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97
제 797화
“빠른데? 그리고 협업을 많이 해본 태가 나. 상당히 비싼 살문에 의뢰를 한 모양인걸?”
그리고 그 뒤로 3명이 삼각 대형으로 서서는 원통으로 된 금속 통을 들고 있었다.
남궁운이 놀라서 소리쳤다.
“폭우이화갑(暴雨梨花匣)! 조심하게, 진 아우!”
현원전단신공이 만들어낸 느려진 시계 속에서 진천희는 생각했다.
폭우이화갑.
사천당가의 절대 암기 중 하나.
무협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암기 중의 하나다.
한 번에 수백 개의 암기를 화약의 힘으로 터트리는 것으로,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면 산탄총과 클레이모어를 합친 느낌이 아닌가 싶다.
벽력탄은 그렇게 잡아대면서 사천당가의 폭우이화갑이 관에 압수되었다는 무협 소설은 본 일이 없다.
무협 독자인 진천희도 이 기준이 의아하긴 한데, 거기까지는 대충 강호 걸로 취급해주는 모양이다.
1회용이지만 한번 터지면 반경 오 장(약 15미터) 거리에 암기의 비가 쏟아져 내린다고 한다.
위력도 강력해서 하나하나가 철판도 뚫어 버리고, 거기에 더해서 사천당가의 극독까지 발라져 있다고.
‘물론 사천당가에서는 문외불출이라고 하며 엄격히 통제하는 무기로 외부인은 절대로 손에 넣을 수 없는 무기라는 설명이 곁들어져 있지만 말이지.’
그런 걸로 치면 무림맹의 천라지망을 뚫은 자가 없어야 하는데 매번 뚫리더라.
마찬가지로 절대로 반출할 수 없는 무기는 무조건 반출되는 게 강호의 법도다.
부패한 사천당가의 사람과 거래하는 암살자들이 꼭 들고 나와서 쏘더라!
세 개의 통 입구가 폭발한다.
흡사 산탄처럼 수백 개의 암기들이 폭발하며 쏟아져 나왔다.
그때, 사마현이 소맷자락을 풀어냈다.
포천공(袍天功).
소맷자락이 내력을 받아 부풀어 오르면서 암기를 받아내는데, 휘둘러지는 장력과 풍력으로 암기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기예에 남궁운의 눈이 커졌고, 심지어 진천희조차 놀라서 눈이 커졌다.
‘우와아, 끝내주는군.’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니, 현아?’
하지만 놀랄 틈은 없다.
이제 남은 암기가 남궁운과 진천희를 향해 날아오니까.
남궁운.
그의 뇌룡검에서 방전이 일어난다.
파지직-
황금빛 전뇌를 머금은 검이 원을 그리자 암기가 전부 검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천뢰제왕신공!
마치 살아있는 듯 모든 암기가 스스로 날아가 검에 달라붙는 기예.
이 모습에 암살자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허공섭물?”
“창룡검은 의념만으로 상대의 암기를 지배하는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모두가 극의에 이른 허공섭물을 생각하는 동안, 진천희는 코일 전자석과 렌츠의 법칙을 떠올렸다.
‘저거 폐차장에서 쓰는 거잖아?’
왜 저런 기술을 가지고 이 세계는 증기기관을 통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
이게 다 유교 탓일까?
현원전단신공으로 잡생각을 하며 진천희는 두 손으로 크게 태극을 그려냈다.
둘에 비해 조금 느린 움직임.
태극산수에 의해서 태극의 소용돌이 장력이 생겨났다.
모든 암기가 진천희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그러지고 두툼한 쇳덩어리 공이 되기 시작했다.
흡사 공간 그 자체를 굴절시킨 듯한 모습에 모두가 경악했다.
쿵!
공이 땅에 떨어졌다.
“미친!”
허나, 경악하면서도 폭우이화갑을 쓰기 전 달려들고 있던 이들은 관성에 따라 계속 돌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진천희가 탄지천통으로 지탄을 날려서 점혈하며 제압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사마현 역시 기다렸다는 듯 상대의 무기를 손으로 잡아 부러트리고, 그대로 상대를 점혈하며 제압했다.
순식간에 암살자 대부분을 제압한 상황.
“젠장, 도망쳐라!”
“살아라! 도망치는 게 우선이다!”
그러자 남은 자객들이 구슬을 던지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연기가 사방으로 터져 나오며 자객들은 그대로 도주했다.
