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91
제 791화
진천희는 역으로 사마현을 불쑥 찔러 들어간다.
“그런 건 왜 궁금해하는 거야?”
“궁금하니까.”
“별걸 다 궁금해하네. 그냥 할 수 있는 걸 했고, 그로 인한 부상이 좀 있었고. 괜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일이나 집중하자.”
그렇게 말하고는 사마현이 뭐라고 더 파고들기 전에 빠르게 화제를 전환시켰다.
“일단 뿌리를 뽑는 게 목적이니 당장은 큰 벌을 내리지는 않을 거야. 이 사람들은 이게 그리 문제라는 생각도 안 하고 살아왔을 테니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거지?”
시스템.
사마현은 진천희가 말하는 작은 단어조차도 모두 기억하고 따라 한다.
어찌 보면 세 살짜리 어린 아이가 부모 입 모양을 보고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이런 놈을 상대로 무언가를 감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 포졸이 되면 선배들한테 부모가 떡값을 돌리는 게 관례이고 예의인 상황이니까. 그러니 사정과 갱생 가능성을 따져야지.”
“형은 너무 자비롭다니까~”
“놀랍게도 이건 자비 문제가 아니라 인력 문제다. 글을 아는 사람이 많지가 않은데, 그 사람들 중에서 실무를 아는 사람은 더 적어. 동네 작은 마을이면 모를까. 남경 전체를 관리하던 자들을 하루아침에 전부 자르고 전부 뽑을 수는 없어.”
암 수술의 딜레마다.
종양뿐만 아니라 그 주변도 절제하거나 긁어낸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주변 조직에도 침투해 있을 수 있기 때문.
허나 그렇다고 장기를 전부 들어내면 사람이 죽어버리는 수가 있다.
“그러니까 조직을 없애는 게 목적이 아니야. 적어도 기능은 하게 해야지. 덮어 놓고 다 잡아버리면 무정부로 만들겠다는 거지. 그러니까 옥석을 하나하나 가릴 거야.”
“현실주의자네. 형. 그런데 동시에 이상주의자이기도 하고.”
“평범한 거야.”
이상한 일이다.
사람이 훨씬 작은데, 목숨 하나 살리는 게 거대한 조직 굴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니.
의원은 그리 생각하며 붓을 들었다.
명령서를 빠르게 써내려간다.
어찌 보면 이 거대한 남경도 사람의 몸뚱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 의원의 명령서가 남경의 혈관을 따라 구석구석 흘러가겠지.
이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는 오롯이 그의 재량이었다.
다행히 의원에게 있어서 사람 목숨 하나 건사하는 것보다, 이런 부패한 조직 관리가 더 쉬운 일이었다.
* * *
한 달이 지났다.
진천희는 장부를 또다시 읽는다. 주판은 필요 없다.
사마현이 말했다.
“오늘도 금액 안 맞는 장부를 읽나 보네.”
“응.”
그리 말하며 과자를 입 안에 넣는다.
와작.
베이킹소다를 사용한 과자는 입 안에서 바삭한 식감을 만들며 녹아내린다. 백린의각 베이킹소다.
중원에는 기린제과탄산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버릴 계획이다.
단가는 양민이 사기에는 아직 비싸다 보니, 도시의 대형 객잔을 중심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수입량에 따라서 단가가 점차 내려갈 예정.
‘최종적으로는 잔치 음식에 넣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가고 싶은데 말이지.’
못 사는 수준은 아니고, 특별한 날에 큰마음 먹고 살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아직은 이상만 높다.
와작.
가장 우선은 의료용이니까.
의료용과 연구용으로 먼저 사용하고, 그다음에 남는 양을 팔아치울 예정이니까.
고체 치약까지는 제작 완료했다.
액체형 치약은 튜브가 있어야 편한데, 그걸 쓰려면 당가의 인력이 필요하다.
허나, 당가는 의료용 튜브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석이다.
더 의뢰할 짬도 없거니와 그랬다가는 분명 다른 것들의 가격도 같이 올려버리는 수가 있으니 미친 짓일 거고.
“아, 맞다. 고체 치약은 써보니 어땠니. 현아?”
“유채 기름이랑 소금을 같이 쓴 거 같은데 맞아?”
“응. 소금이야 당연히 맛이 느껴질 만한데 유채 기름을 재료로 쓴 걸 어떻게 안 거야?”
“그냥 희미하게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예전에 형이 비누로도 만들어 팔았으니까.”
예전에 지구에서 관련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고체 치약을 쓰자는 취지의, 환경 보호에 대한 영상.
영상 주인공인 환경 운동가는 이 고체 치약을 만들 때 코코넛 오일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코코넛 오일을 쓰려면 남만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단가가 올라가지.’
그래서 유채 기름에 이 세계에서만 나는 향토 약재를 함께 조합해서 써봤는데 느낌이 좋았다.
‘이것도 공업용과 식용이 따로 있지.’
지구에서는 비누나 자동차 윤활제 같은 공업용으로 쓰고, 후에 품종을 개량하여 식용으로 쓰게 되었다.
