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00
제 800화
내가 당신들 때문에 돌아 버리겠어요.
아니, 이미 돌아 버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진천희 게거품 물고 있는 노인의 멱살을 잡고 인상 쓰고 있었다.
야행복을 입은 상태로 노인을 옆의 침대로 던졌다.
남궁운이 말했다.
[위선이 도를 넘었어. 상상 이상을 보여주는군.]진천희는 생각했다.
‘그냥 이럴 거면 나도 천사 소년 해도 됐을 것 같다.’
이 나이 먹고 소년이라고 쓰자니 양심에 털이 나는 기분에 결국 중년이라고 썼는데. 이놈들 하는 꼬라지를 보니 그래도 별문제 없었지 싶다.
사마현이 말했다.
[본래 권문세가들의 절반은 쓰레기니까요. 뭘 새삼스레. 남궁 소협은 너무 곱게 자라서 이런 것을 못 보신 모양이죠?] [부끄럽군. 내 이리 세상을 몰랐을 줄이야…….] [흐응.]다행이면 다행이려나.
그래도 처음 괴가만큼 엄청나게 많은 아편을 발견하진 못했다.
당연한 일이려나.
애초에 괴가한테 아편을 떼어 받아서 파는 모양인 것 같은데.
인신매매를 해서 사람을 아편으로 바꾸고, 그 사람들은 수적이 끼어 처리하고.
다시 아편을 산다. 그리고 다시 사람을 팔고.
지옥의 트라이애슬론이 계속 돌아간다.
‘이러니 부패가 척결이 안 되는구나. 그래. 안 될 만하네.’
진천희 주변의 호위병들은 모두 기절한 상태.
음공을 이용해 주변을 파악하니 주변에 깨어있는 사람은 없다.
주왕께서도 늦게 출동하시는 모양이다.
듣는 귀가 없다는 것을 철저히 확인하고는 진천희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자자, 주목. 오늘까지 서른두 가문을 털었는데… 아편과 인신매매에 관련된 놈들이 벌써 열하나. 거기에 열은 다른 종류로 부패해 있었고……. 아니. 권문세가 주제에 사파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건 또 뭐야? 자기네가 뭐라고 보호세를 걷어?”
사마현이 말했다.
“형~ 세상에는 원래 개새끼들이 많아~ 저기 저 노친네도 양조장에 허가증을 돈 받고 내어주고, 매달 돈도 받아먹었잖아?”
“이자들을 다 잡는 것도 문제네. 황상은 인력 공백을 어찌 처리하려나.”
“벌의 경중을 봐가며 움직이겠지만 그래도 급제를 하고도 백수로 지내는 학사들이 있으니 그들이 올라가겠지. 형이 만든 백환후 애들에게도 나름대로 희소식일 거고.”
물론 그게 도움이 되기야 할 거다. 하지만 행정 공백이라는 게 블록 갈아 끼우듯 돌아가진 않는다.
‘뭐어, 황상은 황상이 알아서 하겠지.’
그게 싫으셨으면 자신을 이 판 한복판에 안 꽂았으면 되는 거 아닌가.
진천희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래. 이 지랄을 해놓으면 다음번에는 날 안 쓰겠지.’
이제 슬슬 제3자가 끼어들었을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느 미친놈이 황명을 들고 가서 개지랄을 하는 걸까.
그놈은 강호에서도 품기 어려운, 최소한 십만대산이 받아줄 마교급의 인재라고 생각했다.
천마님이 가라사대 본좌가 천하라고 하시잖나.
하지만 돌아가는 판을 보니 이건 스승님과 황상 트윈즈가 끼어있는 것 같다.
‘왜 양쪽 모두 서신이 그따위인지 모르겠지만.’
그거 하나만은 여전히 맞춰지지 않고 있다.
‘그나저나 내가 계획대로 가줄 인간이 아니라는 걸 슬슬 깨달았으려나?’
남궁운이 말했다.
“어찌 되었건 다른 걸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저들의 가문을 뒤집었다지만, 전부 일망타진된 것은 아닐세. 결국 조사가 끝날 때까지 시간이 있고, 여력이 있는 자들인데 가만히 보고만 있겠나. 필시 일전의 살수의 공격 같은 일이 벌어질 걸세.”
진천희는 바닥에 있는 공깃돌을 주워다가 손가락으로 가지고 놀았다.
“그곳도 다 생각이 있죠.”
“생각?”
“예. 조호이산(調虎離山)의 계면 손쉽게 해결될 일입니다.”
조호이산. 손자병법 36계 중의 하나.
적을 칠 때 쓰는 공전계(攻戰計) 중에서 세 번째 계책.