진천희가 말했다.
“쫓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의 말에 남궁운이 뇌룡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 * *
우선 진천희는 다친 양민들을 치료했다.
주변을 봐가며 싸운 덕에 다행히도 죽거나 크게 다친 이는 없었다.
모두를 치료하고 난 후, 자객들 상태를 보았는데 크게 다친 자들이 있어 그들을 우선으로 치료했다.
‘현이가 보이는 것보다 화가 많이 났구나.’
겉으로 봤을 때는 태연하게 웃고 있는 녀석인데 손속은 예전에 비해 흉폭하기 그지없었다.
그간 성취를 하며 심상이 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이전보다 잔인해지고 날카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사이, 포두와 포졸이 달려왔다.
“혈사가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
포두가 크게 외치며 당당히 안으로 들어왔다.
‘사건이 벌어진지 반 시진, 아니 한 시진인가.’
전화로 신고하는 것도 아니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려나.
가장 가까운 관아와의 거리를 생각했을 때 이 정도도 빨리 달려온 셈이다.
‘일단 치료를 멈추고 사람을 먼저 만나 봐야 하나 살짝 고민되는군.’
당장 쓰러져 있는 자들이 많다 보니 손이 모자란다.
이 상황에서 직접 대응하러 가게 되면 치료는 물 건너가겠지.
그때 남궁운이 나섰다.
“소인은 남궁가의 남궁운이라고 합니다. 오신 분은 누구신지 존성대명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일부러 스스로를 낮춰서 말하는 모습이 겸허한 강호인 그 자체였고, 많은 이들이 그 모습에 ‘오오오!’ 감탄사를 내뱉었다.
진천희도 조금 놀랐다.
보통 남궁세가라고 하면 목에 힘주고 관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남궁세가의 분가, 얼마나 많은 자들이 군문에 진출하였던가.
고작 포두 따위에게 스스로를 소인이라고 말할 군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남궁운의 대응은 지나칠 정도로 깔끔했고 상대 포두도 당황하는 눈치로 남궁운을 맞이했다.
진천희는 생각했다.
‘오……. 저것이 뼈 정파의 대응인가!’
남궁운 덕분에 다행히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형, 붕대 이거 맞지?”
사마현은 곁에서 진천희에게 붕대며 소독약을 건넸다.
“이거 출혈을 막아야 할 것 같은데 바로 점혈해?”
“아니, 잠깐만. 상처 위치 좀 보고.”
사마현도 사마혜의 영향으로 기본적인 의료 지식을 공부한 덕에 진천희의 곁에서 치료를 보조했다.
‘후우, 확실히 편하군.’
서로 잠깐 스쳐 지나가는 거면 모를까, 이 셋이 이렇게 어떠한 일로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랫동안 합을 맞춘 것처럼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람들이 말하는 궁합 같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이래서 남궁운을 부른 거군.’
왠지 소름이 돋았지만, 그럼에도 진천희는 계속해서 사람을 치료해나갔다.
앞날을 알 수 없는 이 세계에서 그것은 딱히 어떠한 계략이나 예측도 필요 없는 일.
사람을 고친다.
누구라도 알 법한 천하일광이 하는 일이었으니까.
* * *
야밤.
진천희와 사마현, 남궁운은 자객들에게 습격 받았던 그 객잔의 식당에 앉았다.
낮의 일 때문에 손님이라고는 이 세 사람뿐.
어차피 객잔을 새로 고쳐야 하는 판국인 데다가 이미 보상금은 객잔 두 개를 지을 값을 받았다.
주인장은 손님이 셋이지만 행복하다.
그렇게 셋은 앉아서 식사를 했다.
황구는 발치에 앉아서 배를 까뒤집고 누워있다.
이미 밥은 다 마셔버린 지 오래.
배가 남산만 해진 게 그야말로 행복의 굴곡이다.
뇌진은 옆에서 아직도 밥을 먹고 있다. 당연했다. 사람도 아직 다 밥을 못 먹었다.
황구만 다 먹은 것.
헥헥헥헥-
발랑 까진 배때기를 보다가 남궁운이 말했다.
“영물들은 자네를 무척이나 참 잘 따르는군.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응석까지 늘어서 기대는 걸 보니 더 그러네.”
“네. 다 큰 애기들입니다. 몸은 다 컸는데 여전히 애기죠.”
