시고 나타났으니 그렇지. 그것도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괜찮아. 괜찮아. 본문이 사파로 분류된다지만 양지화에 제법 많이 성공했거든~ 세금도 충실히 낸다고? 떡도 많이 돌리고 말이지.”
저기서 말하는 떡이라는 건 분명 그냥 먹는 떡은 아닐 터였다.
“하아…….”
잡느냐, 잡히느냐.
겉으로 봐서는 뭔가 허술하게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동네 구멍가게도 이것보다는 잘 돌아갈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몇 번 죽어본 자의 직감으로는 왜인지 잘못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승님은 그런 죽음은 허하지 않으셨지.’
이 판국을 끝까지 가본 후에 시간을 돌린다는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손해가 너무 크고.
진천희 자신도… 죽음은 두렵다.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다만.’
“현아.”
“음?”
“관무복 벗는 게 좋을 것 같다.”
“왜?”
진천희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황상에 대한 이야기는 외부에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고.”
“…….”
사마현은 생각에 잠긴다.
“형은 나와 다른 수를 둘 생각인 모양이네.”
“별거 아니야. 네가 안전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지금 정도라면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어. 그냥 너는 내 곁으로 잠깐 본업을 쉬고, 놀러 온 거야.”
사마현이 하려고 한 게 뭔지는 조금 알 것도 같다.
판을 뒤집어 역으로 황상이 이렇게 나오는 심중을 알아채려는 거지.
그건 사마현이 가장 잘하는 방식이고, 꽤 위협적인 방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형은 아우가 버림패로 쓰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
‘황상이 만약 그런 걸 시킨 적이 없다고 잡아뗀다면.’
물론 쉽게 그러진 않을 터.
허나, 이 이야기 끝에서 터질 뇌관 중의 하나라면.
분명 금혈방이 일을 쉽게 처리하지는 않겠지. 두 번, 세 번 확인했을 터였다. 그게 상식이다.
‘하지만, 진짜로 상식대로 돌아갔을까?’
금혈방이 과연 사마현의 편일까?
‘황금왕은 사마현의 편일까. 아니면…….’
강호와 황궁은 다르다. 그곳은 은원이 통하지 않는 곳.
‘잠깐 처음부터 가정을 바꿔 보자. 만약 처음부터 황상의 명이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가 사마현을 제거하기 위한 포석이라면?’
소름이 살짝 돋았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마현은 뛰어든다.
형의 이름이 들어간 이상 웃으면서 끝을 볼 터.
계획이 허술해 보이면 허술해 보일수록 오히려 더 매력적인 미끼가 된다. 그만큼 수상하다는 뜻이고.
심지어 황상까지 끌고 와서 거창하게 판을 벌인 게 더 매력적이다.
관무불침을 어기고 그걸 들고 온 이상 반드시 죽는다.
관에 죽든, 사마현의 손에 죽든.
필시 사마현에 대해 잘 아는 자.
‘변수가 많군. 이상해. 이런 허술한 수면 보통 금방 결론이 나오지 않나?’
어린아이가 그림을 그리듯 허점투성이 삐뚤빼뚤한 수다.
그런데 왜일까, 그렇기에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진천희는 계산을 멈추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현아. 내가 얽혔다고 해서 네가 그럴 필요 없어.”
눈치 챘나.
사마현은 작게 혀를 찼다.
하지만 본디 사마현이라면 타인의 말은 전혀 듣지 않았을 터.
이윽고 사마현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피식 웃었다.
“형을 못 이기겠네.”
“너는 나와 혜아를 지키기 위해서는 뭐든 하니까.”
그게 사마현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지킬 것이 있다는 것.
진천희는 그렇게 포석 하나를 치웠다.
몇 마디 말과 걱정, 그리고 약간의 배려.
“그나저나, 형, 그래서 왜 본인 제삿밥을 먹었는데~?”
설마 혜아가 벌써 불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