호랑이는 산중왕이니 아예 산 밖으로 유인해서 친다는, 책사들이 군영에서 자주 쓰는 계책 중의 하나다.
“본디 병법은 날씨와 지형만 잘 잡아도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하죠.”
진천희의 눈이 서늘하게 빛난다.
공깃돌을 날렸다가 잡더니 ‘오 년 추가!’라며 혼자 중얼거린다.
그 모습이 더 미친놈 같아서 남궁운은 최대한 태연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 말대로 호랑이를 부르려면 미끼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 말에 사마현이 먼저 깨닫고는 혀를 쳤다.
“형, 난 조호이산 싫더라. 왜 굳이 그런 걸 해?”
역시 심계를 읽는 게 빠르다. 하지만 남궁운은 아직 진천희의 말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천희가 말했다.
“여기 있잖아요. 그자들이 원하는 미끼.”
그리 말하며 왼손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다시 공기놀이를 계속하고 있다.
탁, 탁, 탁.
‘이것도 현원전단신공의 수행 중의 일부인가.’
어쨌거나 남궁운이 말했다.
“그래. 자네만 한 미끼가 없긴 하지. 하지만 그걸 하기 위해서는 뭔가 대단한 병력이 포진되어 있어야 하지 않나?”
“우리면 충분하죠.”
“세 명이서 그 많은 살수를 전부 없앤다고? 진 아우, 혹시 착각하는 모양인데. 처음 객잔에서 우리를 습격하러 온 놈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그냥 시작일 뿐이네.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천여 명의 정예 살수가 덤벼들 텐데 그건 제아무리 절대 고수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하네!”
진천희는 남궁운의 말에 속으로 ‘천마님은 다 죽이실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런 남궁운의 말에 사마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좋게 말해도 자살이지, 그건~ 형이 잘하는 거~”
왜일까? 말에 뼈가 느껴진다.
진천희가 말했다.
“일단 내 말 들어 봐요. 다들 날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보는데 나도 내 목숨이 소중하다니까? 현아. 이 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계획이 있는 사람이야.”
“…….”
아니, 이놈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나도 죽는 건 무섭다고!
* * *
남경에서 강을 따라 동쪽으로 주욱 가다 보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들이 제법 많다.
그중 약 십 리(약 4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빈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한 민가가 건설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진천희는 그런 공사 현장을 시찰한다고 하더니, 그대로 더욱 동쪽으로 향하고는 사라졌다.
공식적으로는 동쪽으로 더 가서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지역을 탐사한다는 보고서를 강소성주 앞으로 내었다.
‘드루와. 드루와.’
사실상 그렇게 써서 낸 것.
뻔하디뻔한 유인책.
허나, 너무 먹이가 먹음직스럽지 않은가?
지켜줄 관군도 없는 상태에서 달랑 호위 둘과 가 버렸다?
하오문의 소문주와 남궁세가의 가주.
모두 거액의 금자를 받고 진 태수의 호위 ‘의뢰’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정파는 이미 의뢰를 받은 이상 더 큰 금액을 준다고 한들 움직이지 않는다.
사파인 사마현은 어쩌면 더 큰 금자를 주면 이쪽으로 와줄 수도 있겠지만 하필 상대가 의형인 진천희다.
강호에 도리가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사파가 흑도라고는 하나.
사마현이 어디 수적 똘마니도 아니고 그만한 위치를 가진 자가, 강호에서 의형제를 배신하는 것은 강호에서 평생 꼬리표를 달 일이다.
웃기게도 사람을 죽이는 게 업인 자들이 의리를 따지기 때문!
진천희가 들었으면 조폭과 똑같이 돌아간다며 코웃음을 치겠지만 크기가 큰 곳일수록 더욱 그랬다.
그래서 사파에서도 이름 있는 곳은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배신이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그런 패륜을 저지른 자는 같은 사파들도 좀처럼 놈을 신용하지 않게 되니까.
오늘만 사는 수적 떼가 아니고서야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게 쉽진 않다.
“어쨌든 결국 이쪽도 돈 싸움 아니오. 가진 금을 끌어모아 살문에 의뢰하고, 강호에서 유명한 낭인들을 불러 모아서 치게 합시다!”
“맞소. 백린의각이 돈이 많다고 하나 그쪽은 결국 꼴랑 두 명 의뢰한 것 아닌가. 자진해서 묫자리로 갔는데 우리가 망설일 필요가 없지.”
“이제는 어차피 죽이지 않으면 이쪽이 죽는 판이오!”
천문학적인 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 살문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하오문의 오살지파만 제외하고.