이곳 무림 별에서 유채는 안휘성과 운남에서 피는 꽃이 서로 다른데 한쪽은 전통적으로 식용으로, 다른 하나는 방충제로 쓰거나 염료를 만들 때 사용했다.
지구 별과는 다른 점.
그러니 두 가지의 유채꽃을 구분하는 게 중요했다.
거기다 이 두 품종 모두 지구와 비슷한 듯해도 다른 부분도 있었고.
‘지금은 페니실린 배양에도 쓰고 있지.’
이건 지구와 같다.
그야말로 다행인 부분.
이 유채 기름 덕에 페니실린 제작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지금은 백린의각만을 위한 거대한 유채밭이 존재할 정도.
백린의각 가지고 있는 땅을 양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 주어서 유채꽃을 기르게 하고, 그렇게 기른 유채꽃을 백린의각이 모조리 구입하고 있다.
그래서 백린의각의 유채꽃밭은 지평선까지 노란빛으로 가득하다.
매년 4월, 5월에 펼쳐지는 황금빛은 바람을 따라 출렁이고, 출렁거린다.
숨 막힐 듯 이어지는 그 향을 모두가 참 좋아했다.
생명의 색이었다.
이제는 그 노란빛이 고체 치약이 될 차례였다.
‘시험작은 나쁘지 않았는데 아직은 모양만 그럴듯하지.’
계속 테스트하는 일만 남았다.
이건 뭐, 페니실린 때도 그랬으니까.
“그러고 보니 희미하게 단맛도 나는데 그건 뭐야?”
“비밀이야.”
자일리톨이 세계 2차 대전 때 발견되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별로 없다.
핀란드 기술자들이 당시 설탕이 없어서 활엽수를 이용해 어떻게든 대체할 수 없을까 머리를 굴리다가 발명한 것.
‘정확하게는 나무에서 자일란(xylan)을 추출해서 이걸 바꾸는 방식이지.’
굳이 자작나무일 필요는 없다.
옥수수나 다른 나무껍질에서도 추출된다.
최근 핀란드 국립자원연구소의 한 박사가 뜨거운 물을 이용해 자작나무 톱밥에서 자일란을 추출하는 법에 대한 논문을 쓴 적이 있다.
당시 한국에서도 여러 신문에 소개되었는데 진천희도 읽은 적이 있었다.
경제성과 친환경 두 가지를 다 잡기 위한 신기술.
그걸 강호 와서 쓰고 있다.
이 자일란 자체도 코팅 재료로 사용할 수 있고, 이걸 가공하면 대체당인 자일로스, 자일리톨을 만들 수 있다.
그랬다.
산업혁명도 없는 이 세계에서 강호인보고 톱밥을 향해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쏘라고 시키는 놈이 여기 있었다.
그 지랄을 해도 손톱만큼 나온다.
덕분에 단가가 비싸다. 당연히 대량생산도 불가능.
그야말로 현대인의 사치 그 자체!
여기에 여러 약초에서 추출한 분말과 강호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치아 연마제까지 함께 넣고 뒤지게 섞는다.
“이것도 곧 팔 거지?”
설탕도 비싼데 그거보다 비싼 대체당을 뭔 수로 치약에 넣고 팔겠나.
그건 빼겠지.
“개량 아주아주아주 많이 한 다음에 팔아야지.”
“형, 이거 보건용으로 팔지 말고 입 냄새 제거용이라고 해~ 그쪽이 더 나을걸?”
왠지 비누의 악몽이 떠오른다.
사마현이 말했다.
“그리고 칫솔질까지는 기대하지 말고 고체 치약 입에 넣고 대충 가글하고 버리는 애들이 많을 테니까 처음은 그걸로 만족하자~”
“…….”
의원은 왠지 슬퍼졌다.
“그래. 안 먹는 걸 감사해야겠지.”
비누도 먹으면 안 되지만 이건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잘못 팔면 큰일 나겠네.’
비누도 홍보와 사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도 비누 교육은 쉬운 편이다.
손을 씻는 데에 비누도 쓰는 것뿐이니까.
치약은 좀 어려울 터였다.
일단 하루 세 번 칫솔질은 포기해야 한다. 물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거고.
그거 하자고 물을 더 길어 오는 것도 문제.
칫솔질 자체도 문제다.
옛날에 올바른 칫솔질이라고 하면서 선생님이 이빨 모형 들고 칫솔로 닦는 거 보여주면서 그러지 않았던가.
초등학교도 없는 세계에서 그걸 어떻게 하나.
서원? 공자 왈 맹자 왈 하다 말고 이빨 모형이라도 들어야 하나?
“그래. 일단 하는 데까지만 해보자. 나 쓰려고 만드는 김에 겸사겸사 하는 거니까.”
의원은 정신승리를 했다.
그렇게 진천희는 계속해서 과자를 입에 넣으며 장부에 줄을 죽죽 그어나가기 시작했다.
사마현은 형이 만든 과자를 같이 와작이며 장부를 구경했다.
“호오, 오늘은 좀 많이 해 처먹었네?”
“응. 많이 해먹었더라.”