“영물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 자네밖에 없네. 쟤들 강호 일류 고수 정도는 그냥 치악력으로 부러뜨릴 수 있을 텐데?”
남궁운은 그리 말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래. 자네는 그런 사람이지. 그나저나 낮에는 이런 저런 일이 있어 제대로 담소를 나누지 못했군. 오랜만이오. 사마 소협.”
남궁운이 말하자 사마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번 금혈방과의 일 이후로 이 년 만이려나요?”
남궁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되었소.”
진천희가 말했다.
“일적으로는 이따금씩 보시는 모양이군요.”
“거래 관계니까~ 형. 같은 오륜회이기도 하고.”
남궁운이 말했다.
“그나저나 진 아우 자네는……. 새외에 다녀왔다더니, 또 이런 풍운을 몰고 다니는군그래. 우리 강호인들이 관과 깊이 얽혀 좋은 일이 없다고 충고하고 싶지만 태수씩이나 되었으니 그런 말 하기도 뭣하군그래.”
그 말에 진천희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건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일이 참 더럽게 돌아가고 있군.”
“확실히 그러네요. 타이밍도 안 좋고 말이죠.”
남궁운은 뜨거운 딤섬을 후후 불고 입에 넣었다.
“타이밍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대충 알 것 같군. 확실히 공교로운 시기지. 자네가 이곳에서 부패 관리를 척살하고 있는 중인데 나뿐만 아니라, 사마 소문주까지 이곳에 불러들인 거 아니겠나?”
“사실 제가 부른 건 아닙니다. 이 중의 누구도 말이죠.”
“흐음?”
남궁운의 눈이 살짝 커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 사부님이 안배하신 것이지. 의뢰장을 받고 왔으니까. 여하튼 자네가 여기서 부패 관리 적발을 하고 있는 줄도 몰랐네. 내가 출발할 적에 들은 정보로는 토목 공사를 한다고 들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가?”
진천희는 머리를 긁적였다.
황가, 스승님.
말판 밖에 있는 두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허나, 폰은 나아갈 뿐.
“토목 공사비를 횡령하는 놈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까 보니 횡령뿐만 아니라 아편도 대량으로 들여다가 팔려던 놈이었죠. 그에 대한 정보를 현이가 알아봐 주고 있고요.”
“허……. 사마 아우. 자네가 그걸 돕고 있는 겐가? 하오문의 일은 어쩌고?”
아까는 소협이라고 부르더니 이번에는 은근슬쩍 ‘아우’로 명칭을 바꾼다.
그 말에 사마현이 딱 잘라 말했다.
“남궁 소협. 저는 당신의 아우가 아닙니다만?”
서늘한 목소리가 흡사 면도날과 같다. 하지만 그런 사마현의 차가운 미소를 남궁운은 구김살 없이 받아들였다.
“하하! 내가 진 아우에게 형님 소리를 듣는 몸인데 자네도 아우가 아닌가?”
“흐응~”
아, 이 목소리 알 것 같다.
사마현도 지금 진천희가 남궁운에게 느낀 감정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구김살 없이 잘 자란 부잣집 도련님.
어릴 때부터 모두에게 인정을 받아 왔고, 애정을 받아온 사람 특유의 밝은 기운.
평생 누군가에게 거부를 당해본 적이 없었겠지.
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물질도 관심도 아낌없이 받아왔을 테니까.
항주 밑바닥에서 자라온 사마현은 남궁운을 향해 묘한 미소를 짓는다.
[현아. 사회생활. 사회생활!] [걱정하지 마. 형~]어쨌거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진천희는 재빨리 화제를 바꾼다.
“어쨌든 상황이 되게 묘하네요.”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
이대로라면 두 사람의 장기 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가린 채 내딛는 기분.
이 앞에 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안내하는 사람이 스승님이라면 필시 안전한 곳까지 갈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흑막이 원하는 결말이지 내가 원하는 결말은 아니지 않나.
‘그건 좀 성미에 안 맞아서.’
거기까지 생각한 진천희가 눈을 푸른빛으로 빛내기 시작했다.
한번 꺼진 청화가 다시 훅 피어오른다. 그 모습에 사마현이 말했다.
“호오~ 형 뭔가 결심한 모양인데?”
“누가 이번 일에 엮인 건지 모르겠는데……. 이러면 결론은 하나뿐이야.”
남궁운이 물었다.
“그게 뭔가?”
진천희의 입술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상상 초월. 상상 이상. 상상 박살.”
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