아무리 하오문이 개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소문주를 상대로 의뢰를 받을 만큼 간이 크진 않다.
허나, 그 외에도 유명한 월살문, 혈암각, 월령살문 등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사도팔문에 속해 있으면서 아직도 전력을 온존하고 있는 살검루마저 움직였다.
너무 크게 움직이다 보니, 강호의 정보 단체치고 이 일을 모르는 이가 없게 되어 버릴 지경.
이 일을 즐겁게 보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흑전의각의 혈생노괴였다.
“아따, 환자들 많이 오겠네~”
살문의 살수들은 흑전의각의 단골 고객이다. 애초에 쓰다 버릴 살수들이 정파의 정공을 배울 리가.
흑전의각의 총관 미미가 말했다.
“보통은 임무를 실패하자마자 자결을 하지, 의각에는 오지 않을 텐데요.”
마공을 익힌 부작용으로 과거 혈생노괴의 손에 살아나 계속해서 은혜를 갚고 있다.
다만 혈생노괴의 괴이한 의술로 인해 총 네 개의 팔을 가지게 되었으나, 본인은 꽤 만족하며 살고 있다.
미미의 무기는 편곤.
네 개의 팔이 휘두르는 편곤술이 절세의 위력을 가졌다 알려지고 있다.
“그건 아랫놈들 사정이지. 그 위에 조장급 되면 살문도 다시 쓰려고 하거든. 고아 애들 사다가 살수로 키워야 하는데 그걸 누가 하겠냐.”
“조장이 하겠네요.”
“그래. 굉장히 실무적인 이유지. 그래서 수틀리면 가장 먼저 도망치는 게 조장급이야. 아랫놈들은 조장들을 살리려 길을 뚫다가 죽는 거고.”
“마교와는 다르군요.”
“마교는 죽는 것도 걔들 신앙이니까 조금 사정이 다르지. 그리고 십만대산의 저력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으니까.”
“미리 의원들을 배치해 둬야겠어요. 백린의각으로 갈 가능성은……. 아, 없겠네요. 백린의각 소각주 죽이러 갔다가 다쳐온 걸 테니까.”
“그래. 의원 애들 많이 미리 준비시켜 놔라. 아, 귀령파에 이야기해서 의술 기구도 많이 챙겨 놓고.”
술제가 있는 귀령파.
주술과 부적을 사용하는 문파인데, 어째서인지 흑전의각의 의술을 돕고 있다.
진천희가 들었다면 경악했겠지만, 어쨌든 확률적으로 콧구멍을 세 개로 만들고 팔을 두 개로 만드는 부작용이 있는 곳이 흑전의각 아닌가.
“네. 알겠습니다!”
백린의각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를 가끔 치료해낼 수 있기도 하고.
혈생노괴가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이쯤 되면 황제 놈이 모를 리가 없겠어.”
혈생노괴는 황제를 공경하지 않는지 놈 자를 써가며 불러댄다. 그야 그럴 것이다.
혈생노괴가 살아생전에 이미 황제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녀야말로 역사의 증인이라고 할 수도 있는 존재 아니겠는가?
게다가.
마도, 흑도, 사파를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이니. 애초에 공권력에 대해서 쥐뿔만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동창은 황제의 눈과 귀이니까요. 모를 리가 없겠죠. 그런데 이상하게 개입은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동창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황제가 첩보를 위해서 만든 기관이다. 환관들의 권력은 황제에게서 나온다.
그들은 가문도 없고, 또한 혈족도 없기 때문.
그래서 그들은 때로는 황제를 농락하는 십상시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당금의 제국에서 환관들은 충실한 황제의 수족으로 움직이고 있다.
‘젊은 놈이 그것만은 인정해주지.’
일생을 선황의 똥을 치우다 끝나리라 생각했는데 꽤 착실하게 제국팔가를 누르고 있지 않던가.
독특한 이능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국팔가는 애초에 수많은 황상들을 모셨던 자들, 자기들 나름의 경험치가 쌓여있을 터.
결국 본인들의 지략과 정무 감각 덕인 것이겠지.
거기다 이번에는 진천희란 창을 들고 왔다.
제국팔가 중에 하나라도 추락시키면 균형은 삽시간에 깨지게 된다.
적어도 가가(賈家)는 전통적으로 가장 센 쪽에 붙는 놈들 아니던가. 파도를 거스르지 않고 흐름을 탄다는 것은 그런 뜻이니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제국팔가를 향해 쏘아 보낸 화살 한 발.
그 별호는 일광이라.
꺾이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과녁에 도달할 수 있을까.