그리 말하고는 장부를 탁, 소리 나게 덮었다.
드르륵-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사마현은 형의 웃옷을 챙겨 어깨에 걸쳐주었다.
“가실 겁니까요. 가가~?”
“때가 된 것 같다.”
그 때가 무엇인지 사마현은 알 것 같았다.
* * *
유랑후는 진천희를 보자마자 바로 증패를 주었다.
강소성주 직속 감찰패.
진천희는 이미 황제가 내린 감찰패가 있지만, 그걸 쓰는 건 닭 잡는 데 소를 잡는 칼을 쓰는 격.
주왕께서 전권을 내린 상황에서 굳이 골드&실버 리볼빙 카드를 쓸 필요가 없다.
강소성을 잡을 거면 이 감찰패가 낫다.
어찌 보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황제보다는 가까운 주왕이 실무자 입장에서는 더 무서운 법이니까.
‘거기다 황상께 사마현 일을 물어볼지 말지 고민이고.’
맞다고 해도 왜 이런 방식을 썼는지 골 빠지게 고민해야 할 거고, 아니라고 할 경우 그것도 문제.
누군가 사칭했거나, 황상이 뒤에서 진천희와 사마현을 이용해 개판을 벌이고 있다는 두 가지 변수가 다 생겨버리니 지랄이 난다.
‘손자병법에 의하면 잘 모르는 판은 아예 안 끼는 쪽이 상책인데.’
개입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만약 황상이 개입한 거라면 나름대로 혈육이라고 잘해주는 척하면서 장기 말로 써먹고 있는 셈이니까.
‘그래. 알고 있어. 나야말로 그들을 믿지 않고 있는 거니까.’
의심암귀.
그렇게 진천희는 곧바로 감찰패를 받고 나왔다.
“절차 참 복잡하네~”
“그래. 사파는 돈 떼어먹는 것을 안 순간 달려가서 쥐어 패겠구나.”
“응~ 그게 편해.”
그래.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여기는 사파가 아니라 관청이고 나랏일은 절차와 책임이 필요한 법이다.
“모두가 동의한 권력이라는 게 그런 법이지.”
그렇게 도착한 곳은 남경에서도 제법 큰 저택의 앞이었다.
호위 무사들이 저택의 정문에 서있는 진천희를 바로 알아보았다.
그들은 저마다 흥분된 목소리로 속닥였는데 음공을 익힌 진천희는 그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일광이다.”
“일광이 여기는 왜 왔지?”
무공의 경지가 낮아 전음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저 뒤에 선 놈은 누구요?”
“알고 있는 얼굴이오. 천면호리요. 아니, 광면호리던가?”
“설마 금혈방 소방주? 너 그걸 어떻게 알아?”
“항주 태생치고 광면호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어릴 때 공연한 것도 봤다오. 그때만 해도 예쁘장하고 귀여운 꼬맹이였는데 지금은 저리 커버려서…….”
음, 제법 무대가 달궈진 건가.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호위 무사들은 진천희가 다가오지도 않았는데도 약간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그도 그랬다.
권력과 무공. 어느 쪽으로도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가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진천희는 장난기가 조금 동했다.
“암행어사 출두……가 아니라 감찰어사 출두야–!!”
아랫배에 힘을 빡 주고는 크게 외친다.
터져나가는 음공에 호위 무사들이 정신을 놓았다.
“으? 어어어?”
사람은 예상 못 한 일이 생기면 고장이 나는 법.
진천희는 문 앞에 정지해서는 크게 말했다.
“부조(簿曹) 괴헌(蒯憲)이 상하수도 공사대금의 횡령을 했음이 밝혀졌다! 순순히 나와서 오라를 받으라! 그러지 않는다면 위로는 황상을 기만하고, 아래로는 성주를 기만한 죄를 물어 참형을 면치 못하리라! 허나 순순히 죄를 인정한다면 감형을 받으리라!”
숨 한 번 쉬지 않고 단번에 죄를 묻는 진천희.
부조는 정식 명칭이 부조종사(簿曹從事).
별가와 같은 급의 직위인데 성의 재물과 곡식을 관리하는 일종의 재무장관인 셈.
유랑후의 별가종사가 총괄 비서라면, 이쪽은 재물 특화랄까?
음공을 쓰는 진천희는 그야말로 인간 확성기.
저택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사방팔방에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저택과 가까운 근처 상인 혹은 사람들, 지나가던 행인이 다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반 시진의 시간을 줄 터인즉! 어서 나와 오라를 받으라! 도주한다면 더 큰 죄를 물으리라!”
그리 말하더니 진천희는 고작 가벼운 발길질만으로 대문을 박살 냈다.
콰과과과광!
작가의 말
[의원, 다시 살다]의 유호 토용 판매가 이제 나흘 후 마감이군요.첫 펀딩이고 가격대가 있는 데다가 2주만 짧게 받고 끝내는 거다 보니 이게 100%가 다 찰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달성하여 무척 감사하고 기쁩니다.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덕분에 곧 정식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ㅠㅠㅠㅠㅠㅠ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